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6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62화(36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90화
90. 정보 요청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 필요하시면 꼭 찾아오셔야 해요!”
“알았다.”
한새봄이 꾸벅 인사하더니 빌라로 들어갔다.
운전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성민이 차를 출발시켰다.
집으로 가진 않는다.
‘이왕 시작한 거 다음 조직도 털러 가야지.’
이미 관리인의 기억을 읽고 다른 인신매매단의 위치도 알아둔 상태.
정보도 있는데 지체할 이유는 없다.
‘위치를 알고 있으니 귀찮게 접선할 필요는 없겠지. 정면으로 돌파한다.’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기에 기대가 됐다.
부우우웅-
사냥할 헌터들이 많기를 바라며, 최성민이 액셀을 밟았다.
승합차가 새벽 도로를 달렸다.
* * *
해가 떠오르지도 않은 이른 아침.
띡띡띡- 띠리릭-
최성민이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아직 자고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부엌 불이 켜져 있었다.
“성민이 왔니?”
어머니가 도마를 두들기다 말고 돌아본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내 새끼들에게 맛있는 거 먹이려면 일찍 일어나야지.”
주름진 미소를 짓던 어머니가 이내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요즘 아들 얼굴 보기가 힘들구나. 많이 바쁘니?”
“아니에요.”
“대영웅님 밑에서 힘든 건 없고?”
“지낼 만해요. 어머니는요? 힘든 일 없으세요?”
“나야 힘들 게 뭐 있니? 헌터 아들 덕분에 이렇게 넓고 좋은 집에서 돈 걱정 없이 살고 있는데. 유일한 걱정이라면 아들이 다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지.”
“제 걱정은 마세요. 위험한 일은 되도록 피하고 있으니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헌터의 특성상 언제나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항상 조심하거라.”
“예. 명심할게요.”
그 말에 안심했는지 어머니가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아침은 아직이지? 씻고 나와. 금방 차려줄게.”
“네.”
안 그래도 샤워하고 싶었던 최성민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피 냄새가 날까 찝찝했기 때문이다.
‘오늘 죽인 사람만 수십이 넘으니…….’
어머니와 대화할 때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는 몸에 피 한 방울 묻지 않았지만.’
그래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는 법.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샤워가 필수였다.
탈탈탈-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털며 나왔다.
‘음?’
맛있는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아니나 다를까 부엌으로 가니 식탁에 12첩 반상이 차려져 있었다.
“뭘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
“많기는. 우리 아들이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이 정도는 차려야지.”
반찬이 너무 많아 뭐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될 지경.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잠옷 차림의 여동생이 눈을 비비며 걸어왔다.
“우음? 오빠 왔네?”
“이제 일어났어?”
“우웅…… 어? 반찬이 왜 이렇게 많아? 내가 좋아하는 갈비도 있네? 엄마, 집에 갈비도 있었어?”
“네 오빠 오면 줄려고 재워놨었지.”
“아, 뭐야앙, 나 있을 땐 이런 거 안 해주더니만!”
“됐고, 빨리 씻고 와서 앉아. 오랜만에 셋이서 식사하게.”
가족들은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맛있어요, 어머니.”
“후후, 많이들 먹으렴.”
“오빠, 외박하지 말고 오늘처럼만 들어오면 안 돼? 맨날 이렇게 먹어보게.”
“얘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다 먹었으면 학교 갈 준비해.”
“네에~ 어머니.”
그렇게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오랜만에 두런두런 대화도 나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게 가족이구나. 마음에 들어.’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따스한 기운이 허한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었다.
방으로 돌아온 최성민은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부모님이 좀 더 살아계셨으면 좋았을 것을…….’
중학생 때 부모님을 잃은 최성민으로선 누군가 자신을 챙겨준다는 것이 생소했다.
‘내가 가족들을 챙겨주는 거면 몰라도.’
문득 명계에 두고 온 진짜 가족이 생각났다.
차예린과 민수호, 민서연. 그리고 손자 손녀들까지.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며 특성창을 열었다.
바빠서 보지 못한 특성들을 확인해야 할 차례다.
‘많이도 들어왔군.’
정밀함, 재생력, 강인한 체력, 불굴의 의지, 단련된 신체, 근소한 힘, 하급 마법 컨트롤, 하급 저항 등등.
F급부터 B급까지 다양한 특성 13개가 들어와 있었다.
오늘 새벽 인신매매단의 헌터들을 죽여서 얻은 것들이었다.
‘두 번째로 갔던 곳이 확실히 규모가 크긴 컸어.’
한새봄을 데려다준 최성민은 승합차를 타고 곧장 인신매매단에 갔었다.
그곳에서 12명의 작업자와 8명의 헌터를 죽이고 25명의 민간인을 구해주고 왔다.
그런데도 동화율은 쥐꼬리만큼 올랐단 말이지.
현재 동화율은 17.2%
한 명당 0.1%씩 오르는데 이래서 언제 100%를 채울지 막막하기만 하다.
‘헌터를 더 죽여야 해.’
이번에 특성 13개를 얻은 것도 나름 큰 소득이었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될 수 있으면 많은 헌터를 죽여야 한다.
‘죽이려면 지금 같은 쓰레기들을 죽이는 게 좋겠지.’
하지만 인신매매단에 대한 정보는 이걸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단서는 못 찾았다.
‘그래도 하루 만에 두 개의 팀을 괴멸시켰다.’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었지만 지속해서 헌터들을 죽이기엔 한계가 있었다.
‘일단 전투력 100만이 코앞이다. 승급부터 해야 해.’
승급도 해야 하고 출근도 해야 하고.
나름대로 바쁜 최성민이었다.
* * *
아침에 협회로 출근한 최성민은 평소처럼 일을 끝내고 쉬고 있었다.
아니, 쉰다기보단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오늘 퇴근 후에 던전 몇 개를 돌면 S급을 만들 수 있을 거야.’
S급이 되면 스킬 슬롯 2개가 생긴다.
게다가 전신을 S급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설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어.’
그냥 전설 아이템이 아니다.
마력의 핵으로 강화된 EX급 전설 아이템이다.
‘추가 스킬 2개에 S급 장비, EX급 전설 아이템까지.’
등급을 올리면 지금보다 몇 배나 강해질 건 자명하다.
‘고작해야 전투력 5만 정도만 올리면 돼.’
그렇게 S급이 되고 모든 정비를 마친 후에는?
‘계획대로 코고를 죽여야지.’
그때는 코고와 맞대결할 전투력은 나올 거다.
‘아니, 나올 거다가 아니야. 반드시 나온다. 어쩌면 코고의 전투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고.’
전설 아이템이 있으니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녀석을 어떻게 기습해야 할까? 역시 오광택으로 변신해서 연락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먼저 만나자고 하면 의심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괜찮을지도. 전에 도와준 일로 호감을 느끼고 있을 테니.’
무슨 명분을 대더라도 만나줄지 모른다.
‘자세한 암살 방법은 S급이 되고 나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그것보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한새봄의 기억에서 본 장면 때문이었다.
‘카키색의 점퍼와 마크. 확실히 도은정의 반란군이었어.’
어째서 협회를 노리는 반란군이 곽민철의 인신매매단과 연결되어 있는 걸까?
‘궁금한 건 물어보면 알겠지.’
누구한테 물어볼지는 생각해 둔 사람이 있다.
‘지금 이 시각이면 조사부에 있겠지?’
직접 찾아갈 생각으로 최성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조사부 팀장 허윤지는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었다.
각종 사건의 뒤를 캐고 조사하여 사회에 건설적인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조사부에 지원하게 된 이유였고 적성에도 맞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일 뿐.
요즘 들어 허윤지는 자기 일이 불만족스러웠다.
‘나보고 이런 시시한 조사나 맡으라고?’
다름 아니라 통 시시한 사건만 들어왔기 때문.
‘이런 거 말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큰 사건을 맡고 싶었는데……!’
예를 들면 3년간 쫓던 조직의 범행을 드러내는 일이 그랬다.
‘장관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지…….’
솔직히 다 잡은 물고기였다.
범죄조직의 뒤통수를 후릴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한 순간.
뒤통수를 맞은 건 오히려 허윤지와 조사팀이었다.
조사부 장관이 별안간 조직에 관련해서 일절 조사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걸까? 뭔가 사정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아무리 조사부라도 그 이상은 알 길이 없었다.
장관에게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 솔직히 따지긴 했다.
계속 까여서 그렇지.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장관님을 설득해야 해.’
자신은 설득할 수 없다.
장관을 움직일 급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더 높은 급인 대영웅의 명령이라면?
그리고 그 대영웅의 권력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대영웅님께 말 좀 해달라고 부탁한 거였는데…….’
송치현의 직속 부하로 소문난 최성민이라면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보기 좋게 까여버렸다.
‘점심도 비싼 한정식으로 사줬는데…….’
뭐, 점심은 그와 상관없이 동생을 도와준 보답으로 사준 거였지만.
‘그렇게 냉철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어.’
감독관이라고 해서 돈을 밝힐 줄 알았는데 설마 그걸 거절할 줄이야…….
‘헌터 관리부는 돈독 오른 귀신들 아니었나?’
자신의 성장에는 관심 없고 오직 로비와 부정부패, 뇌물 등에만 관심 있는, 속물 중의 속물이 아니었던가?
물론 허윤지 자신은 그런 속물들과 다르다고 자부한다.
‘우리 조사팀은 부정을 들춰서 사회를 좀 더 이롭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뇌물 따위도 받지 않는다.
부정한 거래나 협상에도 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B급 팀장인데도 군사 신분을 못 받는 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최성민 헌터. 최근에 1팀으로 승격했었지?’
인사 발령 공고를 보고 알았다.
‘전에 봤을 땐 C급이었는데 벌써 B급으로 성장하다니. 팀장이라 그런지 사냥할 시간은 있었나 봐?’
자신과 동급이라는 게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
어쨌거나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는 대영웅의 지원 속에서 승진도 하고 잘나가는데 나는 원하는 조사도 못 하고 이런 잔챙이 같은 일이나 맡고 있어야 한다니…….’
최성민이 부럽다.
줄을 잘 타서 승승장구하는 그가 무척이나 부럽다.
똑똑-
노크가 들리더니 조사부 팀장실의 문이 열렸다.
때마침 들어온 사람에 허윤지가 깜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 부러움에 시기하고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최, 최성민…… 씨?”
“안녕하세요, 허윤지 팀장님.”
공적으로 말하는 최성민을 보며 허윤지가 목청을 가다듬었다.
“흠흠, 아, 안녕하세요. 최성민 팀장님. 여긴 어쩐 일로…….”
“다름 아니라 요청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부탁도 아니고 요청?
허윤지의 눈썹이 활처럼 휘었다.
“무슨 요청이요?”
“전에 점심 사주시면서 저한테 말하던 조직 기억나시죠? 마크도 보여주셨는데.”
“아, 그 범죄조직이요. 기억나요.”
“그 조직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어서요. 아는 대로 전부 말해 주셨으면 하는데.”
“그러니까 저한테 조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시는 거네요?”
“말하자면 그렇죠.”
허윤지가 잘됐다는 듯 웃었다.
“그럼 제 요구도 들어주세요. 전에 했던 부탁 기억나시죠? 송치현 대영웅님께 말해서 장관님을 설득해 달라고 한 거.”
“예.”
“그거 들어주시면 기꺼이 원하는 정보를 내어드릴게요.”
“싫습니다만.”
“…….”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거절당하자, 허윤지가 오히려 당황했다.
“그, 그럼 저도 싫어요.”
“정보 공유해 주시죠.”
“제가 왜요? 그쪽은 제 부탁 안 들어주시면서 저는 왜 들어줘야 하죠?”
“그야…….”
최성민이 갑자기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제가 그쪽보다 신분이 더 높으니까요.”
배지였다.
군사 신분을 증명하는 배지로, 현존하는 신분 중 최상위 등급에 속한다.
“…….”
허윤지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다름 아니라 자신은 상인 신분.
군사 신분이 명령하면 들을 수밖에 없다.
상위 신분의 명령에 불복종하면 재판에 넘겨질 테니까.
그것이 부정한 명령이라 해도 말이다.
“공유, 해주실 거죠?”
허윤지의 입에서 긴 한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