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4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41화(34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69화
69. 송치현
최성민은 송치현을 미행했다.
사실 미행이라기보단 추적에 가까웠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 그가 걸어간 흔적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너무 가까이 붙었다간 들킬 수도 있다. 거리가 좀 벌어지더라도 이렇게 미행하는 게 안전해.’
물론 표식을 걸었기에 놓칠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추적하던 최성민은 문득 기시감을 느꼈다.
‘어쩐지 익숙한 길로 가는 것 같은데…….’
이윽고 송치현의 추적이 대형 상가 앞에서 끊겼다.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여긴 팀 크러쉬 사무실이 있는 곳이잖아?’
아무래도 송치현의 목적지는 팀 크러쉬였나 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최성민은 깨달았다.
송치현이 무슨 목적으로 팀 크러쉬 사무실에 방문한 건지.
‘전부 죽일 셈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곳에 올 이유가 없었다.
‘설마 중간에 오광택과 접선해서 함께 들어갔나?’
기억을 지우려고 방문했을지도 모른다.
당분간 죽이지 않기로 자신과 약속했었으니까.
‘아니지.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라면 약속이고 뭐고 그냥 죽일지도…….’
어찌 됐건 확인해보면 알 일이다.
재빨리 상가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는 CCTV에 찍히기에 무시했다.
계단을 뛰어올랐다.
최대한 빠르게 팀 크러쉬 사무실에 도착한 순간.
‘피 냄새.’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비릿한 혈향이 새어 나옴을 느꼈다.
츠으으읏-
곧장 장비를 착용해 전투에 대비했다.
도플갱어의 가면을 쓰고 치명적인 맹독을 꺼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소리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었다.
“서, 선배……!”
도은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상당히 겁먹은 목소리.’
무슨 상황인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스르륵-
은신으로 몸을 숨겼다.
‘그래봤자 전투력이 높은 송치현에겐 보일 테지만…….’
은신 후 기습하면 무기의 공격력이 2배로 오르기에 안 쓸 수가 없었다.
‘될 수 있으면 한 방에 죽여야 한다. 길게 끌어서 좋을 건 없어.’
아무리 송치현의 특성을 알고 있고 대처할 수 있다 해도 25만과 60만의 전투력 격차는 무시할 수 없다.
‘그래도 잘하면 한 방에 죽일 수 있을 거야.’
신경독으로 송치현의 스탯이 10% 낮아진 상태다.
거기에 암살 표식 2배, 선수필승 2배, 헌터 사냥꾼 2배 등등.
일격에 죽이기에 더할 나위 없는 특성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치명적인 맹독까지 뿌려서 놈이 받는 대미지까지 증가시킨다면…….
‘가능성은 충분해.’
계획대로 단번에 죽일 수 있으리라.
‘문제는 요인 암살의 활용인데…….’
요인 암살을 쓰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송치현에게 걸어서 20%의 대미지 증폭을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걸어서 대미지가 반감되는 대신 무적 효과를 받거나.
‘무적 효과를 받는 게 가장 안정적이지. 마침 대상도 있고.’
다른 팀원들은 모르겠지만 도은정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
그녀에게 요인 암살을 걸면 그 외의 대상인 송치현의 공격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즉, 10분 무적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10분 후에는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
차마 도은정을 죽일 순 없으니 요인 암살은 실패로 돌아갈 테고, 120시간 동안 스탯이 50% 하락할 것이다.
‘송치현만 확실하게 암살할 수 있으면 페널티야 받든 말든 상관은 없다만…….’
최성민의 머릿속에 줄곧 의문이 들었다.
굳이 일주일의 페널티를 감수하고 무적 효과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무적이 없어도 송치현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닐까?
‘솔직히…… 자신이 없진 않아.’
송치현은 신경독으로 약해져 있는 상태다.
맹독까지 쓰면 이길 확률은 더없이 증가한다.
게다가 녀석의 특성을 이용하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굳이 무적이 없어도 이길 수 있어.’
무적을 받고 스스로 대미지를 반감시키는 것보다.
‘송치현을 대상으로 요인 암살을 걸어서 20%의 대미지를 올리는 것이 더 낫다.’
결정 내린 최성민이 송치현을 대상으로 요인 암살을 걸었다.
[시간 내에 지정한 대상을 암살하십시오.] [지정한 대상 공격 시 대미지가 20% 증가합니다.] [그 외의 대상 공격 시 대미지가 50% 하락하지만 받는 공격엔 무적이 됩니다.] [남은 시간 : 9분 59초]10분 내로 송치현을 암살해야 한다.
안 그럼 페널티를 받고 역으로 위험한 상황이 온다.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살아 있던 걸 위안으로 삼으라고.”
검을 든 송치현의 모습이 보인다.
당장이라도 도은정의 목을 칠 것 같다.
휙-
조심스레 근접한 최성민이 들고 있던 맹독을 뿌렸다.
플라스크 병에 담겨 있던 독이 송치현의 옷 위로 뿌려진다.
옷에 묻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상이 치명적인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대상의 이동속도가 50% 하락합니다. [대상이 받는 대미지가 50% 증가합니다.] [30초마다 효과가 5%씩 감소합니다.] [해독까지 남은 시간 : 4분 59초]“뭐야?”
독이 묻은 걸 본 송치현이 짜증스레 말할 때.
최성민이 뛰어들었다.
송치현의 목을 단번에 꿰뚫을 기세로.
쉬이익-!
단검을 내지르는데 순간 고개를 돌린 송치현과 눈이 마주쳤다.
은신이 발각됐지만 아무렴 어떠리.
녀석을 죽이면 그만인 것을.
“큭!”
하지만 송치현은 A급 헌터답게 목숨을 잃는 것만은 피했다.
빠른 순발력으로 공격을 피한 것이다.
‘그래도 상처는 입혔다.’
기습이 성공했는지 단검의 붉은 빛이 진해졌다.
10초간 1,600의 추가 공격력이 붙었다.
‘버프를 받은 지금 몰아붙여야 해.’
즉시 공격하려고 휘두르는 모션을 취한 최성민이지만.
타앗-!
동작과 달리 뒤쪽으로 점프해 거리를 벌렸다.
실은 송치현을 속이기 위한 페이크였다.
잠시 후.
파파파파파팍-!
최성민이 있던 자리에 수많은 검격이 지나갔다.
예상대로 송치현의 주력 스킬인 소드 댄싱이 허공을 베었다.
공격이 빗나갈 줄은 몰랐는지 송치현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표정을 굳히며 말한다.
“누구냐, 넌?”
대답할 시간은 없다.
10초가 지나기 전에 최대한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
‘스킬도 뺏으니 거리낄 것도 없어.’
30초마다 맹독의 효과도 줄어들 테니 여유 부릴 틈은 없다.
문답 무용이라는 듯 달려들어 이리저리 공격을 퍼부었다.
까앙-! 까앙-!
송치현이 검으로 막았지만 전부 막힌 것은 아니다.
스걱-
“크윽!”
팔뚝을 베고 지나가는 단검에 송치현이 긴장했다.
‘보통 녀석이 아니다.’
움직임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모든 공격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살초다.
‘거기다 내 공격을 예상했다는 듯 피하고 있어.’
송치현이 아무리 검을 휘둘러봐도 가면을 쓴 상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순발력도 상당한 수준이야. 1,800인 나랑 맞먹을 정도……!’
송치현은 몰랐지만 맞먹는 수준이 아니었다.
현재 군생본능으로 증가한 최성민의 순발력은 2,000에 근접했으니까.
하물며 스탯이 10% 하락했으니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밀리는 건 순발력뿐만이 아니었다.
까앙-!
“큭!”
송치현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내가 힘에서 밀린다고?’
1,800의 근력을 자랑하는 송치현이었지만 아쉽게도 최성민의 근력은 2,300이 넘었다.
힘으로 어찌할 수준이 아니다.
‘무슨 놈의 암살자가 이런 힘을!’
게다가 송치현을 더욱 당황시킨 것은 시야 한구석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당신은 치명적인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이동속도가 50% 하락하고 받는 대미지가 50% 증가합니다.] [30초마다 효과가 5%씩 감소합니다.] [해독까지 남은 시간 : 4분 35초]‘어쩐지 걸음이 둔해졌더라니……!’
위험했다.
이대로 가다간 눈앞의 암살자에게 영문도 모른 채 살해당하고 말 것이다.
핏- 피잇-!
“크윽!”
시간이 갈수록 녀석의 공세를 따라가기가 벅찼다.
‘어찌 된 게 공속이 더 빨라진 느낌이야.’
자신의 장점을 살려 생각을 읽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무념무상으로 싸우는지 아무런 생각도 읽을 수 없었다.
‘젠장! 어디서 이런 놈이 튀어나와 가지고!’
자잘한 상처만 늘어나는 그때.
[소드 댄싱의 쿨타임이 돌아왔습니다.]반가운 메시지가 떠올랐고 송치현이 주저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소드 댄싱!’
이번엔 완벽했다.
타이밍도, 거리도, 피할 수 없는 각도와 범위에 있었다.
하지만.
스르륵-
‘그림자밟기?’
자신의 검이 허공을 수놓고 있을 때.
상대는 유유히 등 뒤에서 솟아올라 목숨을 노렸다.
푹-
“끄하으아윽!”
어깨 깊숙이 단검이 박혔다.
가까스로 몸을 돌려 어깨를 내주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목에 구멍이 뚫렸을 거다.
휙- 휙-
파리를 쫓듯 검을 휘둘러 상대를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이미 당한 어깨는 어쩔 수 없는 법.
고통 때문에 한쪽 팔을 들 수가 없었다.
‘젠장, 한쪽 팔만 써야 한다니…….’
다행인 건 검을 든 팔은 아직 움직일 수 있다는 점.
-이런, 목을 노렸는데 그걸 피하다니.
상대도 동요했는지 잠잠하기만 하던 생각이 읽히기 시작했다.
‘가면을 써서 표정은 읽히지 않지만…….’
생각만 읽힌다면 역전의 가능성은 있다.
-맹독 효과가 끝나기 전에 얼른 끝내야 해.
다행히 상대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시간을 끄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 디버프가 끝나면 자신이 불리해질 걸 아는 거지. 그렇다면……!’
송치현의 고개가 돌아갔다.
멍하니 전투를 보고 있던 도은정이 흠칫 놀란다.
‘저년을 인질로 삼아서 시간을 끄는 수밖에!’
송치현이 몸을 돌렸다.
도은정을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아.’
맹독이 해독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3분 40초.
아직 이동속도가 40%나 느려진 상태라는 것이다.
‘X이발.’
송치현이 등을 돌린 대가는 컸다.
푹-
“아윽!”
등에 단검이 날아와 박혔다.
찰나의 잘못된 판단이 송치현을 패배의 나락으로 빠트렸다.
“이, 이 새끼!”
남은 한쪽 팔로 열심히 검을 휘둘러봤지만.
휙휙- 푹푹-
“으악! 악!”
이빨 빠진 호랑이는 더 이상 위협이 될 수 없었다.
털썩-
송치현이 무릎을 꿇었다.
양쪽 어깨, 등, 팔뚝, 옆구리까지.
도합 수십 방의 단검이 몸에 구멍을 뚫어놨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격한 움직임으로 경동맥에선 쉴 새 없이 피가 흘렀다.
무릎 밑으로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하아, 하아.”
그야말로 죽음만을 기다리는 상황.
송치현이 검은 가면의 사내를 바라봤다.
“죽기 전에…… 한 가지만 묻자.”
“…….”
“넌 대체 누구냐……? 누가 날 죽이라고 시켰지?”
“…….”
“곽민철이 보낸 암살자인가?”
검은 가면의 사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렸다.
도은정을 쳐다보던 그의 몸이 아래로 꺼졌다.
순식간에 도은정의 뒤를 점하더니.
퍽- 털썩-
목을 쳐서 기절시킨다.
“뭐지?”
순간 의아했지만, 그것도 잠시.
송치현은 이내 가면을 벗으려는 남자를 보며 상황을 이해했다.
“아하, 저 여자랑 아는 사이인가? 얼굴을 가린 것도 이해가 가…….”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본 송치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눈길을 보낼 뿐.
“최, 최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