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4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46화(34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74화
74. 개인 상담
‘할 얘기가 있다니? 무슨 일로 부르는 거지?’
갑작스러운 대영웅의 부름에 의문을 가지던 황석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걸린 건 아니겠지?’
걱정도 잠시.
생각해 보니 걸릴 일이 없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지도 않았고 송치현 앞에서 생각을 떠올리지도 않았어.’
곽민철의 노예였던 그는 신분을 위장한 채로 집사로서 잠입했다.
그리고 수년간 송치현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척 그의 동태를 낱낱이 곽민철에게 보고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지.’
철두철미한 성격과 반복된 훈련 탓에 황석규는 그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자신이 곽민철의 종복이라는 건 자신이 실수하지 않는 한, 절대로 알려질 일이 없다.
“후우.”
집무실 앞에 선 황석규가 머릿속을 비워냈다.
송치현을 만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송치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들어와라.”
문을 열자 좀 전에 봤던 송치현이 분위기를 잡고 앉아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대영웅님.”
“앉아봐. 긴 얘기는 아니지만.”
“예.”
황석규가 먼저 소파에 앉자 송치현이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고, 이제부터 내 스케줄은 내가 관리하려고.”
“예?”
설마 눈치챈 건가?
황석규는 하마터면 속내를 생각으로 떠올릴 뻔했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갑자기 왜 바꾸시려는지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야 집사가 힘들잖아.”
황석규가 다시 한번 놀랐다.
‘한낱 집사인 날 위해 스케줄을 도맡으시겠다니?’
여태껏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었다.
“배려는 감사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대영웅님.”
“아니야. 내가 불편해서 그래. 집사로서의 업무가 있는데 내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아니, 힘들지 않습…….”
“말은 그렇게 해도 힘들었다는 거 알아. 그러니 이제 내 스케줄은 내가 알아서 할게.”
“…….”
대영웅이 말을 들어 먹질 않는다.
‘귀찮은 일을 굳이 도맡아 하시겠다니…….’
이전에 귀찮다며 전부 떠넘기던 송치현이 맞나 싶을 정도.
“알겠습니다.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감히 대영웅 상대로 설득할 자신도 명분도 없었기에 순순히 수긍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벼룩이라면 상대는 호랑이인데.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든지 맡겨주십시오. 대영웅님 스케줄을 관리하는 건 소인으로선 둘도 없는 영광이니 말입니다.”
이렇게 밑밥을 깔아두는 것밖에는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케이. 혼자서 관리해보다가 맘 바뀌면 연락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인데 저녁까지 마당 앞으로 부하들 좀 소집해 놔라. 전부 다.”
“예? 저, 전부요?”
“그래. 팀 코버트를 비롯한 청소부까지 전원 소집해 놔. 집사, 너한테도 부하들 연락처는 있겠지?”
“그렇습니다. 저번에 알려주셨습니다.”
“그럼 내 이름 대고 저녁 7시까지 빠짐없이 모이라고 해.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됐어. 이제 나가봐.”
꾸벅 숙인 황석규가 집무실을 나섰다.
탁-
문을 닫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의아함이었다.
‘갑자기 부하들은 왜 소집하는 거지? 그것도 전부?’
이유는 몰라도 이 사실을 곽민철에게 보고해야 한다.
앞으로 송치현이 직접 스케줄을 관리한다는 정보 역시.
‘설마 눈치를 깐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 거라며 고개를 젓던 황석규가 인적이 없는 곳으로 움직였다.
진짜 주인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 * *
‘황석규. 이 능구렁이 집사 새끼.’
송치현 행세를 하던 최성민은 대화 내내 집사의 생각을 읽어봤다.
하지만 수상한 낌새는 눈치챌 수 없었다.
‘얼마나 단련했는지 마인드 컨트롤이 수준급이구만?’
스케줄 관리를 자기가 한다고 했을 때 살짝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생각으론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최성민이 송치현을 속일 때처럼.
‘나는 송치현처럼 순순히 안 속아.’
직접 스케줄을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스파이인 집사에게 자신의 행적을 까발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래도 양백두를 죽일 땐 집사 모르게 수행했던 모양이야.’
만약 집사가 레스토랑 사건을 알고 있었다면 송치현은 진즉에 죽었어야 했다.
‘곽민철에게 바로 보고가 들어갔을 테니까.’
하지만 최성민의 손에 먼저 죽은 것으로 보아 집사의 귀에는 닿지 않은 모양.
‘송치현이 부하들의 입단속만큼은 철저히 시킨 것 같군.’
아무래도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작전에 참여한 부하들에게 엄포를 놓은듯한데…….
‘그거론 안심할 수 없지.’
그중 한 명이라도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막말로 곽민철이 팔다리를 자르며 고문하면 불지 않을 새끼가 어디 있을까?’
아마 송치현이 양백두를 죽인 과정을 상세하게 나열하면서 살려달라고 빌 것이다.
‘그리되면 곽민철이 당장이라도 찾아와 날 죽이려 들겠지.’
지금의 최성민은 전투력 180만의 곽민철을 이길 수 없다.
무적을 활용하거나 치명적인 맹독을 써도 마찬가지다.
‘변신을 풀고 잠적해버리면 죽을 일은 없겠지만…….’
기왕 송치현의 권력을 이용할 기회가 왔으니 한 달이라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양백두를 죽인 사실이 들키지 않으려면 증거를 없애야 해.’
그러기 위해 최성민은 집사에게 지시했다.
저녁까지 부하들을 모두 소집하라고.
‘작전에 참여한 부하들의 입만 막으면 증거는 없어.’
입을 막는다는 건 다른 의미가 아니었다.
살인 멸구를 의미했다.
‘오광택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이상 이 방법이 최선이지.’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면 죽이는 것만이 입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 와중에 특성을 얻는 건 덤이고 말이지.’
어차피 놈들은 송치현의 밑에서 더러운 짓을 수행한 쓰레기들.
자신의 진짜 부하도 아닌 이상 최성민에게 인정이라곤 있을 리 만무했다.
‘오늘 밤이 기대되는군.’
최성민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그어졌다.
* * *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온 시각.
송치현의 저택 앞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소집했던 송치현의 직속 부하들이었다.
“다들 여기에 일렬로 서주십시오. 대영웅님 명령입니다!”
집사의 외침에 부하들이 털레털레 움직였다.
명령이라는 말이 없었다면 다들 들은 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사 황석규가 머릿수를 세어보며 인원들을 체크했다.
‘A조 4명, B조 4명, C조 2명. 청소부 3명까지.’
팀 코버트와 청소부까지, 총 13명의 부하들이 늦지 않게 모였다.
딱 한 명만 빼고.
‘B조 조장인 최성민 헌터만 아직 안 왔어.’
문자도 보내고 전화까지 걸어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집사가 초조한 얼굴로 다시 한번 핸드폰을 들었다.
‘전원 소집하지 못하면 내 책임이란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여전히 받지 않는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주제에 빠져 가지고!’
최성민은 부하가 된 지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수년간 송치현을 모셔온 집사에 비하면 신입이나 마찬가지.
‘제발 전화 좀 받아라……!’
신입 한 명 때문에 불호령이 떨어지게 생겼다.
그때 약속 시간인 7시가 되자마자 집사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최성민인 줄 알고 봤더니 발신인은 송치현이었다.
“예, 대영웅님…….”
-다 불러 모았느냐?
“그, 그게 아직 한 명이…….”
-최성민 말이냐?
송치현의 말에 집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맞습니다.”
-최성민은 따로 일이 있어서 연락받을 상황이 아닐 거다. 굳이 부를 필요는 없다.
“아…… 그렇습니까?”
집사의 머릿속에 다행이라는 생각보단 욕설이 먼저 나왔다.
‘진즉에 좀 알려주던가, 짜증 나게 하네!’
물론 송치현이 보이지 않기에 하는 생각이었지만.
‘아차.’
주변에 송치현이 없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기에 황급히 생각을 숨겨야 했다.
행여나 창문으로 볼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
다행히 가까운 창문에서 송치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은신을 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랬다면 통화할 때 목소리가 들렸을 테니.
-몇 명이나 모였지?
“아, 최성민 헌터를 제외한 13명 전원 모였습니다.”
-좋아. 그럼 집사, 네가 책임지고 지금부터 한 명씩 5분 간격으로 저택에 들여보내도록.
“예? 한 명씩 말입니까?”
-그래. 한 명씩 개인 상담을 진행할 거니까 말이야.
‘개인 상담?’
무슨 상담인지 궁금했지만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저택 지하에 창고 있지? 그리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반드시 한 명씩이야. 시간 엄수하고.
통화가 끊기자 집사가 대열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대영웅님께서 개인 상담을 진행하신다고 하니 차례대로 한 분씩 저택에 입장하겠습니다.”
“개인 상담?”
“그거 때문에 모이라고 한 거였나?”
“갑자기 웬 상담이지?”
웅성거림이 커졌지만 불만스러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모두 대영웅에게 직접 발탁된 부하들.
대영웅의 지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충성심이 높았다.
“그럼 앞에 있는 헌터님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저택 지하실에서 상담하신다 하니 그리로 가시면 됩니다.”
집사의 안내에 한 명씩 저택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시계를 본 집사는 정확히 5분이 지나서야 다음 사람을 들여보냈다.
그렇게 직속 부하 모두를 들여보내는 데 1시간이 소요됐다.
‘상담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건가?’
안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몹시 궁금했지만, 황석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상담 내용만 알면 곽민철 대영웅님께 보고할 때 큰 도움이 될 텐데 말이야…….’
그래도 송치현이 개인 상담을 진행한다는 정보는 보고해놨으니 도움이 아주 안 된 건 아니리라.
‘시키는 대로 했는데 이제 뭐 하지?’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다들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질 않았잖아?’
다들 저택 어딘가에서 쉬고 있겠지만 단 한 사람도 나오지 않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거나 집사로서 저택에 들어가야 했던 황석규가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디뎠는데.
‘어?’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침묵이 황석규를 긴장케 했다.
‘뭐지? 왜 이리 조용한 거야?’
저택 복도를 거닐어봤지만 들리는 거라곤 자신의 발소리뿐.
이상한 느낌이 든 황석규가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멈춰 섰다.
‘으음…… 딱히 오지 말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니…….’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어둠 속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는 와중.
“읏.”
이상한 냄새가 황석규의 코끝을 찔렀다.
‘이, 이 냄새는 설마…….’
수년간 곽민철의 노예로 살면서 이런저런 꼴을 많이 봐온 황석규다.
물건을 훔친 동료 노예가 눈앞에서 찢겨 죽는 것도 봤고, 성 착취를 당해서 멘탈이 박살 난 여성 노예들도 보았다.
지금의 냄새는 그런 황석규가 많이 맡아본 냄새였다.
‘이건 피 냄새다.’
확실했다.
지하실 특유의 음습한 냄새와 섞여 있긴 했지만 피 냄새가 맞다.
베테랑 노예인 황석규가 이를 분간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찰팍-
지하실 끝까지 내려온 황석규가 물을 밟았다.
아니, 물이 아니다. 피다.
그걸 알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눈앞에 못 볼 광경이 펼쳐져 있었으니까.
“헙!”
황석규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지 않고선 구토가 밀려올 것 같았다.
‘시, 시체들!’
조금 전에 죽은 따끈따끈한 시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익숙한 얼굴들.’
앞서 상담하러 갔던 헌터들이었다.
‘소, 송치현 이 미친놈이 전부 죽인 거야?’
개인 상담의 진실을 알게 된 황석규가 즉시 돌아서며 나가려 했다.
하지만.
“어딜 가려고?”
황석규는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멈춰야 했다.
자신의 부하를 학살한 미친 대영웅이 계단을 막고 서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