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2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27화(32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55화
55. 설득
최성민이 팀 크러쉬에 찾아온 지 30분쯤 지났을 무렵.
벌컥-
사무실 문이 열리며 양조영이 들어왔다.
“아, 대장님 오셨어요?”
“최성민 어딨어.”
방 팀장이 손가락을 가리키자 양조영이 성큼성큼 걸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최성민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양조영 헌터님.”
“나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좋아. 그렇게 해주지. 다들 나가 있어라!”
양조영의 명령에 팀원들이 하나둘 사무실을 나갔다.
사무실 안에 오롯이 둘만 남게 되자 양조영이 조소를 머금었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찾아온 거지?”
“팀에 다시 가입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러니까 제 발로 걷어찬 팀을 왜 다시 들어오려고 하냔 말이야.”
“그야 양조영 헌터님의 팀이 그리워서가 아니겠습니까?”
“개소리하고 있네!”
양조영이 버럭 화를 냈다.
“대영웅의 직속 부하로 호의호식하는 놈이 이제 와서 뭐? 대영웅을 버리고 내 팀에 들어오겠다고? X발, 누가 봐도 개소리지.”
“다른 팀원들도 궁금해하길래 말해줬더니 같은 반응을 보이더군요.”
“당연하지, 이 뻔뻔한 새끼야. 넌 네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냐?”
양조영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기껏 만나줬더니 한다는 소리가 되지도 않는 헛소리라니.
뻔뻔하게 나오니 더 열받았다.
“네가 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 아주 X 같았어.”
“…….”
“근데 막상 널 마주하니까 은근히 기분이 좋더라? 왜 그런 줄 알아?”
양조영이 갑자기 장비를 착용했다.
“의리 저버리고 나간 개새끼가 제 발로 찾아왔거든. 두들겨 팰 기회가 온 거지.”
“지금 저를 때리시겠다는 겁니까?”
“왜? 저항이라도 하게? D급 주제에 날 상대할 수 있겠어?”
양조영은 최성민을 아직도 D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전투력 갱신이 되지 않았으니 그도 당연했다.
“전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대화하러 온 거지.”
“너랑 할 얘기 없어, 새끼야. 네가 할 수 있는 건 나한테 처맞는 것뿐이야.”
“대영웅의 직속 부하를 때려서 좋을 건 없을 텐데요?”
대영웅을 걸고넘어지자 양조영의 눈썹이 꿈틀댔다.
흥분한 탓에 최성민이 누구의 비호를 받고 있는지 잊고 있었다.
‘바보같이 그걸 까먹고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자책한 양조영이 어쩔 수 없이 장비를 해제했다.
확실히 최성민을 때려서 좋을 건 없다.
자신에게도, 아버지인 양백두에게도.
“운 좋은 새끼. 썩 꺼져.”
최성민은 말없이 벽시계를 쳐다봤다.
작전 시간인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았습니다.”
“난 할 말 없으니까 꺼지라고.”
“헌터님 아버지 관련된 일입니다.”
순간 양조영이 부릅뜬 눈으로 최성민을 노려봤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양조영 헌터님 아버지가 양백두 비서실장님 맞으시지요? 그리고 슬하에 양조건, 양조위라는 자제분들이 계시고요.”
양조영의 가족 사항은 협회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아는 사실.
새삼스레 숨길 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지금 헌터님의 아버지가 위험합니다.”
순간 양조영은 웃음이 나오려던 걸 억지로 참았다.
“야. A급 헌터인 우리 아버지가 위험하다고? 퍽이나…….”
최성민이 갑자기 핸드폰의 문자 내용을 보여줬다.
[최성민 : 슬슬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송치현 : 오케이.]송치현과의 대화를 본 양조영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데?”
“6시에 양조영 님 가족들이 레스토랑에서 저녁 약속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
양조영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대영웅님으로부터 명령을 받았습니다. 대영웅님이 비서실장의 자식들을 인질로 잡는 동안 저보고 양조영 헌터를 붙잡고 시간을 끌라고요. 문자에서 말한 작업은 이걸 말한 겁니다.”
“뭐?”
양조영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최성민을 쳐다봤다.
농담이라고 볼 수 없는 진지한 눈빛에 양조영은 말문이 막혔다.
“대영웅님은 며칠 전부터 비서실장님을 죽일 계획을 짰습니다. 가족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미리 인수하여 함정에 걸리기를 기다렸죠. 아마 지금쯤 식당에 간 형제들은 인질로 잡히고 대영웅님은 비서실장님을 협박하고 있을 겁니다.”
“…….”
장난이라기엔 구체적인 데다 눈빛이 진지했다.
무엇보다 둘은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었다.
츠으으읏-
어느새 해머를 소환한 양조영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콰아앙-!
그리곤 불같이 노한 얼굴로 최성민을 노려봤다.
“장난이면 재미없을 줄 알아. 이 자리에서 네놈의 머리통을 부숴버릴 테니까.”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이냐?”
“제가 감히 양조영 헌터님 앞에서 장난을 칠 리 있겠습니까? 목숨이 여러 개도 아닌데.”
“음…….”
양조영은 납득했다.
‘하긴 죽고 싶은 게 아닌 이상 D급 주제에 나한테 농을 던질 리가 없겠지.’
일단 최성민의 말을 믿기로 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문제였다.
형제들이 납치당했다고 했으니.
“네 말에 거짓이 없다는 건 알겠지만 좀처럼 믿기 힘든 이야기군. 질 떨어지는 음모론을 듣는 기분이야.”
“제가 말한 건 모두 사실입니다. 정 의심되시면 가족들에게 연락해 보십시오. 아마 전화 받을 상황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최성민이 먼저 전화해보라고 나오니 양조영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전화는 됐고, 이유가 뭐지? 대영웅이 우리 아버지를 죽이려는 이유 말이야.”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개인적인 원한으로 복수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그걸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묵인했고?”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최성민도 공범이긴 마찬가지.
양조영은 당장에라도 면상을 날리고 싶었지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니 봐주기로 했다.
“이제 와서 나한테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유는?”
“회의감이 들어서랄까요?”
최성민이 본격적으로 연기 모드에 들어갔다.
“그동안 저는 대영웅님 밑에서 시키는 일은 전부 수행했습니다. 불법적인 일도 마다치 않았죠. 제가 생각하던 영웅적인 면모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불만 없이 일해왔습니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합리화하면서요. 하지만…….”
최성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눈빛에서 대영웅에 대한 경멸과 모멸감이 새어 나왔다.
“일반인까지 끌어들여서 죽이려는 모습에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살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선을 넘었어요. 그것도 저와 인연이 있는 양조영 헌터님의 가족들이 타깃이라니…….”
최성민의 연기가 그럴싸했는지 양조영도 침묵한 채로 경청했다.
“임무까지 하달받고 나니 더는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이대로 죄 없는 일반인이 피해를 보도록 놔둘지, 아니면 명령에 불복하여 상황을 바꿔버릴지.”
최성민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양조영도 잘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를 선택했군.”
“그렇습니다. 저는 대영웅님 라인을 유지할지 양조영 헌터님 라인으로 갈아탈지 결정해야 했고, 고민 끝에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로 하고 이렇게 모든 계획을 알려드리고 있는 겁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말입니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 약속한 6시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직속 부하 입장에서 대영웅님을 배신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결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하긴…… 상대가 대영웅이니 그럴 만도 하지.’
양조영은 어느새 최성민의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최성민의 실감 나는 연기와 구체적인 이유가 설득력을 발휘한 탓이다.
“네 말대로라면 지금쯤 형제들은 식당에 인질로 잡혀 있고 아버지는 위급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앞장서라. 네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볼 테니.”
양조영이 최성민의 뒷덜미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만약 네가 말한 상황이 아니라거나 함정이 준비된 날에는…….”
꾸우욱-
“으윽!”
손아귀에 힘을 주자 최성민이 고통스러워했다.
“바로 목을 분질러버릴 테니 그리 알아라.”
“아, 알겠습니다.”
“대신, 네 주장과 일치하는 상황이고 아버지를 구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면…….”
손아귀 힘을 푼 양조영이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대영웅을 배신한 게 후회되지 않도록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내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양조영 헌터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최성민이 충성을 다하겠다는 듯 고개를 깊게 숙였다.
“됐고, 시간이 없다. 얼른 앞장서라.”
“예.”
두 사람이 급한 기색으로 사무실을 나오자 대기 중이던 팀원들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봤다.
“대장님, 어디 가십니까?”
“그럴 일이 있다. 너희도 볼 일 없으면 그만 퇴근해라.”
팀원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최성민과 양조영이 식당으로 향했다.
* * *
운전대를 잡은 양조영은 레스토랑까지 가는 동안 초조했다.
가족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었기에.
어디까지나 최성민의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였지만.
‘아버지, 조건이 형, 조위 형. 모두 무사하셔야 합니다. 제발…….’
식당 앞에 도착하자 양조영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6시 30분이야. 늦지 않아야 할 텐데…….’
하지만 변수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을 잡기 위한 최성민의 함정이라는 변수를.
“앞장서라, 최성민.”
“예.”
무장한 양조영은 최성민을 앞세운 채로 식당에 들어갔다.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양조영이 흠칫 놀랐다.
‘미약하지만 피 냄새가 느껴진다.’
쾅쾅거리며 시끄러운 소리도 들렸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가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저기 방 안에서 누가 싸우고 있나 봅니다.”
“나도 보인다.”
최성민이 가리키지 않아도 보였다.
격렬한 싸움의 흔적이.
“조심히 접근해라.”
양조영은 최성민을 앞세워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꽤나 치열한 싸움인지 지금도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리고 있었으니까.
‘예상이 맞다면 싸우고 있는 사람은 송치현과 아버지겠지. 둘은 전투력이 비슷하니까.’
양조영의 예상대로였다.
현장에 도착하니 송치현과 양백두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 송치현이 최성민을 발견하곤 공격을 멈췄다.
양백두도 양조영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조영아!”
하지만 양조영은 이미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머리통들을 본 것이다.
“조, 조건이 형…… 조위 형…….”
최성민이 말한 대로 그들은 인질로서 잡혀있었다.
머리뿐만 아니라 손목까지 잘린 걸 보면 확실했다.
지금은 차디찬 시체에 지나지 않았지만.
“크흑, 혀, 형들…….”
비릿한 혈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양조영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송치현 이 개새끼, 죽여버리겠어.”
분노를 참지 못한 양조영이 해머를 들고 나섰다.
아니, 나서려고 했다.
“움직이지 마시죠.”
최성민이 목에 단검을 들이대기 전까지는.
“이 이상 움직이면 목을 베겠습니다.”
“네, 네놈이…….”
생각지도 못한 배신에 양조영의 분노가 최성민을 향했다.
“네 녀석……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구나.”
“예. 그러니 허튼 저항은 하지 마시죠. D급이라고 얕봤다간 죽을 겁니다. 사실 전 B급이거든요.”
“B……급?”
자신과 같은 급이라는 사실에 양조영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가 이 상황에서도 구라를…….”
“못 믿겠으면 대미지를 시험해 보던가요.”
“…….”
양조영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목에 칼이 들어온 이상 D급이든 B급이든 중요치 않다.
양조영이 진정된 듯 보이자 최성민의 시선이 양백두에게로 향했다.
“거기. 비서실장님?”
“…….”
최성민이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아들이 뒈지는 꼴 보기 싫으면 순순히 무기 내려놓으시죠.”
최성민의 협박에 지켜보던 송치현이 함박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