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4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43화(34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71화
71. 뒤처리
드으은- 드으은-
전화가 온다.
최성민의 핸드폰이 아니다. 송치현의 것이다.
“그래.”
-지시하신 대로 뒤처리 끝냈습니다.
“내가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아예 없던 일처럼 깔끔하게 처리했으니 걱정 놓으십시오.
“그래. 수고했다.”
-아닙니다. 대영웅님. 그럼 이만…….
핸드폰을 내려놓은 사람은 송치현이었다.
아니, 송치현으로 변신한 최성민이다.
‘이게 권력의 힘인가? 전화 한 번으로 시체를 치우다니. 뒤처리하기 정말 편하군.’
최성민은 현장에서 벗어나기 전에 송치현의 시체부터 치웠다.
피가 새지 않게 비닐로 감싸고 사무실에 있던 캐리어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도은정을 둘러메고 캐리어를 끌며 사무실을 나왔다.
‘도은정을 내버려 뒀다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테니.’
기절한 도은정을 인근 골목에 내버려 둔 뒤 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최성민은 피로 물든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송치현의 핸드폰을 열었다.
지문 인식 잠금이 걸려 있었지만 송치현으로 변신하니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뒤처리할 부하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지.’
전화부 목록에 ‘청소부’라고 시체를 전문적으로 치우는 부하가 있었다.
‘문자 내용을 보니 시체 치울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닌 모양이야.’
주기적으로 연락한 걸 보면 송치현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뒷정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쨌거나 최성민은 송치현의 목소리로 이 청소부라는 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체 세 구요?
-그래. 발견되기 전에 되도록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30분 내로 모든 걸 처리하겠습니다.
정말 그 시간에 정리할 수 있는지 근처에 숨어서 지켜봤다.
은신을 쓰고 나타난 부하들이 들어갔다 나오는 데 진짜 30분밖에 안 걸렸다.
‘일단 은신이 보이는 걸 보면 나보다 전투력이 아래인 건 확실한데…….’
신기한 건 들어갈 때도 은신, 나올 때도 은신을 썼다는 거다.
‘은신 쿨타임이 저렇게 짧을 리가 없단 말이지.’
아무래도 은신과 관련된 특성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오광택하고는 연락이 안 되는 건가?’
전화부에 연락처는 있었다.
메시지도 수십 차례 보낸 전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답장이 오지 않은 모양이다.
‘여태껏 일부러 기억을 지우지 않은 게 아니라 연락이 안 돼서 못 지우고 있었던 거였군.’
송치현이 이제 와서 팀 크러쉬를 살해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전투력 갱신으로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에 오광택과는 연락도 안 되고 있었으니까.
‘만약 오광택이 연락해 줬었다면 팀 크러쉬 멤버들은 살 수 있었겠지.’
기억 삭제를 당하긴 하겠지만 지금처럼 처참하게 죽진 않았을 거다.
‘오광택. 그 새끼도 언젠가 죽여야 해.’
놈에게 팀 크러쉬 멤버들의 죽음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런 이유로 죽이고자 하는 게 아니다.
‘놈의 특성이 있다면 대영웅 공략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야.’
솔직히 말해 기억을 삭제하는 그 특성이 탐났기 때문이다.
‘애당초 송치현과 세트로 녀석을 죽일 생각이었으니.’
빙의 전부터 노렸던 특성이었기에 오광택의 죽음은 예정된 것이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어차피 그 새끼도 쓰레기 중의 쓰레기니까.’
죽인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드르륵- 드르륵-
캐리어를 끌고 다니던 최성민은 이윽고 매장하기 좋은 야산을 발견.
산을 오른 뒤 적당한 곳에 송치현의 시체를 묻었다.
물론 주변의 눈과 CCTV를 신경 썼기에 들킬 일은 없었다.
[은신의 쿨타임이 돌아왔습니다.]‘1시간이 지났나?’
적절한 때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최성민이 은신을 사용했다.
스르륵-
그대로 야산을 내려와 멀찍한 곳에서 은신을 풀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걸었다.
최성민 본연의 모습으로 말이다.
‘이쯤이면 되겠지.’
충분히 사건 현장과 멀어졌다고 생각되자 적당한 벤치를 찾아 앉았다.
뒤처리하느라 바빠서 아직 특성이랑 아이템도 확인하지 못했다.
[특성 – 생각 읽기]-등급 : S
-설명 : 눈앞에 보이는 대상의 생각을 읽는다. 내면의 속마음은 읽지 못한다. 최대 30m 이내에 있을 때만 읽을 수 있다. 시야에 없거나 망원경, 사진,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서는 읽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생각을 읽는 특성.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속마음은 읽을 수 없고 떠오르는 생각만 읽을 수 있지.’
그렇기에 간파당한다면 상대를 쉽게 속일 수 있지만 몰랐을 때는 이보다 좋은 게 없다.
‘사람은 행동하기 전에 생각으로 떠올리게 마련. 결투 시 상대의 움직임을 전부 파악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지.’
괜히 송치현이 대인전 최강이라 불렸던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특성을 모르는 사람 한정이었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송치현과 최성민은 달랐다.
‘앞으로 상대할 적들은 나한테 이런 특성이 있다는 걸 모를 수밖에 없어.’
그렇기에 송치현과 달리 대영웅을 상대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것만큼 유도신문 하기 좋은 특성도 없으니.’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캐낼 수도 있다.
‘괜히 S등급이 아니지.’
흡족해하던 최성민이 노획한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A급 장비가 많이 들어왔군.’
송치현이 갖고 있던 장비들을 보던 최성민이 작게나마 감탄을 내질렀다.
하나같이 최상급들이었다.
‘내가 쓸 만한 것도 몇 개 있네.’
순발력 옵션의 아이템이 몇 개 보였다.
나중에 A급이 되면 쓰기로 했다.
‘마정석도 30개나 갖고 있었다니. 비상용으로 팔지 않고 놔둔 건가?’
대부분이 A급 마정석. 돈으로 환산하면 100억 이상의 가치가 있다.
‘돈 필요할 때 하나씩 팔면 문제없겠어.’
비상금 개념으로 꺼내 쓰기로 하고 다른 아이템을 보는데…….
‘이건?’
익숙한 수집품 1개가 들어와 있었다.
응축된 말벌 독이었다.
‘거대 말벌 장군을 잡아야 나오는 아이템이 송치현에게도 있었다니…….’
A급 보스도 아니고 D급 보스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이었기에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귀속 아이템이라 버리지도 못하고 갖고 있던 모양이야.’
씨익 웃던 최성민이 즉시 독약 제조 스킬을 사용했다.
[제조 성공!] [치명적인 맹독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좋아. 이걸로 대영웅 한 명은 골로 보낼 수 있겠어.’
이번에 송치현을 죽일 때 톡톡히 효과를 봤었기에 무조건 필요한 독이었다.
‘이것들은 뭐지?’
이 외에도 소모품이 9개가 들어와 있었는데 그중 8개는 스킬 등급 초월석이었다.
‘스킬 등급 초월석이라니…….’
A급 스킬을 S급으로 올려주는 아이템으로, A급 헌터가 S급 스킬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당연히 스킬 등급 강화석보다 귀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귀한 게 8개나 있다니.’
이거면 A급으로 승급했을 때 모든 스킬을 S급으로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이건…….’
남은 한 개의 소모품이 다름 아닌 생명의 비약이었기 때문이다.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이 비약을 송치현이……?’
생명의 비약은 결코 괴수를 잡고 드롭되는 물건이 아니었다.
재료들을 가지고 제조해야지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 말은 송치현이 비약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는 건데…….’
최성민이 알기로 이 세계에 각성자와 괴수가 나타난 지는 약 120년.
긴 시간이 흘렀으니만큼 비약 제조법도 알려졌을 터다.
‘물론 최상위 헌터들만 알고 있겠지만.’
정보에도 값이 매겨져 있는 만큼 공공연하게 알려지진 않았을 거다.
‘송치현이 비약의 제조법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야.’
무려 전 세계에서 칭송받는 대영웅이었으니 말이다.
‘수집품과 소모품은 모두 봤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소지품 1개를 확인해 볼까?’
이내 소지품을 본 최성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살쾡이의 야광 눈?’
전생에서 살쾡이눈 호랑이를 잡고 나온 소지품으로, 어둠 속에서도 낮처럼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거 유용하지.’
어둠을 벗 삼아야 하는 암살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아이템이었다.
‘이걸로 노획한 아이템들은 전부 확인했고…….’
최성민이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딘가로 걸었다.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는 게 아니다.
‘도은정을 만나봐야겠어.’
만나서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걸 캐물을 셈이었다.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지는 걱정할 필요 없다.
이럴 생각으로 미리 표식을 걸어뒀으니까.
* * *
삑삑삑- 철컥-
도은정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안방에 있던 중년인이 현관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누구냐? 은정이냐?”
대답이 없자 중년인이 방에서 나왔다.
전에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그 중년인이었다.
“은정이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오늘 사무실에 가는 날이었잖아?”
“…….”
도은정은 말이 없었다.
그저 혼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넋 놓고 있을 뿐.
도민찬, 아니, 강민찬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선배들이…….”
“선배? 네가 다니는 그 팀 선배?”
“전부 죽었어요. 제 눈앞에서…….”
“일단 앉아봐.”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강민찬이 도은정을 의자에 앉혔다.
“차근차근 말해봐. 무슨 일인데?”
아직 충격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얼굴로 도은정이 자신이 겪은 일들을 털어놓았다.
강민찬도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송치현이 팀 크러쉬 선배들을 다 죽였다 이 말이지? 너도 위험할 뻔했는데 갑자기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나서 구해줬고.”
“예……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뭔데?”
“기절해서 깨어나 보니까 골목에 있었고 다시 찾아가 보니 현장이 감쪽같이 정리되어 있었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누군가 말끔히 치웠구만.”
“애초에 제가 골목에서 자던 건 아니겠죠? 지금까지 본 모든 것들은 꿈이고요…….”
“팀원들한테 연락했는데 아무도 안 받는다며. 네가 본 건 전부 현실일 거야.”
“아아…….”
도은정이 절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본 모든 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너무 마음 쓰지 마. 이런 일 하다 보면 동료들 죽는 거야 비일비재하니까. 빨리 털고 일어나는 게 신상에 이롭지.”
위로랍시고 한 말이었지만 정작 도은정에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깨끗하게 뒷정리된 걸 보면 아무래도 누군가 사건을 은폐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송치현인가?”
“송치현은 아니에요. 여기저기 찔려서 걸레처럼 너덜너덜한 상태였어요.”
“하긴 그런 상태였으면 움직이기도 쉽지 않겠지. 그럼 검은 가면이 치운 건가? 혼자서 시체 셋을 감쪽같이? 그게 가능한가?”
“글쎄요……. 어찌 됐건 송치현은 죽었어요.”
“그러면 좋겠다만 아직 죽었다고 속단하지는 마. 조금만 숨이 붙어 있어도 치료사만 있으면 기적적으로 완치시킬 수 있는 세상이니까.”
“…….”
더는 말하지 않았지만 도은정은 확신하고 있었다.
검은 가면의 사내가 송치현을 죽였을 거라고.
“그럼 그 검은 가면의 정체는?”
“모르겠어요.”
“흐음, 대영웅을 압도할 정도면 대단한 친구임은 분명한데 말이야. 뭐 짐작 가는 거라도 없어?”
“정체는 알아서 뭐 하게요?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려고요?”
“그런 대단한 친구가 조직원으로 들어온다면야 대환영이지.”
“꿈 깨세요. 그런 사람이 잘도 이런 허름한 조직에 들어오겠네요.”
“안 될 게 뭐 있어? 대영웅을 죽이려던 걸 보면 우리랑 뜻도 맞는 것 같구만.”
“…….”
“그건 그렇고 정체는 진짜 모르겠어?”
곰곰이 생각하던 도은정이 결국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쓰던 무기랑 닮은 무기를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이…….”
그때, 도은정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발신인을 본 그녀가 조용히 읊조렸다.
“성민 후배……?”
그러다가 번뜩이며 스치는 생각에 눈을 크게 뜬다.
“서, 설마?”
떠올랐다.
붉은색의 단검을 쓰던 게 누구인지.
‘성민 후배가…… 검은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