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5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53화(35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81화
81. 곽민철의 부름
최성민이 긴장한 얼굴로 협회장실을 찾았다.
난데없는 곽민철의 부름 때문이었다.
무슨 일로 불렀는지는 뻔하다.
‘보나 마나 양백두의 죽음에 관해 캐물으려는 거겠지.’
그런 생각으로 문을 두들겼다.
똑똑-
“누구냐.”
“헌터 관리부 1팀장 최성민이라고 합니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있는 곽민철이 보인다.
최성민이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협회장님을 뵙습니다!”
“이리로 앉아.”
“예.”
차분한 목소리의 곽민철이었지만 그와 달리 한쪽 구석에는 반으로 부서진 테이블이 있었다.
‘책상을 저 지경으로 만든 걸 보니 뭔가 마음대로 일이 안 풀리나 보군.’
여전히 송치현이 죽였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모양이다.
최성민으로선 희소식.
웃고 싶었지만, 지금은 긴장한 듯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
전투력 180만이자 이스트랜드의 최고 권력자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곽민철이 뻣뻣한 자세로 앉아있는 최성민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잡아먹지 않으니까.”
“아…… 죄송합니다. 평소에 우상으로 생각하던 분을 보니 저도 모르게 긴장이 돼서…….”
“우상? 내가?”
“예. 이스트랜드에 살면서 하늘 같은 협회장님을 우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곽민철을 띄워줬지만,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는지 못 미더운 표정을 짓는다.
“넌 송치현의 직속 부하잖아? 그런데 날 우상으로 생각한다고?”
“물론입니다. 우상으로 섬기는 마음과 충성하는 마음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하늘과 땅처럼 닿을 수 없는 것과 닿을 수 있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이놈 봐라?
최성민을 보는 곽민철의 시선이 달라졌다.
-아부를 기가 막히게 잘하잖아?
보란 듯이 송치현을 땅, 자신을 하늘이라 칭하고 있었다.
그것도 납득할 만한 예를 들어가며.
-마음에 들어.
곽민철의 생각을 읽던 최성민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무래도 첫인상은 합격한 모양이군.’
곽민철은 아부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부해선 역효과만 나지.’
아부하더라도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이른바 성의 있는 아부를 좋아하는 거다.
그 결과가 바로 이거였다.
곽민철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말재주는 조금 있는 녀석이군.”
“칭찬 감사합니다.”
“말뿐만 아니라 실력도 있는 모양이지? 송치현의 이쁨을 독차지하는 걸 보면?”
“제가 말입니까?”
“내가 좀 조사해봤더니 송치현이 너한테 많은 걸 베풀었더군. 학교에 권력을 행사한 것부터 해서 팀장 자리에 앉힌 것까지. 최근엔 군사 신분을 주고 1팀장으로 승진까지 시켰더군?”
“…….”
최성민은 묵묵히 얘기를 들었다.
섣불리 대꾸했다간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곽민철을 대할 땐 기어오른다고 느끼게 해선 안 된다.
철저하게 고개를 숙이고 복종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녀석의 경계심을 풀 수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송치현 대영웅님이 제 성장세를 보고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신 듯합니다.”
“성장세? 저번 달 전투력이 몇이었는데?”
“2만이었습니다.”
순간 곽민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20만이라고 했냐?”
“아니요. 2만이라 했습니다.”
“…….”
이번 달 전투력이 25만인 건 알겠다.
랭킹에 최성민의 이름을 조회해 봤으니까.
하지만 곽민철은 저번 달까진 조사해보지 않았다.
“한 달 사이에 2만에서 25만으로 올렸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니 곽민철로선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 거짓말 아니야? 어떻게 한 달 만에 전투력을 23만이나 올려?
굳이 생각을 읽지 않아도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곽민철이 몹시 당황하고 있음을.
“방금 한 말이 사실이렷다?”
“제가 어찌 하늘 같은 분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추호의 거짓도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 말하자 곽민철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조사해 보면 들통날 일인데 거짓말할 린 없겠지. 뒈지고 싶어 환장한 게 아니라면.
곽민철이 이제야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 정도 성장세면 송치현이 편애할 만도 하군.”
덤덤하게 말했지만 곽민철의 속은 부러움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송치현 그 새끼. 이런 말도 안 되는 재능충을 부하로 두다니. 젠장! B급 이상의 헌터에만 눈을 돌리는 게 아니었어.
곽민철도 나름 실력 좋은 부하들을 구하고 있었지만, 최성민과는 비빌 축에도 못 든다.
-이 정도 성장세는 역사상 어디에도 없었다. 장차 우리 대영웅들과 견줄 만큼 성장할 거야.
그야말로 1등이 당첨된 복권.
당장이라도 갖고 싶지만 이미 임자가 있다.
“송치현의 직속 부하로서 만족은 하느냐?”
“예. 과분하지만 1팀장의 자리도 주시고 만족스럽습니다.”
“그거 아쉽군. 내 밑으로 들어왔으면 더 좋은 자리를 줄 수 있었는데 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성민은 알았다.
자신의 충성심을 떠보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라는 것을.
‘만일 여기서 곽민철로 갈아타려는 행동을 보이면 오히려 배신자처럼 쳐다볼 거다.’
곽민철은 반역자라면 치를 떠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아니나 다를까.
-이놈 이거 안 넘어오네? 충성심까지 갖추고 있을 줄이야.
예상대로 테스트였다.
‘역시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대처하기도 편하군.’
상대가 송치현이었다면 곽민철도 이렇게까지 속마음을 떠올리지 않겠지만 상대는 일개 부하.
귀찮게 속마음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내가 생각을 읽을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그것도 모르고 곽민철은 본래 목적인 심문을 시작했다.
“내가 왜 불렀는지 알겠냐?”
“잘 모르겠습니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서 불렀다.”
“뭐든 물어보십시오. 성심껏 대답하겠습니다.”
“최근에 송치현이 개인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었지?”
“그렇다고 하더군요.”
“음? 그 자리에 넌 없었나?”
“예. 전 개인적인 일로 집에 있었습니다.”
“그럼 상담 내용이 뭐였는지는 모르겠군.”
“그렇습니다.”
“뭐 들은 것도 없고?”
“예. 부하들이랑 친한 것도 아니라서요.”
“하긴. 대우가 다르니 옆에서 시샘하는 눈들도 많겠군.”
개인 상담에 관해선 건질만 한 정보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곽민철이 화제를 돌렸다.
“내가 알아보니 잠깐 팀 크러쉬 소속이었던 적이 있더군?”
“예, 한 달 정도 있었습니다.”
“그쪽 대장이 양조영이라는 건 알고 있지?”
“그렇습니다.”
“그럼 양조영과 그 가족들의 사망 사실도 알고 있나?”
질문을 던지고 나서 곽민철은 최성민의 표정 변화를 주시했다.
-뭔가 알고 있다면 의심스러운 반응이 나올 테지.
하지만 연기의 달인답게 최성민은 놀라거나 당황하는 일 없이 자연스러운 반응만 보였다.
“예……. 최근에 그쪽 멤버들이 말해줘서 알게 됐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그럼 최근에 그 팀 크러쉬 멤버들이 죽었다는 것도 알고 있나?”
“예?”
최성민의 이번 반응은 달랐다.
처음 알았다는 듯 놀라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물었다.
“저, 정말 팀 크러쉬 멤버들이…… 죽었습니까?”
곽민철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수가.”
누가 봐도 충격에 빠진 듯한 얼굴로 최성민이 입을 벌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곽민철이 이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잘못 짚었군. 연기하는 표정이 아니야.
저게 연기라면 그건 그거대로 충격일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양백두의 죽음과는 관계가 없는 모양이야.
죽은 양백두가 듣는다면 분통이 터질법한 발언.
하지만 곽민철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일개 헌터가 A급인 양백두를 죽였다고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을 테니.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인다면 고문을 해서라도 털어놓게 할 심산이었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아니야.
진심 어린 표정을 보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혹시 송치현에게서 수상한 점은 없었나?”
“수상한 점이요?”
“그래.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해봐라.”
“글쎄요. 그런 점은 못 느꼈습니다만…….”
“그럼 동료 부하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동료들이…… 사라졌습니까?”
“어제부터 송치현의 부하들만 출근하지 않았다. 너 말고는.”
“으음,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흠…….”
-다른 부하들이랑 친하지 않아서 모르는 건가?
결국 부하들의 행방이 묘연한 이유도 알아낼 수 없었다.
“알았다. 물어볼 건 이것뿐이다. 이만 나가봐라.”
“예. 도움이 못 돼 죄송합니다. 협회장님.”
공손히 인사한 최성민이 협회장실을 빠져나왔다.
‘휴우, 한시름 덜었군.’
이걸로 한동안 의심받을 일은 없을 거다.
최성민의 한쪽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 * *
오후 1시가 되자 최성민이 기쁜 마음으로 퇴근했다.
‘이제 곽민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아침에 생각을 읽어보니 송치현을 몰아넣을 이렇다 할 증거가 없는 모양이다.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력으로 의심에서도 벗어났어.’
자칫하면 고문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좋은 첫인상도 심어뒀으니 나중에 곽민철 밑에서 일할 수 있을지도 몰라.’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상황.
남은 일은 하루빨리 성장하는 것뿐.
즉시 송치현의 모습으로 변신한 최성민이 협회에 마련된 개인 주차장으로 향했다.
수십 대의 값비싼 세단과 스포츠카들이 줄지어 있었다.
전부 송치현 소유의 자동차들이다.
‘요일별로 골라 타도 질리지 않겠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가까운 세단에 손가락을 댔다.
덜컥-
지문 인식으로 열린 차에 탄 뒤 미끄러지듯 협회를 빠져나갔다.
‘자정이 될 때까지 솔로잉을 돌아야겠어.’
최성민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B급 대왕 뉴트리아 던전.
송치현의 얼굴로 마음껏 사냥할 예정이었다.
가장 가까운 던전 입구에 도착하자 저 앞에서 누군가 부랴부랴 뛰어온다.
던전 관리인이었다.
미리 간다고 연락했기에 마중 나오는 거였다.
“어, 어서 오십시오! 대영웅님!”
던전 관리인이 허리를 굽히며 굽실거린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방문하시다니. 오시면서 불편하신 점은 없었는지요.”
“없었다. 그나저나 지금 들어갈 수 있는 거겠지?”
“아유, 그럼요! 대영웅님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른 헌터들은 얼씬도 못 하게 막아놨습죠! 원하시면 바로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좋아. 참고로 내가 들어갔다는 기록은 하지 마. 사냥했다는 행적은 남기고 싶지 않으니까. 알았나?”
“아무렴요. 대영웅님 명령이신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걸로 처리해 놓을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그럼 믿고 들어가지.”
최성민은 그대로 던전에 들어갔다.
‘이번에 좋은 특성도 많이 얻었으니 몇 군데 돌다 보면 금방 승급할 수 있을 거야.’
현재 최성민의 전투력은 25만.
5만만 더 올리면 A급으로 승급한다.
특성으로 몇 배는 더 강해졌으니 전투력 올리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5만 정도는 오늘 하루 만에 올릴 수 있겠지.’
B급 던전 서너 군데만 돌면 충분할 거라고 봤다.
그랬는데…….
“어? 일찍 나오셨네요?”
약 2시간 만에 공략을 끝내고 나온 최성민을 던전 관리인이 웃으며 반겼다.
“역시 대영웅님이십니다! 대왕 뉴트리아 200마리를 그새 다 잡으시다니! 그것도 혼자서!”
“…….”
“어떻습니까? 던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는 얻으셨습니까?”
“그래. 얻었지.”
최성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예상보다 빨리 A급을 찍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