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6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63화(36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91화
91. 혁명
“알았어요. 공유할게요.”
허윤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모아놓은 정보를 공유해야 했다.
탁-
“그동안 조사한 정보들을 취합한 파일이에요. 읽어보세요.”
파일철에는 조직의 이름이 있었다.
“혁명……?”
최성민의 눈이 찬찬히 파일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파일에는 그간 혁명이라는 조직에서 자행한 범죄들과 조사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다.
“군사 시설 테러, 무기고 트럭 탈취, 주요 정부 기관 테러 등등. 정부에 반감을 품고 수도 없이 이행한 테러 조직이에요. 헌터 장비며 뭐며 정부의 소유라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탈취하고 다녔죠.”
“음…….”
허윤지의 보충 설명을 들어보면 정말 나쁜 범죄 집단 같지만.
‘썩어빠진 대영웅들의 행태를 보면 그리 나쁜 일 같진 않단 말이지.’
목표하는 바가 같았기에 조직의 행실이 그리 나빠 보이진 않았다.
“많이도 조사하셨군요.”
“그럼요. 무려 3년간 조사한 조직인데요.”
아마추어 조직이라기엔 그동안의 행적이 화려하다.
최성민이 파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조직의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아직 정확히 파악된 건 아니지만 대략 80여 명으로 알고 있어요. 전부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죠.”
‘80명? 그것도 전부 헌터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다.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조직원 중에 S급 헌터가 있다는 정보도 있어요.”
“S급……?”
“아, 물론 소문이에요. 아마도 자기들이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흘린 헛소문이겠죠.”
헛소문이라 할지라도 조직원이 많다는 정보는 최성민에게 꽤 도움이 됐다.
‘허윤지를 찾아오길 잘했군.’
누가 조사부 팀장 아니랄까 봐 유익한 정보를 한가득 쥐고 있었다.
“최근에는 인신매매와 관련 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조사하려고 했어요.”
‘인신매매?’
최성민이 알고 싶은 정보였다.
“그거 확실한 정보입니까?”
“네. 인신매매 당했다가 풀려난 사람 중에 조직의 마크를 봤다는 사람이 있거든요. 증언도 녹취해 놨고요.”
역시 혁명과 인신매매는 연관이 있는 걸까?
“좀 더 파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장관님이 조사 못 하게 막는 바람에…….”
아쉬운 목소리를 내던 허윤지가 힐끗 최성민을 쳐다봤다.
‘이런 말 해도 들어주진 않겠지.’
최성민이 송치현에게 부탁해 장관의 마음을 돌려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군사 신분까지 들먹이며 정보를 요청한 걸 보면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다시 한번 부탁한다고 들어줄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돈을 준다고 해도 필요 없다고 하고. 대체 이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
혁명의 조사를 이어가기 위해선 최성민의 힘이 필요하다.
허윤지로선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는 셈.
그러나 단호한 태도를 보니 기회는 물 건너 간듯하다.
‘이대로 정보만 빼먹고 가버리겠지…….’
그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도움이 됐습니다. 전에 부탁한 대로 대영웅님께 말해보도록 하죠.”
“아, 네…… 네?”
뜻밖의 말이었다.
“뭐, 뭘 말하신 다고요?”
“혁명에 대한 조사 말입니다. 장관님이 막아버렸다면서요. 장관님을 설득해서 풀어달라고 대영웅님께 말해보겠다는 겁니다.”
“저, 정말요?”
원하던 말을 들었지만 얼떨떨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완강히 거절했기에 들어줄 거란 생각을 못 했으니까.
“저, 정말, 정말로 장관님을 설득해 주신다는 거죠?”
“예. 하지만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대영웅님이 제 부탁을 들어주실지는…….”
“괜찮아요! 말이라도 해보는 게 어디에요!”
3년간 노렸던 조직의 조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허윤지가 뛸 듯이 기뻐했다.
“그건 그렇고 이 손은 놓으시는 게……?”
“아…….”
그 말에 허윤지가 반사적으로 손을 놓았다.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최성민의 손을 잡고 좋아했다는 것을.
“죄, 죄송해요…….”
“아, 예. 그럼 이만.”
최성민이 고개 숙인 허윤지를 남겨두고 팀장실을 나왔다.
짧은 괴성이 뒤늦게 울려 퍼졌다.
* * *
‘이토록 많은 정보를 알게 되다니. 역시 조사팀은 조사팀이군.’
최성민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윤지의 정보력이 기대 이상이었다.
게다가 그리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우리 부서의 속물들처럼은 안 보이던데…….’
아직도 조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범죄 조직을 검거하려는 끈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하긴 3년이나 추적하던 조사를 하루아침에 멈추라고 하면 아까울 만도 하지.’
조사부 장관이 어째서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걱정은 없다.
‘그거야 이제부터 알아보면 되는 일이니.’
화장실에 들어간 최성민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모습을 변형시켰다.
꿀렁꿀렁-
잠시 후 송치현으로 완벽 변신한 그가 밖으로 나왔다.
‘장관을 만나는 거야 어렵지 않지.’
송치현의 핸드폰을 든 최성민이 전화부 목록에서 장관의 이름을 찾았다.
뚜르르르르-
신호음이 세 번 가기도 전에 전화를 받는다.
송치현의 목소리로 최성민이 말했다.
“어, 난데.”
* * *
‘뭐, 뭐지?’
조금 전에 걸려온 전화에 조사부 장관 암필연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송치현 대영웅이 나에겐 무슨 볼일로……?’
여태 마주친 적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교류가 없던 송치현이다.
번호야 의례적으로 저장해 두었지만, 통화한 적도 없다.
단 한 번도.
그도 그럴 것이 암필연은 명실상부 곽민철의 라인이었으니까.
‘곽민철 대영웅님이랑은 수십 번도 넘게 통화해 봤지만…….’
송치현과는 지금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만나자는 지금의 전화가 무척이나 의아하고 생소했다.
‘나랑 할 이야기라곤 없을 텐데?’
굳이 장관실까지 찾아오겠다는 걸 보니 중요한 얘기 같은데…….
짐작은 가지 않는다.
‘설마 내가 곽민철 대영웅님 라인이라고 갑자기 행패를 부리는 건 아니겠지?’
곽민철과 송치현의 사이가 소원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최근에 양백두 비서실장이 사망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고 들었다.
그러니 엄한데 화풀이하러 온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에, 에이…… 아닐 거야. 암…… 아니고말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암필연이 손수건으로 반들거리는 이마와 머리를 닦았다.
긴장했는지 그새 땀이 맺히고 말았다.
물론 자신도 송치현과 같은 A급 헌터이긴 하다.
하지만 전투력은 30만으로 턱걸이 수준.
사냥은 안 한 지 10여 년이 넘은 데다 전투 관련 특성도 아니었기에 송치현을 힘으로 이길 순 없다.
송치현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은 쪽도 못 쓴다는 의미.
그러니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진짜 갑자기 왜 온다는 거야? 응? 왜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때.
철컥-
장관실로 들어오는 송치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암필연은 안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 내뱉던 불평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대영웅님!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음.”
송치현이 소파에 앉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뭐 마실 거라도 좀 드릴까요? 얼그레이 티랑 레몬 티가 있는데 어떤 걸로…….”
“됐으니 이리 와서 앉도록. 할 말이 있다.”
즉시 맞은편에 앉은 암필연이 헤헤거리며 바보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왜 찾았는지는 몰라도 좋게 보여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송치현은 그 모습이 싫었나 보다.
“뭐가 그리 우습지?”
“아, 아닙니다.”
“내가 왜 보자고 했는지 궁금한가?”
“뭔가 이유가 있으시겠죠.”
그 말을 들은 송치현, 아니. 최성민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닌 게 아니라 암필연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들렸으니까.
-너 같으면 궁금하지 안 궁금하냐? X벌. 당연한 걸 묻고 있어.
송치현의 특성을 알고 있다면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다행히 곽민철이 장관에게까진 떠벌리지 않은 모양이야.’
여기저기 밝히고 다녀서 걱정했었는데 생각을 숨기지 않는 걸 보니 특성에 대해선 모르나 보다.
‘좋아. 제대로 심문할 수 있겠군.’
간만에 특성 좀 발휘해 보자는 생각으로 최성민이 물었다.
“장관. 혁명이란 조직에 대해 알고 있지?”
“아…… 그 테러리스트 조직 말입니까?”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장관의 표정과 생각에서 껄끄러운 기색이 읽혔다.
“듣자 하니 장관이 조사를 막았다던데?”
-누구한테 들은 거지? 설마 허 팀장 이년이?
“어째서 조사를 막았는지 이유를 들려주겠나?”
-X벌, 어쩌지?
암필연의 머리에 땀이 맺히는 것만 봐도 당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벼, 별 이유 아닙니다.”
“왜 조사를 막았지?”
“조사해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어서 그냥 포기를…….”
“장관.”
“예?”
최성민의 눈빛에서 살기가 묻어 나왔다.
“내가 거짓말이나 듣자고 여기 온 줄 아나?”
“히, 히익!”
겁을 집어먹은 장관이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다.
‘이래 가지곤 심문하기 어렵겠어.’
최성민이 장관의 머리에 손을 짚었다.
턱-
“무, 무슨 짓입니까? 머, 머리에 손을 대다니. 아무리 대영웅님이라도 이건 불쾌합니다!”
“가만있어. 불쾌한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반들반들한 머리에 손을 얹은 최성민이 가만히 있으라 명했다.
수치스러웠는지 장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저항하지는 않는다.
최성민이 보란 듯이 살기를 흘리고 있었으니까.
‘놈을 심문하는 것보다 기억을 보는 게 더 빠르겠어.’
10초가 흐르자, 장관의 기억 영상이 떠오른다.
장관이 조사를 막은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영상을 뒤적였다.
그렇게 과거를 거듭하며 알아본 끝에.
‘그런 거였군.’
최성민은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 녀석, 인신매매단의 고객이었어.’
알고 보니 장관은 인신매매단을 통해 욕구를 풀고 있었다.
한 번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줄기차게 성매매를 이용하고 있었다.
곽민철의 라인으로 갈아탄 그때부터 계속.
‘이 새끼, 조사부에 있으면서 곽민철의 뒤를 봐주고 있었군.’
안 그런 척하면서 뒤에서는 곽민철을 돕고 있었다.
곽민철의 인신매매단이 걸리지 않도록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아무도 몰랐다.
팀장인 허윤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꼬리를 밟힌 건 허윤지가 조사하던 혁명 때문이었다.
혁명의 조직원 중 하나가 인신매매단을 통해 성매매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허윤지가 인신매매단을 조사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허윤지는 혁명이 인신매매까지도 도맡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데…….’
실상은 아니었다.
‘혁명은 인신매매단에 가담하거나 거래를 한 게 아니었어.’
고작 조직원 하나가 엇나갔을 뿐이다.
완전히 무고했지만 허윤지는 깊게 연관되어 있을 거라 여기고 조사를 이어갔다.
기억 속의 장관은 당황했다.
부하 직원이 다름 아닌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기에.
‘그래서 장관이 조사를 막았던 거군. 자신의 성매매 사실이 들통날까 봐.’
장관뿐만이 아니다.
뒤에는 곽민철이 있었고 그 역시 동의한 일이었다.
한순간에 조사가 막혔다.
허윤지가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따진 것을 빌미로 신분 상승을 시키지 않았다.
허윤지가 여태 군사 신분을 얻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부당한 대우.
꼬리가 밟힐 뻔한 데에 대한 보복이었다.
‘치사하고 더러운 새끼들.’
그렇게 조사를 막은 채로 장관은 계속해서 인신매매단을 찾아 욕구를 풀었다.
‘기억을 보기 잘했어. 덕분에 새로운 인신매매단 위치를 알게 됐으니.’
혁명이 인신매매단과 관계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허윤지에게 말해서 오해를 풀어줄까?’
최성민은 금세 생각을 철회했다.
‘말해봐야 소용없겠지.’
혁명이 무고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기에.
‘이걸로 볼 만한 기억은 다 봤어.’
이제 장관의 기억을 지울 차례였다.
‘마음 같아선 장관을 죽이고 싶지만 그러기엔 위험해.’
아무래도 협회 내부에서 살인하기는 위험했다.
보는 눈도 많고 괜한 경계심만 부추길 뿐이니.
기억을 보니 특성도 E급이라 별로 탐나지도 않았다.
‘대신 다른 기억을 지워주지.’
원래는 송치현을 본 기억만 지우기로 했으나.
‘여태껏 익힌 언어까지도 몽땅 지워주마.’
괘씸죄로 언어에 대한 기억을 건드리기로 했다.
의지는 곧 발현이 되었고, 언어와 관련된 영상이 통째로 삭제됐다.
‘이걸로 녀석은 말도 못 하는 늙은 벙어리가 되는 거야.’
기껏해야 옹알이밖에 못 할 것이다.
기억 삭제를 끝내고 머리에서 손을 뗐다.
멍해 있는 장관을 내버려 두고 장관실을 나왔다.
자신이 왔다 간 기억도 지웠으니 어쩌다 말을 잃어버렸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렇게 유유히 복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응?’
맞은편에서 익숙한 얼굴이 걸어오고 있었다.
‘저 녀석이 왜 여기에……?’
최성민이 속으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카츠라모토 코고.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