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3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39화(33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67화
67. 움직이다.
“늦었는데 자고 가지 그래? 방도 많은데.”
“아, 그래도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아예 내 저택에서 머무는 부하들도 있는데 너라고 안 될 이유는 없지.”
“감사합니다.”
“집사에게 말해둘 테니 찾아가 봐. 안내해 줄 거다.”
“예, 그럼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최성민이 인사하고 나가자 송치현이 웃음 지었다.
‘최성민의 전투력이 25만이나 된다니……. 이거 게으름피우다간 추월당하겠는걸?’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자신도 하루빨리 사냥해서 S급을 찍어야 한다.
‘그래야 곽민철에게 대항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반역을 생각하던 송치현이 집사에게 연락했다.
최성민에게 방을 안내해 주라는 명령을 내린 뒤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드으은- 드으은-
이 새벽에 전화가 울린다.
‘곽민철?’
발신인을 본 송치현이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
전화한 이유가 짐작이 갔다.
“예. 전화 받았습…….”
-야, 나와라. 너희 집 앞이다.
대뜸 하는 소리에 송치현이 창밖을 내다봤다.
곽민철의 리무진이 보였다.
‘정말로 왔잖아?’
송치현이 긴장하며 대답했다.
“금방 내려가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겼다.
‘목소리가 평소랑 다른 걸 보면 단단히 화난 모양인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는 곽민철이 진심으로 열 받았음을 증명했다.
‘놈이 열 받을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랭킹으로 양백두의 죽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토록 열 내며 집 앞까지 찾아온 거겠지.’
증거가 있어서 찾아온 건 아닐 거다.
그저 심증만으로 왔을 터다.
‘양백두를 죽일만한 사람으론 내가 가장 유력하니까.’
송치현의 얼굴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전투력 180만의 곽민철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말 한마디 잘못하면 세상 하직할 수도 있어.’
그런데도 송치현은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밖으로 나갔다.
이 정도 깡도 없었다면 양백두를 죽이지도 않았다.
‘연기만 잘하면 돼. 연기만.’
증거가 없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하면 문제 될 일은 없다.
‘이렇게 될 걸 예상했잖아? 실수만 하지 않으면 별일 없을 거야.’
자신을 안심시키며 송치현이 마당으로 나갔다.
리무진을 향해 다가가니 차창이 내려간다.
“타.”
짤막한 한마디에 송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뒷자리에 탔다.
“…….”
“…….”
불편한 침묵이 목을 조여왔다.
송치현이 참지 못하고 말문을 열었다.
“이 밤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
“야, 송치현.”
곽민철의 서늘한 눈빛에 송치현이 흠칫 몸을 떨었다.
“네가 죽였냐?”
“네? 갑자기 무슨…….”
“내가 모를 줄 알아? 양백두 네가 죽였잖아.”
“양백두 비서실장이…… 죽었습니까?”
“이 새끼 모른 척하는 거 보소?”
곽민철의 살기가 오롯이 송치현에게 향했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X도 모르는 호구처럼 보이냐?”
“무슨 말씀이신지…….”
“너 지금 부하들 키우면서 반역 준비하고 있잖아.”
“…….”
“네가 딴마음 품고 있는 거 모를 줄 알아?”
가슴이 철렁였지만, 송치현은 애써 모른 척했다.
“반역이라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지랄하네. 너 나 싫어하잖아. 자나 깨나 뒤통수치고 싶은데 못하는 거잖아. 힘이 없어서.”
‘X발, 잘 아네.’
속으로 동의한 송치현이 잠자코 곽민철의 말을 들었다.
“비서실장과 그 일가족들이 전부 죽었어. 자살했을 리는 없겠지.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타살이라는 건데 누가 죽였을까? 특별히 누군가에게 원망을 산 적도 없는데? 아, 한 명 있지. 바로 너.”
“…….”
“전에 비서실장이 말했었어. 네놈이 자식 얘기를 꺼내며 도발했다고. 말다툼을 벌였다고. 그 당시 내가 그 얘길 듣고 널 불러서 면박을 줬었지. 비서실장 좀 그만 괴롭히라고. 기억나냐?”
“기억납니다.”
“그때, 네 표정이 어땠는지 알아? 열 받지만 내가 참는다. 그런 얼굴이었어.”
“…….”
“그래, 열 받았겠지. 나한테 복수하고 싶었겠지. X 같은 비서실장도 죽이고 싶었을 거고.”
부들거리던 곽민철의 분노가 송곳처럼 송치현을 향한다.
“그렇다고 진짜로 비서실장을 죽여? 이 X발 새끼야. 제정신이야?”
“전 아니라니…….”
분노를 참지 못한 곽민철이 차창을 주먹으로 쳤다.
퍼석-!
방탄유리가 형편없이 깨져버렸다.
“X발!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배신하려고 뒤에서 칼을 갈고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
“…….”
곽민철의 위협에도 송치현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지금 날 떠보는 거야. 쫄 거 없어.’
생각을 조절하는지 읽을 순 없었지만, 송치현은 알고 있었다.
증거 따윈 없다는 것을.
그저 심증만으로 자신의 자백을 받아내려는 것임을.
‘조금이라도 긍정하는 티를 냈다간 끝장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송치현은 필사적으로 공포를 떨쳐냈다.
두려움에 굴복해서 발설했다간 정말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씩씩거리며 송치현을 주시하던 곽민철이 주먹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패서라도 자백을 받아낼 생각이었지만.
“후우…….”
생각을 바꾸고 조용히 주먹을 내렸다.
증거도 없이 팬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기에.
“너 X새끼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데 두고 봐. 내가 꼭 증거 찾아낸다.”
“…….”
“혹시라도 정리 못 한 증거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처리해야 할 거야. 만약 네가 비서실장을 죽였다는 증거가 발견되는 날엔…….”
곽민철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네놈의 악행을 세상에 알리고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목을 쳐버릴 테니까.”
“…….”
“명심해. 기어오르는 개새끼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는 걸.”
곽민철이 꺼지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송치현은 묵묵히 고개를 숙인 뒤 리무진에서 내렸다.
부우우웅-
떠나가는 리무진을 바라보며 송치현이 입술을 짓이겼다.
* * *
새벽이 지나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송치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곽민철은 날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어.’
심증일 뿐이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이상 부담되는 건 사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와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하겠지.’
증거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처리하라는 곽민철의 말이 떠올랐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이러고 있을 틈이 없어. 곽민철 말대로 빨리 증거를 지워야 해.’
증거라면 대부분 지우긴 했으나 완벽하게 지웠다고 볼 순 없었다.
‘팀 크러쉬. 아직 그 녀석들이 남아 있어.’
양조영과 최성민이 함께 나가는 걸 목격한 사람은 그놈들뿐이다.
‘그놈들만 제거하면 문제 될 건 없어.’
하지만 기억을 지우자는 최성민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입단속 개념으로 부하들의 기억을 지울 때 그놈들도 함께 지우기로 한 송치현이지만…….
‘오광택 그 새끼는 대체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어찌 된 게 기억을 지우는 놈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12일이 지나도록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봐도 아무런 답신이 없다.
‘어디서 또 여자들 후리느라 정신없나?’
방랑벽을 지닌 오광택과 연락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결국 곽민철이 움직이는 상황까지 와버렸잖아, 젠장!’
송치현은 하루빨리 오광택을 불러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양백두의 죽음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손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일부러 부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부르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택지는 하나다.’
송치현의 눈이 살의로 번뜩였다.
‘팀 크러쉬를 죽인다.’
당장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면 원래 계획대로 제거하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원래라면 최성민에게 시키는 게 맞지만…… 아무래도 곤란해하겠지. 살을 섞은 사이이고 하니.’
내색하지 않았지만, 송치현은 알고 있었다.
팀 크러쉬를 제거하라고 했을 때 최성민이 반대했던 이유를.
‘도은정이라 했나? 그 여자와 눈이 맞았으니 죽이기 힘들었겠지.’
송치현은 기억한다.
두 달 전, 위장 신분으로 조사를 나갔을 때 최성민이 도은정과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던 것을.
‘목적이야 뻔하지. 최성민의 생각을 읽었을 때도 그랬고.’
아무래도 그때 불을 지핀 사이이다 보니 최성민으로선 죽이기 힘들 것이다.
‘그런 고로…….’
송치현이 장비창에서 아이템을 바꿔입었다.
츠으으읏-
장비를 착용하자 후드가 얼굴을 가렸다.
암살용 차림새였다.
‘내가 직접 움직인다.’
최성민에겐 비밀로 하고 자신이 직접 팀 크러쉬를 암살할 생각이었다.
그 도은정이라는 여자까지도.
‘되도록 밤에 처리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그런 생각으로 방을 나서려는데.
똑똑-
노크와 함께 집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어나셨습니까? 대영…… 아, 외출하려던 참이십니까?”
“그래.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시길…….”
“잠깐.”
돌아서려던 집사를 붙잡은 송치현이 들고 있는 쟁반을 쳐다봤다.
쟁반 위에는 배즙이 담긴 컵이 있었다.
“주려던 건 주고 가야지.”
그렇게 말한 송치현이 배즙을 단번에 마셨다.
* * *
[대상이 은밀한 신경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대상의 모든 스탯이 10% 하락합니다.] [대상은 자신의 스탯 하락을 눈치챌 수 없습니다.] [해독까지 남은 시간 : 35시간 59분 59초]기꺼운 메시지가 올라왔다.
대상이 누군지는 불 보듯 뻔했다.
‘송치현이 배즙을 마셨군.’
배즙에 독을 탄 사람은 다름 아닌 최성민이었으니까.
‘녀석의 일과를 알아두길 잘했군.’
송치현의 저택에서 하룻밤을 머문 최성민은 아침 일찍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은 쉬웠다.
주방에 미리 끓여져 있는 배즙이 담긴 포트에 독을 넣기만 하면 된다.
그 결과가 지금 떠오른 메시지다.
‘녀석을 중독시키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배즙을 마시던 습관이 오히려 건강을 해쳤다.
‘이제 36시간 이내에 놈을 암살하기만 하면 돼.’
25만인 최성민의 기습이라면 아무리 송치현이라도 어찌할 수 없을 거다.
자고 있을 때라던가 놈이 방심하고 있을 때를 노리면 죽이기 쉬우리라.
그때였다.
철컥-
송치현의 방문이 열렸다.
복도 끝에서 감시하던 최성민이 머리를 넣었다가 조심스레 다시 내밀었다.
방에서 나오는 두 사람이 보인다.
한 명은 집사였고 한 명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후드를 쓴 사람은 송치현이야.’
자기 전에 암살 표식을 걸어놨기에 확실했다.
‘아침부터 어디 가길래 저렇게 모습을 가린 거지?’
의아함은 곧 사라졌다.
‘미행해 보면 알겠지.’
협회에 출근하는 날이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36시간 이내에 놈을 죽여야 한다. 그런 마당에 출근에 신경 쓸 여력은 없어.’
당장은 출근보다 송치현을 미행하며 기회를 엿보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미리 준비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최성민이 걸음을 옮겼다.
미행이 들키지 않도록 여유 있게 거리를 두고 따라갈 셈이었다.
어차피 표식을 걸어둔 이상 눈을 감고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바.
놈을 놓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