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4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44화(34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72화
72. 유도신문
“왜? 무슨 일이야?”
강민찬의 물음에 도은정이 흠칫 놀랐다.
“뭐 떠오른 거라도 있어?”
“아, 아니에요.”
검은 가면의 정체가 최성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은 전화를 받아야 할 때다.
“여보세요? 성민 후배?”
-선배님. 혹시 시간 되시면 점심이나 드실래요? 저번에 대접해 준 것도 있으니 제가 살게요.
도은정이 약간이지만 당황했다.
최근까지도 자신의 연락을 무시하던 최성민이 이리도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기에.
오늘은 심적으로 지치기도 해서 거절할까 생각도 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최성민에게는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
“그래요. 같이 식사나 해요. 어디서 볼까요?”
* * *
최성민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곧 있으면 약속 시간이군.’
고개를 든 그의 시야엔 도은정의 집이 있었다.
혹시라도 수상한 움직임은 없는지 감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달리 집 밖으로 나오진 않았군.’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 도은정은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모습을 보인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철컥-
‘나왔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도은정이 외출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집에서 나온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저 사람은…… 그때 아버지 역할을 하던 조직원?’
자신을 속였던 중년인과 함께 나오고 있었다.
‘같이 살고 있었나? 아니, 저 집을 거점으로 이용하는 건가?’
겉으로 보기엔 아버지와 딸 같지만, 아니다.
둘 다 같은 범죄 조직이다.
특정 목적에 의해서 협동하는 팀 크러쉬의 팀원 같은 관계.
무뚝뚝한 둘의 표정만 봐도 사적인 관계처럼 보이진 않는다.
‘내 앞에선 애틋한 부녀처럼 연기하더니만…….’
자신을 속인 걸 생각하면 괘씸했지만 일단 넘어가 주기로 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니.
‘음? 서로 갈라지네?’
둘은 뭔가 말을 주고받더니 서로 다른 길로 향했다.
‘누구를 미행할까?’
남자를 쫓아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도은정이 우선이다.
‘중간에 도은정이 누군가와 접선할 수도 있으니.’
혹시라도 자신이 송치현을 죽였음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여기저기에 퍼뜨리고 다닌다면.
최성민으로선 도은정이 더 이상 떠벌리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죽여야 하겠지.’
되도록 그러고 싶지 않았기에 도은정이 엄한 길로 새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 도은정은 약속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수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수상한 인물과도 마주치지 않았고. 그저 약속 장소에 서서 최성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흠…….’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던 최성민이 좀 더 접근했다.
생각을 읽어보기 위해서였다.
‘들키지 않게 30m 이내로만 접근하면…….’
30m는 생각보다 짧은 거리다.
자칫하면 들킬 수도 있었기에 엄폐물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근처에 건물이 있어서 그곳 창문으로 그녀를 지켜봤다.
자신을 기다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정보를 알고 있는지.
-성민 후배가 조금 늦네. 언제쯤 오려나?
-그동안 연락 없다가 왜 갑자기 부른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어.
-근데 정말 성민 후배가 송치현을 죽인 걸까? 물어보면 사실대로 말해주려나?
-떨리네. 정말로 성민 후배가 검은 가면이면 어쩌지?
생각을 읽던 최성민이 놀랐다.
‘내가 송치현을 죽인 걸 알고 있잖아?’
정확히는 추측일 뿐이었지만 어쨌거나 용의자로 지목된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떠오르는 생각들을 좀 더 읽어본 결과, 최성민은 그 이유를 건질 수 있었다.
‘역시 단검을 보고 나라고 추측한 거구나.’
아무래도 붉은빛의 단검이 흔치 않으니 의심받을 만도 했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도은정을 주시하던 최성민이 걸음을 뗐다.
“아, 성민 후배!”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다가간 최성민이 미안하다는 듯 뒷머리를 매만졌다.
“죄송해요. 선배님. 제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저도 좀 전에 왔는걸요, 뭘.”
‘좀 전에 오긴. 20분이나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으면서…….’
아무래도 자신에게 아직 호의적인 감정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연락을 무시했는데도 말이다.
“일단 뭐 먹을까요?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해산물 빼고 다 좋아해요.”
“그럼 한식, 양식, 중식 중에서 하나만 골라보세요.”
그렇게 대화를 나눈 뒤 향한 곳은 번화가의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이었다.
“식사는 제가 살게요. 마음껏 고르세요.”
“아니에요, 성민 후배. 제가 살게요.”
“예? 저번에 음식 대접해 주셨잖아요. 그러니 제가…….”
“그거는 구해준 게 고마워서 보답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럼 이번은요?”
순간 최성민의 머릿속으로 도은정의 생각이 전달됐다.
-이번에도 구해준 거 아니냐고 물어볼까?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최성민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렇다는 건 아직 확신은 없다는 거네.’
마음의 여유를 가진 최성민이 짐짓 모른 체하며 그녀를 불렀다.
“은정 선배?”
“아, 이번 거는…… 제가 선배니까 사는 거예요. 원래 후배랑 있으면 선배가 사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리고 목숨을 빚졌는데 한 번 대접한 걸로 퉁치기엔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거라면 알겠어요. 선배가 사는 거로 해요. 비싼 거 골라도 되죠?”
말이 길어지자 딱 잘라 끊은 최성민이 메뉴를 골랐다.
목적이 있는 만큼 쓸데없는 언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도은정까지 메뉴를 주문하고 나자 최성민이 슬슬 유도신문에 들어갔다.
일단은 같은 집에 사는 조직원에 대해 알아볼 셈이다.
“고마워요, 선배님. 저번에도 엄청나게 얻어먹었는데 이번에도 밥을 사주시다니.”
“성민 후배가 해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뭐.”
“전에 아버지가 해준 음식 엄청 맛있었는데. 무슨 요리 자격증이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진 않아요.”
-그 양반이 자격증은 무슨. 다 이모님이 요리해 주고 가신 건데.
‘이모님?’
생각을 읽어보니 음식은 다른 조직원의 솜씨인 듯했다.
“아버지는 아픈 데 없이 잘 계시죠?”
“그럼요.”
-그분이야 팔팔하지.
“성함이…… 도민찬이었나? 맞죠?”
“네, 맞아요.”
-실은 강민찬이지만.
‘도민찬은 가명이었군.’
최성민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는요?”
“……어머니는 안 계셔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지…….
도은정의 진짜 친모는 돌아가신 모양이다.
“죄송해요. 그때 어머님이 안 보이셔서 물어본 건데 제가 괜한 얘길…….”
“아니에요, 괜찮아요. 오래전 일인데요, 뭘.”
-12년도 더 됐지…….
“그럼 아버지랑 단둘이 살고 계신 거예요?”
“그런 셈이죠.”
-내가 그 집에 신세 지고 있는 셈이지만.
‘흠…….’
이후로 대화를 더 나누긴 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대놓고 물어보지 못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정보엔 한계가 있었다.
‘차라리 대놓고 물어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문하신 세트 나왔습니다.”
음식이 나왔다.
이윽고 둘은 말없이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최성민은 생각을 읽기 위해 이따금 그녀를 힐끔거리곤 했다.
“그런데 성민 후배.”
이번엔 자신이 질문할 차례라는 듯 도은정이 운을 뗐다.
“갑자기 왜 먼저 밥 먹자고 한 거예요?”
“그야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해서 연락을…….”
“그때 집에 초대한 이후로 제 연락 무시했었잖아요.”
생각을 읽어보니 도은정은 화가 났다기보단 의아해하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을 무시한 건지.
‘하긴 번호를 바꾼 것도 아닌데 연락이 안 되니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실제로도 무시한 게 맞았다.
‘그때 아버지와 딸인 것처럼 연기하고 비밀 면접을 봤다는 것에 열 받았었으니까.’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엮일 줄이야.
“성민 후배, 솔직히 말해봐요. 다른 목적이 있어서 절 만나자고 한 거죠?”
-성민 후배가 검은 가면이죠? 그래서 만나자고 한 거죠? 제 생각을 떠보려고.
도은정의 생각이 머릿속에 울린다.
최성민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연락을 무시하던 사람이 갑자기 먼저 식사하자고 하니 이상하잖아요. 이유가 있는 거죠? 그런 거죠?”
“…….”
“왜 대답이 없어요. 할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솔직하게 말할게요.”
최성민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정공법이다.
“은정 선배가 집으로 초대한 그 날 우연히 봤거든요.”
“네? 뭐를요?”
“침대맡에 있던 카키색 점퍼, 거기에 달린 푸른 칼날이 교차한 마크.”
도은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
“그, 그게 뭐 어쨌다는…….”
애써 태연한 척 시치미를 뗀다.
생각으로 다 읽히는 줄도 모른 채.
“그거 어떤 조직의 마크잖아요. 그것도 아주 위험한.”
“…….”
-우, 우리 조직 마크를 알아봤어?
내색하지 않았지만 도은정은 꽤나 놀라고 있었다.
“그걸 알고 난 이후로 은정 선배랑 대화하기 무서웠어요. 선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아는 거라곤 쥐뿔도 없었지만 듣기엔 조직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는 투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연락을 무시했던 거예요. 선배랑 엮이는 게 두려워서.”
두려운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최성민의 연기는 실감 났다.
“그 도민찬이라는 사람. 아버지 아니죠?”
도은정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저, 전부 알고 있었어…….
그러더니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해요. 속여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도은정이 이실직고했다.
“그분 이름은 강민찬. 우리 조직의 행동 대장이에요.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아버지는 아니죠. 그렇게 보이도록 연기한 것뿐이지.”
“대체 왜……?”
“제가 성민 후배를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면 어떠냐고 추천했어요. 그러니까 식사를 핑계로 자리를 만들어 보라더군요. 조직원으로 적합한지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고. 그래서 아버지와 딸을 연기한 거예요. 식사 자리는 일종의 면접이었던 셈이죠.”
“하…….”
“속여서 정말 죄송해요…….”
도은정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했다.
“왜 하필 저를 추천한 거예요?”
“조직에 성민 후배처럼 실력 있는 헌터가 필요했거든요. 게다가 절 구해준 걸 보면 우리랑 뜻이 맞을 것 같기도 해서…….”
“뜻이 맞는다고요? 저는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에는 가입할 생각이 없어요.”
“범죄…… 라고요?”
놀란 눈을 뜨던 도은정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범죄이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천민 출신이라 뜻이 맞을 줄 알았는데 제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요.”
“무슨 뜻이에요?”
최성민이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묻자 도은정이 오히려 당황했다.
“우, 우리 조직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범죄 조직이라는 것만 알고 다른 건…….”
“아…….”
도은정이 자기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나 혼자 착각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너무 많은 정보를 발설하고 말았어.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도은정이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최성민을 포섭하기로.
“잘 들어요. 우리 조직은…….”
도은정은 말하다 말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더니 가까이 오라는 듯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테러 조직이에요.”
“네?”
최성민은 진심으로 놀랐다.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라 테러 조직이었다니?
“민간인을 상대로 하는 테러가 아니에요. 협회를 상대로 하고 있죠.”
“그 말은…….”
도은정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린 반란군이에요. 불합리한 정부의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테러리스트죠.”
최성민도 몰랐던 놀라운 정보였다.
“그럼 설마 은정 선배 조직의 최종 타깃은…….”
도은정이 끄덕였다.
“예. 대영웅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