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3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33화(33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61화
61. 도플갱어
드르륵-
바텐더가 진열대의 버튼을 누르자 비밀통로가 열렸다.
“안내해.”
바텐더를 앞장세운 채로 어두운 통로를 걸었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기습을 걱정하진 않았다.
살기가 느껴지는 순간 전투 감각 특성이 알려줄 테니까.
“저, 정말 보물 창고로 안내해 주면 살려주시는 거죠?”
“그렇다니까. 군소리 말고 안내나 해.”
겁먹은 바텐더에게 걱정 말라는 듯 말했지만, 말과 생각은 달랐다.
‘안내 끝나자마자 죽여 버려야지.’
인간 흉내를 내는 가증스러운 괴수 따위는 살려둘 가치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5분 정도 바텐더를 따라 걷고 있는데.
‘음?’
통로 저편으로부터 빛이 보였다.
‘다 왔군.’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당장에라도 바텐더를 죽일 수 있게 전신의 감각을 팽창시켰다.
‘예상대로라면 이 앞에 창고지기가 있다.’
공략으로 신에게 들은 바 있다.
환술을 사용해 침입자를 제압하는 중간 보스가 있음을.
‘환각 마법에 걸리면 끝장이야.’
중간 보스라 다른 유령들보다 더욱 강력한 환각 마법을 구사한다.
걸리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최성민은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했다.
‘속전속결. 환각에 걸리기 전에 죽인다.’
중간 보스 공략 방법은 그뿐이었다.
이윽고 횃불이 비추는 통로로 다가가니 근육질의 사내가 쇠창살 앞에 버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창고지기였다.
키이잉-
최성민을 발견한 창고지기의 눈이 새빨개졌다.
환각 마법을 걸려는 거다.
“여, 여깁니다! 창고지기님! 제가 침입자를 데려왔…….”
순간 바텐더의 옆으로 단검이 날아갔고.
푹-
창고지기의 붉은 눈을 정확히 꿰뚫었다.
“끄어어!”
잠깐의 시간을 번 사이, 최성민의 신형이 아래로 꺼졌다.
창고지기가 남은 눈알을 붉게 만들며 목표를 찾음과 동시에.
쑤욱-
뒤에서 튕겨 오르듯 나타난 최성민이 목을 그었다.
스걱- 푹- 스걱- 푹-
한 번으로 부족해 보이자 여러 번 그었다.
쿵-
창고지기의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환술의 창고지기를 처치하였습니다!] [B급 마정석을 획득하였습니다.] [환각의 지팡이를 획득하였습니다.] [창고지기의 열쇠를 획득하였습니다.] [정신 저항의 룬을 획득하였습니다.]메시지를 확인할 틈도 없이 최성민이 몸을 날렸다.
“아아…… 컥!”
떨고 있는 바텐더의 목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잠시 후 바텐더와 창고지기의 시체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남아 있는 건 바닥을 적신 핏자국과 아이템뿐이다.
‘마정석이나 지팡이는 필요 없고…… 이 룬은 뭐지?’
[정신 저항의 룬을 획득하였습니다.] [정신 마법과 디버프에 대한 저항력이 영구적으로 10% 증가합니다.] [룬 친화력 특성이 발동됩니다.] [정신 저항의 룬 효과가 20%로 강화됐습니다.]‘호오. 20%나 올려주다니.’
10%는 적어 보였는데 두 배로 뛰니 나름 든든해 보였다.
‘이로써 환각에 대한 저항력이 생겼군.’
어느 정도 약점을 커버할 수 있게 되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우선은 창고지기한테서 나온 열쇠로…….’
인벤토리에 들어온 열쇠를 꺼낸 최성민이 쇠창살의 문을 열었다.
철커덩-
횃불이 밝혀진 길을 걸어가자 각종 금은보화가 한가득 쌓인 공간이 나왔다.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걸 챙겨봤자 밖에 가져갈 수 없다고 했지.’
그저 던전 안에 만들어진 장식품으로 생각하라는 신의 말이 떠올랐다.
그림의 떡인 것이다.
‘이 중에 가장 화려한 상자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금은보화들과 각종 보물 상자를 둘러보던 최성민의 눈에 상자 하나가 띄었다.
들은 대로 다른 것들보다 훨씬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된 상자였다.
끼익-
하지만 겉과 달리 안에는 볼품없는 물건들만 있었다.
거울과 나침반이었다.
‘멋모르는 헌터는 이게 뭐냐며 실망하겠지만…….’
최성민의 눈은 실망은커녕 그 어떤 보석을 봤을 때보다도 반짝이고 있었다.
그야 도플갱어를 공략할 수 있는 핵심 아이템들이었으니까.
‘나침반은 놈의 위치를 알려주지. 거울은 녀석을 약화하고.’
목적대로 아이템들을 챙긴 최성민이 왔던 통로를 되돌아갔다.
볼일은 끝났다.
비밀통로를 벗어나자마자 피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스무 명을 학살했던 현장에 돌아오니 시체는 온데간데없고 피 웅덩이만 남아 있다.
끼익-
밖으로 나서자 내부와 달리 으슬으슬한 도시가 최성민을 반겼다.
‘이쪽이군.’
나침반을 보면서 도심을 걸었다.
중간중간 인간들이 나타나 귀찮게 하면 바로 목을 그어버렸다.
그렇게 1시간 가까이 나침반을 따라 걸었을 때.
‘응?’
목표물로 의심되는 인간을 발견했다.
‘나침반이 저 녀석만 가리키고 있어.’
혹시 몰라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봤지만, 나침반의 바늘은 오직 한 인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놈이 도플갱어다.’
보기엔 다른 인간과 다를 바 없이 평범했다.
‘드디어 찾았군.’
나침반을 집어넣은 최성민이 인벤토리에서 거울을 꺼냈다.
다른 유령들처럼 목을 벤다고 해서 녀석은 죽지 않는다.
나름 보스라 그런지 인간의 몸 없이도 살아갈 수 있었으니.
‘놈은 그저 인간의 몸에 숨어서 인간을 흉내 내는 걸 즐길 뿐이야.’
그렇기에 찾기도 힘들고 죽여도 다른 몸에 숨어들 뿐이지만 거울을 사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손엔 단검을, 한 손엔 거울을 쥔 최성민이 도플갱어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네?”
“이것 좀 보실래요?”
거울을 들어 놈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자신의 얼굴을 본 도플갱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어느 순간.
“끼이…… 께에에에엑!”
이상 반응을 보였다.
그것을 신호로.
서걱-!
최성민이 곧장 목을 베자 시체가 사라지고 검은 형상만이 남았다.
괴로워서 이리저리 춤을 추는 듯한 형상만이.
‘저것이 도플갱어의 본모습……!’
거울은 도플갱어를 약화하는 아이템이다.
일회성이지만 효과는 좋은지 도플갱어가 지랄발광을 한다.
이럴 때 최대한 체력을 빼놔야 한다.
푹- 푹- 푹-
형상이었음에도 단검이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모래를 찌르는 느낌.’
푹- 서걱- 푹- 서걱-
놈이 행동 불능에 빠진 동안 최성민은 다양한 공격을 퍼부었다.
[맹공 버프 중첩 : 10/10] [공격 속도가 200% 증가합니다.] [남은 시간 : 59초]맹공 특성 버프와 기존의 공격 속도까지 더하자 초당 3.5번의 공격이 가능했다.
파파파파팍-!
모래를 헤집듯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부었지만, 형상은 흩어지는 듯싶다가도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놈이 항거불능에 빠져 있는 건 15초. 그 안에 최대한 대미지를 쏟아부어야 해.’
하지만 괴로운 듯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형상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고, 결국.
“끼이이에…….”
형상이 발작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15초가 지나고 만 것이다.
꾸물꾸물-
그림자일 뿐인 형상이 변형을 이뤘다.
키가 조금 커지더니 몸이 슬림하게 변하고 손에 날카로운 무기가 쥐어졌다.
인간을 형상화한 도플갱어의 얼굴에선 짙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최성민은 알았다.
녀석이 누구를 형상화한 건지.
‘나야. 놈이 내 모습을 복제했어.’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도플갱어는 상대방의 모습뿐만 아니라 무기, 대미지, 스탯까지도 복제한다.
심지어 스킬까지도.
슈악-
도플갱어가 던진 단검이 최성민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게 고개를 틀었어도 애꾸눈으로 살 뻔했다.
‘위험했다. 내 대미지 스탯과 동일한 놈이니 방심해선 안 돼.’
상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순발력이 1,500을 넘는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간 신과 재회할 것이다.
슈아악-
땅 밑으로 꺼진 도플갱어가 등 뒤에서 솟아올랐다.
그림자밟기를 예상한 최성민이 한발 일찍 몸을 돌리며 단검을 휘둘렀다.
완벽한 타이밍.
카앙-
하지만 녀석도 단검을 휘둘러 막아낸다.
믿을 수 없는 순발력이었다.
휙- 휙- 휙-
연이어 단검을 맞혀보려 했지만, 허공만 휘저었다.
휙- 휙- 휙-
도플갱어 역시 최성민을 베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캉- 캉-!
서로의 목숨을 노린 단검들이 허공에서 불꽃을 튀겼다.
‘나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니. 쉽지 않군.’
뛰어넘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보스의 체력이었다.
‘15초 동안 샌드백처럼 베었는데도 죽지 않았어.’
물리 대미지에 면역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기에 분명 대미지는 들어갔을 터다.
‘문제는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다는 거지.’
생각보다 많이 남았을 수도, 오히려 간당간당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죽이지 못해서 변신할 기회를 주고 말았고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
‘아니. 곤란한 정돈 아니야.’
최성민은 자신 있었다.
비록 똑같은 스탯에 똑같은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도플갱어와 최성민 사이엔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바로 특성이었다.
‘녀석은 특성만큼은 복제하지 못해.’
얼핏 비슷한 수준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신체적인 능력만 놓고 봤을 때였다.
‘특성이 없는 녀석은 날 이기지 못한다.’
최성민이 공격하다 말고 뒤돌아 달렸다.
도플갱어가 질주를 사용해 빠르게 따라붙었다.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니었다.
다른 목표물을 찾으려는 거다.
‘저깄군.’
최성민의 눈에 인간 한 명이 보였다.
‘요인 암살.’
눈에 보이던 인간 유령을 암살 대상으로 지정한 뒤, 단검을 투척했다.
푹-
단검이 정확히 유령의 미간에 꽂혔다.
[지정한 대상을 암살하였습니다.] [지속시간 동안 무적 효과가 유지됩니다.] [남은 시간 : 9분 57초]버프가 생겼다.
약 10분 동안 어떤 공격을 받아도 죽지 않는 버프가.
‘비록 대미지는 50% 줄긴 했지만.’
고개를 돌리니 마침 도플갱어의 단검이 눈알을 노리고 들어오는 게 보인다.
하지만.
티잉-!
단검은 눈알을 뚫지 못하고 청량한 쇳소리만 냈다.
반면 최성민의 단검은 도플갱어의 목덜미에 박혔다.
푹-
모래에 박힌 듯 느낌이 있었다.
푹- 푹- 휙-
도플갱어가 몸을 빼더니 다시 한번 단검을 휘두른다.
팅- 팅- 팅-
“소용없어.”
간지럽다는 듯 웃으며 빠르게 단검을 놀렸다.
스걱- 스걱-
반감된 대미지라 해도 도플갱어의 형상엔 잘만 박혔다.
위기를 느꼈는지 녀석이 뒤로 후퇴했다.
“어딜 가려고.”
놓칠 생각이 없던 최성민이 아껴뒀던 질주 스킬을 사용했다.
거리는 금세 좁혀졌다.
“넌 아까 질주 스킬 썼지?”
회심의 미소가 최성민의 입가에 번진다.
푹푹푹푹푹-
일방적인 찌르기가 도플갱어의 온몸을 헤집었다.
도망도 못 가는 터라 도플갱어의 몸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푹푹푹푹푹푹푹푹-
정확히 59번의 찌르기를 먹였을 때쯤.
“끼에에, 엑!”
도플갱어의 입에서 비명 비슷한 소리가 들리더니 형체가 모래처럼 녹아내렸다.
[도플갱어를 처치하였습니다!] [A급 마정석을 획득하였습니다.] [A급 마정석을 획득하였습니다.] [도플갱어의 가면을 획득하였습니다.] [도플갱어의 복제 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최상급 선택의 룬을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