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3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32화(33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60화
60. 유령도시
‘이것들 봐라?’
은신으로 듣고 있던 최성민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날 속여?’
범죄조직의 마크를 발견하고 혹시 몰라 창문으로 들어와 봤건만, 아니나 다를까.
‘범죄조직이었단 말인가? 두 명 모두?’
최성민은 똑똑히 들었다.
도은정의 입에서 우리 조직이란 말이 나왔음을.
‘아버지와 딸이 아니라 둘 다 같은 조직 식구였다니.’
대화를 들어보니 상황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날 조직에 들이고 싶어서 식사 대접이라는 구실로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딸을 연기하며 내가 조직의 일원으로 적합한지를 살펴본 거지.’
일종의 면접인 셈이었다.
당사자는 모르는 비밀 면접.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나는군.’
진실을 알고 나니 배신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이러려고 그렇게 연락했던 건가?’
끈질기게 연락하던 행동들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빚지고 못 사는 성격이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군.’
어쩐지 목적이 있어 보였는데 생각보다 더 음흉한 목적이었다.
‘내가 마음에 들어서 조직에 추천한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범죄조직이라는 걸 안 이상 최성민이 그곳에 몸담을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좋은 의도로 속였다고 볼 수 없기에 마음이 떠났다.
[남은 시간 20초]시스템을 확인하니 곧 있으면 은신이 풀릴 시간이었다.
‘지금 모습을 드러내서 날 속인 대가를 치르게 할까 말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최성민은 창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좋은 의도는 아니었어도 뭔가 해를 가한 건 아니니 봐주기로 했다.
대화로 미루어보면 면접에서도 탈락한 것 같았으니…….
‘더는 귀찮게 하지 않겠지.’
알량한 정 때문이 아니었다.
일을 더 키우기 싫어서였다.
‘범죄조직이든 뭐든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이대로 모른 척 지나가면 엮이는 일은 없어.’
오히려 상대의 목적과 정체를 파악했으니 약점을 틀어쥐고 있는 건 최성민 쪽이었다.
‘만약 계속해서 귀찮게 굴거나 선을 넘는다면…….’
그때 가서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면 그만이다.
* * *
도은정의 집을 나온 최성민이 하늘을 봤다.
완연한 보름달이다.
유령도시로 들어갈 때가 됐다.
‘원래는 유령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없다고 하니…….’
이전 차원에서 최성민은 유령섬의 네임드 보스를 잡고 유령 가면을 얻었었다.
‘참 유용하게 써먹었었지.’
써 먹어보니 얼굴을 바꿀 수 있는 유령 가면의 효용성은 엄청났다.
암살자인 최성민에겐 필수라 할 수 있을 정도.
‘그래서 신한테 유령섬의 위치 좀 알려달라고 했던 건데…….’
웬걸.
이곳 차원에는 유령섬이 없었다.
애당초 유령섬은 신버전에서 만든 던전이라고 한다.
그래서 구버전인 이곳엔 없다고.
‘대신 유령도시가 있다고 했지.’
똑같은 B급 히든 던전인 유령도시에도 유령 가면을 대체할 아이템이 있다고 한다.
‘조건이 있긴 하지만 더 좋은 아이템이지.’
아이템의 이름은 도플갱어의 가면.
유령 가면의 상위호환 아이템으로, 보스인 도플갱어를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다만 도플갱어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정확히는 찾기 어렵다는 거였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도플갱어는 찾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어디까지나 공략법을 몰랐을 때 문제가 된다는 거지만.’
이미 신으로부터 공략법을 숙지한 최성민에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유령도시에 가서 도플갱어를 잡고 가면을 얻는다.’
목표를 세운 최성민이 집 앞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스포츠카에 올라탄 뒤 어머니께 문자를 보냈다.
[최성민 : 저 오늘 사냥하느라 늦을 거예요. 기다리지 마세요.] [정희선 : 그래, 알았다. 몸조심하거라.]부아아아아앙-
요란한 소음을 내며 밤거리를 달렸다.
도시를 지나치고 한적한 시골에 접어든다.
한 시골 마을에 차를 세운 최성민이 산길을 올랐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여기다.’
줄기가 기묘하게 꼬여 있는 나무가 있었다.
포탈은 이곳에 숨겨져 있다.
가까이 가니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가 떠오른다.
[유령도시(히든)]-난이도 : B
-인원 제한 : 1명
-입장 제한 : B급 이상
-공략 목표 : 없음
-실패 페널티 : 없음
-제한 시간 : 6시간
-던전 브레이크 가능성 : 없음
-남은 입장 횟수 : 1회
‘보름달이 뜨는 날에만 발견되는 히든 던전이 이런 산속에 있다라…….’
이러니 발견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입장 횟수가 1회라 괜찮군. 다른 놈들이 집적거릴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어차피 보스인 도플갱어는 네임드다.
유일 개체라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였다.
‘그럼 보스를 죽이러 가볼까?’
생성된 포탈로 몸을 집어넣자, 최성민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서늘한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오한.
최성민이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느낀 감각이었다.
‘특성에 중급 저항이 있는데도 몸이 떨리는군.’
저항력을 15% 올려주는 특성이 있지만, 한기를 온전히 막을 순 없었다.
‘뭐, 체력을 갉아먹을 정도로 추운 건 아니지만.’
한겨울에 반 팔 입고 다니는 정도?
춥긴 하지만 움직임에 영향을 줄 정돈 아니다.
안개로 가득 찬 다리를 건너자 최성민의 시야에 흐릿한 건물들이 들어왔다.
‘저기가 유령도시구나.’
좀 더 가까이 접근하니 현대적인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던전 안에 도시라니. 별걸 다 만들었네.’
신에게 설명으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을씨년스러운 도시군.’
차가운 기온과 흐릿한 안개 탓인지 도시의 분위기가 스산하고 쓸쓸해 보였다.
‘유령도시라는 이름이 제격이군.’
그렇다고 인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거리에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여섯 명.’
안개 때문에 시야가 좁혀진 걸 감안하면 뒤에 더 있을 수도 있다.
무장한 최성민이 단검을 쥐고서 가까운 사람에게 다가갔다.
다섯 걸음 앞까지 접근하자 인기척을 느낀 남자가 이쪽을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춥…….”
서걱-
거리를 좁힌 뒤 목을 잘라버렸다.
“꺄아아악!”
피 분수가 솟구치는 걸 목격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스르륵-
즉시 그림자밟기로 접근해 이마를 당기고.
서걱-
뒤에서 목을 그었다.
“미, 미친놈이다! 묻지마 살인이다!”
푹-
단검 투척으로 또 다른 목격자를 조용히 만든 뒤, 질주 스킬로 나머지 세 명마저 찔러 죽였다.
순식간에 여섯 명을 살인했지만.
‘이걸 살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에 빙의한 유령들이지.’
시체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영락없는 괴수라는 걸.
‘애당초 1인 던전에 사람이 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1인 던전이기에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은 괴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체력은 일반인처럼 약하지만, 결코 얕봐선 안 돼. 녀석들의 정신 마법에 걸리면 끝장이니까.’
인간의 몸에 기생한 유령들은 정신 마법으로 헌터들을 현혹하거나 항거불능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정기를 빨아먹어 숙주로 삼은 몸을 유지한다.
‘대응하기도 전에 죽였기에 망정이지 머뭇거렸다간 오히려 내가 당했을 거야.’
이전 생에서는 강인한 정신 특성으로 면역이었지만 지금은 이렇다 할 특성이 없다.
정신 마법에 저항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아마 다른 헌터였다면 꼼짝없이 당했겠지.’
모르긴 몰라도 인간의 모습이라고 망설이다가 당하지 않았을까?
괴수를 베는 것과 사람을 베는 것은 천지 차이니 말이다.
‘나야 수백 명을 죽였으니 익숙하지만.’
반복되는 살인에 감정이 무뎌진 최성민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마주치는 인간들을 학살했다.
푹-
“끄아아악!”
“살인자! 살인자!”
푹푹-
“사, 살려줘!”
“꺄아아악!”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죽였다.
‘저것들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탈을 쓴 괴수다.’
아무리 본질은 괴수라 해도 겉모습은 영락없는 사람.
평범한 헌터였다면 미쳐버렸겠지만, 최성민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
그때였다.
[선택의 룬을 획득하였습니다.] [근력, 체력, 순발력, 마력 중 원하는 룬을 말씀하십시오.]놈들의 정체가 괴수라는 걸 증명하듯 룬이 들어왔다.
‘하나 선택하면 되는 건가? 순발력.’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순발력이었다.
[순발력의 룬을 획득하였습니다.] [룬 친화력 특성이 발동됩니다.] [순발력의 룬 효과가 순발력+2로 강화됐습니다.]‘원하는 룬으로 선택할 수 있다라……. 좋은데? 나중에 보스 잡고 시간 남으면 노가다 좀 뛰어야겠어.’
도플갱어를 잡고 가면만 얻으면 이곳에 들어온 목적은 달성하는 셈.
남는 시간 동안 룬 작업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도플갱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
보스를 잡는 건 문제가 아니다.
보스를 찾는 것부터가 문제다.
‘신이 말하기를 던전 안의 인간은 셀 수도 없이 많다고 했지. 그중 하나가 도플갱어고.’
괜히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고 비유하는 게 아니다.
넓은 도심 안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우연히 도플갱어를 마주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놈은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 인간들 사이에서 숨어다니는 거지.’
그러다 보니 보스의 존재도 모르는 헌터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부분 이런 던전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최성민은 신에게 공략법을 들었다.
도플갱어를 쉽게 찾는 방법을.
‘인간들 죽이면서 30분쯤 직진하다 보면 무슨 바가 보일 거라고 했는데…….’
인간이란 인간은 보이는 족족 죽이면서 주변을 살피며 나아가는 그때.
한 간판이 최성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핑크색으로 BAR라고 적힌 간판이었다.
‘저거다. 핑크색의 네온사인.’
건물에 걸려 있는 간판은 온통 LED인 데 비해 저 간판만 조잡한 네온사인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끼익-
주저 없이 바 안으로 들어서니 이게 웬걸.
‘뭔 유령들이 이렇게 많아?’
최소 스무 명은 되어 보이는 인간들이 일제히 최성민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 죽여야지, 뭐.”
씨익 웃던 최성민이 지체 없이 단검을 던졌다.
푹-
“끄아악!”
“한 놈 죽였고.”
질주 스킬을 쓰고 달려간 뒤 순식간에 세 명의 목을 베어버린다.
[맹공 버프 중첩 : 10/10] [공격 속도가 200% 증가합니다.] [남은 시간 : 59초]푹푹-
푹푹푹-
양 떼 무리에 들어간 늑대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단검을 찔렀다.
“뭐, 뭐야! 저 새끼!”
“주, 죽여!”
조폭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몇몇 남자들이 사시미칼을 꺼냈지만.
스걱- 취이이잇-
바로 멱을 따고 돌아서서 눈알을 찌르고 고개를 젖혀 사시미칼을 피한 뒤 허벅지를 찌르다가 다시 그림자밟기로 뒤에서 나타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활개 치는 탓에 손쓸 새라곤 없었다.
“커허어억…….”
철퍼덕-
뒤통수에 단검이 박힌 남자가 피 웅덩이에 머리를 박고 고꾸라지자.
“으, 으으으아…….”
서 있는 사람이라곤 겁에 질린 바텐더 말곤 없었다.
“이봐.”
“히익!”
최성민이 다가가자 바텐더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머리를 숙였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 제발 목숨만은…….”
목숨을 구걸하는 유령의 모습에 최성민은 기분이 언짢았다.
‘유령 주제에 인간 흉내라니.’
짜증이 났지만 아직 놈을 죽일 수는 없었다.
“살고 싶어?”
“예? 예에!”
“그럼 안내해. 보물창고로.”
도플갱어를 찾아줄 아이템이 필요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