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3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40화(34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68화
68. 크러쉬
“어?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심성진은 평소와 달리 일찍 출근한 방태만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진짜 놀랄만한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성진아.”
방태만이 진지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항상 십성진이라며 욕하던 것과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뭐예요? 갑자기 분위기나 잡고.”
“이리 와서 앉아봐.”
심성진이 맞은편 소파에 앉자 방태만이 입을 열었다.
“너는 이 사무실이 누구 거라고 생각하냐?”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대장 거죠.”
팀 크러쉬에서 부르는 대장은 양조영을 의미했다.
“그렇지. 대장 거지. 그런데 그 대장이 죽었어. 너도 랭킹으로 확인했지?”
“예…….”
한동안 양조영과 연락을 취할 수 없었던 팀 크러쉬 멤버들은 자정이 되자마자 랭킹을 확인했다.
그리고 보았다.
양조영의 이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한가지다.
죽음.
생각지도 못한 양조영의 죽음은 멤버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새벽에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진짜 양대장님이 돌아가셨다니…….”
“그뿐만이 아니야. 양백두 비서실장님 이름도 검색되지 않아.”
“양백두라면…… 대장님 아버지요?”
방태만이 고개를 끄덕이자 심성진이 놀라서 물었다.
“그럼 대장님 아버지까지 돌아가신 거예요?”
“그렇지. 어쩌다 그리된 건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여러모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거나 대장이 죽었어. 그럼 대장 이름으로 빌린 이 사무실은 어떻게 될까?”
“글쎄요? 어떻게 되는데요?”
“문을 닫겠지. 그리고 우린 상가 주인에게 내쫓기겠지.”
“아…….”
당연한 결과였다.
세입자가 사망한 이상 더는 사무실을 운영할 수 없다.
팀을 유지할 수도 없다.
“서, 설마 저희 팀 해체되는 거예요?”
방태만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래.”
“우, 우리끼리 유지하면 되잖아요. 사무실 임대 비용이 비싸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비용이 문제가 아니야.”
“그럼요?”
“우리가 여태껏 자유롭게 던전에 드나들었던 게 뭐 때문이라고 생각하냐? 양조영 헌터님 때문이야.”
“대장님이요?”
“그래. 대장님의 네임벨류 덕분에 원래 2대8인 비율도 3대7로 받을 수 있었고, 던전도 협회와 관리인에게 말만 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었지. 하지만 양조영 헌터님이 사망한 지금은?”
방태만이 진지함을 넘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위험하다고 볼 수 있지.”
“위험하다고요?”
“생각해 봐. 대장님과 양백두 비서실장님이 죽었어. 어떻게 죽었을까? 두 사람이 과연 자살한 걸까?”
“자살할 이유는 없지 않아요? 그렇게 잘나가던 분들인데…….”
“그렇지. 그럼 타살이라는 말인데 누가 죽였을까?”
“그거야 모르죠.”
“그래. 누가 죽였는진 몰라. 중요하지도 않고. 확실한 건 A급 헌터를 죽일 정도로 강한 누군가가 죽였다는 거야. 그것도 비서실장과 그 아들을.”
“그런데 그게 저희랑 무슨 상관이죠?”
이렇게 말했는데도 모르겠냐는 듯 방태만이 한심한 눈길을 보냈다.
“양조영 헌터님이 암살당했어. 아버지인 양백두 헌터님도 죽었고. 만약 암살자가 양조영 헌터님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죽이려는 거라면?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가만히 생각하던 심성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서, 설마…… 우리?”
“맞아. 추측일 뿐이지만 암살자는 우리마저 죽이려 들 수도 있어. 양조영 헌터님의 팀이라는 이유로.”
“아…….”
“좋든 싫든 양조영 헌터님의 팀에 들어온 순간, 우리는 이 일에 휘말린 거야.”
덤덤한 태도를 보이는 방태만과 달리 심성진이 몸을 가늘게 떨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모양이다.
“우, 우리 빨리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대로 있다간 위험하잖아요.”
“너무 겁먹지 마. 추측일 뿐이니까.”
“그, 그치만……!”
“생각해 봐. 양조영 헌터님이 실종된 게 언제부터지?”
“12일 전?”
“그렇지. 그럼 정황상 그때 암살당했다고 봐야겠지?”
“그렇죠?”
“근데 우리 목숨은 왜 아직도 붙어 있을까? 12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 그러게요? 왜 아직도 안 죽인 거지?”
“어쩌면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지. 암살자가 있다는 내 추측이 틀렸을 수도 있고.”
“그러네요! 죽일 거면 진즉에 죽였을 테니까요!”
불안해하던 심성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일러. 추측대로 위험에 노출됐을지 모르니까. 조심하는 게 좋지.”
“그럼 이제 어쩌실 계획이에요?”
“당분간 자숙하고 있어야지. 당연히 팀은 해체하는 게 맞고.”
“아…….”
심성진의 얼굴에 짙은 아쉬움이 떠올랐다.
방태만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아쉽네요.”
“어쩔 수 없어. 대장도 없는 데다 위험할지도 모르는 팀을 유지하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차라리 새로운 팀을 만드는 건 어때요?”
“이름만 바꾼다고 협회에서 추적 못 할 거 같냐? 그 암살자가 협회 사람이면?”
“음…….”
“이러나저러나 목숨을 연명하고 싶으면 활동은 당분간 중단하는 게 좋아.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 말이지.”
심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태만의 판단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애들 출근하면 우리 주장 들려주고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보자고.”
“……그러죠.”
잠시 후 사무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엄정식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좋은 아치…….”
활기차게 들어오던 엄정식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말끝을 흐렸다.
“왜들 그러세요? 혹시 대장님이 죽은 것 때문에……?”
“일단 이리 와서 우리 얘기 좀 들어봐.”
방태만은 심성진에게 말한 것처럼 자신의 추측과 향후 계획을 말해줬다.
“그럼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그런 셈이지.”
엄정식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몇 달 안 되는 시간 동안 정이 많이 쌓인 탓이다.
너무 축 처져 있자 분위기 좀 바꿔볼 겸 방태만이 화제를 돌렸다.
“은정이랑은 어때? 아직도 관계에 진전이 없냐?”
“보면 아시잖아요. 아닌 것 같아도 얼마나 철벽을 치는데요.”
엄정식의 한숨이 짙어졌다.
팀원들의 얼굴에 쓴웃음이 올라왔다.
“나중에 팀 해체하면 따로 만나자고 해봐. 개인적으로 만나면 또 다를지 누가 알아?”
“그때 되면 아예 연락 끊고 살걸요?”
“그래도 혹시 모르는…….”
“팀장님 포기하세요. 허구한 날 그렇게 들이댔는데도 관심 한 번 안 주는 걸 보면 진짜 싫어하는 거예요.”
“아, 심 선배님. 갑자기 그렇게 팩트 폭행해 버리시면 어떡해요…….”
“난 은정이가 아직도 네 번호 차단 안 해놨다는 게 신기하다.”
“아, 진짜. 선배님!”
“하하하핫!”
분위기가 풀렸다.
몇 마디 더 농담이 오가니 완전히 예전 분위기로 돌아왔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한 우정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
팀이 해체된다는 절망감은 잠시 접어둔 채로 다들 지금 이 순간을 즐겼다.
“대화 더 나누고 계세요. 커피 좀 타올게요.”
“오,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자진해서 타온 다냐?”
“저 혼자 먹긴 그렇잖아요.”
“오랜만에 막내가 타오는 커피 좀 먹어볼까?”
“제가 무슨 막내예요?”
“은정이 없을 땐 네가 막내지, 뭐.”
“막내야, 미리 잘 먹으마. 큭큭.”
선배들의 장난에 엄정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탕비실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끼익-
때마침 사무실 문이 열리자 방태만과 심성진이 웃는 낯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정이 왔냐?”
“마침 잘됐다. 너도 커피 한 잔…….”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도은정이 아니었다.
“누구……신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사내가 갑옷을 걸친 채로 들어왔다.
‘헌터?’
무슨 용무로 왔는진 몰라도 사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로 오셨…….”
방태만이 다가가려던 찰나.
츠으으읏-
사내의 손에서 검이 소환되는 걸 본 심성진이 소리를 질렀다.
“팀장님! 조심하세요!”
“응?”
방태만이 돌아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서걱-
둥실 떠오른 머리가 툭 하며 심성진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헉.”
방태만과 눈이 마주친 심성진은 까무러칠뻔한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지금은 팀장의 죽음에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츠으으읏-
곧장 헌터 장비를 착용한 심성진이 검을 들었다.
“큭큭. 나랑 해보겠다고? 고작 전투력 1만따리가?”
“너, 너 이 새끼…….”
사람을 죽이고도 후드 쓴 사내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벌레라도 치운 듯 개의치 않는 목소리.
심성진이 떨리는 심정으로 검을 들었다.
상대와의 격차는 명백했다.
아마도 자신은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순간 탕비실에 들어간 엄정식이 생각났다.
심성진이 기지를 발휘했다.
“넌 누구야! 누군데 갑자기 쳐들어와서 팀장님을 죽인 거냐!”
큰소리로 상황을 전파했다.
탕비실에 있을 엄정식이 상황을 듣고 숨어있을 수 있도록.
‘제발 거기서 나오지 마라, 정식아. 죽는 건 나까지여야만 해.’
그런 생각을 하는데 사내가 갑자기 킥킥거리며 웃음을 흘린다.
“이 상황에서도 동료를 위하다니……. 대단하군. 그건 칭찬해 주지.”
심성진이 눈을 크게 뜸과 동시에 후드 쓴 사내가 검을 휘둘렀다.
세상이 둘로 조각이 났다.
눈 깜박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털썩-
심성진의 시체가 소파 위로 엎어졌다.
뚝뚝 흘러내린 피가 사무실을 적셨다.
“순식간에 두 명을 죽였네? 더 죽여야 하는데? 나머지는 어디로 숨었을까?”
일부러 상황을 중계하며 즐기던 송치현이 가벼운 걸음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탕비실에서 몸을 떠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여기 있었구나?”
“히익!”
밖의 상황을 모두 전해 들은 엄정식이지만 도망갈 곳이라곤 없었다.
숨을 곳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한 가지뿐.
“너 뭐 하고 있었냐?”
도은정이라도 살리는 일이었다.
* * *
드으은-
문자가 왔다.
핸드폰을 열어본 도은정이 문자를 보더니.
“응?”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엄정식 : 사무실에 오지 마. 오늘 모임 취소야. 오고 있으면 돌아가. 알았지?]갑자기 모임 취소라니.
“아…… 다 왔는데.”
사무실 건물을 앞에 두고 걸음을 멈춘 도은정이 속상한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
[도은정 : 그걸 이제 알려주면 어떡해요, 선배. 그럼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요?] [엄정식 : 응, 없어. 그러니 돌아가.]한숨이 절로 나왔다.
“알려줄 거면 미리 알려주지. 괜히 헛걸음했잖아.”
투덜거린 도은정이 발길을 돌렸다.
몇 걸음 걷지 않은 그때.
드으은-
문자가 와서 보니 엄정식이었다.
[엄정식 : 아, 미안미안! 다른 날로 착각했다. 생각해 보니 오늘 모이는 날 맞아.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보자.]“아, 뭐야?”
짜증스레 말한 도은정이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귀찮게도 한다.
끼익-
아무런 의심 없이 사무실 문을 연 도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냄새지?’
이상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뭔가 쇳덩이에서 나는 그런 냄…….’
도은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
몇 걸음 걷지 않아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있었으니까.
‘피……?’
소파에 핏자국 같은 게 보였다.
자세히 보기 위해 좀 더 다가간 순간.
“헙!”
도은정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구토가 밀려올 것 같았으니까.
“서, 선배……!”
그녀의 눈앞엔 심성진의 시체가 있었다.
방태만의 머리도 보였다.
덜덜덜-
자연스레 손발이 떨려왔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 온몸으로 나타났다.
“빨리도 왔네?”
난데없이 들린 목소리에 도은정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후드를 쓴 남자가 손에 뭔가를 쥐고 있었다.
엄정식의 머리였다.
“우읍!”
“아, 미안하군.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송치현이 머리를 툭 던졌다.
“마침 죽이고 있는데 나타난 네 잘못이라고?”
“아아…….”
사람은 충격을 받으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도은정이 주저앉아 떨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나 보군.”
팀원들을 살인한 살인귀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도은정은 움직일 수 없었다.
“도망보다는 그렇게 앉아 있는 게 더 나을 거야. 도망치려고 했으면 바로 목을 쳐버렸을 테니까.”
송치현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다.
칼을 뻗으면 닿을법한 거리였다.
“걱정 마. 고통 없이 보내줄 테니. 우리 성민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 만큼 대우를 해줘야지.”
“……?”
최성민의 이름이 나오자 도은정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후드 밑으로 보이는 범인의 얼굴이 묘하게 누군가와 닮았다.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살아 있던 걸 위안으로 삼으라고.”
그 말을 끝으로 검을 든 순간.
후두둑-
옷에 뭔가가 묻었다. 알 수 없는 액체였다.
“뭐야?”
고개를 돌리던 그 순간 송치현은 보았다.
난데없이 나타난 제삼자가 자신의 목을 노리며 단검을 휘두르는 것을.
“큭!”
가까스로 피해 목숨은 건졌지만, 경동맥이 살짝 베였다.
피가 주르륵 흐르는 가운데 제삼자의 2격이 날아든다.
‘지금이다! 소드 댄싱!’
송치현의 검이 화려하게 움직였다.
파파파파파팍-!
그러나 애꿎은 소파만 조각냈을 뿐, 자신을 노렸던 암살자는 어느새 멀찌감치 물러나 있었다.
‘사거리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예측하고 대처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송치현이 굳은 표정으로 끼어든 제삼자를 노려봤다.
“누구냐, 넌?”
검은 가면을 쓴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