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2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25화(32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53화
53. 덫
아버지의 부름에 둘째인 양조위가 비서실장실을 찾았다.
“부르셨…… 어? 형도 있었네?”
안에는 아버지인 양백두뿐만 아니라 첫째 형인 양조건도 있었다.
“늦지 않게 왔구나.”
“동생 왔으니까 이제 말해보세요, 아버지. 저녁에 만나기로 해놓고 갑자기 왜 부르신 거예요?”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
아들들이 소파에 앉아 경청할 준비를 마치자 양백두가 입을 열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설마 사업에 문제가 생긴 건…….”
“사업?”
“조용히 해라. 그런 거 아니다.”
양백두가 양조위의 눈치를 보며 첫째 아들의 말을 잘랐다.
“사업이라니, 그게 무슨…….”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너희가 위험에 노출됐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예? 저희가요?”
양백두는 말없이 손가락을 까닥여 구석에서 대기 중인 부하들을 불러들였다.
“협회장님께서 내어주신 B급 헌터들이다. 오늘부터 옆에 붙이고 다니거라. 너희를 보호해 줄 거다.”
“B급 헌터라니…….”
일반인이 B급 헌터의 보호를 받는다?
탱크가 따라다니는 것만큼이나 부담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이러세요?”
“저희가 왜 헌터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거죠? 그것도 B급이나 되는 헌터의?”
양백두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얼마 전에 송치현 대영웅님과 말다툼이 있었다. 내가 좀 흥분해서 그런지 주제넘은 발언을 하고 말았지. 그래서 아마 나한테 화가 많이 나 있을 거야.”
한숨을 쉬던 양백두가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우연히 대영웅님을 마주쳤지. 그런데 날 보더니 갑자기 웃더군. 거의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였지.”
“그게 어쨌다는…….”
“송치현 대영웅님은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웃음을 보인 적이 없다.”
“…….”
“그런 그가 웃었다는 건 필시 뭔가 꾸미는 게 있다는 거야.”
“설마 저희한테 헌터들을 붙여주시는 이유가…….”
“그래.”
양백두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나를 해하려고 할 수도 있어. 그러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너희를 인질로 잡는 방법이고.”
“에이, 설마요. 대영웅님이 그런 치졸한 짓을…….”
양조위가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지만 첫째인 양조건은 그럴 수도 있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밝게 빛날수록 이면에 있는 그림자는 더 짙어지는 법이죠. 아버지처럼 말이에요.”
“형,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조건아.”
피식 웃던 양조건이 한심한 얼굴로 동생을 쳐다봤다.
“넌 아직도 협회가 얼마나 시궁창인지 잘 모르는구나?”
“조건아! 여기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아버지도 간부니까 아시잖아요. 불법적인 사업도 도맡아 하시는 분이.”
“너 이 녀석!”
양백두가 노하여 크게 나무랐지만 이미 둘째의 귀에 들어간 뒤였다.
“아버지가…… 불법적인 사업을? 정말이에요?”
“자세한 내용을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랄걸?”
“양조건! 그 입 꿰매버리기 전에 닥치지 못하겠느냐!”
“왜요, 아버지. 동생도 이제 알 때가 됐잖아요. 언제까지 숨기려고 그래요. 착한 아버지 놀이는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아요?”
“형, 그 불법 사업이란 게 대체 뭔데?”
“사업에 대해 말하기만 해봐라! 그날로 호적에서 네놈 이름을 파버릴 테니!”
한쪽은 자신이 말하기를 바라고, 한쪽은 덮어두기를 바라니 양조건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흐흐, 알았어요. 알았어. 그때 맹세했잖아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겠다고.”
“후우.”
양백두가 안심했지만, 양조건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더 이상 양조영, 그 사생아 새끼는 챙겨주지 않겠다고 약속하세요. 그럼 동생한테 사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할게요.”
난데없이 양조영 얘기가 나오자 듣고 있던 양조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형,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조영이를 챙겨주긴 뭘 챙겨줘.”
사생아라고 무시하면 무시했지 챙겨준 걸 본 적이 없어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양조건은 그런 동생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넌 진짜 아는 게 뭐냐? 아버지가 정말로 양조영을 사생아라고 배척하는 거라 생각해?”
“그럼 아니야?”
“양조영이 협회에 어떻게 들어왔겠냐? 단순히 등급이 높아서? 아니야. 다 아버지가 그놈 챙겨준다고 자리 만들어준 거라고.”
처음 듣는 얘기에 양조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정말이에요, 아버지?”
“…….”
입을 다문 아버지의 모습에 양조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침묵은 곧 긍정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양조영이 만든 팀이 비율을 더 받는 것도, 협회 내에서 인지도가 오른 것도, 전부 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한 거라고. 맏아들인 나는 쥐뿔도 신경 써주지 않으면서!”
실은 호의호식할 수 있도록 양백두가 용돈을 보내주고 있었지만 양조건은 그런 건 도움으로 생각지 않았다.
당연한 거라 생각했지.
“가게 차리게 돈 좀 달라고 할 때는 매정하게 거절하시던 분이, 사생아 녀석은 왜 그렇게 도와주시는데요? 그놈은 도와달란 말도 안 했는데!”
“…….”
“역시 헌터라서 예뻐하시는 거죠? 아버지 자식 중에 헌터는 그놈뿐이니까! 아버지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그 녀석뿐이니까!”
“아니다, 난…….”
변명하려던 양백두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할 말 있던 거 아니셨어요?”
“…….”
“예예, 할 말 없겠죠. 제가 정곡을 찔렀겠죠. 하긴 비 헌터인 우리가 헌터에 비할 바가 되겠어요? 아무리 사생아라 해도 자식은 자식이니 말이에요.”
“조건아…….”
“이렇게 막 퍼주다가 사업까지 물려주시겠어요?”
“사업 얘긴 더 이상 하지 말거라!”
그때였다.
“아버지.”
언쟁을 지켜보던 둘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형 말이 전부 사실이에요?”
“…….”
“양조영을 위해 알게 모르게 힘썼다는 게 사실이냐고요.”
“……부인하진 않으마.”
양조위는 화가 났다.
평생을 아버지가 미워한다는 착각 속에서 살던 양조영이 떠올라서이다.
“대체 왜 그러셨어요? 그렇게 챙겨주셨으면서 왜 조영이 앞에선 그토록 차갑게 구신 거예요?”
“원래 아픈 손가락은 일부러 쳐다보지 않는 법이다. 쳐다보면 마음만 아플 테니까…….”
솔직한 양백두의 말에 양조위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씁쓸한 표정이 말문을 막히게 했으니까.
“할 말 다했으면 이제 그만 가보거라. 나도 이제 업무를 봐야 하는 참이니.”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요?”
“양조영은 이제 챙겨주지 않으마. 그러니 너도 입 열지 말아라.”
“그러죠, 뭐.”
씨익 웃어 보인 양조건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
양조위는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아버지를 지그시 쳐다봤다.
“가거라. 약속대로 식당에서 보자꾸나.”
“예…… 그럼.”
양조위까지 나가자 그 뒤로 헌터들이 따라붙었다.
양조건은 자신의 뒤에도 붙는 헌터들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따라오지 마세요. 호위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비서실장님의 명령에 복종하라는 협회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서실장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지키라고 하셨고요.”
“걸리적거리지 않게 어느 정도 떨어져 있을 테니 투명 인간이라 생각하시고 며칠만 참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협회장 지시라며 못 박자 양조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쳇, 알아서 하세요. 그럼.”
양조건이 뒤돌아 가려는 그때.
“형, 잠깐만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양조위가 발길을 붙잡았다.
“무슨 얘길 하려고.”
“형, 좀 전에 아버지한테 너무 심했어.”
“심하긴 무슨. 내가 뭐 못 할 말 했어?”
“응. 했어. 아무리 쌓인 게 있어도 아버지한테 그러면 안 되지.”
“아, 그래서 뭐. 지금이라도 가서 사과하라고?”
“지금 가봤자 좋은 말 안 나올 거 아니까 사과하란 말은 안 할게. 대신 저녁 식사 때는 사과해.”
“어쨌거나 사과하라는 거잖아, X발.”
“형은 형이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해? 아버지가 형을 위해 해준 게 정말 없다고 생각해?”
“하…….”
예전부터 아버지와 싸우면 중재 역할을 도맡았던 동생이다.
그런 동생의 성격을 잘 알기에 양조건은 일찍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쳇, 알았어. 사과하면 되잖아.”
“잘 생각했어, 형. 식당에서 사과하면 다들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을 거야.”
“건방지게 형한테 충고는…….”
“아, 근데 형은 어떻게 안 거야? 아버지가 사업한다는 걸?”
“우연히 미행하다가 알게 됐는데, 왜? 뭔지 궁금해?”
양조위가 눈동자를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계속 궁금해해. 안 알려줄 테니까.”
“아, 형! 나한텐 말할 수 있잖아. 아니면 힌트라도…….”
“몰라. 말하기 싫어. 약속하기도 했고.”
아버지의 약점이나 다름없었기에 양조건은 쉽게 밝힐 생각이 없었다.
“그나저나 너, 양조영 그 새끼랑 아직도 연락하고 있지?”
“어? 으응.”
차마 조금 전에 만나고 왔다고는 말 못 하는 양조위였다.
“둘이 친하게 지내든 말든 상관은 없는데 우리 집안 정보까지 공유하진 마라. 스파이 짓 하지 말라고.”
“스, 스파이라니. 내가 뭘 공유했다고…….”
“그건 모르지만 하여간 조심해. 그런 짓 하다 걸리면 가만 안 있을 테니까.”
“안 그런다니까.”
“쳇, 그런 사생아 새끼가 뭐가 좋다고 친하게 지내는지 원. 아버지가 저리도 챙겨주는데 질투 나지도 않냐? 쯧!”
툴툴거리던 양조건이 사라지자 양조위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분위기 좀 괜찮으면 저녁에 부를까 했는데 안 되겠네…….’
여전히 양조영을 싫어하는 형의 모습에 양조위가 들었던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 * *
레스토랑 앞에 도착한 양조위가 시간을 확인했다.
‘6시 되기 10분 전이네.’
다행히 약속에 늦지 않았다.
‘근데 어째 주변이 휑하네.’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이 시간에 사람이 없을 리가 없었다.
‘오늘은 장사가 안되나? 별일도 다 있네.’
레스토랑에 발을 들이자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깍듯이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예. 6시 예약인데…….”
“그렇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매니저를 따라 홀을 지나쳐 룸 앞에 도착했다.
신발이 있는 걸 보니 누가 먼저 온 모양이다.
드르륵-
“형?”
“왔냐?”
항상 지각하던 첫째 형이 웬일로 먼저 와 있었다.
양조위가 외투를 벗고 앉으며 놀랍다는 듯 물었다.
“뭐 이렇게 일찍 왔어?”
“그냥 할 거 없어서 왔다.”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양조위는 형의 진위를 꿰뚫어 봤다.
“혹시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까 봐 일찍 온 거구나? 아버지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아,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얼굴에 다 나와 있는데. 큭큭.”
의외로 수줍어하는 형의 모습에 양조위가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형도 생각해보니 미안했나 보네.’
화해할 생각이 있다는 건 좋은 징조다.
‘어쩌면 조영이랑도 화해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양조위는 두 사람의 화해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중에 식사 끝나면 조영이 불러서 자리 좀 만들어봐야겠다. 아버지에 대한 진심도 말해줘야 하니…….’
아버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일까?
‘아마 엄청나게 기뻐하겠지.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 했으니.’
벌써부터 양조영이 보일 반응이 기대됐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미닫이문이 열리며 종업원이 말했다.
“손님, 일행은 전부 오신 겁니까?”
“아, 아직 한 명 더 올 거예요.”
“그럼 주문은 나중에 받으시겠습니까?”
“예, 이따가 일행 오면 시킬게요.”
종업원이 문을 닫고 사라지자 양조위가 형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형, 여기 뭔가 이상하지 않아?”
“갑자기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이 시간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장사가 안되는 날인가 보지.”
“게다가 매니저랑 종업원들도 전부 처음 보는 얼굴인 데다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어.”
“종업원 얼굴까지 기억하냐? 대단하네.”
“자주 와 봤으니까 그러지. 형도 매니저 얼굴은 알 거 아니야?”
“매니저가 바뀔 수도 있고 그런 거지 뭐 그런 쓸데없는 걸 신경 쓰고 있냐?”
“하…… 아무래도 이상한데…….”
알 수 없는 위화감에 턱을 괴고 상념에 빠지던 양조위가 순간 고개를 쳐들었다.
“형!”
“아, 깜짝이야. 왜?”
“우리 호위하던 헌터들…… 다 어디로 갔지?”
“응? 그러고 보니…….”
뒤늦게 헌터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양조건이지만.
“어디서 지켜보고 있겠지. 멀찍이 떨어져 있겠다고 했잖아.”
동생과 달리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형, 진짜 이상해. 일단 아버지한테 연락해 봐야겠어.”
“야, 뭘 그렇게까지…….”
양조위가 전화를 걸려던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람이 순식간에 핸드폰을 뺏어버렸다.
“작전을 망치면 안 되지.”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본 형제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 대영웅님?”
여기서 송치현이 등장할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