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2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24화(32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52화
52. 작전 개시
퇴근 후 최성민은 핸드폰 대리점부터 들렸다.
혹시 모르니 핸드폰을 하나 더 마련해둘 필요가 있었다.
이후로 카페에 들어간 그가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웠다.
‘시간이 됐다.’
작전 시간이 다가오자 최성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전에 송치현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성민 : 슬슬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송치현 : 오케이.]누구의 편에 설지는 결정한 터라 고민은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딘가로 향하던 최성민이 걸음을 멈췄다.
마주한 건물에는 팀 크러쉬라는 간판이 보였다.
‘일단은 계획대로 양조영부터 만나봐야지.’
양조영을 만나려면 협회로 가는 게 더 빠르겠지만 일부러 여기로 왔다.
최성민의 역할은 양조영을 협회 밖으로 유인하는 거였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문 앞을 지나가던 도은정이 걸음을 멈추고 놀란 토끼 눈으로 바라봤다.
“서, 성민 후배?”
“오랜만이네요, 선배님.”
사실 팀에서 퇴출당한 이상 선후배라 부를 필요는 없었지만, 장단에 맞춰줬다.
일부러 반가운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하지만 도은정은 장단에 맞춰줄 기분이 아닌지 정색하는 얼굴로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이제 후배가 아니지. 성민 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말투가 딱딱한 걸 보니 서운한 부분이 있나 보다.
‘아마 여태껏 문자를 씹어서 그런 거겠지.’
그뿐만이 아니라 말없이 팀을 나온 것도 한몫했을 거다.
‘자진해서 나왔다기보단 퇴출당한 거지만.’
그때 도은정의 뒤에서 한 사람이 걸어왔다.
엄정식이었다.
“어? 신입?”
“안녕하십니까, 엄 선배님.”
“뭐야? 누가 왔어?”
심성진과 팀장 방태만까지 소리를 듣고서 다가왔다.
‘전원 사무실에 있었군.’
되도록 다른 사람은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최소 인원만 있기를 바랐건만.
‘바람은 바람일 뿐이라는 건가?’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눈이 마주치자 최성민이 꾸벅 인사했다.
“심 선배님, 방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이게 누구야? 의리 따윈 저버리고 대영웅님 직속 부하가 된 최성민 아니야?”
팀장의 말에서 가시가 느껴지자 최성민이 멋쩍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방 팀장님. 저로선 달리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미안할 거 없어. 우리가 그런 상황이었어도 대영웅님 밑으로 갔을 테니까.”
“맞아. 솔직히 말해 대장님이 대영웅님과 비빌 만한 수준은 아니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팀원들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떠나기 전에 인사쯤은 해도 좋았잖아?”
“그래, 작별 인사라도 했으면 축하라도 해줬을 텐데 말이야.”
아무리 퇴출당했다고 해도 작별 인사 한마디 안 한 것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서로 인사할 정도로 친해졌다는 생각은 안 했건만…….’
팀원들에게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같이 사냥한 한 달 동안 정이 들었다, 이건가?’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고 말없이 관계를 끊어버렸더니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말없이 떠난 건 죄송합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바로 다음 날 출근이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나가게 돼서 면목이 없기도 했고요.”
“그래도 시간 내서 사무실에 한 번 들렀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일언반구도 없이 가버려서 우리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
“난 아니야. 네가 없어서 얼마나 편하고 좋았는데.”
엄정식이 빈정댔지만, 최성민은 조금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
도은정을 좋아하는 녀석이 자신을 견제하는 거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으니.
“죄송합니다, 다들.”
하지만 계획을 위해 최성민은 일부러 반성하는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람 속이는 일쯤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크흠,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는데…….”
“그냥 서운한 마음에 그런 거니까 고개 들어.”
“그래,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는 아니지.”
최성민의 진지한 사과에 팀원들의 기분도 어느 정도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도은정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
“성민 씨. 왜 제 문자 무시했어요? 전화 걸어도 받질 않고.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어? 문자 보내셨어요? 전화도?”
최성민이 모른 척하자 도은정의 눈썹이 꿈틀댔다.
“몰랐어요?”
“네……. 그때 이후로 핸드폰을 바꿨거든요. 대영웅님이 새로 만드는 게 좋겠다고 해서…….”
“…….”
번호를 바꿨다는 변명은 간단하면서도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얼음장 같던 도은정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나왔으니까.
“아니, 그럼 번호 바뀌었다고 먼저 연락 좀 하지 그랬어요.”
“죄송해요. 은정 선배. 핸드폰 바꿀 때 깜빡하고 연락처를 옮기지 못했거든요.”
“그럼 지금 제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죠.”
“번호 알려줄 테니 빨리 저장해놔요! 그보다 성민 후배 번호 좀 알려줘요. 새로 저장하게!”
계속해서 연락을 이어갈 생각인지 도은정이 눈에 불을 켜며 번호를 교환하려 했다.
‘집요하네, 정말.’
최성민이 이럴 때를 대비해 마련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알려줬다.
‘핸드폰이 두 개가 아니었으면 곤란할 뻔했어.’
엄정식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번호를 교환한 사이, 방 팀장이 물었다.
“성민이는 그럼 협회로 출근하는 거야?”
“예.”
“부럽네. 무려 대영웅님 눈에 띄다니. 그런데 갑자기 사무실엔 왜 찾아온 거야? 이제 와서 못 했던 인사를 하러 들른 건 아닐 테고.”
다들 이유가 궁금한지 말없이 최성민을 주목했다.
“그게…… 양조영 헌터님을 만나 뵙고 싶어서요.”
“대장님?”
“대장님은 여기 없는데 왜? 무슨 얘길 하려고?”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습니다. 양조영 헌터님과 단둘이 해야 할 얘기라서요.”
그 말에 엄정식이 피식 웃었다.
“야, 우리 대장님이 너처럼 한가한 분인 줄 알아? 퇴출한 D급 헌터를 뭐하러 만나주겠냐?”
D급이라고 비웃었지만 최성민은 이미 B급.
아무래도 양조영과 같은 급이 됐을 거라곤 생각지 못하는 모양이다.
“양조영 님은 만나주실 거예요.”
“무슨 근거로?”
최성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팀 크러쉬에 다시 들어갈 생각이거든요.”
* * *
최성민이 팀 크러쉬에 찾아오기 1시간 전.
양조영은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둘째 형 양조위였다.
“형, 왔어?”
“잘 지냈냐? 조영아?”
“그럼, 잘 지냈지.”
친근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두 사람이 커피를 시킨 뒤 자리에 앉았다.
“형이랑 이렇게 둘이서 커피 마시는 거 참 오랜만이다. 한 1년 됐나?”
“그렇게 오래됐냐?”
“그치. 연락은 자주 했지만, 얼굴 보는 건 그 정도 됐지.”
양조영은 사생아였고 둘은 배다른 형제였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요즘 뭐 하고 지내?”
“나야 훈련소 총괄하면서 협회에 들락날락하고 있지.”
“예전에는 일하기 지겹다고 사냥하고 싶다더니 던전 개방됐는데도 마찬가지구나?”
“에휴, 내 신세가 이래요. 사냥해서 성장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를 안 줘.”
양조영이 긴 한숨을 쉬었지만, 일반인인 양조위의 눈엔 배부른 소리처럼 들렸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더 성장하려는 거냐? B급도 괜찮은 편이잖아?”
“형은 지금의 내가 괜찮아 보여?”
양조영이 돌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평생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오다가 어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실 때 겨우 알게 됐어. 그러다 운 좋게 헌터로 각성하고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은 어때?”
“…….”
“B급 헌터가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생아라는 꼬리표가 날 괴롭히고 있어. 아버지는 날 무슨 쓰레기 보듯 피하질 않나, 얼마 전엔 대영웅이 날 사생아라고 비웃질 않나.”
“대영웅? 누구?”
“당연히 송치현밖에 더 있어?”
그때의 굴욕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는 듯 양조영이 분을 참지 못했다.
“이제 협회 내에선 내가 비서실장 사생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 겉으론 말 안 해도 아마 속으론 엄청나게 비웃고 있을걸?”
“아니야. 그렇지 않을…….”
“형이 뭘 알아? 지금도 아버지 밑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는 형이 10년 넘게 놀림당하며 살아온 내 심정을 아냐고.”
“…….”
틀린 말이 없었기에 양조위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다 뭐 때문인 줄 알아? 내가 힘이 없기 때문이야.”
“야, B급 정도면 꽤 강한 편이잖아. 너 밑에 깔린 헌터가 몇만 명인데…….”
“그거론 안 돼. 아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의 힘을 갖춰야 해. 사생아라는 말이 쏙 들어갈 정도의 힘을.”
양조영은 지금의 위치에 안주할 생각이 없었다.
남을 짓밟아서라도 보다 높은 곳에 오르기를 갈망했다.
“형은 알지? 내가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거.”
“그래, 전에 말했었지.”
“분명 지금보다 더 강해지면 아버지께서도 날 인정해 주실 거야.”
“하지만 일에 치여서 사냥할 시간이 없다며?”
“그렇지. 그래서 내가 작은 사업을 하나 하는 게 있어.”
“사업?”
“전에 말한 적 있을 거야. 키우고 있는 팀이 있다고.”
“어, 그래. 이름이 팀 크러쉬였나?”
“맞아. 내가 그 팀을 왜 만든 줄 알아?”
“안정적으로 돈 벌려고 만든 거 아니야? 걔네들이 버는 몫에서 너도 좀 떼간다며?”
“아니.”
양조영이 고개를 젓더니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 팀을 B급까지 키워서 협회장님께 바칠 거야.”
“곽민철 대영웅님께?”
“어. 듣기로 협회장님은 실력 있는 B급 헌터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더라고.”
“그래서 네가 만든 팀을 뇌물로 바치겠다? 제단에 공양하는 것처럼?”
“응. 텃밭을 가꾸듯 B급이 될 때까지 정성 들여 키우는 거지. 오직 협회장님을 위해.”
“…….”
“그러면 정성이 갸륵해서라도 나를 더 신경 써주지 않겠어? 예를 들면 사냥해서 성장할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던가, 아니면 나를 직속 부하로 받아준다던가 말이야.”
“협회장님에게 잘 보이려는 건 이해가 가는데…… 이거 팀 크러쉬 애들하고도 합의된 사항이야?”
양조영이 고개를 젓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걔네 의사 따위야 중요치 않잖아?”
“그래도 나중에 자기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어야…….”
“알면? 좋다고 우리 팀에 계속 남아 있겠어?”
“당연히 남아 있겠지. 협회장님 밑으로 들어가면 더 좋은 거 아니야?”
양조영이 킥킥 웃음을 흘렸다.
“내가 언제 밑으로 들어간다고 했지? 그냥 협회장님한테 헌터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고 했을 뿐인데?”
“그게 그거 아니야? 아니면 설마……?”
“흐흐. 역시 형은 협회장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뭔가 구린 냄새가 났지만, 일반인인 양조위로선 협회장의 취미 따위를 알 턱이 없었다.
“그럼 알려줘 봐. 협회장님이 B급 헌터들을 모으는 이유가 뭔데?”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아는 거라곤 협회장님에게 팔려 가면 좋지 않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것뿐.”
“그걸 알면서도 팔아넘기겠다고?”
“걔네 따위야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잖아?”
양조영의 냉정한 말투에 양조위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럴 때 보면 아버지랑 똑 닮았다니까.”
“자식이니까 당연하지.”
“조건이 형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
첫째 형 양조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양조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둘째인 양조위와 달리 양조영을 죽도록 싫어했으니까.
“조건이 형은 아직도 나 미워해?”
“여전하지. 최근에 연락한 적 없지?”
“연락은 무슨. 말 한마디 안 해 본 지 5년이 넘었다.”
“내가 중간에 화해시켜보려고 해도 소용없더라. 무슨 이유인지 말도 안 하고.”
“…….”
양조영도 첫째 형이 자신을 왜 그리 싫어하는지 몰랐다.
‘나는 형제들이랑 되도록 잘 지내고 싶은데…….’
그저 사생아라서 싫어하는 게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조영이 너도 큰형이랑 화해하고 싶지?”
“당연하지. 내 마음은 항상 형들한테 열려 있다고.”
“그럼 오늘 가족끼리 식사하기로 했는데 너도 오지 않을래?”
둘째 형의 제안에 양조영이 눈동자를 키웠다가 다시 가늘게 만들었다.
“쳇, 또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약속 잡았구만?”
자신도 엄연히 가족이었지만 처우는 부외자나 다름없었다.
물론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닌지라 새삼스레 상처받을 것도 없었지만.
“됐어, 형들끼리 가. 아버지가 형들만 불렀잖아. 내가 말도 없이 끼어서 방해할 순 없지.”
“그래도 계속 얼굴 좀 비추고 하다 보면 아버지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아니야. 아버지 마음을 열려면 내가 더 높은 위치에 오르는 수밖에 없어.”
“에휴…….”
오직 권력만을 바라보는 양조영을 보니 형인 양조위로선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양조위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응? 아버지 호출이네?”
“아버지가 불렀어?”
“응. 갑자기 협회로 오라네?”
양조영은 형과 달리 잠잠한 자신의 핸드폰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문자가 안 온 걸 보면 난 안 부른 거겠지?”
“그, 그렇겠지.”
왠지 모르게 미안한 표정으로 양조위가 일어섰다.
“아버지 호출 때문에 먼저 가볼게.”
“알았어. 다음에 봐, 형.”
형을 보내고 서운한 표정으로 축 늘어져 있는 그때.
드으은- 드으은-
양조영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설마?’
반색하며 전화를 들었지만, 발신인을 보자마자 기운이 쭉 빠졌다.
팀 크러쉬 팀장 방태만의 전화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야.”
-저기, 대장님. 지금 대장님을 뵙고 싶다고 찾아온 사람이 있는데요…….
“누군데?”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양조영은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성민이?”
팀에서 방출시켰던 녀석이 제 발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팀에 다시 가입하고 싶다는 이유로.
“알았어. 지금 갈 테니까 거기 꼼짝 말고 있으라 해.”
양조영이 흔쾌히 최성민의 대면을 허락했다.
‘X발, 낯짝도 두꺼운 새끼. 넌 뒈졌다.’
안 그래도 꿀꿀한데 화풀이할 상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