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4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45화(34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73화
73. 착각
도은정이 반란군에 속해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대영웅이 최종 목표라고?’
서로가 공동의 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하긴 협회를 상대로 싸우고 있으니 대영웅이 최대의 난적이겠지.’
단순한 범죄조직이 아니라는 것에 놀라긴 했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어딜 가나 반대 세력은 있을 법했으니까.
특히 인권보다는 힘이 우선시되는 이 미친 세계라면 더더욱.
“허…….”
놀란 표정을 연기하던 최성민이 이내 진지한 눈으로 도은정을 쳐다봤다.
“이런 중요한 비밀을 왜 저한테 밝히는 거죠? 반역은 중죄예요. 제가 밀고하면 협회에 잡혀가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요?”
“그러지 않을 거잖아요. 저는 성민 후배를 믿어요.”
“저를 얼마나 아신다고?”
“던전에서 저를 구해주신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성민 후배가 얼마나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인지. 제가 괜히 성민 후배를 조직에 추천했겠어요?”
“…….”
생각을 읽지 않아도 눈빛에서 확고한 믿음이 느껴졌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정말 날 믿고서 정체를 밝힌 거야.’
정체를 밝힌 의도도 생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날 포섭하려는 거군.’
알고 있지만, 일부러 모른 체했다.
“저한테 이런 걸 말씀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성민 후배가 저희 조직에 들어왔으면 해서요.”
“농담이시죠?”
“전 진지해요. 방금 한 말도 전부 다 사실이고요. 저희 조직엔 성민 후배 같은 인재가 필요해요.”
“지금 저보고 테러리스트가 되라는 말씀이세요?”
“유감스럽게도 그래요.”
“제가 지금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는 알고 계시죠?”
대영웅을 언급했지만 도은정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웃기까지 했다.
-송치현은 성민 후배가 죽였잖아요.
-대영웅을 죽인 성민 후배라면 분명 우리 조직에 들어오고 싶을 거야.
생각을 읽어보니 확신에 찬 어조였다.
‘무기가 같다는 이유로 저렇게 단정 짓다니.’
확실하게 얼굴을 본 것도 아니면서 진범으로 생각하니 은근 부아가 치밀었다.
진범인 건 맞지만 말이다.
‘의심에서 완전히 벗어나야겠어.’
최성민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위험한 조직엔 들어갈 생각 없습니다.”
“예? 왜요?”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전 지금의 위치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제가 모시는 분은 다름 아닌 대영웅님이십니다. 세상에 대영웅님 직속 부하 앞에서 반군인 걸 털어놓다니. 옛정을 생각해서 못 들은 걸로 할 테니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목숨이 여러 개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성민 후배는…….”
잠시 말을 멈춘 도은정이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자신의 상관을 죽였잖아요.”
“생뚱맞게 그게 무슨 소리죠?”
“저…… 알고 있어요. 성민 후배가 송치현 대영웅을 죽였다는 걸…….”
“예?”
“모른 척하지 마세요. 다 눈치챘으니까요. 성민 후배가 검은 가면이잖아요. 맞죠?”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당황했겠지만, 최성민은 모든 걸 예측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수준급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지금?”
황당한 표정으로 되묻자 도은정이 살짝 당황했다.
연기라고 보기엔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시, 시치미 떼지 마세요. 검은 가면 썼다고 모를 줄 알아요? 성민 후배가 오늘 저 구해주셨잖아요.”
“아까부터 무슨 소리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처음부터 좀 설명해주실래요? 선배?”
정말 모르겠다는 투로 말하자 도은정은 그제야 자신의 추측을 의심했다.
“오늘 팀 크러쉬 사무실에 오지 않으셨어요?”
“제가 거길 뭐하러 가겠습니까.”
“으음…….”
-자, 잘못 짚었나?
속으로 당황하는 도은정에게 최성민이 재차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검은 가면은 또 뭐고 구해줬다는 건 또 무슨 소리예요?”
“아, 그게…….”
도은정은 아침에 팀 크러쉬에서 벌어진 참극을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티, 팀원들이 다 죽었다고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안타깝지만 제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하아…….”
최성민의 얼굴에서 놀람, 충격, 절망, 슬픔 등의 감정들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그 실감 나는 표정 연기에 도은정은 속을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있었다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리가 없어.
누가 보더라도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표정.
그 모습에 도은정은 자신을 책망했다.
-두 번이나 착각하고 말실수하다니…….
자신의 조직에 대해 알고 있는 걸로 착각한 데에 이어 송치현을 죽인 범인이라고 착각해버렸다.
“그럼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은정 선배를 구해준 거예요? 후드를 쓴 괴한으로부터?”
“그냥 괴한이 아니에요. 가까이서 봤는데 분명 송치현이었어요.”
“대영웅님이 뭣 하러 팀 크러쉬를 노리겠어요?”
“이유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습격한 사람은 송치현이 분명했어요. 자기 입으로 성민 후배 이름을 거론하기도 한걸요. 정확히 뭐라 했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제 이름을……?”
놀란 표정을 연기하던 최성민이 다른 부분을 물어봤다.
“그럼 저를 검은 가면이라 생각한 이유가 뭐예요?”
“그 사람이 쓰던 단검과 성민 후배 단검이 비슷했어요.”
“이거 말인가요?”
츠으읏 거리는 소리와 함께 최성민의 손에서 단검이 나타났다.
“어?”
도은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환된 건 붉은색이 아닌 은빛의 단검이었기에.
“붉은색으로 빛나는 단검 쓰고 계시지 않았어요?”
“그건 일찍이 팔아치웠죠. C급부턴 쓸모가 없어서요.”
“아…….”
무기가 다르다.
물론 다른 단검을 들고서 거짓말하는 것일 수 있기에 의심이 완전히 걷힌 건 아니다.
하지만.
“검은 가면이 대영웅님을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했죠? 근데 알다시피 제 전투력은 25만이에요. 60만인 대영웅님을 압도할 수 있을 리가 없죠.”
“…….”
이어지는 반론에 도은정은 자신이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도 제가 검은 가면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제, 제가 착각했나 봐요. 죄송해요.”
“착각한 건 그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요.”
최성민이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전화가 오고 있었는데 발신인에 송치현의 이름이 있었다.
“대영웅님이 죽었으면 이렇게 전화도 오지 않았겠죠?”
“아아…….”
당황하는 도은정을 보며 최성민이 속으로 웃었다.
‘체크메이트.’
이제 도은정의 머리에서 의심의 씨앗은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다.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예, 대영웅님.”
자리에서 일어난 최성민이 송치현과 대화하는 척하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모르긴 몰라도 도은정은 지금 쪽팔려서 얼굴도 들지 못할 거다.
‘날 검은 가면으로 착각한 것은 물론 죽었다고 생각한 송치현이 버젓이 살아있었으니…….’
아마 오늘 밤 이불킥을 몇 번이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도은정의 추측은 모두 맞다.
‘이렇다 할 증거가 없을 뿐이지.’
식당 밖으로 나간 최성민은 주머니에 있던 송치현의 핸드폰을 들어 통화를 종료했다.
‘송치현에게 연락 온 척하지 않았으면 계속해서 의심했을 거야.’
도은정은 의외로 끈질긴 구석이 있었으니 말이다.
적당히 시간을 끈 뒤 자리로 돌아간 최성민이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이거 어쩌죠? 대영웅님 호출 때문에 급히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아…… 어쩔 수 없죠.”
“식사 잘 먹었어요. 그럼…….”
최성민이 떠나려 하자 도은정이 붙잡았다.
“저기, 가기 전에 이거 하나만 물어볼게요. 송치현, 아니, 대영웅님 목소리는 어땠어요? 멀쩡해 보이던가요?”
“네. 칼에 수십 방을 찔린 목소리처럼 들리진 않던데요.”
“아…….”
도은정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진짜 내가 잘못 봤나 봐.
당시엔 송치현인 줄 알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후드로 가려져 있어서 긴가민가했다.
-성민 후배 이름이 들린 것도 어쩌면 환청일 수도…….
죽음의 순간엔 살아온 일생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고 하지 않은가?
평소에 자주 생각하던 사람의 이름이 환청처럼 들린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제가 정말 착각했었나 봐요.”
“그럴 수도 있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기도 힘들 테니까요.”
“……그러네요. 어쨌거나 저희 조직에 들어올 맘은 없다는 말씀이시죠?”
“예.”
대영웅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뜻은 같았지만, 최성민은 반란군과 손잡을 생각이 없었다.
‘동료 따윈 필요 없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무엇보다 조직의 실력을 믿지 못하겠으니…….’
오합지졸들이 모인 조직이라면 들어가 봤자 손해만 볼 뿐이다.
‘굳이 낡아빠진 돛단배에 탈 이유는 없지. 튼튼한 배라면 몰라도.’
행여나 조직원 한 명이 붙잡힌다면 줄줄이 소시지처럼 묶여서 처형당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란군에 들어가는 건 마이너스 요소다.
최성민의 단호한 거절에 도은정이 포기했다는 듯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제 들어오란 말 안 할게요. 실례했어요. 그리고 오늘 제가 한 말들은…….”
“걱정 마세요. 오늘 들은 건 모두 못 들은 걸로 치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럼 다음에 보죠.”
예의상 그렇게 말한 뒤 떠났다.
다음에 볼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 * *
집사 황석규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주름이 파였다.
점심이 다가와도 나타나지 않는 송치현 때문이다.
“황 집사님. 대영웅님은요?”
“아직 안 들어오셨어요.”
“그럼 요리는 어떡하죠?”
“일단은 언제라도 드실 수 있게 대영웅님 것까지 준비해놓으세요. 때맞춰 들어오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요리사에게 한 말이 무색하게도 송치현은 점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준비한 음식은 버려졌고 황석규의 얼굴엔 의아함이 떠올랐다.
‘어디서 뭐 하시길래 아직도 안 들어오시는 거지?’
급히 처리할 일이 있다며 아침 일찍 나간 대영웅이다.
‘무슨 일로 나갔는진 모르지만…….’
시체 세 구를 만들었다는 건 알고 있다.
아침에 청소부에게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급히 죽여야 할 사람이 있던 모양인데…….’
살인 따위는 일상이나 다름없기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왜 아직도 들어오지 않느냐다.
‘이상하군. 딱히 스케줄도 없으실 텐데…….’
설마 저녁이 돼서도 귀가하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지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주인에게 언제 들어오냐고 묻는 것 자체가 실례였기에.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걱정하는 그때, 저택의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송치현이었다.
“오셨습니까? 대영웅님.”
황석규가 반색하며 허리를 굽히자 송치현이 대충 손을 들어 화답한다.
“그래.”
아침에 외출할 때와 옷차림이 다르긴 했으나 외모며 목소리며 틀림없는 송치현이다.
“급한 일은 잘 처리하셨습니까?”
‘알면서 물어보는 거 보게?’
잠시 집사를 쳐다보던 송치현이 입을 연다.
“그럼. 처리했고말고.”
“점심은 드셨습니까? 혹시 배고프시면 식사를 준비할까요?”
“됐어. 먹었으니까.”
퉁명스레 말한 송치현은 집사를 뒤로하고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탁-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서고 나서야 송치현, 아니 최성민이 표정을 풀었다.
‘생각을 읽어보니 들키진 않은 모양이군.’
집사의 생각을 보니 자신을 영락없이 송치현이라 여기고 있었다.
‘문제는 이 집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놈이 집사라는 거지만.’
집사의 이름은 황석규.
집사 겸 비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역할일 뿐.
진짜 역할은 송치현을 감시하는 스파이다.
그것도 곽민철 쪽에서 보낸 스파이였다.
‘송치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겠지. 가장 가까운 곳에 적이 있었다는 걸.’
자신처럼 생각을 속이고 접근했기에 송치현으로선 모를 수밖에 없었다.
‘집사가 곽민철과 연락하는 모습을 빙의 전에 보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도 속고 있었을 테지.’
집사의 역할은 비서를 가장하며 송치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곽민철에게 보고하는 것.
‘아마 청소부라는 놈에게 물어서 아침에 송치현이 한 짓을 알아차렸겠지.’
팀 크러쉬를 죽인 일이 곽민철의 귀에 들어간다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상 여태껏 송치현이 했던 것처럼 잡아떼면 그만이야.’
어차피 대영웅 노릇도 한 달밖에 지속하지 못하니 버티는 건 문제없을 거다.
‘그렇다고 송치현처럼 집사의 손에 놀아날 순 없지.’
한 달뿐이라 해도 자신의 행적을 노출하며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다.
최성민이 집무실에 있는 내선 전화의 번호를 눌렀다.
-예, 대영웅님.
“할 얘기가 있으니 당장 집무실로 오도록.”
-금방 가겠습니다.
집사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