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5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52화(35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80화
80. 코고의 과거
‘어머니라고?’
최성민이 잠들어 있는 노파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제 보니 둘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기억을 모두 지우라고? 그것도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의 기억을……?’
코고의 비상식적인 요구에 최성민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코고님?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어머니의 기억을 모두 지우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제대로 들었군.”
“기억을 모두 지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계시는지요?”
모든 기억을 지운다는 건 백치로 만들겠다는 의미.
언어도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아이덴티티까지 잃어버린다.
한마디로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나중에 눈을 떴을 때 아들인 줄도 몰라볼 겁니다.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 그러니 지우라는 거다.”
‘알면서도 이런 미친 요구를 하다니…….’
어이없었지만 최성민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어.’
이 자리에서 코고와 싸우다 죽기 싫다면 말이다.
‘물론 마음먹으면 도망은 칠 수 있겠지. 이동속도는 내가 더 빠르니까. 코고의 어머니에게 무적을 걸고 튀면 아무런 피해 없이 벗어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문제는 공격을 받았을 경우 변신이 풀린다는 거다.
‘뭐 검은 가면을 쓰고 있으니 정체는 밝혀지지 않겠지만…… 진짜 문제는 변신 능력이 까발려진다는 거야.’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앞으로 위장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약에 곽민철이 그 소식을 듣고 테스트라는 명목하에 송치현으로 변신한 나를 공격한다면?’
지금은 물론 앞으로의 대영웅 공략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겐 안 되지.’
되도록 코고와는 마찰을 빚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야 한다.
“후우…… 알겠습니다. 나중에 절 원망하지나 마십시오.”
최성민은 코고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노파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기억을 지우는 데 얼마나 걸리지?”
“10분 이내로 끝낼 수 있습니다.”
1초 만에 끝낼 수 있었지만, 일부러 길게 말했다.
적에게 정보를 공개해서 좋을 건 없으니.
이윽고 눈을 감고 노파의 머리에 손을 얹은 지 10초가 지나자.
촤라라라라라락-
‘이건…….’
감긴 눈앞으로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노파의 기억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최근까지.
노파의 머릿속에 저장된 모든 기억을 자유롭게 볼 수 있었다.
‘살아온 생이 길어서인지 기억이 많은데?’
어차피 기억을 확인할 때는 시간이 느려진다.
영화 한 편 분량의 기억 영상을 틀어도 실제론 1초도 흘러가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 못 볼 일은 없다.
‘궁금한데 몇 개 좀 볼까?’
혹시나 코고의 인생을 엿보고 그를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날짜별로 분류된 영상을 훑어봤다.
어차피 다 지워야 할 기억이라면 좀 본다고 나쁠 건 없을 테니.
‘여기서부터 봐볼까? 22년 전 코고가 각성했을 때부터.’
기억 영상을 조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선택, 재생, 뒤로가기, 건너뛰기 등등, 뭐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볼 필요는 없었다.
‘필요한 부분만 대충대충 넘기면서 봐야지.’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스킵해도 될만한 부분은 빠르게 넘겼다.
‘단란한 가정이었군. 헌터가 돼서 기뻐하는 모습도 보이고.’
부모님과 함께 살던 코고는 스무 살에 헌터로 각성한다.
무려 S급 특성을 받고서 기뻐하는 모습은 여타 청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놈이 어떻게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귀가 됐을까?’
그런 생각으로 체감상 30분째 영상을 뒤지고 있을 때.
이유가 드러났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새롭게 도전해보겠다고 조폭들에게 빚을 졌지만, 다시금 실패.
결국 빚더미를 갚지 못하고 도망 다니다가 조폭들에게 걸려 장기를 적출당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고, 아버지는 기어코 죽어버렸다.
‘미친…… 이런 일이…….’
이 모든 일은 C급 헌터였던 코고가 던전에 들어간 4시간 사이에 발생한 일이었다.
‘다행히 어머니는 늦지 않게 구조가 됐지만…….’
아버지는 모든 장기가 털린 채로 죽었다.
그때부터였다.
코고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것은.
감정이 마모된 살인 기계가 된 것은.
‘…….’
최성민은 이후의 기억을 묵묵히 넘겨봤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최근 기억에 이르러서야 생각을 이어갔다.
‘이제 알겠어. 코고가 왜 미친 살인귀가 됐는지. 왜 어머니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했는지.’
아버지의 죽음에 조폭이 연관된 걸 알게 된 코고는 집을 뛰쳐나갔다.
새벽이 돼서야 돌아온 아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피로 목욕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
아들이 어머니에게 말한다.
아버지의 복수를 했으니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어머니와 단둘이 오붓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당시 아버지와 함께 납치당해 장기 적출 과정을 본 어머니는 PTSD를 앓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였다.
그 일로 수년간 어머니는 괴로워했다.
괴로운 나머지 죽으려고 자해를 했다.
자살하려던 걸 코고가 몇 번이고 막았다.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있는 것도 자살하려고 농약을 먹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지워달라는 건 이 때문이었어. 더 이상 고통받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기 싫어서…….’
코고가 조폭들을 죽이는 이유도 얼핏 짐작이 갔다.
‘녀석도 마찬가지로 PTSD에 걸린 거지. 아버지를 잃은 충격으로.’
아버지를 잃은 것도, 어머니가 이렇게 된 것도 모두 조폭 때문이었으니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이다.
‘그래서 조폭이란 조폭은 미친 듯이 학살하고 다니는 건가?’
앞서 클럽에서 수십 명을 학살하던 코고의 모습이 떠올랐다.
표정 변화 없는 그 얼굴에선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태껏 묻지 마 학살을 반복해 왔을 테니 감흥이 없을 만도 하지.’
녀석이 살인귀가 되는 과정은 이해가 된다.
안타까운 과거가 있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죄 없는 목격자까지 죽이는 건 아니지.’
조폭을 쳐 죽이는 일엔 최성민도 동의하지만, 일반인을 건든 건 선을 넘었다.
그 점이 최성민과 코고의 차이점이었다.
‘나였다면 조폭들을 죽이기 전에 손님들을 내보내거나 해서 무고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수를 썼을 거야.’
그래서인지 사연은 안타깝지만, 동정심은 생기지 않는다.
이러나저러나 일반인을 학살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기억을 지우는 데엔 나도 동의한다.’
안 좋은 기억은 떠올리지 않는 게 최선.
이 자리를 빌려 없애버리는 게 좋다.
무엇보다 그 기억 때문에 수년간 고통을 받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요청대로 모조리 삭제한다. 아들과의 기억까지 남김없이.’
그러기를 원하자 파노라마처럼 떠올라 있던 영상들이 하나둘 지워진다.
행복한 기억도, 고통스러운 기억도, 남김없이 전부.
그렇게 기억 영상이 모조리 사라지고 나서야 시간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최성민은 여전히 눈을 감고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1초 만에 지울 수 있다는 걸 알려줄 필욘 없지.’
대략 5분 정도 지났을 때 비로소 눈을 떴다.
“끝났나?”
“예.”
“빠르군.”
5분도 빠르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1초라고 말했으면 오죽했을까.
어쩌면 다시금 경계의 눈길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기억을 다 지운 거겠지? 하나도 남김없이?”
“그렇습니다.”
코고가 어머니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항상 접혀있던 어머니의 미간이 어느덧 매끄럽게 펴져 있었다.
-그토록 고통받으셨는데 이제야 편해지셨나 보군.
무심하던 코고의 표정에 안도감이 맴돌았다.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나?’
내심 놀라고 있는데 코고가 이쪽을 쳐다봤다.
“기억을 지울 수 있다더니 정말이었군.”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말이야.
“그럼요. 제가 누구 앞이라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거짓말이었으면 네놈은 이 자리에서 죽었겠지.
코고의 생각에 섬뜩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녀석에게 빚을 졌군.
생각을 읽어보니 내심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행이야. 당장에 날 죽이진 않겠어.’
목적을 이뤘으니 죽일지도 모른다고 걱정했건만.
다행히 코고는 오광택의 능력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오히려 평생의 걱정을 덜어준 최성민을 우호적인 눈으로 바라보기까지했다.
“사실 네놈을 죽일 마음이 없진 않았다.”
“예?”
“날 도와줬으니 목숨만큼은 살려주도록 하지.”
코고의 생색에 최성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 가, 감사합니다.”
“이만 돌아가도 좋다.”
‘빌어먹을 새끼. 나한테 빚졌다면서 이렇게 부려 먹고 끝이야?’
속으론 욕이 나왔지만, 최성민은 감사하다며 굽실거리는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오늘 본 건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말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늘 일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비밀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병실을 나가려는데 코고의 말이 뒤이어 들렸다.
“아, 핸드폰은 자주 확인하도록. 언제 또 부를지 모르니까 말이야.”
“예, 그럼.”
탁-
병실을 나온 최성민이 안도의 숨을 내쉼과 동시에 미간을 좁혔다.
‘한마디로 또 부려 먹겠다는 얘기잖아?’
2시간 정도 코고를 쫓아다니며 무료 봉사를 하긴 했으나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코고가 날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 대영웅과의 인맥을 만들었어.’
이는 코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방심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는 뜻.
‘다음에 만났을 때 놈을 기습하기 수월하겠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힘을 키워놔야 한다.
코고를 암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 * *
“X발!”
곽민철이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때렸다.
콰직-!
힘 조절을 못 해서 두 쪽으로 갈라졌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증거가 없어, 증거가!’
CCTV도 둘러보고 목격자가 있는지 조사도 해봤지만 걸리는 게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송치현이 죽였다는 증거를 못 찾겠다.
‘분명 그 새끼가 범인이 맞을 텐데…….’
양백두와 일가족을 몰살시킨 주범이 확실했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없었다.
그나마 있는 거라곤 심증뿐.
‘놈한테 심어 놓은 집사 새끼도 도움이 안 되고 말이야, 쯧.’
이럴 때를 대비해서 심어 놓은 스파이건만 도통 쓸모가 없다.
‘송치현 그놈이 이렇게 철두철미할 줄이야…….’
전에 찾아갔을 때 혹시라도 정리 못 한 증거가 있으면 처리하라고 큰소리쳤더니만 정말로 깔끔하게 처리해버렸다.
‘설마하니 그날로 팀 크러쉬 멤버들을 죽일 줄은 몰랐어.’
집사에게 보고 받은 바에 의하면 송치현이 청소부를 불렀는데 팀 크러쉬의 시체가 있었다고 한다.
‘녀석이 죽인 거야. 증인을 인멸하기 위해.’
그동안 몰랐지만, 팀 크러쉬 멤버들이 증거를 갖고 있던 모양.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경고한 당일, 다짜고짜 죽였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양조영의 팀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했다.
‘게다가 녀석의 직속 부하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볼 수도 없고.’
놈의 부하들을 심문하기 위해 찾아봤지만,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오리무중이다.
‘단 한 명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돼?’
아니, 한 명은 찾을 수 있었다.
협회에 꼬박꼬박 출근하고 있는 놈의 부하가.
‘최성민이라고 했지?’
놈을 캐보면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
곽민철이 즉시 전화를 걸었다.
헌터 관리부 1팀장 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