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4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47화(34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75화
75. 살인 멸구
최성민은 개인 상담이란 명목하에 부하들을 지하실로 불러들였다.
양백두 살해 작전에 참여한 부하들을 죽여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함이었다.
‘괜히 놔뒀다간 곽민철에게 덜미를 잡힐 수 있으니 죽이는 게 나아.’
미리 불안 요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이 배신당할 수 있다.
‘송치현이 아무리 충성심 높은 부하들로 뽑았다고 해도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집사에게 시켜 부하들을 차례대로 들여보내도록 한 것이다.
한 명씩 5분 간격으로.
‘여러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보다 한 명씩 각개격파하는 게 안전하지.’
부하 중엔 전투력이 30만이 넘는 A급 헌터도 있다.
일 대 일이면 몰라도 여러 명을 상대하는 건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간단히 죽일 수 있는데 굳이 판을 키울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때 마침 발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첫 손님이 왔군.’
최성민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살쾡이의 야광 눈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사물이 뚜렷하게 보였다.
“대영웅님? 어디 계십니까?”
처음 들어온 부하는 최성민도 아는 얼굴이었다.
‘강찬성이군.’
앞서 최성민에게 주먹으로 두들겨 맞은 적이 있는 B급 부하였다.
‘5분의 여유가 있으니 잠깐 대화하는 것도 괜찮겠지.’
숨어 있던 최성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송치현의 모습으로.
“왔느냐?”
“아, 대영웅님을 뵙습니다.”
송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즉시 머리를 숙인다.
기습하기 좋은 자세였지만 참았다.
일단은 물어볼 게 있었다.
“강찬성. 저번에 양백두 살해 작전에 너도 참여했었지?”
“그렇습니다.”
“그 당시 참여한 인원들이 누구누구였는지 기억하나? 내가 기억이 안 나서 말이야.”
최성민은 레스토랑 안에 부하들이 몇 명이나 있었는지 모른다.
‘강찬성을 비롯한 몇몇 얼굴은 봤지만 다른 부하들까지 본 건 아니니까.’
최성민이 입막음해야 할 부하들은 작전에 참여한 부하들.
그 외엔 굳이 죽일 필요까진 없었다.
그렇기에 던진 질문이었고 술술 대답하기를 바랐건만.
강찬성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의아함.
표정과 생각이 의아함으로 일치했다.
“몇 명이 참여했는지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그렇다만?”
-어떻게 그걸 기억 못 하지?
강찬성이 의아해하다가 말했다.
“전부 참여하지 않았습니까?”
“전부?”
“예. A, B, C조는 물론 청소부까지 총동원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어지간히 양백두를 죽이고 싶었는지 송치현이 부하들 전원을 끌어들인 모양이다.
‘그랬군. 그래서 송치현이 끝까지 부하들을 살려둔 거였어.’
힘들게 키운 부하들 전원을 입막음할 순 없을 테니 말이다.
‘처음부터 힘들게 솎아낼 필요도 없었군.’
한 명 한 명 물어서 참여한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원이 참여했다 하니 모조리 죽이면 그만이었다.
“강찬성.”
“예, 대영웅님.”
“만약 곽민철이 나타나서 양백두 사건을 캐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거냐?”
“협회장님이…… 물으면요?”
잠깐 고민을 했지만, 최성민으로선 그조차 용납할 수 없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을 두고 고민하다니. 역시 글러 먹었어.”
“아니, 저는…… 커허억!”
단검으로 목을 긋자 강찬성이 부들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와 동시에 송치현의 모습이 사라지고 최성민 본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커, 커르…….”
놀란 눈을 부릅뜨던 강찬성은 이내 메시지와 함께 바닥에 고꾸라졌다.
[헌터 강찬성을 죽였습니다.] [특성 ‘넘치는 힘’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14.6%]특성과 아이템이 들어왔지만 확인할 새도 없이.
저벅저벅-
다음 타자의 발소리가 들렸다.
최성민이 어둠 속으로 다시 몸을 숨겼다.
* * *
[헌터 주연희를 죽였습니다.] [헌터 노경진을 죽였습니다.]……………
………
[동화율 15.7%] [동화율 15.8%]시체가 켜켜이 쌓였다. 피 웅덩이가 곳곳에 만들어졌다.
찰박- 찰박-
걸을 때마다 핏물이 밟힌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누가 보면 지옥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에 한 남자만 오롯이 서 있다.
최성민이었다.
‘이걸로 열세 명 다 죽였나?’
한 명씩 찾아오는 상대를 기습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송치현의 모습이다 보니 다들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그때 목덜미가 노출되며 무방비 상태가 되는 순간 단검을 찔러넣으면 끝.
전투력 높은 A급 헌터도 예외는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최성민의 기습 대미지는 무시 못 할 수준이었으니까.
하물며 급소를 정확히 찔렀으니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걸로 곽민철에게 정보가 새어 나갈 일은 없어.’
양백두 사건과 관계된 전원을 죽였다.
곽민철은 이제 송치현이 죽였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하리라.
‘심증은 남겠지.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 날 어찌할 순 없을 거야.’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
그냥 심증만 믿고 송치현을 죽이려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대외적인 처벌은 피했다.
당분간 시간은 벌은 셈이다.
‘그거면 돼. 한 달 동안 오롯이 송치현 행세를 할 수만 있다면…….’
이득이란 이득은 모두 챙기고 내뺄 수 있다.
그때 별안간 최성민이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왔다.’
목소리가 들렸다.
부하들을 빼고 찾아올 사람은 집사 아니면 요리사나 시종들뿐.
송치현으로 변신한 최성민은 몸을 숨긴 채 불청객이 누군지를 지켜봤다.
‘집사였군.’
집사 황석규가 시체들을 발견하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즉시 돌아서 나가려는 녀석의 앞을 최성민이 막아섰다.
“어딜 가려고?”
“……!”
황석규의 몸이 돌처럼 굳어서 움직이질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헌터가 아닌 일반인.
쥐가 고양이를 마주친 거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지금 막 열세 마리를 학살한 고양이를.
“대, 대, 대영웅……님.”
집사의 목소리가 공포로 떨리는 것도 당연했다.
“집사가 여긴 왜 내려왔지? 난 부른 적이 없는데?”
“죄, 죄, 죄송합니다. 다시 가겠…….”
“어딜 가려고. 온 김에 개인 상담 좀 받고 가지.”
상담받은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게 된 황석규가 덜덜 떨며 사양했다.
“괘, 괜찮습니다. 굳이 상담받을 필요는 없…….”
“상담받아야지. 보면 안 되는 걸 봐버렸는데. 안 그래?”
피처럼 붉은 단검을 들며 슬쩍 웃어주자 집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더니 털썩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꿇는다.
“사, 살려주십시오. 대영웅님! 지금 본 건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비밀로 할 테니 제발…….”
“비밀이라…… 곽민철의 개 노릇이나 하는 놈의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집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떻게? 아차!
순간 자기도 모르게 생각을 드러내는 걸 보니 적잖이 당황한 모양.
“왜? 네가 곽민철에게 꼬박꼬박 보고한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내 앞에서 생각을 감추고 표정 연기만 잘하면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이 스파이 새끼야.”
“자…… 잘못했습니다, 대영웅님!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래. 그럼 이 자리에서 죽으면 되겠네.”
“대, 대영웅님! 제발 자비를…….”
위협적으로 단검을 들었지만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다.
‘양백두에 이어 집사까지 죽이면 곽민철이 어지간히 열받아 하겠지.’
불난 집에 기름 부을 필요야 있겠는가?
잘못하다간 열받은 곽민철이 다짜고짜 자신을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곽민철은 한낱 노예의 죽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테니.’
빙의 전 최성민은 대영웅을 공략하기 위해 성격까지도 조사했었다.
‘곽민철은 자존심이 강한 폭군 같은 성격이지.’
배신하거나 자신에게 기어오르는 걸 용납 못 하는 스타일.
부하가 죽었을 때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보복할지 모른다.
그것이 한낱 노예라고 해도 말이다.
‘노예를 위해서가 아니야. 자신의 자존심상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런 곽민철의 성질을 건드려봤자 좋을 건 없다.
그렇기에 최성민은 단검을 거뒀다.
당장은 집사를 죽일 마음이 없었다.
“좋아. 새로운 집사를 구하기도 귀찮으니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저,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쩔 수 없이 살려주는 것임을 모르는 집사가 연신 머리를 숙였다.
최성민이 생색을 냈다.
“내가 괜히 살려주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암요, 그럼요. 앞으로 대영웅님 앞에서 속마음을 감추거나 거짓말하는 일은 일절 없을 겁니다. 매일 곽민철 대영웅에게 하던 보고도 이 시간부로 관두겠습니다.”
“아니. 보고는 계속해.”
“예?”
“갑자기 보고를 끊으면 곽민철이 이상하게 여길 거 아니냐? 평소에 하던 대로 해야지.”
“저,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대신, 그날그날 보고할 내용은 내가 알려주지. 네놈은 대본에 맞춰서 보고하는 척하면 되는 거야. 말하자면 이중 스파이가 되는 거지.”
“아…….”
곽민철의 명령을 수행하는 척하면서 실제론 자신의 지시에 따르라는 이야기였다.
“어려운 건 없어. 평소처럼 너는 곽민철에게 전화로 보고하고 통화내용을 녹음해서 나한테 공유해 주면 돼. 혹시라도 네가 배신을 때릴 수도 있는 거니까.”
“배, 배신이라니요. 그런 생각은 추호도…….”
“입에 발린 소리는 집어치우지. 스파이로 잠입한 주제에.”
“…….”
최성민이 다시 한번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엄포를 놓았다.
“행여나 그런 마음을 먹고 도망칠 궁리를 하거나 곽민철을 부르는 짓거리를 하는 날엔…….”
최성민의 단검이 집사의 목젖에 닿았다.
“장담컨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시체로 만들 수 있으니 유념하도록. 네놈이 어디로 도망치든 말이야. 알겠나?”
“아, 아, 알겠습니다.”
최성민은 그제야 단검을 치웠다.
“곽민철이 나보다 서열이 높긴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두라고.”
* * *
집사를 구워삶은 최성민은 그에게 지하실을 정리하게 시켰다.
‘시체를 치우다 보면 배신할 생각은 추호도 못 하겠지.’
시체를 옮기는 집사의 얼굴이 퍼렇게 질려 있다.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먹힌 모양.
“헉, 헉…….”
시체를 들쳐멘 집사가 힘겹게 지상으로 올라왔다.
털퍼덕-
준비한 끌차에 시체를 내려놓은 뒤 다시 지하로 내려간다.
그렇게 반복 작업으로 어느 정도 시체가 쌓이면 끌차를 끌고 저택을 나선다.
그리고 청소부가 가져온 개조된 이동식 화장차에 시신을 넣고 처리했다.
청소부가 시체를 처리할 때 쓰는 수법이었다.
그렇게 꼬박 12시간을 일하고 나서야 현장을 정리할 수 있었다.
시체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후우우…….”
이제야 여유가 생긴 집사가 이마의 땀을 닦던 그때.
드으은- 드으은-
집사의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발신인을 보니 주인님이라 쓰여 있었다.
곽민철이다.
“예. 대영웅님.”
-자정이 되면 보고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왜 소식이 없어? 내가 꼭 이렇게 전화를 걸어야겠냐?
“그, 그게…… 죄송합니다. 깜빡하고 잠드는 바람에…….”
-하여간 쓸모없는 새끼. 어제 못한 보고나 해보아라. 송치현이 무슨 이유로 부하들을 소집했는지.
집사는 말하기 전에 미리 일러준 대본을 떠올렸다.
“별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부하들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정말로 상담했답니다. 불편한 점은 없는지, 가족은 잘 있는지 등등…….”
-뭐야? 생각보다 시시한 이유였잖아? 송치현 그 새끼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부하들을 챙기는 거지?
투덜대던 곽민철이 집사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냐?
“예…… 없습니다.”
-쳇, 이거 원 소득이 없으니 어찌할 명분이 없네……. 하여간에 알았다. 들키지 말고 지금처럼 하던 대로 보고해라. 내가 먼저 전화 걸게 만들지 말고 X발놈아.
“시, 시정하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통화가 끊기자 집사의 입에서 긴 한숨이 나왔다.
그 순간.
“잘했다.”
별안간 들린 목소리에 집사가 깜짝 놀라 돌아봤다.
어느새 다가온 송치현이 통화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배신하는 순간 바로 목을 쳐버리려고 했는데 처신 잘했네.”
“아…….”
칭찬이라기엔 애매했지만, 집사는 어쨌든 감사 인사를 건넸다.
“가, 감사합니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 것만으로도 감사하긴 했으니.
송치현이 지나가며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계속 그렇게 모른 척하라고. 그럼 아무 일 없을 테니.”
“아, 알겠습니다.”
한숨 돌리는 그때.
“아 참, 그리고.”
송치현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돌아보며 말했다.
“앞으로 배즙은 갖다주지 마라. 질렸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