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5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60화(36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88화
88. 진학도
B급 마법사 진학도는 고문실의 헌터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큭큭, 뭐야? 꽤 귀엽잖아?”
저항이 심한 헌터가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여자다.
그것도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귀여운.
“내 스타일인데?”
진학도가 혀를 날름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봐. 이름이 뭐지?”
“…….”
여성은 말없이 진학도를 노려봤다.
“눈빛이 살아 있네. 큭큭. 그래봤자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겠지만.”
여성의 손목과 발목엔 두꺼운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근력이 500 이상은 돼야 풀 수 있는 족쇄야. 근력 위주로 성장했다 해도 최소 C급 이상은 되어야 한단 소리지.”
진학도의 얼굴엔 여유가 넘쳤다.
족쇄의 강도를 믿는 탓이다.
“이름과 등급은 모르겠다만 족쇄를 풀지 못하는 걸 보니 D급 이하 헌터인 건 확실하군.”
“…….”
“듣자 하니 마법사는 아니라고 하던데…….”
마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반격당할 일은 없다.
안심한 진학도가 가까이 다가갔다.
여성의 목 언저리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킁킁, 흐으으음. 향기가 좋군.”
“이익……!”
여성이 발악했지만, 족쇄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다.
츠으으읏-
급한 대로 검을 쥐어봤지만 그것뿐.
손목이 결박당해 있으니 공격할 방도가 없다.
“후후후, 쓸데없는 발악은 그만하지. 너도 알잖아? 우리한테 협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걸.”
“……죽일 거야.”
“워우…… 그렇게 노려보면서 말하니까 무서운데? 근데 그거 알아?”
진학도가 여성의 턱을 붙잡았다.
“아무리 위험한 맹수라도 목줄을 채우면 하나도 안 무섭다는 거. 더구나 이렇게 예쁘장한 얼굴이라면 더더욱.”
여성이 고개를 흔들어 손을 떨쳐냈다.
거친 반항조차 귀여웠는지 진학도가 피식거렸다.
“그만 포기하고 우리한테 협조해. 장착한 아이템부터 인벤토리에 가진 아이템까지 모조리 내놓는다면 결박을 풀어준다고 약속하지.”
“…….”
“안 그럼 밤새도록 고통스럽게 할 거야. 여기가 고문실이라는 걸 잊진 않았겠지? 고문 기구라면 사방에 널렸…….”
“퉤!”
여성이 뱉은 침이 정확히 진학도의 미간에 달라붙었다.
진학도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이 X발년이 좋게 좋게 말해줬더니 나를 개 X으로 보나 보네?”
얼굴을 닦은 진학도가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X발, 얼굴 좀 반반하다고 예뻐해 줬더니 주제도 모르고 기어올라?”
훌렁훌렁 옷을 벗은 진학도가 나체로 섰다.
“아직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이참에 욕구도 풀 겸 똑똑히 교육해 주지.”
진학도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다가왔다.
코앞까지 왔음에도 여성은 저항하지 못했다.
“으윽…….”
여성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모를 수 없었다.
그때였다.
“마법사님!”
벌컥- 하고 열린 문을 진학도가 찌푸린 얼굴로 돌아봤다.
안상호라는 관리인이 느닷없이 찾아왔다.
“X발, 뭐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급히 전할 말이 있어서요.”
“뭔데?”
“이리 가까이 좀…….”
뭔가 비밀스러운 얘기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
쿵-
문이 닫히고 어둠이 찾아왔다.
관리인의 모습도 어느새 사라졌다.
“응? 뭐, 뭐야?”
분명 눈앞에 관리인이 있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
헛것을 보았나?
그렇게 느꼈을 때였다.
푹-
“허허윽…….”
목에 구멍이 뚫렸다.
진학도는 자신의 목임을 확신했다.
아무리 소리쳐도 목소리 대신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나왔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더럽게 아팠다.
쿵-
몸이 고꾸라지며 진학도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은신이 해제되며 검은 가면을 쓴 최성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헌터 진학도를 죽였습니다.] [특성 ‘정밀함’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16.0%] [죽인 대상의 모습을 복제했습니다.]‘특성은 나중에 확인해 보자.’
시간이 없음을 인지한 최성민이 고문실을 나갔다.
여성을 구출해 줄 생각이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단 쓰레기들 먼저 죽이고.’
최성민의 모습이 꾸물거리며 변했다.
* * *
철컥- 끼이익-
철창을 연 최태식이 잡아 온 사람들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들어가, 이 X발 것들아!”
구타를 당했던 남자가 먼저 바닥에 널브러졌다.
뒤이어 여자들도 밀어 넣었는데.
“잠깐. 넌 들어가지 말고.”
헌터가 점찍어둔 여자는 예외였다.
납치한 여자 중에 유독 몸매가 좋았다.
철커덩-
문을 잠근 최태식이 여자를 끌고 지하실 밖으로 나왔다.
헌터 고용환이 흥분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흐흐, 이제 데려가면 되냐?”
“예. 30분 내로 오셔야 합니다.”
“오케이. 그 정도면 충분하지.”
여자를 건네받은 고용환이 검은 봉투를 벗겼다.
“오…… 얼굴도 예쁘네?”
“읍, 읍.”
테이프로 입이 봉해진 여자가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도 고용환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탐욕에 젖은 눈으로 얼굴과 몸매를 훑어볼 뿐.
“쩝.”
옆에 있던 헌터 장길수가 부러운 눈빛으로 입맛을 다셨다.
“좋겠다. 나도 쟤랑 하고 싶었는데…….”
“내가 먼저 찜했으니 순서를 지켜야지, 인마. 정 못 참겠으면 내려가서 다른 년들 고르던가.”
“다른 애랑도 하고 얘랑도 하면 안 되냐?”
깜짝 놀란 최태식이 손사래를 쳤다.
“그건 안 됩니다. 상품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건 규정에 어긋나는…….”
“훼손 안 할게. 곱게 쓰고 돌려줄게.”
“그래도 허용되는 건 한 명인데…….”
“아무도 모르게 쓰고 주면 되잖아. 응?”
두 사람이 흥정하는 사이, 고용환은 여성에게 다시 봉투를 씌웠다.
“어쨌거나 나 먼저 재미 보러 간다?”
“시간 엄수해 주십시오.”
“걱정 말라고.”
그때 최태식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아? 마법사님?”
마법사라는 말에 고용환이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예, 예. 전부요? 알겠습니다.”
최태식이 전화를 끊자 고용환이 묻는다.
“누구야? 진학도 헌터님이냐?”
“예. 지금 당장 고문실 앞으로 모이랍니다.”
“우리도?”
“일반인이든 헌터든 작업자들은 전부 오라고 했습니다.”
“전부? 무슨 일인데?”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 거 타이밍 지랄 같네.”
고용환이 인상을 구겼다.
진학도는 등급도 신분도 한 단계 높은 B급 마법사.
그의 명령을 무시할 순 없었다.
“하필이면 지금 부를 게 뭐람?”
투덜대던 고용환이 잠시 고민했다.
빨리 욕구를 풀고 가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X발, 그 성격 더러운 양반한테 무슨 짓을 당하려고.’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도리어 화를 입을 수 있었다.
고용환이 잡고 있던 여성을 최태식에게 밀쳤다.
“야, 이 년 지하에 도로 가둬놔.”
“알겠습니다. 바로 가실 겁니까?”
“가야지. 군사 신분께서 부르시는 데 지체할 수야 있나.”
이윽고 고용환을 비롯한 헌터들이 고문실 앞으로 향했다.
* * *
웅성웅성.
고문실 앞 복도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진학도가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주변을 보며 말했다.
“다 왔나?”
“관리인 빼곤 10명 전원 다 모였습니다.”
최태식의 말에 진학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러보니 일반인 여섯에, 헌터 넷이 있었다.
“좋아. 헌터들은 내 앞에 오도록.”
고용환과 장길수를 선두로 헌터들이 앞에 늘어섰다.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내가 너희를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깜짝 선물이 있거든.”
“깜짝 선물이요?”
“그래.”
고용환과 헌터들이 놀랐다.
여자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진학도가 선물을 준비했다니?
믿기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기대됐다.
“선물을 꺼낼 테니 잠깐 눈을 감고 위를 쳐다보도록.”
헌터들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마치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두근거리는 심정이었다.
츠으으읏-
진학도의 손에 붉은색의 단검이 소환됐다.
하지만 눈을 감은 탓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목을 베이기 좋은 각도라는 것도.
스걱- 스걱-
“컭!”
“큵!”
단숨에 두 명의 목이 베였다.
이상한 낌새에 나머지 두 명도 눈을 떴지만.
“커억!”
“케엑!”
단검은 이미 그들의 목을 베고 있었다.
“이게 내 선물이다.”
C급 헌터 넷을 죽이기까지 2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 작업자들이 도망칠 시간이라곤 없었다.
그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놀란 표정을 지을 뿐.
“으, 으아아악!”
“뭐, 뭐야? 무슨 짓을!”
눈 깜짝할 새에 죽은 헌터들을 보며 진학도를 바라봤지만.
“어?”
시선이 닿는 곳엔 검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사내가 서 있을 따름이었다.
“심판의 시간이다.”
최성민이 달려들더니 일반인들을 학살했다.
코고가 클럽에서 목격자들을 죽였을 때처럼 무력하게 죽어 나갔지만.
‘이 새끼들은 죽어도 싼 놈들이야.’
최성민은 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짓밟아도 문제없는 벌레라고 생각했다.
“커허억!”
“으어억!”
“사, 살려……!”
일반인 여섯을 죽이는 건 헌터들보다 쉬웠다.
“으아아악!”
‘저 놈은…….’
최성민의 시야에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최태식의 모습이 보였다.
‘한 놈도 놓칠 순 없지.’
즉시 단검 투척을 시전하자.
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최태식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일반인이라 막대한 대미지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걸로 정리됐나?’
복도가 그야말로 핏물로 가득했다.
메시지를 보니 특성 네 개가 추가로 들어와 있었다.
‘총 다섯 개를 얻었군.’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지만 썩 만족스럽지도 못하다.
‘뭐, 다음 조직의 위치도 알아냈으니 찾아서 죽이면 그만이지.’
최성민은 이곳의 관리인을 죽이기 전에 기억을 읽었다.
그 결과, 좀 더 규모가 큰 인신매매단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곳엔 헌터들이 많았으면 좋겠군.’
가기 전에 일단 이곳에 붙잡힌 사람들부터 풀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체들의 주머니를 뒤졌다.
예상대로 차 키가 있었다.
다른 소지품은 놔둔 채로 고문실의 문을 열었다.
철컹-
진학도를 죽일 때 얼핏 보기로 이곳에 여성 헌터가 있었다.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족쇄에 묶인 헌터가 보인다.
‘응?’
그런데 어딘가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이 여자는…… 전에 던전에서 봤던……?’
정확히는 거대 말벌 던전에 C급 감독관으로 지원 나갔을 때였다.
‘그때도 강간당할 뻔한 걸 구해줬었지.’
이름도 기억한다.
‘D급 헌터 한새봄.’
자신과 같은 고아라서 기억한다.
게다가 만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으니 잊을 수가 없다.
‘여기서 또 만날 줄이야.’
한새봄이 어째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거다.
한새봄이 최성민을 보더니 흠칫 놀란다.
-이 사람은 좀 전에 그 변태를 죽였던…….
생각을 읽어보니 진학도를 죽인 걸 봤나 보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것도 봤겠군.’
변신이 풀린 걸 봤다면 그냥 보내줄 순 없다.
‘기억을 지워야겠어.’
최성민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구면이었지만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알아보진 못한다.
그저 경계할 뿐.
-설마 나도 죽이려는 건…….
“걱정 마라. 해칠 생각은 없으니.”
그리 말해도 안심하진 않는다.
“잠깐 기억을 보려는 것뿐이다.”
“기억을 본다니…… 그게 무슨?”
최성민은 말없이 한새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묶여 있던 그녀로선 저항할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