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1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19화(31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47화
47. 거대 말벌 장군
‘보스가 여긴 어떻게?’
난데없는 보스의 등장에 최성민이 당황했다.
한새봄에게 보스를 죽였다고 말한 터라 더욱 그랬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은 저놈부터 처치해야 해.’
변명은 뒤로 미룬 채 한새봄을 쳐다봤다.
“뒤쪽에 있는 나무로 가 몸을 숨기고 있어라. 저놈은 내가 맡을 테니.”
“괘,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하지. 날 뭐로 보는 거냐?”
고개를 끄덕인 한새봄이 시킨 대로 나무 뒤로 피신했다.
이제 막 D급에 오른 그녀에게 보스를 상대할 만한 자신감은 없었다.
‘좋아. 이걸로 기여도를 뺏길 일은 없겠군.’
온전히 보스를 독식할 수 있음에 최성민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비록 D급 보스라서 쓸만한 장비는 나오지 않겠지만 적어도 룬이라도 떨굴 것이다.
끼르르륵-!
거대 말벌 장군이 괴상한 소리와 함께 날개를 펼치자 양쪽에서 거대 말벌이 소환됐다.
“잡몹 소환이냐?”
전투력이 B급에 근접한 최성민에게 D급 괴수는 식후 운동 거리도 못됐다.
‘잡몹은 무시하고 바로 보스부터 노린다.’
타앗-!
정면으로 달려가던 최성민이 단검부터 투척했다.
푹-!
끼에엑!
보스의 눈 부위에 단검이 꽂혔다.
치명상이라 볼 순 없었지만 화를 돋우기엔 충분했다.
‘놈을 공략하는 건 간단해. 일단은 선제공격으로 화를 돋운 다음에…….’
끼이이이!
화가 난 듯 소리친 보스가 배를 앞으로 말며 독침을 겨눴다.
‘시작부터 필살기를 쓰도록 유도하면 되지.’
이윽고 거대 말벌 장군의 독침이 무수히 뻗어 나왔다.
파파파파팍-!
“헉!”
사거리가 꽤 긴지 한새봄이 있던 나무에까지 박혔다.
‘가, 감독관님은 괜찮으실까?’
이 정도로 쏟아지는 독침이라면 아무리 C급 감독관이라도 피하진 못했으리라.
소리가 끊기자 상황을 보기 위해 한새봄이 나무 옆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어?’
하지만 걱정과 달리 최성민은 보스와 가까이 있었음에도 한 개의 독침도 맞지 않았다.
다름 아니라 그에겐 그림자밟기가 있었으니까.
“죽어라.”
보스의 머리 위에 올라탄 최성민이 목 긋기 스킬로 목 부분을 찔렀다.
갑옷처럼 단단한 외골격을 지닌 녀석에겐 목 부분이 유일한 약점이었다.
끼이이익!
‘좀만 더.’
푹-!
‘좀만 더.’
푹푹-!
목을 끊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외골격 부분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맹공 버프 중첩 : 8/10] [맹공 버프 중첩 : 9/10] [맹공 버프 중첩 : 10/10] [공격 속도가 200% 증가합니다.] [남은 시간 : 59초]점점 빨라지던 공격 속도는 어느새 10 중첩을 찍었다.
10번의 공격이 집중된 목은 절반이 벌어져 덜렁거렸고 거의 막바지에 이르던 무렵.
쩌저적-
위기를 느낀 보스가 방어기제로 전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쳇, 거의 다 잡았는데.’
온전히 방어에만 몰두하는 현 상태에선 공격해봤자 거의 먹히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단검을 휘둘렀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다. 방어력 무시!’
전투 감각 특성이 다음번 공격에 방어력 무시가 터질 거라는 걸 알려주자마자.
‘절단.’
스걱-!
지체 없이 스킬과 함께 보스의 목을 베어버렸다.
[거대 말벌 장군을 처치하였습니다!] [D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단단한 카이트 쉴드가 나왔습니다.] [응축된 말벌 독이 나왔습니다.] [날렵함의 룬이 나왔습니다.] [파티 룰에 따라 자동으로 룰렛을 돌립니다.] [획득자는 최성민입니다.]보스가 죽자 소환수였던 거대 말벌들이 사라졌다.
보스의 시체도 이내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역시 D급 보스라 해봤자 별거 아니구만.’
보스를 보자마자 전투 감각이 말해줬다.
D급 보스 따위는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지금 내 수준이라면 B급 보스 정도는 돼야 상대할 만하겠지.’
전투는 생각보다 싱거웠지만, 보상은 만족스러웠다.
마정석이나 방패 때문이 아니었다.
최성민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말벌 독이라는 수집품이었다.
[응축된 말벌 독]-분류 : 수집품
-등급 : B
-특징 : 귀속 아이템
-설명 : 거대 말벌 중에서도 장군급에게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아이템. 응축된 독성은 인간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보스를 만날 확률도 적은데, 나오기 힘든 독까지 나오다니.’
응축된 말벌 독은 이번에 조합으로 만든 무엇이든 녹일 수 있는 독보다도 귀한 독이었다.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암살에 한해서는 효과도 훨씬 좋지.’
보스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독을 얻을 줄이야.
‘이걸로 독 스킬을 배우는 건 확정이다. 말벌 독이 있으면 무조건 송치현을 죽이는 데 써야지.’
암살에 특효를 보이는 독이었으니만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쓸 만한 건 독뿐만이 아니야.’
[날렵함의 룬을 획득하였습니다.] [순발력이 영구적으로 1% 증가합니다.] [룬 친화력 특성이 발동됩니다.] [날렵함의 룬 효과가 2%로 강화됐습니다.]보스가 남긴 특별한 룬이 순발력을 퍼센티지로 올려줬다.
‘2%나 오르다니. 현재 순발력이 1,000을 넘으니 20이나 오른 셈이잖아?’
룬 하나에 순발력 20이 올랐다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몸에 묻은 괴수의 체액을 털던 최성민이 한새봄이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다친 곳은 없나?”
“예? 아아…… 괘, 괜찮습니다.”
한새봄의 얼떨떨한 표정을 보니 자신이 이렇게 쉽게 보스를 잡으리라곤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한새봄이 돌연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독관님.”
“뭘 말이지?”
“보스를 잡아주셔서요. 감독관님이 안 계셨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내가 없었으면…… 아마 끔찍한 일을 당했겠지.’
최성민 대신 다른 부패한 감독관이 왔었다면 필시 거래에 응했을 터.
그랬다면 감독관에게 능욕은 당하는 것은 물론 믿었던 팀원들에게도 배신당하고 죽을 때까지 뇌물로써 이용당했으리라.
‘그런 사실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
그러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겨버렸다.
한새봄이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감독관님. 보스를 잡아주신 것은 고마운데요…… 아까 분명 보스를 죽였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음…… 그랬지.”
“그런데 왜 또 보스가 나타난 거죠?”
“한 마리가 아니었던 모양이군.”
대충 둘러댄 최성민이었지만 오히려 한새봄의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그 말은 보스가 한 던전에서 두 번 나타났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것 같군.”
“감독관님,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
한 던전에서 똑같은 보스가 두 번 나타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그만큼 불가능한 확률.
한새봄이 못 믿는 것도 당연했다.
“제가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지식은 훈련소에서 다 배웠거든요.”
‘훈련소?’
그러고 보니 한새봄은 외모만큼이나 나이도 어렸다.
최성민이 빠르게 랭킹을 검색해봤다.
‘이제 만으로 스무 살이라고?’
말마따나 헌터가 된 지 몇 달 되지 않은 모양.
아무래도 10년 전에 각성한 헌터들과 달리 최근에 각성해서 D급에 오른 듯하다.
‘훈련소를 언급하는 걸 보니 F급 징집령에 동원된 모양이군.’
만약 그런 거라면 눈앞의 헌터는 천재는 아니어도 수재라 볼 수 있었다.
징집령이 있은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F급에서 D급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니.
‘두 달 만에 D급까지 성장할 정도면 특성도 실력도 보통은 넘어선 게 분명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한새봄이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제가 알기로 보스는 던전마다 한 마리만 있고 그마저도 낮은 확률로 발견된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그렇다고 두 마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하지만 그런 사례는 한 번도 없다고 들었어요. 보스가 두 마리였던 게 확실한가요? 제가 정말 보스의 독침을 맞고 기절한 게 맞나요?”
“…….”
“어째서 거짓말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알려주셔도 괜찮아요. 제가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한새봄의 눈빛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최성민이 한숨을 쉬었다.
“너 말이야.”
“예.”
“조금 주제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예?”
최성민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감히 감독관인 나를 의심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
“예? 아…….”
그제야 한새봄은 자신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윽-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은 거냐?”
핏빛으로 물든 단검을 꺼내 보이며 위협하자 한새봄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 그만…….”
“나는 분명 사실대로 말하고 네 목숨까지 구해줬다. 그런데도 내 말을 믿지 못하고 추궁까지 해?”
“잘못했습니다. 감독관님.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연신 고개를 숙이는 한새봄을 내려다보며 최성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억지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뒤탈이 없을 테지.’
웃음을 거둔 최성민이 다시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은 용서해주마.”
“가, 감사합니다.”
“대신 던전에서 나갈 때까지 네 몫은 없다.”
“네? 제 몫이라 하면…….”
“괴수들은 모조리 내가 잡겠다는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거대 말벌은 풍속성 괴수이니만큼 순발력의 룬을 준다.
‘룬이라도 더 챙기고 나가야지.’
공략 목표인 거대 말벌 200마리를 독식하기로 약속받은 최성민이 앞으로 나섰다.
“조심히 따라와라. 다쳐도 책임지지 않을 테니.”
“알겠습니다. 감독관님.”
한새봄이 전과 달리 긴장한 얼굴로 따라붙었다.
‘진실을 말할 수도 있었지만…….’
최성민은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간 이 여자를 죽여야 했을 테니…….’
성매매로 이용하려던 팀원들을 자신이 죽였다고 이실직고했다면?
한새봄이 과연 기뻐했을까?
아니면 살인자라며 무섭게 쳐다봤을까?
‘이러나저러나 좋은 결과가 나오진 않겠지.’
겉으론 감사하다고 해도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게 사람이다.
‘진실을 말해서 후에 발목을 잡힐 바엔 죽이는 수밖에 없지.’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녀를 지켜주는 일임을, 최성민은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