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3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36화(33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64화
64. B조
최성민이 놀란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더 있어?’
네 명의 남자들이 송치현과 함께 있었는데 대부분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한 명만 빼고.
‘저 녀석은 저번에 날 보고 욕하던?’
집사와 함께 지나칠 때 난데없이 욕하며 급발진하던 놈이었다.
“…….”
거구의 사내도 최성민을 보고선 그때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그땐 날 보고 욕하던 거였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최성민이 영문을 모르겠다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송치현이 보고 있는 걸 알고서 한 연기다.
최성민의 생각을 읽은 송치현이 거구의 사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야, 강찬성.”
“예! 대영웅님.”
“뭐 하냐? 둘이 아는 사이냐?”
“아, 아닙니다.”
“근데 왜 째려보고 있어? 눈에 힘 풀어라.”
“……죄송합니다.”
강찬성이라 불린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 이를 갈고 있을 거다.
“야, 강찬성.”
“예?”
“너 성민이한테 무슨 억하심정 있어?”
“그, 그게 무슨 말인지…….”
“쟤 들어오고 나서부터 죽상이잖아, 새끼야.”
송치현의 살벌한 목소리에 강찬성이 비대한 몸을 떨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X발. 너 지금 조장 자리에서 밀려나서 열 받아 하는 거잖아.”
“…….”
‘아, 그런 거였어?’
최성민이 몰랐다는 듯 사내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자신이 오기 전까진 B조의 조장이었나 보다.
“화나서 그러는 건 이해해. 근데 내 앞에서 꼭 그렇게 열 받은 티를 내야겠냐?”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덩치에 맞지 않게 쩔쩔매던 사내는 더 이상 최성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송치현을 의식한 건 아니겠지만 속으로 욕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송치현도 더는 나무랄 수 없었다.
“크흠, 최성민.”
“예, 대영웅님.”
“갑자기 널 부른 건 다름이 아니다. B조를 소개해 주려고 불렀지.”
“아…….”
“인사해라, 얘들아. 이번에 B조 조장이 된 최성민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조원들이 하나둘 최성민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강찬성도 잠깐 주저하다가 살짝 숙였다.
네 명 다 마지못해 인사하는 모양새였다.
“이것들이…….”
송치현이 진심으로 열 받아 했다.
속마음을 읽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다들 똑바로 인사 안 해? 앞으로 너희들을 이끌 조장이다. 좋든 싫든 함께해야 하니까 알아서 머리 숙이라고!”
“…….”
최성민은 난감했다.
고작 이런 일로 송치현이 화를 낼 줄은 몰랐기에.
“대영웅님. 저는 괜찮습니다.”
“아니, 이 새끼들이 대충대충 인사하잖아!”
“아직 서먹해서 그럴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조장으로 임명했으면 군말 없이 받아들이진 못할망정 뭐 이리 불만 가득한 얼굴들이냐고!”
“처음부터 인정받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요. 저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 이런 일로 스트레스받지 마십시오.”
송치현이 물끄러미 최성민을 쳐다봤다.
생각을 읽었는지 씨익 웃어 보인다.
“알았다. 이제부터 네 조원이니 너한테 맡기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를 가라앉힌 송치현이 이내 조원들을 둘러봤다.
“이러나저러나 너희는 한 팀이다. 오늘부터 B급 던전에 들어가서 사냥해야 하는 동료들이라고. 그러니 불만이 있으면 접어두고 모쪼록 조장 말 잘 듣도록.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조원들이 소리쳤지만 송치현은 여전히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대답은 잘해요, 쯧.”
* * *
강찬성이 처음 송치현의 눈에 띈 건 10년 전이었다.
그때 당시 무서운 성장세로 B급에 올랐던 그는 재능을 인정받고 송치현의 부하로 들어왔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기뻤다.
‘몸집에 맞지 않게 껑충껑충 뛰고 싶을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 후로 던전이 막혀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B급에 머물러 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대영웅님 밑에서 충성을 다할 수 있다면야…….’
강찬성에게 있어 송치현은 우상이자 신이었다.
신의 밑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지난 10년간 충성을 다해왔다.
‘시키는 거라면 뭐든 했지.’
살인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전부 다 했다.
그렇기에 B급의 조장이 될 수 있었고 송치현의 저택에서 보좌를 할 수 있었다.
강찬성의 충성도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10년 만에 던전이 개방됐고 송치현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
‘C급 헌터들 중에 전투력이 큰 폭으로 상승한 헌터들을 추려오라는 지시였지.’
힘쓰는 일은 아니었지만 강찬성은 일말의 불만도 없이 명령을 수행했다.
‘대영웅님께서 날 믿고 맡기신 일이니까.’
오히려 잘 보이기 위해 C급뿐만 아니라 D급까지도 눈을 넓혀 조사했다.
그러다가.
‘응?’
우연히 전투력을 압도적인 속도로 올리고 있는 헌터를 발견했다.
고작 40일 만에 전투력을 2만이나 올린 헌터였다.
역사상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성장세.
한마디로 천재 중의 천재였다.
그 사실에 대영웅은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관심이 가십니까?”
“관심뿐이겠냐? 이 정도면 반드시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다른 누가 채가기 전에!”
‘이렇게까지 흥분하시다니…….’
정말 마음에 드신 모양인지 집으로까지 찾아가겠다고 말하는 대영웅님의 모습이 어쩐지 생소했지만…….
‘다행이야. 내가 도움이 돼서.’
당시에 별생각은 없었다.
그저 마음에 드는 부하를 찾아줬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을 뿐.
‘그랬는데…….’
강찬성이 집무실로 불려온 최성민을 노려봤다.
‘저 자식이 어느새 B급으로 성장하다니…….’
처음 봤을 때 성장 속도가 범상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처음에 직속 부하로 발탁됐을 때는 신경 쓰지 않았지.’
대영웅님이 협회에 자리를 꽂아줘도 그러려니 했다.
무슨 대결인가 해서 팀장 자리로 올려줬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송치현이 녀석의 동생을 위해 학교에 권력을 행사했다는 소릴 들었을 땐.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지.’
여태껏 자신을 위해서 권력을 써주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이후로 솔로잉도 할 수 있게 배려해주고 무기고에 드나들 수 있게 아이디 카드까지 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이건 좀 심한데?’
싸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최근에 수행한 작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는 건 알아. 현장에 나도 있었으니까.’
양조영을 데려오는 기지를 발휘해서 대영웅님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건 인정한다.
그래서 대영웅님이 아낌없이 퍼줄 수밖에 없는 거고.
‘알아. 아는데…….’
다 이해한다.
그런데…….
‘조장 자리까지 주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10년간 지켜왔던 B급 조장의 자리를 너무도 간단하게 뺏겨버렸다.
그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충정이, 탄탄하고 흔들림 없던 그 금자탑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생긴 것이다.
“야, 강찬성. 너 성민이한테 무슨 억하심정 있어?”
“아, 아닙니다.”
게다가 잠깐 노려봤다고 쓴소리까지 듣고 있다.
이러니 그로선 자신의 자리를 뺏은 최성민이 미울 수밖에 없었다.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이야. 저 새끼만 들어오지 않았어도…….’
그러나 지금 이렇게 쓴소리를 듣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강찬성을 화나게 만든 상황은 따로 있었다.
“저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 이런 일로 스트레스받지 마십시오.”
“알았다. 이제부터 네 조원이니 너한테 맡기마.”
최성민의 조언에 송치현이 군말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감히…… 갓 들어온 애송이가 나의 주군을…….’
주군의 신뢰를 얻은 걸로 모자라 옆에서 조언까지 한다니.
조장 자리뿐만 아니라 주군의 옆자리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젠장! 그때 대영웅님께 놈을 추천하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 가만히 입 다물고 있었다면 저런 애송이에게 밥그릇을 뺏길 일은 없었을 테니까.
탁-
집무실을 나온 강찬성이 최성민을 노려봤다.
다른 조원들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년간 따르던 조장이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도 모를 신입 조장으로 바뀌면 누구라도 불만을 가질 것이다.
그런 조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성민은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살며시 미소를 짓는 모습에 강찬성이 미간을 좁혔다.
‘웃어?’
아닌 게 아니라 최성민은 지금 안심하고 있었다.
송치현을 암살해야 하는 줄 알고 잔뜩 긴장하고 들어왔었기에.
‘기억을 지우려고 부른 줄 알았더니 조원들을 소개해주려고 부른 거였구만?’
이대로 전투력 갱신 날까지 녀석을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어째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지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네 쌍의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강찬성이라는 거구의 눈엔 살기마저 느껴진다.
“저기요. 저번에 우리 지나가다 만난 적 있죠?”
“…….”
최성민의 물음에 강찬성은 침묵을 지키다가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전투력이 몇이냐?”
“예?”
“랭킹에는 D급으로 나와 있어서 묻는 거다. 물론 B급으로 승급했으니 우리 조에 들어온 거겠지. 근데 내가 볼 때 너 따위가 조장 자리에 앉을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거든.”
“풋.”
최성민은 대답 대신 실소를 지었다.
한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는 것이 우스워서이다.
“웃어?”
“덩치에 맞지 않게 속은 되게 좁으시네요.”
“뭐?”
“저 때문에 조장 자리 밀려나서 열 받는 건 이해해요. 시비 거는 것도 이해하고. 근데 대영웅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불만이 있으면 접어두고 모쪼록 조장 말 잘 들으라고.”
“…….”
“설마 대영웅님 명령을 거스를 건가요? 다들?”
대영웅을 걸고넘어지자 조원들이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강찬성은 비웃을 따름이었다.
“조장을 잘 따르라는 대영웅님 명령은 거스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널 조장으로 인정하지 않았어. 순순히 따를 이유가 없지.”
“궤변이네요.”
“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강찬성이 호전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나랑 일대일로 붙어보자. 내가 지면 깔끔하게 조장으로 인정하고 군말 없이 따라주지. 조원들도 널 따를 거다.”
조원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신 제가 지면요?”
“네가 지면 조장 자리 반납하고 내 밑으로 들어와라. 나보다 약한 놈이 조장으로 있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
한마디로 자진해서 조원으로 내려오란 얘기였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나?”
“뭐라고 구시렁거리는 거냐?”
최성민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강찬성이 닦달했다.
“어때? 이 정도면 합당한 조건 아니냐?”
“밸런스가 안 맞는데요?”
“무슨 소리냐? 같은 조장끼리 붙는 건데 이 정도면 공평한…….”
“그게 아니라 그쪽이 내 상대로 부족하다고요.”
“뭐?”
얼빠진 강찬성을 뒤로하고 최성민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다 덤비세요. 싹 다 패버려서 정신머리 좀 고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