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6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64화(36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92화
92. 대책 회의
코고와 눈이 마주쳤다.
최성민이 손을 들어 먼저 아는 체했다.
“이게 누구야? 대영웅님 아니신가?”
“…….”
“얼굴도 보기 힘든 분이 협회엔 어쩐 일로 오셨을까?”
“…….”
코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우뚝 서서 최성민을 보다가 다시 걸어갈 뿐.
‘뭐야, 나 무시당한 건가?’
정확히는 송치현이 무시당했다고 봐야겠지만.
‘아무렴 상관없지.’
코고를 힐끗 보던 최성민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 * *
코고의 발길이 협회장실에 이르렀다.
문을 두들길 필욘 없었다.
철컥-
“누가 문도 안 두들기고……!”
소리치려던 곽민철이 들어오는 사내를 보곤 입을 다문다.
오히려 벌떡 일어나 미소와 함께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왔구나! 내 왼팔!”
“난 네 왼팔이 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코고는 말수가 적지만 할 말은 확실히 하는 성격이었다.
“나랑 친하면 왼팔이지 뭐! 자, 이쪽으로 앉지!”
곽민철은 코고를 격하게 환영했다.
송치현을 대할 때와는 대우가 달랐다.
같은 대영웅이라도 코고는 150만의 S급 헌터.
서로 싸워보진 않았지만 곽민철로선 무시할 수 없는 무력이다.
그렇기에 코고가 말을 놔도 곽민철은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커피? 녹차?”
“녹차.”
곽민철이 부하 직원에게 차를 타오라 시킨 뒤 소파에 앉았다.
궁둥이를 붙이자마자 코고가 입을 열었다.
“회의할 게 있다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 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 좀 나누다가…….”
“그런 쓸데없는 얘기나 듣자고 온 게 아니다.”
“하하, 역시 직설적인 성격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럼 바로 본론에 들어갈까?”
직원이 차를 갖다주고 나가자, 곽민철이 본론을 꺼냈다.
“내가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송치현 때문이야.”
“송치현?”
“너도 알지? 양백두 비서실장이 사망했다는 걸.”
“네 오른팔 말인가?”
“그래. 송치현 그 새끼가 양백두를 죽인 범인이야.”
“송치현이?”
협회 일에 등한시하던 코고로선 금시초문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한가?”
“그렇다니까? 넌 모르겠지만 그 새끼가 나한테 쌓인 감정이 많거든. 내가 하도 갈궈가지고.”
생각하면 열받는지 곽민철의 표정이 격앙됐다.
“아마 뒤에서 반역을 준비하고 있었을 거야. 내 오른팔을 잘라낸 것도 그 때문이고!”
격앙된 곽민철과 달리 코고는 차분한 목소리였다.
“안 그래도 이곳으로 오다가 송치현을 만났었다. 나한테 먼저 인사하더군.”
“그랬어?”
“반역을 꾸미는 사람처럼은 안 보이던데.”
“그야 당연하지! 반역자가 반역자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겠냐?”
“증거는?”
“…….”
그 말에 곽민철은 명치를 맞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확실해.”
“심증이라…… 한마디로 추측이라는 거군.”
“정말 송치현이 양백두를 죽인 게 확실하다니까? 네가 몰라서 그렇지 그놈이 그동안 날 싫어하는 티를 얼마나 냈는데!”
“그래서 논의하고자 하는 바는?”
“최근 들어 송치현 그 새끼가 사냥을 돌면서 성장하고 있어. 이빨을 갈고 있는 거지.”
곽민철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송치현을 막아야 해. 안 그럼 그 새끼가 언제 우리 뒤통수를 칠지 몰라.”
“그러니까 놈이 반역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니까?”
코고는 여전히 못 미더운 표정이었다.
“증거가 없잖아.”
“하아…… X발. 그놈의 증거가 꼭 있어야 하나? 심증이 이렇게 확실한데?”
“그럼 송치현이 반역을 준비한다고 치고…… 그다음은 어떡하려고?”
곽민철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죽여야지.”
“대영웅을 죽인다? 농담이겠지.”
“그럼? 뒤에서 칼을 갈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가만 놔둬? 반역자 새끼를?”
“증거가 없잖아.”
“X발, 안 그럼 우리가 당한다니까?”
“덤비라지. 안 그래도 송치현하고는 붙어보고 싶었으니까.”
코고가 처음으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강자와의 대결은 식어버린 가슴에 불을 지핀다.
코고로선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S급도 되지 않은 그 버러지 새끼가 네 상대가 될 거 같냐? 장담컨대 네 앞에서 1초도 못 견디고 분해될걸?”
코웃음 친 곽민철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그 새끼가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 쳐야 한다고.”
“그렇다 해도 죽이는 건 힘들듯 싶은데? 우성재가 가만히 있을까?”
우성재.
8 영웅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강한 사내의 이름이 거론되자, 곽민철의 표정이 굳었다.
“으음…… 송치현을 죽인다고 우성재가 우리 일에 참견할까?”
“참견하겠지. 명분 없이 죽인다면.”
우성재는 중립국을 지배하는 영웅으로, 항상 중립을 고수한다.
저울의 균형을 위해서다.
“우성재는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아.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중립의 입장에서 바라봤지.”
중립과 균형을 중시하기에 뭐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했다.
혼자서만 중립국에 속해 있는 것도 다른 대륙과의 균형을 위해서였다.
다른 대영웅들과 합심하기엔 자신의 힘이 너무도 막강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우성재도 나설 때가 있었다.
균형이 깨졌을 때였다.
저울이 기울어지면 직접 나서서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송치현이 죽는다면 우성재가 분명 이유를 물어볼 거다. 그때는 뭐라고 답할 거지?”
“그, 그건…….”
곽민철이 대답을 주저했다.
막상 생각해 보니 우성재 앞에서 심증 때문에 죽였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우성재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재판관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명분도 없이 송치현을 죽인다면 우성재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
“그, 그렇겠지? 나도 알고 있었다고.”
“알면서 죽인다고 한 거냐?”
“아, 아니. 그냥 홧김에 한 말이잖아.”
곽민철이 보기 드물게 당황했다.
그만큼 우성재라는 존재의 여파는 무시할 수 없었다.
“젠장. 그럼 어떡하지? 죽일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
송치현을 죽이고 싶지만, 마음 놓고 죽일 수가 없는 상황.
죽이려거든 타당한 이유가 필요했다.
“하아…… 증거만 있었으면 이렇게 골머리를 썩일 필요도 없는 건데…….”
곽민철이 머리를 짚고서 고민에 빠진 동안, 코고도 턱을 괴며 나름대로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내 인맥 중에 기억을 지우는 사람이 있다. 그놈을 이용하면 좋을 거 같은데.”
“뭐? 기억을 지워?”
갑작스러운 말에 곽민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듣는 능력.
자세히 말해보라는 듯 추궁하자 코고가 설명했다.
오광택을 만난 경위와 그 능력에 대해서.
듣고 있던 곽민철의 눈과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세상에! 기억을 지운다니. 그런 사기적인 능력이 있었단 말이야?”
“나도 알고서 놀랐다. 송치현의 지인이라는 것에도 놀랐고.”
“지인? 그럼 송치현 그 새끼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네?”
불똥이 송치현에게로 튀었다.
“X발 새끼. 그런 엄청난 지인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한테 입도 벙긋 안 하다니. 분명 지인의 능력을 자기만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던 거야.”
“이제 내 지인이기도 하니 우리도 이용하면 된다.”
“어떻게 하게?”
“그 녀석을 이용해 송치현의 기억을 엿보는 거지. 듣자 하니 보는 것도 가능하다더군.”
“기억을 볼 수 있다면 송치현이 양백두를 죽였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그럼 죽일 명분이 생기겠군!”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송치현의 머릿속을 뒤지면 될 일이었다.
그토록 찾던 증거가 송치현의 머릿속에 있었다.
곽민철이 흥분하여 소리쳤다.
“그 기억을 지운다는 놈을 증인으로 내세우면 되겠어!”
“송치현에 대한 처벌은 죽이든지 기억을 지워서 백치로 만들든지, 내키는 대로 하면 되고.”
“기억을 보는 데다 백치로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활용도가 높은 능력이네.”
곽민철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이제야 막힌 속이 뻥 뚫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냥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근데 그 녀석이 송치현의 지인이라며?”
“듣기론 오랜 친구라더군.”
“그런 녀석이 우리한테 협조하려고 할까? 오랜 친구의 기억을 제 손으로 지우려 하겠냐 이 말이야.”
걱정스레 말했지만 코고는 의외로 간단히 대답했다.
“괜찮다. 불응 시 죽이겠다고 협박하면 그만이야.”
“그렇다고 정말로 죽일 건 아니지? 죽이기엔 아까운 능력인데 말이야.”
잠시 고민하는지 코고가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겠지.”
“후후, 좋아. 이걸로 정해졌네. 송치현의 기억을 엿보고 범인이 맞으면 데려와서 처형하기로.”
“죽일 건가? 백치로 만드는 게 아니라?”
“어. 나한테 반역하는 새끼를 살려둘 수야 없지.”
증거가 없어서 못 죽이고 있을 뿐이지 곽민철은 송치현을 몇 번이고 죽이고 싶었다.
“코고 네가 수고 좀 해줘야겠다. 기억을 지우는 놈이랑 같이 움직이려면.”
“알았다.”
“둘이서 잘 유인해서 송치현의 기억 좀 살펴봐. 저항이 심하면 어디 몇 군데 부러뜨려도 상관없어. 나중에 치료하면 되니까.”
“기억을 봤는데 양백두를 죽이지 않았으면?”
“그럴 리는 없으니 걱정 마. 내 직감이 그 새끼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곽민철은 확신에 차 있었다.
범인이 아니라는 가정은 상정할 필요도 없었다.
“만약 안 죽였으면?”
“그래도 송치현 그 새낀 살려둘 수 없어. 걸리적거리니까.”
“결과가 어떻든 죽이겠다는 건가?”
“뭐, 정말로 안 죽였으면 살려는 둬야지. 대신 기억을 깡그리 지워서 백치로 만들자고. 죽이지만 않으면 우성재도 뭐라 하진 않을 거 아니야? 크흐흐.”
상상만으로도 좋은지 곽민철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어쨌든 기억을 보고 나면 나한테 데려와. 그 새끼는 내가 직접 죽이고 싶으니까.”
“그 부탁은 힘들겠군. 여차하면 놈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웬만하면 살려와.”
“알았다. 노력해 보지. 시행은 언제 할 거지?”
곽민철이 씩 웃었다.
“지금.”
* * *
“후우.”
코고를 만난 최성민이 한숨을 돌렸다.
‘녀석이 여긴 웬일이지?’
밖에서 조폭들이나 조지고 있어야 할 놈을 협회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그냥 왔을 리는 없어. 곽민철이 불러서 왔을 거야.’
곽민철이 코고를 뭐하러 불렀을까?
‘뻔하지. 눈엣가시인 송치현을 어떻게 할지 대책 회의하려고 불렀겠지.’
코고를 시켜 암살을 지시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날 쉽게 죽이진 못할 거야. 명분이 없으니까.’
놈들이 무서워하는 건 송치현의 무력이 아니다.
‘놈들이 신경 쓰는 건 국민의 시선과 다른 영웅들의 시선이지.’
특히 우성재가 그들에겐 걸림돌일 것이다.
우성재의 성격상, 균형이 틀어지는 걸 용납할 리 없을 테니까.
그것도 대영웅 한 명이 이유 없이 죽는다면 말이다.
‘곽민철이 악착같이 증거를 찾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지. 명분 없이 죽인다면 우성재의 미움을 살 테니까.’
우성재가 마음만 먹으면 곽민철을 단숨에 대영웅 자리에서 끄집어 내릴 수 있다.
곽민철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까?’
송치현을 처리하는 방안으로 암살을 택했을까?
명분 따윈 개나 줘버리라는 심정으로?
‘아니,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이유 없는 암살은 최후의 수단이다.
여태껏 해온 게 있는데 생각 없이 죽이진 않을 거다.
죽이려거든 증거를 확보한 뒤에 죽이겠지.
‘하지만 송치현이 남긴 증거는 이제 없어.’
그럼 놈들이 어떻게 움직이기로 했을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봤다.
어떻게 하는 게 놈들의 입장에서 최선인지.
현재 남은 선택지는 뭐가 있는지.
‘나라면 오광택을 이용했을 거야.’
오광택의 기억 삭제 능력이라면 송치현의 기억을 들출 수 있다.
그리하면 혹시라도 송치현이 숨겨놨던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증거가 없더라도 오광택이란 목격자가 생기는 셈이야.’
증인이 있고 그의 말이 진실임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건 증거나 다름없다.
‘송치현을 처형할 명분이 생기는 거지.’
아니면 굳이 죽이지 않고 기억을 지울 수도 있다.
기억을 지워 산송장으로 만든 뒤 협회 어딘가에 감금시켜 놓는다면, 송치현의 죽음을 아무도 모를 거다.
‘만약 코고가 오광택을 이용하기로 했다면…….’
아마도 조만간 연락이 올 터.
아니나 다를까.
드으은- 드으은-
오광택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예상대로 발신인은 코고였다.
‘그럼 그렇지.’
최성민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러나저러나 놈들은 어차피 내 손바닥 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