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3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31화(33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59화
59. 도은정과의 식사
모르는 번호지만 받아봤다.
“여보세요?”
-아, 성민 후배?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았다.
도은정이었다.
‘새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서 누군지 몰랐어.’
어제 팀 크러쉬 사무실에서 번호를 교환했지만 저장해 두지 않았다.
‘왜 전화한 거지? 설마?’
짐작은 갔지만 혹시 몰라 확인차 물어봤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아직 저녁 안 드셨으면 같이 드실래요? 저번에 못 한 식사 대접을 하고 싶어서요.
‘어지간히도 끈질기군.’
뭔가 목적이 있는 건지 정말로 자신을 좋아해서 이러는 건지…….
‘그도 아니면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꼭 갚아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알 수 있는 건 귀찮으리만치 집요하다는 거다.
‘이번에 거절해 봤자 다음에 또 전화하겠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좋아요. 식사는 은정 선배 집에서 하는 거겠죠?”
-네, 맞아요!
“시간 잡으세요. 같이 저녁이나 먹죠.”
흔쾌히 수락하자 도은정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그럼 오늘 7시까지 사무실 앞 가로등에서 만나는 걸로 해요!
“그래요. 그럼.”
전화를 끊은 최성민이 짧게 한숨 쉬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귀찮게 달라붙을 바에 한 번 식사해 주고 치워버리자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일정에 방해되는 건 아니니 괜찮겠지.’
오늘 밤 유령도시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완연한 보름달이 되려면 자정쯤은 돼야 한다.
‘설마 그때까지 집에 있진 않겠지. 밥만 먹고 오는 건데.’
행여나 다른 일로 자정을 넘긴다면 곤란하다.
‘이참에 은근슬쩍 물어봐야겠어. 양조영이 사라진 걸 팀원들도 아는지 모르는지.’
어차피 먹어야 하는 저녁, 밥만 먹고 빠르게 돌아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 * *
최성민은 약속장소에서 도은정을 기다렸다.
‘배지는 굳이 달 필요 없겠지.’
군사 신분이라고 자랑하고 다닐 게 아니면 배지는 넣어두는 게 좋다.
“아, 먼저 오셨네요?”
도은정이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요.”
사적으로 만나서 그런지 둘 사이의 공기가 어색했다.
“가, 갈까요?”
“가죠.”
둘은 나란히 거리를 걸었다.
어색한 침묵이 장벽처럼 버티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난 그냥 밥만 먹고 나올 거니까.’
도은정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최성민은 집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전에 목숨을 구해준 보답으로 초대받아서 가는 것뿐이야. 식사가 끝나면 더 이상 볼 일은 없어.’
자신과 엮이면 위험할 것을 알기에 일부러 거리를 뒀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대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을 견딜 수 없었던 도은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서 우리 집까지 15분 걸리거든요.”
“저번에 얘기했습니다.”
“아, 그래요?”
다시금 침묵.
대화가 이어지지 않자 도은정이 답답한 듯 입술을 달싹였다.
‘아마 남자로서 별로라고 생각하겠지.’
사적인 감정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털어버리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하지만 그전에 원하는 대답부터 듣고.’
양조영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었던 최성민이 먼저 말꼬를 텄다.
“은정 선배가 D급이었나요?”
“최근에 전투력 1만 넘기고 D급이 되긴 했는데…… 랭킹상으론 E급이에요. 왜요?”
“계속 팀 크러쉬에 계실 건가 해서요.”
“팀 크러쉬가 어때서요?”
“은정 선배 실력이면 좀 더 수준 높은 팀에 가셔도 되잖아요.”
“갑자기 아부라니 참…….”
“사실을 말한 건데요.”
도은정이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칭찬이 싫진 않은지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래 봐야 성민 후배만 하겠어요?”
“에이, 제가 뭘요.”
“무려 대영웅님이 직접 스카우트하셨잖아요. 진짜 천재는 성민 후배를 두고서 하는 말이죠.”
“지금 대영웅님 직속 부하 자리 노리고 저한테 아부하시는 거죠? 소용없어요. 자리 꽉 찼어요.”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가벼운 농담이 오가며 대화가 이어졌다.
최성민이 입을 여니 도은정도 말문이 트였다.
‘슬슬 양조영 얘길 꺼내 볼까?’
어제 일에 관해 물어보려는 찰나.
“성민 후배. 어제 대장님이랑 어디 갔었어요? 급하게 나가는 거 같던데…….”
도은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양조영 헌터님이랑요?”
“네.”
“음…….”
뒤통수치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유인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기에 뜸을 들였다.
“곤란한 질문이었나 봐요.”
“양조영 헌터님이 말하지 말라고 해서요.”
“아…… 그럼 어제 이후로 대장님은 못 보신 거예요?”
“네. 왜요?”
“오늘 방 팀장님한테 문자 왔더라고요. 대장님이랑 연락되냐고. 전화를 안 받나 봐요.”
“음…… 그래요?”
“뭔가 짚이시는 거 없으세요?”
최성민은 표정 한 번 안 바꾸고 시치미를 뗐다.
“글쎄요. 저도 어제 이후로 연락한 적은 없어서…….”
“그렇구나.”
“뭐, 별일 아니겠죠.”
신경 쓸 것 없다며 넘어간 최성민이지만 속으론 알고 있었다.
다음 달이 되면 팀원들이 혼란에 빠질 것을.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전투력 갱신 날이 되면 양조영의 이름이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리고 필연적으로 양조영과 함께 나갔던 자신을 의심할 것이다.
‘뭐 그때 가서 대충 둘러대면 문제없겠지만.’
어쨌거나 아직은 양조영의 죽음을 눈치 못 챈 것 같아 안심했다.
“그런데 은정 선배.”
“네?”
“언제까지 말 안 놓으실 거예요? 저랑 나이 차이가 꽤 나시는 걸로 아는데…….”
“아, 아직은 이게 편해서요.”
최성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쪽으로 고집이 있는 여자다.
“그러고 보니 여기 기억나세요?”
도은정이 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때도 우리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여기서 갑자기 조사받고 그랬잖아요.”
“아.”
최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난다.
‘이곳에서 복면 쓴 송치현에게 조사를 받았었지.’
두 달도 되지 않았는데 어째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
“그때 조사 끝나고 급한 일 있다고 가버리셨는데…… 오늘도 약속 파투 내시는 건 아니겠죠?”
은근히 가시가 있는 그녀의 말에 최성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그럼요. 오늘은 꼭 은정 선배 집에서 식사하겠습니다.”
“그 말이 듣고 싶었어요.”
싱긋 웃은 도은정이 다시 걸었고 최성민이 그 뒤를 따랐다.
한숨 돌렸다는 표정으로.
“다 왔어요. 여기예요.”
도은정이 가리킨 곳엔 허름한 빌라가 있었다.
‘잘 사는 집은 아닌 모양이야.’
그런 감상을 하는 중에 불현듯 다른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상한 목적으로 날 부른 건 아니겠지?’
이성적인 마음이 있어서 부른 거라면 곤란하다.
자신과 엮이면 상처만 남을 게 뻔하니까.
‘날 유혹하든 어쩌든 밥만 먹고 간다. 밥만…….’
그렇게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데 어느새 현관 앞에 이르렀다.
삑삑삑- 철컥-
“들어오세요.”
도은정을 따라 들어간 최성민은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왔어? 우리 딸?”
안에 웬 중년인이 앞치마 차림으로 있었으니까.
‘혼자가 아니었어?’
딸이라고 하는 걸 보니 아버지 같았고, 예상은 맞았다.
“소개할게요. 저희 아버지예요. 아버지, 이쪽은 오늘 초대한다고 했던 최성민 헌터.”
“오, 자네가 내 딸을 구해줬다는 최성민인가? 반갑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최성민입니다.”
최성민이 얼떨떨한 얼굴로 아버지의 손을 맞잡았다.
“난 도민찬이라고 하네. 배고플 텐데 들어오지. 마침 식사 준비가 다 끝난 참이니.”
“옙…….”
최성민이 뻘쭘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단둘이 식사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 혼자 이상한 쪽으로 착각하다니…….’
민망한 마음에 최성민은 도은정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성민 후배. 여기 앉으세요.”
“아, 예.”
허름해 보이는 식탁 위에는 수저 놓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여러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목숨을 구해준 귀인이 온다길래 큰맘 먹고 실력 좀 발휘해봤지. 많이 들게.”
“아……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식사가 시작됐다.
빙의한 이후로 다른 사람의 식탁에서 밥을 먹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식기 부딪치는 소리와 오물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도민찬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어때? 음식은 입에 맞나?”
“네. 전부 맛있습니다.”
“잘됐군.”
만족스럽게 웃던 도민찬은 최성민에게 관심이 있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듣기로 은정이랑 같은 팀이라던데, 맞나?”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같은 팀이었습니다. 구해준 것도 그때 그랬던 거고요.”
“어떻게 된 건지 자세한 얘기 좀 해줄 수 있겠나? 은정이한텐 대충 들어서 말이야.”
고개를 끄덕인 최성민이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도민찬이 웃었다.
“정말 생명의 은인이 따로 없구먼. 아버지로서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라도 저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아니지.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자기 목숨만 챙기기 바빴을걸세. 보스가 나타났는데 남을 구할 여력이 어디 있겠는가?”
도민찬은 최성민을 자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은정이를 구해줄 정도의 실력자인 걸 보면 등급이 꽤 높겠군.”
“아닙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등급이랑 전투력 좀 알 수 있을까? 은정이가 천재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니 궁금해서 말이지.”
‘등급이랑 전투력을?’
일반인이 전투력까지 궁금해하는 게 의아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물론 곧이곧대로 가 아니라 한 단계 낮춰서.
“C급입니다. 전투력은 9만 정도고요.”
“와…… 벌써 그렇게나 성장하셨어요?”
몰랐던 사실에 도은정이 입을 벌렸다.
현재 랭킹에는 D급에 2만으로 표기되어 있다.
3주밖에 안 지난 시점에 7만이나 올렸다고 하니 놀랄 만도 하다.
“다음 달이면 B급도 가능하겠어요.”
‘이미 B급인 거 알면 놀라 까무러치겠는걸?’
이윽고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후식 타임을 가지며 좀 더 대화를 이어갔다.
주로 최성민에 관한 질문들이 많았다.
“천민 신분이었는데 헌터가 돼서 여기까지 올라왔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가족 관계는?”
“어머니와 여동생이랑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내키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네.”
“어릴 때 도망갔습니다.”
“음…….”
민감한 질문이었음에도 최성민은 곧잘 대답해 줬다.
‘자랑은 아니지만, 굳이 숨길 필욘 없지.’
대화의 초점이 자신에게로 맞춰져 있다는 것이 꼭 남자친구를 평가하는 자리처럼 느껴졌지만 그러려니 했다.
“식사는 어땠나? 만족스러웠나?”
“예. 정말 맛있었습니다. 음식 솜씨가 훌륭하시던데요.”
“하하, 잘 먹었다니 다행이군. 내가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이렇게라도 보답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서 말이야.”
“그렇군요.”
“마음 같아선 사례라도 하고 싶지만, 이해해 주게. 보다시피 형편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
“보답을 바라고 구해준 건 아니니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렇게 대접해 주신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이 친구 마음에 드는구먼.”
그때였다.
미약하지만 어떤 소리가 들렸다.
뭔가 진동음 같은 게 계속해서 울리는 것이 귀에 거슬렸다.
“방에서 핸드폰이 울리나 보군요.”
“응? 핸드폰?”
최성민과 도은정의 핸드폰은 잠잠했으니 도민찬의 핸드폰이었다.
방문을 여니 침대 위에서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이 친구 귀가 밝구먼. 방문도 닫혀 있는데 이걸 듣다니.”
그리 말하던 도민찬이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응?’
열린 방문 사이로 우연히 포착된 게 있었다.
‘마크?’
침대맡에 카키색의 점퍼가 있었는데 어디서 본 마크가 달려 있었다.
‘흰색 방패에 푸른 칼날이 교차한 마크면…… 허윤지가 조사하던?’
일전에 조사부 팀장인 허윤지가 보여준 범죄 조직의 마크였다.
‘도은정의 아버지가 범죄 조직이라고……?’
가늘게 눈을 뜬 최성민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성민 후배, 뭐해요?”
“밤공기가 차갑네요.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겠어요.”
“아, 그래요.”
도은정이 배웅 나오려 하자 최성민이 손을 들었다.
“나오실 것 없어요. 혼자서 가도 돼요.”
“그래도…….”
“아버지껜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갔다고 잘 얘기해 주세요.”
“알겠어요. 그럼 다음에 봬요.”
다음에 볼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손을 흔들며 집을 나갔다.
쿵-
현관문을 닫은 도은정이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부엌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방에 있던 도민찬이 나와서 묻는다.
“뭐야? 누가 나갔어?”
“최성민 씨요. 바쁜 일 있다고 먼저 갔어요.”
“아버지인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갔단 말이야? 쯧.”
그 말에 도은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아버지도 아니잖아요.”
“흥.”
코웃음 친 도민찬이 픽 웃음 지었다.
“그래도 나 연기 잘했지?”
“잘한 걸 떠나서 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요? 무슨 취조하는 줄 알았잖아요.”
“왜? 이 정도는 물어야 어떤 녀석인지 알 거 아니야?”
“그래서 어떤데요? 저 사람. 우리 조직에 넣으면 괜찮을 거 같지 않아요?”
도민찬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널 구해준 놈이라 해서 만나봤는데 모르겠어. 겉으로 보기엔 괜찮은 것 같은데 눈빛을 보니 조금 위험한 놈 같기도 하고…….”
“뭐예요. 아까는 칭찬하고 그러더니만.”
“그거야 연기였고. 우리랑 어울릴 수 있을진 모르겠어. 느낌이 확 오지 않아. 무엇보다 협회 소속이잖아? 믿을 수 없다고.”
“그렇지 않아요. 제가 사람 잘 보잖아요. 성민 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분명 우리 조직에 도움이…….”
“됐어. 대영웅 밑에 들어간 것만 봐도 어떤 인간인지 눈에 훤하지. 더 이상 얘기하지 마. 그놈 만나지도 말고.”
도민찬이 깔끔하게 정리해 버리자 도은정으로선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돌아간 줄 알았던 최성민이 창문으로 침입해 은신한 채로 대화를 듣고 있었다는 것을.
‘이것들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