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4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42화(34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70화
70. 검은 가면의 정체
검은 가면의 정체를 알게 된 송치현의 머릿속에 혼란이 왔다.
‘마, 말도 안 돼. 최성민이었다고?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는 건…….’
자신의 눈을 의심했지만 아무리 봐도 눈앞에 있는 사람은 최성민과 똑같이 생겼다.
‘그래, 닮기만 한 녀석일 거야.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대영웅님.”
하지만 그런 생각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씻은 듯이 사라졌다.
얼굴은 그렇다 쳐도 목소리까지 닮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은가.
“최성민! 너 정말 최성민이구나?”
“그렇습니다. 대영웅님.”
“네가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뭐하다니요. 좀 전까지 싸우던 사람의 정체를 알고도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최성민의 눈빛이 삽시간에 바뀌었다.
이제껏 본 적 없던 살기 어린 눈빛으로 단검을 겨눈다.
“저는 당신을 죽이러 왔습니다.”
“뭐……?”
누구보다도 믿었던 부하가 자신을 향해 단검을 겨누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죽이러 왔단다.
상상도 못 한 결말이었는지 송치현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직도 믿기지 않으십니까? 가면을 벗고 정체를 알려줬는데도?”
“그, 그럴 리 없어……. 이건 꿈이야.”
“이제는 현실도피입니까? 그럼 현실에서 깨어나게 해드려야지.”
가까이 다가간 최성민이 단검을 들었다.
푹-!
“끄하아악!”
송치현의 무릎 위에 단검이 박혔다.
“이제 일어나서 걷지도 못하겠군요.”
“너, 너 이 새끼……!”
송치현의 두 눈에서 독기가 올라왔다.
“이제야 믿으시나 보네요. 그렇담 나도 이제 존대할 필요가 없지.”
씨익 웃던 최성민이 다시 가면을 썼다.
송치현은 지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피를 쏟은 상황.
가면을 쓰고 있지 않다가 죽어버리면 놈의 모습을 복제할 수 없다. 그럼 곤란하다.
“왜냐! 왜 날 배신한 거냐?”
송치현이 악을 썼다.
누구보다 믿고 있던 부하에게 배신당했다.
그로선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죽기 전에 이유라도 알자. 언제부터였지? 언제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거냐?”
“처음부터.”
그 말에 송치현이 깜짝 놀랐다.
“뭐? 처음? 널 영입하러 집에 찾아갔을 때 말이냐?”
“아니. 우리가 처음 본 게 그날은 아니잖아?”
최성민과의 첫 만남을 떠올려보던 송치현이 다시 한번 놀랐다.
“서, 설마?”
“맞아. 네가 조사관으로 위장해서 나와 도은정을 조사한 날. 그날부터 배신하기로 마음먹었었지.”
“…….”
송치현은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부터였다고? 어떻게? 복면을 쓰고 정체를 숨겼는데 나라는 걸 어떻게 알고…….”
“내가 아는 건 그뿐만이 아니지.”
“뭐?”
송치현이 최성민을 쳐다봤다.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린다.
-난 네 특성도 알고 있었다. 지금처럼 생각을 읽는 특성이잖아. 그렇지?
송치현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 그걸 어, 어떻게…….”
-여태껏 충성하는 척 속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속마음까지 숨기려니까 아주 죽겠더라니까?
“…….”
송치현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모든 게…… 모든 게 거짓이었다니…….”
최성민은 자신의 정체뿐만 아니라 특성까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배신할 작정으로 지금까지 쭉 속마음을 숨기고 충직한 부하인 척 연기를 했다.
믿음이 컸던 만큼 배신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었다.
“……냐.”
“뭐라고?”
“……누가 시켰냐?”
송치현은 최성민 혼자서 일을 꾸몄다고 생각지 않았다.
분명 암살을 지시한 배후가 있으리라 여겼다.
“누가…… 누가 날 죽이라고 시켰지? 설마…….”
짐작 가는 사람이 있었다.
“곽민철, 그 새끼였구나. 내 특성을 알고 있고, 내가 조사관 활동을 하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
퍼즐이 들어맞았다.
곽민철이라면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할 테니 그놈이 시킨 게 분명하다.
“여차하면 나를 암살시키려고 네놈을 내 곁에 심어놓은 거였구나! 바로 옆에 끄나풀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니, 젠장! 처음부터 곽민철의 수작에 놀아나던 거였어!”
“망상은 거기까지 하지. 내가 설마 곽민철 같은 쓰레기한테 붙었겠냐?”
“그럼? 누구냐? 나를 암살하라고 시킨 배후가 누구냔 말이다!”
최성민이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위에서 시키긴 했지.”
“그러니까 누구!”
“그건…….”
스걱-!
최성민의 단검이 붉은 선을 그었다.
“직접 만나보면 알게 될 거야.”
찰팍-
송치현의 머리가 피 웅덩이로 떨어졌다.
[헌터 송치현을 죽였습니다.] [특성 ‘생각 읽기’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17개를 빼앗았습니다.] [마정석 30개를 빼앗았습니다.] [수집품 1개를 빼앗았습니다.] [소모품 9개를 빼앗았습니다.] [소지품 1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14.5%]송치현을 죽이자 메시지가 떠오른다.
메시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정한 대상을 암살하였습니다.] [지속시간 동안 무적 효과가 유지됩니다.] [남은 시간 : 4분 46초]요인 암살 지속시간이 5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송치현을 제압하고 죽이기까지 5분밖에 안 걸렸다는 뜻이다.
이제 마음대로 송치현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
내친김에 바로 사용해보기로 했다.
‘송치현.’
변신할 대상의 이름을 말하자 가면의 눈두덩이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기운은 이내 발끝까지 내려와 전신을 뒤덮었고.
꾸물꾸물-
최성민의 몸을 변형시켰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송치현의 모습으로.
“정말 변한 건가?”
일단 목소리를 테스트해보니 틀림없는 송치현이다.
이내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본 최성민이 만족스레 웃었다.
거울 안에는 가면 대신 자신이 죽인 사내의 얼굴이 있었다.
‘특성이나 아이템들은 나중에 확인하도록 하고…….’
최성민이 송치현의 얼굴로 주변을 돌아봤다.
‘일단은 이 난장판부터 해결해야겠지.’
팀 크러쉬 사무실은 피와 시체로 어지럽혀 있었다.
굴러다니는 머리들을 확인해 본 최성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도은정만 빼고 전부 죽은 건가…….’
방태만, 심성진, 엄정식까지.
보름 전까지만 해도 쌩쌩하던 얼굴들이 양조영을 봤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어쩐지 미안하군. 내가 그날 팀 크러쉬에 찾아와 양조영을 부르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테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영웅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게다가 이런 결말을 낳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고 말이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야.’
도은정도 희생양이 될 뻔했지만 늦지 않게 송치현을 암살했다.
‘암살이라기엔 너무 대놓고 싸운 격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미리 독으로 약화한 덕분에 정면 대결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최성민의 시선이 도은정에게 향했다.
곤히 자는 것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했다.
‘아마 내 얼굴이나 목소리는 듣지 못했겠지.’
도플갱어의 가면을 쓰고 있었으니 얼굴을 봤을 리는 없고, 말하기 전에 기절시켰으니 목소리를 들었을 리도 없다.
‘걸리는 거라면 싸울 때 내 단검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건데…….’
핏빛으로 빛나는 단검이 흔하진 않기에 가면의 사내가 최성민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스윽-
단검을 꺼내든 최성민이 도은정에게 다가갔다.
곤히 자는 그녀의 머리 위에서 단검을 치켜든다.
‘내가 송치현을 죽였다는 게 알려져선 안 되겠지.’
깔끔한 뒤처리를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도은정을 죽여야 한다.
‘범죄조직의 일원이니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야.’
그렇게 합리화해보려고 했지만, 최성민의 단검은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작 그런 이유로 도은정을 죽인다면 자신이나 송치현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죽이면 구해준 보람도 없잖아?’
츠으으읏-
단검을 해제시킨 최성민이 그녀로부터 몸을 돌렸다.
‘단검을 알아봤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아. 나중에 따로 만나서 심문해야겠어. 생각 읽는 특성도 있으니…….’
사무실은 피로 가득했지만 정작 뒷정리할 건 별로 없었다.
‘일단 팀원들의 시체는 건들 필요가 없다. 부하들을 시켜서 치우면 그만이니까.’
이제부터 송치현 행세를 할 수 있으니 부하들을 시켜서 사건을 은폐시키면 된다.
‘문제 되는 건 송치현의 시체다. 이것만은 절대로 발견되어선 안 돼.’
물론 한 달 뒤면 랭킹을 보고 사망했다는 게 밝혀지겠지만.
‘그전까지 송치현으로 살아가려면 시체를 찾을 수 없게끔 숨겨야 해.’
최성민의 눈빛이 송치현의 시체를 향해 번뜩였다.
* * *
“으으음…….”
도은정은 잠에서 깨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목덜미를 매만졌다.
왠지 목이 뻐근했다.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깜박이던 그녀가 이내 시선을 돌리다가.
“앗!”
주변 환경을 보곤 벌떡 일어섰다.
후미진 골목에서 잠들어 있던 것이다.
‘내, 내가 왜 여깄지?’
분명 자신은 평소처럼 팀 크러쉬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시, 시체! 선배님의 시체를 봤어……!’
틀림없이 봤다.
방태만을 비롯한 팀원들의 잘린 머리를.
그리고 후드를 쓴 범인의 얼굴을.
‘소, 송치현. 송치현이었어!’
후드로 가려져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봤기에 알 수 있었다.
‘성민 후배의 이름을 거론한 걸 보면 틀림없어. 송치현 대영웅이 분명해.’
송치현이 팀원들을 죽였다.
자신 또한 죽이려고 했다.
이유는 모른다.
중요한 건 놈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고, 결국…….
‘살았어? 내가……?’
위기의 순간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아! 그러고 보니…….’
도은정은 뒤늦게 떠올렸다.
위기의 순간 제삼자가 개입했고 둘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는 것을.
‘기억나. 전부 기억나…….’
공포심에 가려져 있던 기억들이 물 위로 떠 올랐다.
‘분명 검은 가면을 쓴 남자였어.’
체형은 남자인 게 분명하지만,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암살자인지 무슨 붉은색 단검을 쓰는 것 같았는데…….’
전투를 세세하게 목격한 건 아니다.
벌벌 떨고 있던 와중이었으니까.
게다가 눈으로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던 터라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거라면 검은 가면을 쓴 암살자가 나타나 구해줬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송치현을 빈사 상태로 만들 정도로 압도했다는 것.’
기절하기 전에 그녀가 본 광경은 무릎 꿇은 송치현이었다.
단검에 찔려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피를 한 움큼 쏟아내는 모습은 정신없던 와중에도 또렷이 기억난다.
‘그 뒤론 기억이 안 나지만 이미 승패는 갈렸어.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이긴 거야. 송치현을……!’
분명 자신을 안전하게 골목길에 데려다 놓은 것도 틀림없이 그 사람의 짓일 거다.
‘누구인지 몰라도 대영웅을 죽였어. 이건 대형 사건이야.’
대영웅을 옹호하려는 마음은 없다.
자신을 죽이려던 놈이었으니 잘 죽었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의 시신은…… 아직 거기에 있을까?’
동료들이 죽은 걸 생각하면 아직도 떨린다.
하지만 확인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은정이 골목을 빠져나왔다.
위치를 보니 사무실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상황 파악을 위해 도은정은 팀 크러쉬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혹시라도 시신이 남아 있다면 신고해서 처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
사무실은 시신은커녕 핏자국 하나 없이 말끔했다.
설마 자신이 꿈을 꾼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