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5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51화(35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79화
79. 기억 삭제
오광택을 죽이고 특성을 얻었다.
미련은 없었다.
‘어차피 놈에게서 얻어야 할 정보는 다 얻었어.’
코고와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기로 했는지 알아냈다.
남은 일은 약속 장소에 나타난 코고에게 암살자의 표식을 걸어두는 일.
언제든지 추적할 수 있게 말이다.
‘설마 오광택을 통해 코고의 위치를 알게 될 줄이야.’
일이 수월하게 풀린다고 생각하며 들어온 특성을 확인해 봤다.
[특성 – 기억 삭제]-등급 : S
-설명 : 대상의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 눈을 감고 대상의 머리에 10초간 손을 얹어야 발동된다.
대상의 모든 기억을 자유자재로 확인하고 지울 수 있다. 기억을 확인하는 동안은 시간이 만분의 일로 느리게 흘러간다.
기억 삭제가 끝나면 대상은 그 여파로 1분간 멍한 상태가 된다.
‘역시 사기적인 특성이군.’
전투에 활용하긴 힘들지만 유틸성은 최고였다.
‘10초만 머리에 손을 얹으면 원하는 기억을 마음대로 삭제한다니…….’
기억 삭제의 활용성은 다양했다.
목격자의 기억을 지워 자신의 행적을 감출 수도 있고.
가족처럼 아끼던 사람을 한순간에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대상을 영원히 백치로 만들 수도 있지.’
동시에 상대의 기억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정보를 얻기에도 탁월하다.
‘10초라는 조건만 없었으면 그야말로 최강의 특성이었을 텐데 아쉽군.’
걸리기만 하면 대영웅도 한순간에 바보 천치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특성이었으니 말이다.
‘기억을 살펴볼 때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라……. 마음에 드는군.’
시간이 만분의 일로 느리게 흘러간다?
즉, 3시간 동안 기억을 살펴도 현실은 1초 남짓 흐른다는 소리.
‘기억을 보는 동안 기습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무방비 상태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점은 또 있었다.
‘기억 삭제가 끝난 대상은 1분간 멍한 상태가 된다고? 지우고 도망치기도 수월하겠군.’
목격자가 있다면 1초 만에 기억을 지우고 1분 동안 안전하게 자리를 피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혼자서 은행도 털겠는데?’
CCTV 기록을 지울 수만 있다면 목격자를 남기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가능하다.
‘오광택이 왜 한량처럼 살았는지 알겠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훔친 뒤 기억을 지운다.
여자가 고프면 강제로 관계를 한 뒤 기억을 지운다.
원하는 건 뭐든 얻을 수 있으니 세상만사 걱정이 없었으리라.
‘그렇다고 녀석처럼 사용할 생각은 없지만.’
최성민은 오광택과 같은 쓰레기 짓을 할 생각이 없다.
비교하는 것조차 우습다.
‘다만 대영웅을 죽이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지.’
최성민이 서늘한 눈빛으로 오광택의 시체를 옮겼다.
골목 어귀에 시체를 숨겨놓을 만한 공간이 있었다.
‘여기에 두면 한동안 오광택의 죽음이 밝혀질 일은 없겠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콰직-!
발로 오광택의 얼굴을 뭉개 버린 뒤 자리에서 벗어났다.
혹시라도 발견됐을 때 시간을 끌기 위해서다.
‘솔직히 녀석의 죽음이 밝혀져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뒤처리는 어느 정도 해두는 편이 좋았다.
흔적을 최대한 지운 최성민이 은신을 쓴 채로 골목을 벗어났다.
약속한 장소에 코고가 나오기를 바라면서.
* * *
현재 시각 오후 9시 57분.
약속했던 10시가 가까워져 온다.
‘그런데도 이 자식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만?’
3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지만 코고는커녕 닮은 사람조차 보지 못했다.
물론 약속 장소인 골목길에서 기다리는 건 아니다.
골목이 잘 보이는 위치에 숨은 채로 코고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내가 할 일은 코고의 위치를 알아두는 것뿐이야.’
굳이 위험하게 오광택으로 변신해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렇게 거리를 두고 지켜보다가 놈이 나타났을 때 표식을 걸면 그만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안 나타나는데?’
벌써 약속 시간보다 10분이 지났다.
‘설마 오광택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닐 테고…… 아니면 코고가?’
의심이 피어오를 때쯤 오광택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코고의 이름이 적혀 있어.’
서둘러 오광택으로 변신한 최성민이 전화를 받았다.
“예! 대영웅님!”
-약속을 잊은 건가? 왜 아직도 안 오고 있는 거지?
“아, 죄송합니다! 지금 가는 중입니다!”
-빨리 와라. 죽기 싫으면.
통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뭐야, 이 자식? 약속 장소에 안 온 줄 어떻게 안 거지?’
골목길을 봤지만, 여전히 코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녀석도 나처럼 골목길을 지켜보고 있는 건가?’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경계심이 많은 성격이라지만 어지간하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건 칭찬해줄 만하다.
하지만 최성민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이대로 더 기다려봤자 녀석은 나타나지 않을 거야.’
성격상 오광택이 나타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놈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찾기엔 시간도 빠듯하고…….’
최성민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나갈 수밖에 없어.’
코고를 끌어내려면 자신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다.
오광택의 모습으로.
저벅저벅-
결국 직접 나서기로 한 최성민은 오광택의 모습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별일 없을 거야. 긴장할 거 없다.’
아직 전투력 150만인 코고를 상대로 이길 자신은 없다.
그렇기에 직접 나서는 건 위험천만한 일.
특히 살인귀인 녀석이라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코고는 오광택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갑자기 날 공격하진 않을 거야.’
행여나 녀석이 안 좋은 마음을 품는다면 사전에 알아차릴 수 있다.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날 죽이려고 들면 그전에 어떻게 해서든 도망가는 수밖에.’
도망이라면 자신 있었다.
목걸이, 반지, 룬, 특성 효과까지 더해서 기본 이동속도가 75%나 됐으니까.
거기다 질주 스킬도 있으니 거리 벌리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그렇게 여차하면 도망칠 생각으로 약속 장소로 나왔다.
뛰어온 척 헐떡거리는 모습을 연기했다.
그러자 잠시 후.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츠라모토 코고]-만 42세의 S급 헌터. 현재 전투력은 1,509,221이다.
최근에 얻은 특성, 분별하는 눈이 정보를 알려줬다.
‘괴랄한 전투력이군.’
굳이 전투력이 아니라 살기 어린 눈빛만 봐도 강자라는 걸 알겠다.
“오광택. 왜 이렇게 늦었지?”
“죄, 죄송합니다. 대영웅님.”
최성민이 몸을 움츠리며 사과했다.
목숨을 저당 잡혔다던 오광택의 증언을 토대로 최대한 겁먹은 것처럼 연기했다.
“전에는 이름을 부르더니. 아쉬울 땐 대영웅이라 부르는 건가?”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코고 님.”
코고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원래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었지만 살기까지 흘릴 줄은 몰랐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감히 약속에 늦다니.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버리고 싶군.
예상대로 위험한 생각이 읽혔다.
‘이거 표식만 걸고 바로 내빼야 하나?’
일단 암살자의 표식은 걸어뒀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도망가도 문제는 없으리라.
하지만 이어진 코고의 생각을 읽고서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번 한 번만 봐주도록 하지. 녀석의 특성은 쓸모가 많으니까.
‘역시 코고는 오광택의 능력을 원하고 있어.’
당장에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따라와라. 갈 곳이 있다.”
코고가 무표정한 얼굴로 앞장섰다.
최성민이 즉시 뒤따랐다.
뒤통수를 보면서 가는지라 눈치 보지 않고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금세 알아차렸다.
‘병원에 간다고? 그전에 조폭들이 운영하는 클럽에 들러야 하고?’
이유까진 알아낼 수 없었지만 일단 지금 가는 곳은 클럽이다.
“여기다.”
아니나 다를까.
번화가와 동떨어진 클럽 앞에서 코고가 걸음을 멈췄다.
겉보기엔 손님이 없어 보였지만 입구는 문지기가 지키고 있었다.
코고가 말없이 장비를 착용했다.
츠으으읏-
이도류 특성답게 쌍검을 든 그가 입구로 향했다.
덩치 큰 문지기가 코고를 보고선 놀란 표정을 짓는다.
“너 뭐…….”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덩치의 머리가 포물선을 그렸다.
퉁-
“히익!”
최성민의 리액션에 코고가 심드렁하게 돌아본다.
“이거 가지고 놀라나? 한심하긴.”
“…….”
“따라와라.”
코고를 따라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어두운 클럽 안에선 광란의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홀에는 십여 명쯤 춤을 추는 손님이 있었다.
코고는 관심 없다는 듯 안쪽으로 향했다.
최성민이 놓칠세라 걸음을 빨리했다.
“어이! 너 뭐야?”
“뭐하는 새…….”
덩치 둘이 등장했지만, 순식간에 하늘로 승천했다.
퉁 퉁-
머리통 두 개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모습을 봤는지 멀리서 조폭들이 튀어온다.
“상구야!”
“저 개새끼가 혁진이를!”
“얘들아! 비상이다!”
우르르 달려온 조폭들은 하나같이 사시미칼을 쥐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그 모습만으로도 벌벌 떨겠지만 코고의 입장에선 우습기 그지없으리라.
그보다 몇 배는 긴 칼을 양손에 들고 있었으니.
타앗-
코고가 조폭들 사이로 달려갔다.
이윽고.
“으악!”
“커헉!”
“아아악!”
학살이 벌어졌다.
분쇄기에 갈리듯 조폭들의 살점이 여기저기 흩날렸다.
‘쌍검을 쓰는데도 저렇게 빠르다니.’
시스템상 두 자루의 검을 들면 공격 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들기 마련.
하지만 코고는 그런 페널티 따윈 없다는 듯 빠른 속도로 조폭들을 도륙했다.
“저, 저 새끼 뭐야?”
“헌터야? X발!”
코고의 쌍검에 열두 명째 갈려 나가자, 그때서야 조폭들이 전의를 잃고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영웅은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타앗- 스걱! 서걱!
뒤돌아선 조폭들을 쫓아가 기어코 몸을 양분해버렸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지만, 일반인이 헌터의 추격을 뿌리치기란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대학살.
홀에서 정신없이 춤을 추던 사람들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도망친다.
“사, 사람이 죽었다!”
“으아아! 도망가!”
“꺄아아악!”
순간 목격자들을 저렇게 보내도 될까 싶어 코고를 쳐다봤지만, 녀석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조폭들만 골라 죽일 뿐.
‘뭐지? 목격자의 기억을 지우려고 데려온 게 아니었나?’
하긴 저 많은 목격자의 머리를 일일이 10초씩 만지기엔 시간도 걸리고 번거롭기만 하다.
하지만 코고는 저들을 도망치도록 놓아준 것이 아니었다.
철컥- 철컥-
“뭐야? 이거 왜 안 열려!”
굳이 잡을 필요가 없었기에 방치했을 뿐이다.
‘그새 문손잡이를 망가뜨려 놨구나.’
조폭들을 모두 처리한 코고가 몰려있는 일반인들에게 다가갔다.
서걱-!
“으아악!”
스걱-!
“꺄아악!”
조금 전까지 살아 있던 일반인들이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전락했다.
-목격자를 살려둘 순 없지.
코고의 생각을 읽어 보니 목격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인 모양이다.
“…….”
최성민이 말없이 시쳇더미를 내려다봤다.
‘이 사람들은 조폭들과 달리 아무런 잘못도 없었어.’
잘못이라면 이 시간에 클럽에 방문했던 것, 그뿐이다.
“가자.”
볼일은 이것으로 끝났다는 듯 코고가 다시 앞장섰다.
수십 구의 시체를 남겨둔 채 클럽을 빠져나왔다.
살아남은 사람은 두 사람 말고 없었다.
코고와 오광택이 어딘가로 걸었다.
목적지는 번화가 근처에 있는 커다란 종합병원이었다.
‘여기가 진짜 목적지인가?’
일반인을 그렇게 학살하고도 몸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코고는 병실까지 가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입을 연 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한 노파 앞에서였다.
“오광택.”
“예?”
“이 사람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라.”
“이분은……?”
코고가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 어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