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3화(3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33화
33. 구세주
불빛 한 점 없는 새까만 동굴 속.
파지지직-
민도준이 소환한 전광이 주변을 밝혔다.
그러자 여자 헌터들이 깜짝 놀랐다.
“마, 마법도 쓸 줄 아세요?”
“네. 마검사라고 말했을 텐데요.”
“마검사가 뭔지 잘 몰라서…….”
민도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타란튤라 던전은 와 보신 적 있으세요?”
“아뇨. 처음이에요.”
“저는 한 번 와 봤어요.”
헌터들의 대답에 민도준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초짜들이었군.’
자신은 수백 번도 공략한 베테랑이지만 여기 두 헌터들은 다르다.
‘과연 사냥에 도움이 될까?’
그 질문에 민도준은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방해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어차피 단독으로도 공략하는 마당에 여자 헌터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신경 쓰이지 않게끔 자기 몸은 자기가 간수했으면 한다.
그 마음에 민도준이 몇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제가 앞장설 테니까 5미터 정도 떨어져서 따라오시고요. 항상 주변을 경계하세요. 그리고 마법은 필요할 때 아니면 켜두지 마세요. 어그로 끌릴 수 있으니까. 혹시 불속성 마법 있으세요?”
“네. 파이어 실드 있어요.”
“전 파이어 핸드요.”
“그 두 개는 거미줄 걸렸을 때만 쓰시고, 공격 마법은요?”
“어스 드라이브랑 윈드 커터 있어요.”
“전 윈드 블레이드랑 윈드 슬래쉬요.”
“동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어스 드라이브는 쓰지 마시고요. 풍속성 마법으로 싸우시고 되도록 자신들을 노리는 타깃을 우선시하세요. 제 쪽은 신경 쓰지 마시고요. 그럼 출발하죠.”
민도준은 그렇게만 말하고 앞장서 걸었다.
해줄 말은 전부 다 해줬다.
하지만 두 헌터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이 사람 뭐지?’
‘나보다 레벨도 낮으면서 왜 리더처럼 구는 거지?’
민도준의 실력을 모르는 그녀들로서는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안 오세요?”
“아, 가요.”
민도준의 부름에 두 사람은 일단 그를 따르기로 했다.
저벅저벅-
세 사람이 전광을 등불 삼아 전진했다.
헌터들은 민도준의 말대로 5미터 이상 거리를 벌린 채 걸었지만 단순히 남자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마검사라니…….’
‘근력이랑 마력을 올리는 직업인가?’
여태 여러 사람이랑 파티를 맺어봤지만 검과 마법을 병행하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다.
‘신기하네.’
검을 들었는데도 마법을 쓰는 민도준이 신기했지만 그뿐.
강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일단 레벨부터가 자신들보다 현저하게 낮았으니.
취리릭-
그때 어둠 속에서 거미줄이 날아들었다.
반응하기 늦었다고 생각할 때쯤 전광이 갑자기 기이하게 움직였다.
파지직-
거미줄이 전광에 막혀 사라졌다.
‘뭐, 뭐지?’
헌터들이 놀라는 그때 또 한 번 거미줄이 날아왔지만.
파지직-
역시나 전광에 막혀버렸다.
‘스킬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거미줄이 날아올 때마다 전광이 기이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방패 역할을 했다.
그때마다 헌터들이 연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막아주는 스킬이 있다고는 듣도 보도 못했다.
우우웅-
민도준이 무기에 버프를 걸며 튀어나갔다.
동시에 차지 라이트닝을 날리고 파이어 블래스트를 소환했다.
화르르륵!
불길이 동굴을 환하게 밝혔다.
주변의 타란튤라들이 연신 거미줄을 쏘아댔지만 모두 불길에 막혀버렸다.
서걱-
키이잇!
서걱-
키에엑!
헌터들이 뭔가를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됐다.
“…….”
“…….”
세 마리의 타란튤라가 연기로 사라지는 모습에 헌터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희영 언니. 타란튤라 던전 한 번 와 봤다고 했지?”
“어? 어어.”
“원래 저렇게 약해?”
“아니…… 절대…….”
던전에 와 본 경험이 있는 정희영으로선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경험상 타란튤라는 세 사람이 합심해야 겨우 한 마리를 잡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저분은 어떻게 저렇게 빨리 잡는 거지?’
던전에 처음 와 본 김혜지도 얼떨떨하긴 마찬가지였다.
‘듣기론 난이도가 꽤 높은 던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눈앞의 남자는 숨어 있는 타란튤라를 찾아 몇 번의 칼질만으로 처치해 버렸다.
[경험치 +1,760] (기여도 100%) [경험치 +1,760] (기여도 100%) [경험치 +1,760] (기여도 100%)헌터들이 얼떨떨해하는 동안 알림을 본 민도준은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목걸이 적용을 못 받으니 경험치가 별로군.’
그래도 특성을 적용받아 2배는 올랐지만 2,640씩 받던 때와는 차이가 꽤 있었다.
“……가시죠.”
두 사람이 계속해서 전진했다.
서걱!
키에엑!
서걱-!
키이익!
민도준이 앞장서며 타란튤라들을 학살했다.
마법사들도 사냥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스킬을 날리기도 전에 괴수들이 픽픽 쓰러졌으니까.
‘엄청나…….’
두 사람은 그저 민도준의 학살을 멍하니 구경했다.
방심했기 때문일까.
그녀들은 옆에서 자신들을 노리고 날아오는 거미줄을 보지 못했다.
휘리리릭!
휘리릭!
“앗!”
“윽!”
끈적한 거미줄이 두 사람을 각자 휘감았다.
벗어나려고 해봤지만 황소도 붙잡아두는 거미줄을 어찌할 순 없었다.
하지만 대비책은 있었다.
‘파이어 실드.’
정희영이 불의 보호막으로 묶었던 거미줄을 태워버렸다.
‘파이어 핸드.’
김혜지도 타오르는 손으로 거미줄을 끊어버렸다.
제약에서 벗어난 그녀들이 곧장 지팡이를 들었다.
‘어?’
그런데 적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거미줄이 날아온 방향을 못 봤기에 찾을 수도 없었다.
휘리릭!
‘거기구나!’
파이어 실드로 거미줄을 막아낸 정희영이 스킬을 날렸다.
‘윈드 커터!’
바람의 칼날이 어둠 속을 향해 날아갔다.
키이잇!
정확히 타격한 그녀가 다음 스킬을 준비하는 동안 김혜지도 자신을 묶은 적을 찾아 스킬을 날렸다.
‘윈드 블레이드!’
위이이이잉-!
퍼걱!
키에에엑!
타란튤라가 비명을 질렀지만 죽진 않았다.
김혜지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 죽었어?’
약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단단했다.
이윽고 후속타로 스킬을 더 날렸지만 죽이진 못했다.
‘다음 스킬이 없어.’
설상가상으로 공격 스킬도 다 써버렸다.
마법사의 단점이었다.
스킬 말고는 대체할 공격 수단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키이이!
타란튤라가 송곳니를 세우며 달려드는 그때.
서걱!
서걱!
괴수들을 정리한 민도준이 마무리를 지어줬다.
[경험치 +493] (기여도 28%) [경험치 +581] (기여도 33%)“가, 감사합니다.”
“감…… 사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거미 독이 나왔습니다.] [파티 룰에 따라 자동으로 룰렛을 돌립니다.]‘어?’
김혜지를 노렸던 괴수가 원하는 아이템을 갖고 있었다.
‘이런.’
민도준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처치한 타란튤라의 기여도는 33%.
룰렛의 아이템 배정 확률은 철저하게 기여도에 의거한다.
‘33%면 괜찮은 확률이야.’
67% 대 33%의 확률.
확률적으론 김혜지가 높았지만 민도준도 적지 않은 수치.
충분히 기대할 만했다.
하지만.
[획득자는 김혜지입니다.]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했던가.
원하지 않던 알림에 민도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응? 거미 독?”
김혜지는 자신이 얻은 아이템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어디에 쓰는 거지?”
설명을 보고도 알 수 없는 탓에 고개만 갸웃거렸다.
‘젠장!’
그 모습에 민도준이 욕지거리를 삼켰다.
그토록 얻고자 했던 아이템이 쓸 줄도 모르는 여자의 손에 들어가다니.
분통이 터지고 어이가 없을 지경.
‘침착하자. 사냥하다 보면 또 나올 거야.’
급할 건 없다.
차근차근 잡다 보면 언젠가 다시 나오리라.
“……갑시다.”
그렇게 사냥은 계속됐다.
퍼걱!
키에에엑!
서걱!
키이이잇!
민도준의 검이 괴수들을 토막 냈다.
전보다 더 거친 움직임이 마치 화풀이를 하는 듯했다.
그렇게 괴수들을 처치해 나가던 세 사람은 1시간 반 만에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출구였다.
“아! 저기가 출구인가 봐요!”
드디어 탈출이라는 생각에 두 헌터가 걸음을 옮겼지만 민도준은 나갈 생각이 없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아직 안 나갈 겁니다.”
“네?”
그러면서 등을 돌리자 헌터들이 당황한 얼굴로 따라붙었다.
“왜, 왜요?”
“사냥하러 왔는데 굳이 일찍 나갈 필요는 없잖아요.”
“…….”
그녀들은 솔직히 더 사냥하고 싶지 않았다.
‘경험치도 얼마 못 먹는데…….’
1시간 반 가까이 그녀들이 잡은 타란튤라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민도준이 앞장서서 거의 모든 괴수들을 처치했기 때문.
사냥할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따라오세요.”
“…….”
“어차피 혼자서는 못 나가요.”
혼자서 탈출은 불가능하다.
다 같이 탈출해야 공략으로 인정된다.
민도준의 말에 그녀들은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
서걱!
키에엑!
[경험치 +1,760] (기여도 100%) [C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파티 룰에 따라 자동으로 룰렛을 돌립니다.] [획득자는 민도준입니다.]서걱!
키에엑!
[경험치 +1,760] (기여도 100%) [카이트 쉴드가 나왔습니다.] [파티 룰에 따라 자동으로 룰렛을 돌립니다.] [획득자는 민도준입니다.]카이트 쉴드는 C급 아이템.
민도준에겐 필요 없지만 팔면 6,000만 원은 받을 수 있었다.
한편 두 마법사는 각자 괴수 한 마리씩 맡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윈드 커터!’
카가가각!
키이익!
‘윈드 블레이드!’
위이이이잉!
키이익!
긴장된 전투 끝에 그녀들도 자신의 몫을 처치할 수 있었다.
“휴우…….”
식은땀을 닦으며 돌아보니 민도준이 마지막 남은 타란튤라의 머리를 쪼개고 있었다.
‘헐…….’
‘어느새…….’
자신들이 각자 한 마리를 처치할 때 민도준은 다섯 마리를 사냥했다.
압도적인 격차.
‘이럴 수가…….’
‘이, 이게 무슨 353레벨이야?’
강함의 척도가 레벨만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갑시다.”
“저기…… 도준 씨.”
김혜지의 부름에 민도준이 걸음을 멈췄다.
“힘들지 않으세요?”
“전 괜찮습니다.”
“죄송한데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될까요? 너무 지치네요.”
장장 3시간 가까이 사냥만 하고 있었으니 그도 당연했다.
더구나 체력이 낮은 마법사라면 더더욱.
반면 체력이 높은 민도준으로선 일말의 피로도 느끼지 못했지만.
“힘드시면 여기 계세요. 저 혼자 사냥하고 있을 테니.”
“혼자는 무서운데…….”
“그럼 둘이 계시던가요.”
“언니……. 같이 있어 줄 거지?”
김혜지가 쳐다보자 정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안 했지만 그녀도 쉬고 싶던 참이었다.
“저희는 좀 쉬다가 따라갈게요.”
“2시 방향으로 쭉 오시면 됩니다. 잘못해서 다른 길로 새진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민도준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김혜지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힘들어.”
정희영도 바닥에서 휴식을 취했다.
“괜찮아?”
“응.”
“어렵진 않지?”
“생각보다는…….”
힘들긴 했지만 어렵진 않았다.
“저 헌터가 워낙 세니까…….”
“하하, 그건 그래.”
민도준이 혼자서 다 쓸어버리니 긴장감도 덜했다.
“솔직히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불안했었는데 지금은 뭐…….”
남자라고 불안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민도준이 없자 불안하다고 해야 할까?
“슬슬 가야지?”
“그래.”
너무 오래 쉬면 민도준을 못 찾을까 두려웠던 그녀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이어 핸드.’
화르륵-
손에서 불길이 타오르며 주변을 밝혔다.
불길을 등불 삼아 민도준이 말했던 2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겁을 먹었는지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얼마나 멀리 가신 거지?’
따라잡는다고 빠르게 걸었지만 민도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휘리릭!
“윽!”
어둠 속에서 날아온 거미줄이 온몸을 묶었다.
‘파이어 실드!’
곧장 풀어헤친 정희영이 자신을 기습한 타란튤라를 찾아 스킬을 날렸다.
퍼걱!
키에엑!
두 사람의 합심 끝에 처치하긴 했으나.
“어?”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방향을 잃고 말았다.
“어, 어디였더라……?”
배경이 온통 똑같다 보니 조금만 눈을 떼면 방향을 잃기 쉬웠다.
‘여기였나?’
직감을 따라 무작정 걷던 그녀들이 잠시 후 걸음을 멈췄다.
키으으응-
“…….”
“…….”
일부러 멈춘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키으으응-
그것은 거대한 타란튤라였다.
커다란 공동이 작아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덜덜덜-
김혜지가 저도 모르게 다리를 떨었다.
정희영도 얼어붙긴 마찬가지.
갑자기 보스를 맞닥뜨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키으으응-
‘우, 움직여야 돼.’
‘어서……!’
보스가 괴상한 소리를 내는 동안 두 사람은 굳어 있는 몸을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공포에 지배됐는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들키지 않은 지금 도망쳐야 해!’
노력 끝에 발이 떼졌다.
다행이었다.
이대로 뒷걸음을 쳐서 도망가면 살 수 있다.
키으으응?
한데 보스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피유우우우웅!
대포처럼 쏘아진 거미줄이 정희영을 강타했다.
퍼어억!
“꺄악!”
“언니!”
그대로 맞고 튕겨 나간 정희영이 바닥을 굴렀다.
파이어 실드를 켜놓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즉사했을지도 모를 대미지였다.
“흐으윽…….”
실드로 방어했는데도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쿵- 쿵-
보스가 전봇대만 한 다리를 움직이며 다가왔다.
“어, 언니! 괜찮아?”
“으으윽!”
갈비뼈가 나갔는지 고통이 엄습했다.
뚝- 뚝-
어느새 다가온 보스가 두 먹잇감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아아.”
그때 두 사람은 생각했다.
이대로 죽는구나, 하고.
하지만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지.
타다닷-
구세주가 나타났다.
민도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