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2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23화(32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51화
51. 암살 지시
‘사람을 죽이는 일?’
생각지도 못한 지시에 최성민이 순수하게 놀랐다.
연기가 아니었다.
이 타이밍에 이런 지시를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기에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대영웅님이 내게 살인 청부를 하실 줄이야…….’
송치현은 굳이 능력을 쓰지 않아도 최성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표정에서 다 드러났으니까.
“갑자기 사람을 죽이라니 놀랐나 보군.”
“솔직히 그렇습니다.”
최성민은 궁금했다.
송치현이 죽이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송치현이 먼저 말했다.
“누구를 죽이라는 건지 알고 싶나?”
“그렇습니다.”
“그 전에 대답 먼저 듣고 싶군.”
“대답이라면……?”
“네가 전에 말한 적이 있었지. 내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할 자신 있다고. 기억하나?”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군.”
송치현이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명령이라면 뭐든 할 수 있겠나? 심지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 해도?”
분위기를 파악한 최성민이 부복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겠습니다. 시키는 일이라면 무조건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그것이 살인이라 해도 말입니다.”
일말의 고민도 없는 대답에 송치현이 만족스럽다는 듯 이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백 점짜리 대답이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아주 좋아.”
부하 하나는 잘 골랐다고 생각하던 송치현이 인심 쓰듯 말했다.
“원래 암살 지시만 내리고 계획은 말할 생각이 없었는데 내 특별히 믿고 알려주도록 하지.”
그리 말하던 송치현이 잠깐 주변 눈치를 보다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협회에 양백두 비서실장이라고 골치 아픈 늙은이가 있거든? 난 그놈을 죽일 계획이다.”
“비, 비서실장을요?”
양백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곽민철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는 협회의 실세가 아닌가?
하지만 아는 체할 수 없었던 최성민은 다른 이유로 놀라는 척을 해야 했다.
“비서실장이라면 상당히 높은 직급이 아닙니까?”
“그렇지. 협회장인 곽민철의 오른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노인네지.”
“그런 고위급 간부를 암살하시겠다니……. 아, 물론 대영웅님의 뜻에 반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알고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의 뒤통수를 치겠다고 말하는 격이니 놀랄 수밖에.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일한다고 꼭 친하다는 법은 없거든. 심지어 대영웅끼리라 해도 말이지.”
“…….”
대영웅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 역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양백두와 대립할 줄은 몰랐다.
“그, 그럼 제가 죽여야 할 사람이 양백두 비서실장입니까?”
“아니, 녀석은 내가 맡을 거야. 아무리 너라도 전투력 55만의 A급 헌터를 이기기는 불가능하겠지.”
“그럼……?”
“네가 죽일 놈은 따로 있다. 너도 알 거야. 양조영이라고.”
“양조영 헌터요?”
최성민이 놀라는 가운데 송치현이 설명을 덧붙였다.
“양백두에겐 두 명의 친아들이 있지. 첫째 양조건과 둘째 양조위야. 그런데 녀석이 바람을 피워서 낳은 셋째 아들도 있는데 그 녀석이 바로 사생아인 양조영이지.”
사생아라는 건 전에 송치현과 양조영이 자신을 영입하겠다고 찾아왔을 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양백두는 자식들을 끔찍이 아끼지. 첫째와 둘째 말이야. 사생아인 양조영만큼은 차별하는 것 같다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고. 어쨌거나 내 계획은 이렇다.”
송치현이 누가 들을세라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백두가 아끼는 두 아들을 납치해서 놈을 함정으로 유인할 거다. 첫째와 둘째는 일반인이라 납치하기 쉽겠지만, 문제는 양조영이다.”
“양조영 헌터요?”
“협회에 있는 그 녀석이 어쩌다 소식을 들어서 지원을 부르면 곤란해지거든. 최대한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양백두의 가족들만 끌어들이는 게 깔끔하고 좋지 않겠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네 역할이 중요한 거다.”
“제 역할이요?”
송치현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말해줬다.
“내가 양백두를 끌어들인 사이, 네가 양조영의 발을 묶어둬야 한다. 협회와 연락이 닿지 않도록 말이지.”
“어떻게…….”
“팀 크러쉬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고 속이든, 내 이름을 팔아먹든 해서 놈을 협회 밖으로 유인해라. 그사이에 나는 양백두와 결착을 짓고 있을 테니.”
일종의 양동작전인 셈이었다.
“그러니까 양조영이 다른 데에 신경 쓰지 못하도록 시선을 끌고 있으면 되는 거죠?”
“그렇지.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송치현이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
“양조영을 죽여라.”
“알겠습니다.”
아는 얼굴이라 꺼림칙할뻔한대도 최성민의 대답엔 거침이 없었다.
그것이 송치현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런데 제가 양조영 헌터를 이길 수 있을까요?”
“양조영의 전투력이 16만이긴 하지만 같은 B급이고 너도 풀 세팅을 해서 꽤 강해졌으니 무방비 상태일 때 뒤통수를 친다면 죽일 수 있을 거다.”
“음…….”
“만약 죽이진 못하고 상처만 입혔더라도 걱정하진 마라. 결사 항전의 각오로 싸운다면 전투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테니. 알지? 선빵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걸.”
“물론입니다.”
“작전은 다 이해했나?”
“예.”
최성민이 양조영의 시선을 끄는 사이, 송치현이 인질을 이용해 양백두를 처리한다는 간단한 작전이었다.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양조영을 죽이는 게 꺼림칙하면 말해라. 지금이라도 다른 부하를 시킬 테니.”
“아닙니다. 다른 부하들보단 제가 양조영과 인연이 있으니 발목을 잡기가 더 수월할 겁니다. 저에게 믿고 맡겨주십시오.”
“후후, 좋아. 만약 꺼림칙하다고 말했으면 크게 실망할 뻔했는데 다행이군.”
실망만 했으랴?
이 자리에서 즉시 목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말 안 듣는 부하는 필요 없을 테니까.
송치현의 직속 부하가 된 이상, 암살 지시를 거부할 권리는 없었다.
“믿음직한 부하가 있다는 게 이리도 든든하군.”
“맡겨만 주신다면 반드시 해내 보이겠습니다.”
“좋아. 실행 날짜는 정해지면 알려주도록 하지. 무턱대고 실행할 순 없고 동선이나 타이밍,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맞아떨어져야 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B급이 되자마자 중대한 일을 맡겨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바로 군사 신분으로 올려줄 테니까 일단은 대기하고 있도록.”
최성민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저택을 나와 집까지 돌아가는 동안, 최성민의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했다.
‘송치현이 양백두를 죽이려 한다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곽민철과 사이가 좋지 않고 그에 맞서기 위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곽민철의 오른팔을 잘라낼 생각을 할 줄은 몰랐어.’
그냥 생각만 한 게 아니다.
제대로 실행하려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뒀다.
요컨대 홧김에 죽이려는 것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라는 얘기.
‘양백두를 죽이면 곽민철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암살이 성공하면 협회에서도 한바탕 폭풍이 몰아칠 터.
송치현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행동에 나섰다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겠지.’
확실한 건 송치현에 대한 암살은 당분간 미뤄둘 수밖에 없다는 거다.
‘지금처럼 내부에 분열이 일어난 상황에서 제삼자인 내가 끼어든다면 파국으로 치닫겠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기 싫다면 가만히 시키는 일을 따르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이대로 송치현을 믿고 따라도 되냐는 건데…….’
만일 송치현이 양백두와의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곽민철은 반역을 저지른 송치현의 흔적을 모두 지우려고 할 것이다.
‘직속 부하인 나조차도 말이지.’
보스가 배신자라는 게 밝혀지면 부하인 최성민도 벌을 피할 수 없다.
‘아마도 송치현의 직속 부하들은 모조리 처형당하겠지.’
결국엔 줄을 잘못 탔다는 이유로 죽는 거다.
따라서 송치현이 지면 모든 게 끝장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예린이와 가족들까지도.’
이런 상황에서 베스트는 무엇보다 송치현이 이기는 것이겠지만 다른 선택지도 있다.
‘송치현을 배신하고 양백두 라인으로 갈아탈 수도 있지.’
작전을 수행하는 날, 양조영에게 진실을 알려줘서 사건을 막고 오히려 주군인 송치현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면?
‘그러면 확실히 양백두 가족의 호감을 살 수 있겠지.’
양백두를 지켜준다면 덤으로 곽민철의 호감도 얻을 수 있을 터.
곽민철과 가까이한다면 훗날 배신하기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둘 중 하나야. 송치현 라인을 타느냐, 양백두 라인을 타느냐.’
송치현과 양백두.
둘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투력만 놓고 보면 60만 대 55만으로 송치현이 우세해.’
생각을 읽는 특성까지 갖고 있으니 대인전에서만큼은 송치현이 유리하다.
애당초 다른 영웅들과 나란히 어깨를 견줄 만한 실력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특성도 대영웅끼리는 통하지 않지.’
특성에 대해 알고 있으면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대영웅 사이에서 송치현은 늘 말단 취급을 받았다.
‘만약 곽민철이 양백두에게도 특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면?’
전투력이 낮더라도 오히려 양백두가 더 우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특성이 무용지물 된 송치현은 그저 전투력만 높은 A급 헌터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고민된다, 고민돼.’
그렇게 집에 갈 때까지 최성민의 고민은 계속됐다.
* * *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났을 무렵.
아직도 어떤 동아줄을 잡아야 살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아침부터 송치현의 전화가 왔다.
-때가 됐다.
누구 라인을 탈지 결정할 때가 찾아온 것이다.
-오늘 저녁 6시에, 전에 말했던 계획을 실행할 것이다. 준비는 되었느냐?
“물론입니다.”
거침없이 대답했지만 실은 누구의 손을 잡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좋아. 단단히 각오한 목소리를 들으니 믿음직하군. 그럼 계획을 공유해주지. 너도 알고 있는 게 좋으니.
송치현의 계획은 간단했다.
양백두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오늘 저녁 6시에 가족들과 식사하려고 예약해뒀다고 한다.
송치현은 그 레스토랑을 미리 다른 사람 명의로 인수해서 덫을 깔아놓은 상태고.
-레스토랑은 놈을 위한 함정이다. 오늘만큼은 부하들도 레스토랑 직원처럼 위장시켰지. 양백두 그놈과 가족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지.
“그럼 저는 어떻게 할까요?”
-그 시각에 너는 양조영을 만나 시간을 끌고 있어라. 내가 양백두를 처리하기 전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처리가 끝나는 대로 문자를 보내주지.
“문자가 왔을 때 양조영을 죽이면 됩니까?”
-그래. 하지만 그 전에 양조영이 눈치를 채거나 이상행동을 할 때는 일찍이 죽이는 걸 허락하마.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이 되기 전까지 평소대로 행동하도록. 알리바이는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예. 무운을 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최성민이 시간을 봤다.
‘작전까지 남은 시간은 8시간.’
평소처럼 협회에서 업무를 본 뒤 퇴근해도 시간이 남는다.
‘그때까지 정해야 한다. 누구의 줄을 탈지.’
최성민의 눈빛이 한없이 진지해졌다.
줄을 잘 타야 앞으로의 흥망도 결정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