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4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50화(35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78화
78. 사전 약속
카츠라모토 코고.
이스트랜드의 대영웅으로서 최성민의 다음 타깃이다.
‘놈을 죽이고 이도류 특성을 얻어야 해.’
녀석의 특성으로 이도류의 단점을 커버하면 전투력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도플갱어의 복제 검도 특성을 얻은 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쉬운 상대는 아니지.’
코고는 S급 헌터다.
전투력도 150만에 육박한다.
송치현과는 궤를 달리하는 강함.
결코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렇기에 당장 녀석과 싸우는 건 손해다.
‘싸우진 않아. 녀석의 위치만 알면 돼.’
코고는 방랑벽이 심하다.
여기저기 떠돌이처럼 쏘다닌다.
그런 면에선 오광택과 비슷하다.
‘자기 딴엔 강자들을 찾아 수행한다는 의미로 돌아다니는 거겠지만…….’
제삼자가 봤을 땐 일하기 싫어서 돌아다니는 한량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녀석을 오광택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어.’
빙의 전엔 곽민철을 이용해 코고를 불러들일 생각이었다.
코고한테 연락할 수 있는 건 그 녀석뿐이었으니까.
‘대영웅을 이용하는 건 다소 리스크가 있는 방법이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도 없겠어.’
오광택을 이용하면 쉽게 부를 수 있을 테니까.
“너 코고랑 아는 사이였냐?”
최성민의 물음에 오광택이 콧대를 세우며 거드름을 피웠다.
“당연하지. 내 인맥을 무시하지 말라고.”
“둘이 친하다는 말은 없었잖아?”
“누가 친하다고 했냐?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야.”
“언제 어쩌다 알게 됐는데?”
“몇 달 전에 우연히 마주쳤지. 나랑 같은 클럽에서 노시더라고. 흐흐.”
“코고가 클럽을?”
무사 수행을 하는 놈이 클럽을 드나들었다니.
이미지에 맞지 않았지만 오해였다.
“얀마. 그분이 설마 춤추러 왔겠냐? 누구 멱 따러 들렀던 거지.”
‘그런 거였나? 역시. 코고가 춤이나 출 녀석이 아니지.’
빙의 전에 내려다본 바로 코고는 밝은 분위기의 사내가 아니었다.
음침하고 주변에 항상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그런 사내였다.
“그럼 네가 먼저 말 붙인 거야?”
“당연하지. 먼저 얼굴 알아보고 붙임성있게 다가갔지.”
“코고는 그런 거 싫어할 텐데?”
“너도 아는구나? 그분 성격.”
“나야 예전에 몇 번 마주쳤으니 알지. 코고가 처음 보는 사람은 엄청나게 경계하더라고.”
“큭큭. 맞아. 처음 그분이랑 마주쳤을 땐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니까?”
“그런데도 용케 목이 붙어 있네?”
“경계심을 풀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 나랑 친해져서 나쁜 거 없다고 능력도 어필하고, 너랑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다고도 말하고.”
“이 새끼, 내 이름 팔았네?”
“응. 효과 확실하더라.”
오광택이 엄지를 세우며 웃었다.
“그래서, 둘이 연락처도 주고받았나?”
“그렇지.”
“와, 나도 못 한걸…….”
“가끔 만나서 술도 한잔하고 그런다니까?”
“개소리하네. 코고가 그럴 사람이냐?”
“새끼, 농담도 못 하게 하네.”
오광택이 김빠진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좀 과묵하긴 한데 생각보다 무섭진 않더라고.”
“그래서 계속 연락할 생각이냐?”
“그럼. 새로운 대영웅과 친해질 기회인데 놓칠 수야 없지.”
“코고가 잘도 너한테 연락하겠다. 쯧쯧.”
최성민은 일부러 혀를 차며 오광택을 도발했다.
낚싯줄에 걸리길 바라며.
그것도 모른 채 오광택이 즉각 반응했다.
“벌써 연락 왔는데?”
“뭐?”
최성민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 속엔 과장이 섞여 있었다.
이런 표정을 지어줘야 오광택이 신나서 주절주절 떠들 테니까.
“코고가 연락했다고?”
“어. 이번에 핸드폰 확인하니까 문자 와있더라고. 기억 지울 일이 좀 있다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코고도 누군가의 기억을 지우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이럴 줄 알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는데 정말로 왔네? 흐흐.”
“너 이 새끼……. 버러지처럼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꽤 잘 나가네? 대영웅한테서 연락도 오고.”
“그러게 말이다. 대영웅 둘이서 이 몸을 애타게 찾을 줄 누가 알았겠냐?”
“애타게 찾기는 개뿔.”
“어쭈? 그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빈정 상했어. 나 이대로 코고한테 간다?”
“가기만 해봐, 뒈질 줄 알아.”
“농담이지, 농담.”
오광택이 실실 웃었다.
서로가 농담이었다는 걸 아는 탓이다.
하지만 최성민의 말은 진심이었다.
‘코고한테 가려고 했으면 이 자리에서 죽였을 거야.’
아직 오광택을 살려두는 이유는 정보를 더 뽑아먹기 위해서다.
“코고한테 말은 해놨어? 언제 만날지?”
“아직 답장도 안 보냈어.”
“왜?”
“이십 년 지기 친구 부탁 먼저 들어줘야지.”
“와…… 감동. 나 눈물 날 뻔.”
최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멍청한 새끼. 나 말고 코고한테 먼저 연락했어야지. 이러다 연락이라도 두절되면 어쩔 거야?’
이대로 코고의 위치를 알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말은 고맙지만 나 먼저 들어줄 필욘 없어. 코고 부탁 먼저 들어줘도 돼.”
“엥? 며칠 내내 나한테 문자 보냈었잖아? 꽤 급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일단 급한 불은 꺼졌거든.”
“뭔데? 무슨 일 있었어?”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긴. 2주 내내 그렇게 문자를 처했으면서. 무슨 일인데 대체?”
“음…….”
“말 안 하면 나도 못 도와줘?”
대답하기 귀찮았지만 아쉬운 사람은 자신이었기에 장단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말이야. 내가 협회 간부를 한 명 죽였는데…….”
최성민으로부터 이런저런 사정을 들은 오광택이 이내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러니까 하필이면 협회장의 수족을 건드리는 바람에 X 됐다, 이거잖아? 만에 하나 자신의 부하들이 입을 열기라도 하면 그날로 네 인생은 종 치는 거고.”
“말하자면 그렇지.”
“근데 왜 이렇게 여유 있냐?”
“부하들을 찾지 못하게 수를 써뒀거든. 며칠은 시간 벌이할 수 있을 거야.”
“그럼 네가 하려던 부탁이란 게 부하들 기억 지우는 거?”
“어. 차마 부하들을 죽일 순 없으니까.”
“흐흐흐흐.”
오광택의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가 걸렸다.
“왜 웃냐?”
“한마디로 송치현이의 인생은 이 오광택 님의 손에 달렸다, 이 말이네?”
“…….”
최성민의 안색이 굳어졌다.
괜히 말했나 싶었지만, 어차피 죽일 놈이라 딱히 상관은 없다.
‘코고와 연락할 수 없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살심을 품은 것도 잠시.
오광택이 어깨를 툭 친다.
걱정 말라는 미소를 지으며.
“왜 이렇게 굳어 있어? 농담 한 번 한 거 가지고. 내가 설마 친구 목숨줄 갖고 장난치겠냐?”
“그럼 부탁 들어줄 거냐?”
“당연하지.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오히려 날 믿고서 이렇게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은 거에 감동했다니까?”
“우리 사이에 비밀이랄 건 없지.”
“하하, 그렇지.”
다행히 오광택의 기분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별안간 목청을 가다듬더니 머쓱한 표정으로 말한다.
“네가 솔직하게 말했으니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뭘?”
“실은…… 코고한테 답장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야. 이미 연락해서 장소도 잡아놨어.”
“뭐? 언제 만나기로 했는데?”
“오늘 밤 10시. 그전까지 네 부탁 들어주고 밤에는 코고 만나려고 한 거야.”
“아…….”
알고 보니 오광택은 이미 코고와 약속을 잡아놨었다.
“어디서 보기로 했는데?”
“저쪽 사거리 앞 시민회관 보이지? 거기 왼쪽 골목에서 기다리기로 했어.”
위치가 꽤 구체적이다.
‘무턱대고 죽였으면 큰일 날뻔했군.’
정보를 뽑기도 전에 죽였다면 코고와의 약속도 물 건너갔을 거다.
‘물론 오광택으로 변신해서 전화를 걸어도 되겠지만 받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이러나저러나 사전에 약속이 있음을 알아낸 건 큰 소득이었다.
“코고는 무슨 일로 기억을 지우고 싶은 거래?”
“나야 모르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왜 굳이 밤에 만나자고 한 걸까?”
“그걸 내가 어찌 아냐?”
퉁명스레 말한 오광택이 가자미눈으로 쳐다봤다.
“근데 너 좀 이상하다? 남의 약속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냐?”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너도 알잖아. 그 사람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래서? 같이 보러 가자고?”
끄덕거리자 오광택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안 돼. 그분은 나랑 만나기로 한 거야. 약속에도 없던 네가 나타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갑자기 날 벨 수도 있다고.”
“아까는 생각보다 안 무섭다고 그러더니?”
“야…… 그건 그냥 한 말이지. 전투력 150만을 안 무서워하면 그게 어디 사람이냐? 게다가 그분은 특유의 살벌한 분위기가 있어서 더 무섭다고…….”
“그렇게 무서우면 접근하질 말지 애당초 왜 친해지려고 한 거야?”
“솔직히…… 이렇게 무서운 사람일 줄 몰랐지…….”
고개를 푹 숙인 오광택이 이실직고했다.
코고와 클럽에서 대화를 나눈 뒤, 그를 몰래 뒤따라 가다가 못 볼 것을 봐버렸다고.
“사람이 죽어 있었어. 그것도 처참하게 조각난 채로…….”
생전 그렇게 잔인한 장면은 처음 봤다면서 덜덜 떤다.
여태까지 센 척하던 건 그저 있어 보이기 위한 모습이고 지금이 진짜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는데 뭐랄까……?
재미없는 연극을 보는 느낌이랄까?
‘똑같은 쓰레기 주제에 지랄하고 있네.’
오광택이 코고에게 두려움을 느끼건 말건 최성민의 시선은 차가울 따름이었다.
그의 눈엔 둘 다 숨 쉴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이었으니까.
최성민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으로 말했다.
“그렇게 무서우면 아예 연락을 무시하지 그랬어.”
“저, 전화 씹으면 찾아내서 죽인다고 협박하는데 어떻게 그래!”
“코고한테 추적 능력은 없을 텐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혹시나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날로 난 사지가 잘릴 거라고!”
진심으로 두려움에 떠는 오광택을 보니 실소가 나온다.
‘친해지려고 다가갔다가 도리어 협박당하는 꼴이라니.’
첫 만남 때 필사적으로 능력을 어필했던 건 아마 살기 위해서였나 보다.
“내가 뭐 도와줄 건?”
“말이라도 고맙지만 없어. 네가 그분을 이길 수 있을 리도 없잖아. 게다가 대영웅들이 네 특성도 다 알고 있다며.”
“뭐, 그렇지.”
“그럼 말할 것도 없네…….”
오광택이 실망한 듯 고개를 늘어뜨렸다.
송치현의 전투력이 낮은 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도움 요청은 힘들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말만 잘 들으면 해치진 않을 거야.”
“음…… 나도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네. 미안.”
“아니야, 괜찮아.”
괜찮다면서도 풀이 죽은 오광택을 보니 코고 때문에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나 보다.
“그나저나 네 일은 나중에 처리해도 된다고 했지?”
“어.”
“그럼 오늘 시간 많네. X발, 기분도 꿀꿀한데 안 되겠어. 여자라도 후려야지.”
그리 말한 오광택이 최성민을 쳐다봤다.
“너도 같이 가자. 길 가다가 마음에 드는 년 있으면 골라잡아. 내가 있는 한 밤새 갖고 놀아도 기억 못 할 테니 걱정 말고.”
“흠, 그럴까?”
“가자. 형님이 새끈한 년들로 골라줄 테니까. 흐흐!”
앞장서는 오광택의 표정은 한껏 들떠있었다.
최성민이 목덜미에 단검을 박아넣기 전까진.
푸욱-
“꺼헉!”
깊숙이 박혔던 단검이 피를 뿌리며 빠져나왔다.
털썩-
고꾸라진 오광택이 부들거리는 눈빛으로 최성민을 바라봤다.
송치현이 아닌 검은 가면을 쓴 본연의 모습을.
“커…… 커흐, 큭…….”
벌레처럼 꿈틀대는 오광택을 최성민이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봤다.
죽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헌터 오광택을 죽였습니다.] [특성 ‘기억 삭제’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15.9%] [죽인 대상의 모습을 복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