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6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69화(36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97화
97. 호구
송치현과 연락이 안 된다는 소식에 허윤지가 되물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저도 모르겠어요. 어제부터 통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직속 부하인 최성민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리라.
“연락되는 대로 부탁해 볼게요.”
“네, 고마워요.”
하지만 허윤지의 표정엔 짙은 실망감뿐이었다.
‘연락이 안 된다니 어쩔 수 없네…….’
최성민의 도움으로 혁명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대로 물 건너 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묻지도 않았네.’
허윤지가 주변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물어본다.
“성민 씨. 근데 혁명에 대해서는 왜 관심 가졌던 거예요? 설마 마크를 보기라도 한 건…….”
“차마 윤지 씨 부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요. 부탁 들어주는 김에 정보라도 알자는 심정이었죠.”
“아…….”
최성민은 순수한 의도로 자신을 도와주려고 했다.
‘그것도 모르고 문자 씹고 술이나 퍼마셨을 거라며 헐뜯었다니…….’
이처럼 착한 사람을 매도한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생각을 읽던 최성민으로선 쓴웃음만 지을 따름이었지만.
“죄송…… 아니, 고마워요. 성민 씨. 대영웅님께 물어봐 주셔서.”
“아닙니다. 대영웅님과 연락되는 대로 부탁드려보겠습니다.”
“감사해요.”
‘감사할 거 없습니다. 어차피 송치현과 연락 닿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앞으로 허윤지가 물어봐도 최성민은 모르쇠로 일관할 작정이었다.
명목상 송치현은 행방불명된 거였으니 말이다.
이후로 최성민, 최아연, 허윤지, 허솔지, 네 사람이 식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창 대화하던 중 최성민이 도시락을 들며 물었다.
“솔지야. 도시락 열어봐도 돼?”
“네? 아아, 네! 혹시 아침 안 드셨으면 지금 드셔도 돼요.”
도시락을 열어 보니 정성껏 말아 놓은 야채롤과 감자튀김, 과일 등이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와…… 이거 솔지 언니가 직접 만든 거야?”
“응? 으응…….”
“이야, 허솔지. 이런 데에 재능 있는 줄은 몰랐네? 언니한텐 언제 도시락 싸줄 거니?”
“맛있겠다. 솔지야. 다시 한번 잘 먹을게.”
“……네에.”
허솔지가 얼굴을 붉히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도시락도 전해줬으니 이만 가볼게요. 언니도 일어나.”
“응? 벌써?”
“헌터님 바쁘시니까 가봐야지. 아연아, 가자.”
“둘이 어디 가?”
“우리는 카페에서 더 얘기 나누려고. 언니는…….”
“난 집에 갈게. 동생들 노는데 눈치 없이 끼어들 순 없지. 그렇다고 성민 씨가 제 데이트 신청을 받아줄 것도 아니고. 그쵸?”
최성민은 허윤지의 생각을 통해 농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요. 저 바쁜 사람입니다.”
‘남자한테 관심이라곤 1도 없는 여자야.’
허윤지의 관심은 오직 혁명의 조사에 쏠려 있었다.
진정한 커리어 우먼이랄까?
“성민 씨는 뭐 하느라 바빠요? 주말인데?”
“요새 사냥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사냥이요? 얼마나 더 강해지시려고?”
“승급이 얼마 안 남아서요.”
“벌써 A급 되시는 거예요?”
허윤지도 최성민이 S급에 임박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긴…… 전투력 25만이시니 조금만 더 하면 A급 되겠네요.”
-부럽네. 난 전투 관련 특성도 아니고 적성에도 맞지 않아서 B급도 겨우 올렸는데.
생각을 통해 자신을 부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A급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부러워하는데 S급인 걸 알면…….’
얼마나 질투할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럼 수고하세요! 헌터님!”
“저흰 가보겠습니다, 어머니!”
그렇게 아침부터 찾아온 자매는 잠깐의 시간을 할애한 끝에 떠났다.
* * *
도시락으로 배를 채운 최성민은 곧장 던전으로 차를 몰았다.
‘꽤 맛있었어.’
나중에 시간 되면 잘 먹었다고 한 번 더 문자를 보낼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날 좋아하고 있다니.’
허솔지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자신은 이미 가족이 있는 몸.
자신의 마음에 빈자리는 존재치 않았다.
게다가 최성민은 보기엔 20세지만 영혼의 나이는 131살.
19살인 허솔지와는 나이 차이가 너무 났다.
이성적으로 관심도 가지 않았고.
‘증손녀뻘 되는 여자애한테 관심은 없어.’
그렇다고 냉정하게 뿌리치기엔 어린아이의 순정을 짓밟는 것 같아 관뒀다.
‘알아서 잊고 말겠지, 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 생각하며 던전 앞에 도착했다.
A급 던전인 혼돈의 늪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평소처럼 솔로잉을 돌 예정으로 던전 관리인에게 다가갔지만.
관리인은 최성민을 들여 보내주지 않았다.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혼자지만 엄연히 팀에 속해 있는 데도요?”
“팀이 있든 없든 위험해서 안 됩니다.”
자칫해서 혼자 들어갔다가 죽기라도 하면 관리인만 피곤해진다.
혼자 들어간 터라 사망 경위를 알아내기도 힘들고.
다만 윗선의 허가가 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송치현의 이름을 쓸 순 없어.’
현재 송치현은 행방불명된 상태였기에 흔적을 남겨선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던전에 들어갈 수 있죠?”
“윗선의 허가를 받아오시거나, 아니면 다른 팀과 함께 들어가셔야 합니다. 그 외엔 혼자서 입장은 불가합니다.”
‘솔로잉도 마음대로 못 돌다니…… 규정 참 까다롭네.’
최성민은 어쩔 수 없음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다른 팀이랑 들어가는 걸로 하죠.”
“마침 조금 있으면 예약된 팀이 올 겁니다. 한 자리가 비는 것 같으니 오면 얘기해 보시죠.”
관리인의 말대로 조금 기다리자 예약한 팀이 나타났다.
남자 셋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안녕하세요, 관리인님. 예약한 팀 스콰이어입니다.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
“아, 잠시만요. 그전에 여기 이분이 함께 들어가길 원하는데, 얘기 좀 나눠보시죠.”
관리인의 소개에 최성민이 나서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전 팀 코버트 소속의 A급 헌터 최성민이라고 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같이 던전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규정상 혼자는 안 된다고 하네요.”
“…….”
남자 헌터가 최성민을 빤히 쳐다봤다.
불쾌한 표정을 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뭐야? 이 새끼. 어디서 꼽사리를 끼려고…….
최성민이 다른 팀원들도 쳐다봤다.
-저놈은 팀원도 없나? 왜 혼자 처와 가지고 지랄이지?
-어우, 짜증 나. 갑자기 뭐야?
최성민을 좋게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한마디도 없자 최성민이 다시 한번 부탁했다.
이번엔 빙긋 미소까지 지으며.
“갑작스러운 부탁에 죄송합니다. 사정상 혼자 사냥하게 되어서요. 방해는 하지 않을 테니 끼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안 들어주면 군사 신분 배지를 꺼내며 송치현을 들먹이려고 했다.
아무래도 대영웅의 직속 부하에게 밉보이고 싶은 헌터는 많지 않을 테니까.
“잠깐 저희끼리 얘기 좀 하고 오죠.”
헌터 셋이 나가더니 잠시 후에 돌아왔다.
다행히도 송치현을 들먹일 일은 없었다.
“사정이 딱한 거 같으니 같이 들어가시죠.”
“방해하지 않는다는 말 믿고 받아들인 겁니다?”
헌터들이 사람 좋게 웃어 보이자 최성민도 마주 웃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하긴 했다.
녀석들의 속마음을 읽기 전까진.
-큭큭, 호구 같은 새끼. 위험하게 혼자서 사냥하러 오다니.
-처음에 기회 좀 보다가 적당한 때에 기습해서 아이템 좀 벗겨 먹어야겠어.
-불쌍한 새끼. 자기가 죽을 운명인 것도 모르고 감사하다는 말이나 처하다니 쯧쯧.
보아하니 셋이 작당해서 한탕 해먹을 생각인 모양.
그 솔직한 모습에 최성민이 내심 한숨을 쉬었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도 없군.’
A급 헌터 정도 되면 벌 만큼 벌었을 텐데도 강도질을 하려 하다니.
‘사람을 죽이고도 대충 말로 때울 수 있는 이 빌어먹을 세상이 문제인 거겠지.’
정말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세계관이었다.
‘날 기습하겠다고? 어림도 없지.’
최성민은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도류를 대인전에서 써먹어 볼 기회다.’
이번에 새로 얻은 특성을 시험해봐야 했다.
찰나의 순간 최성민의 눈빛에서 살의가 번뜩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 * *
“잠깐 저희끼리 얘기 좀 하고 오죠.”
A급 헌터 장필성은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힐끔-
그리고 자신을 끼워달라는 헌터의 눈치를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얘들아, 호구 잡았다.”
“저 새끼 작업 치게요?”
“어. 저런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놈한텐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려줘야지.”
장필성의 말에 헌터들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한두 번 해본 일도 아닌 터라 죄책감 따윈 없었다.
어차피 약육강식의 세계, 약한 자가 강자에게 먹히는 건 당연한 논리.
잘못이 있다면 겁도 없이 파티에 끼워달라고 하는 저런 호구들의 멍청함이 잘못이다.
“아이템은 저번처럼 균등하게 나누는 거죠?”
“당연하지. 역할도 저번이랑 똑같아. 기습 담당은 나, 고문과 뒤처리 담당은 너희 둘.”
“좋습니다. 작업 치죠.”
“흐흐, A급 헌터니까 인당 최소 10억씩은 떨어지겠네요. 그만큼 고문을 잘해서 잘 뜯어내야겠지만.”
10억이면 A급 던전을 온종일 돌아야 벌 수 있는 수익.
호구 한 명 죽이면 오늘 하루는 놀고먹어도 이득이었다.
“그런데 저놈, 이름 검색해 보니까 이번 달 전투력 25만이네요?”
“그래?”
A급 던전에 왔으니 A급 헌터일 터.
“지금 갱신된 지 열흘 지났으니까…… 그동안 최소 5만은 올린 건가?”
“어쨌거나 어려울 거 없겠네요. 이제 막 A급 된 놈이면.”
헌터들이 서로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자신들의 전투력은 50만 이상.
이제 막 30만을 찍은 X밥 정도는 혼자서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들 수락한 걸로 알고 말한다?”
“예에.”
팀장인 장필성이 헌터에게 가서 말했다.
파티에 끼워준다고 하니 좋다고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한다.
‘큭큭, 호구 같은 새끼.’
“가시죠.”
속으로 비웃어주며 던전 입구에 이르렀다.
“장비 착용합시다.”
이내 장비를 착용하던 장필성의 눈이 큼지막하게 벌어졌다.
다른 동료들도 놀랐는지 동공이 커졌다.
‘와, 씨. 장비 좋은데?’
아닌 게 아니라 최성민이라는 헌터의 장비가 예상외로 좋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저거 A급 중에서도 최상급 장비잖아?’
‘이야, 벗겨 먹을 맛 나겠는데?’
‘저게 다 얼마냐. 흐흐흐.’
헌터들은 이미 장비를 자신의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갑시다!”
포탈에 들어가는 헌터들의 걸음이 한층 가벼웠다.
* * *
던전에 들어왔다.
늪지대의 습기 찬 환경이 불쾌할 법도 했지만, 팀 스콰이어는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돈 많은 호구를 잡았기 때문이다.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겠어. 흐흐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기습할 기회를 엿보던 장필성은 문득 호구의 무기가 특이하다는 걸 깨달았다.
“쌍검 쓰세요?”
자기도 모르게 묻자 상대가 빙긋 웃음 짓는다.
“검이 아니라 단검인데요.”
“이도류?”
“네.”
피식- 피식-
헌터들은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실소를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다.
“왜 웃으시죠?”
“아니, 단검을 두 개나 쓰는 사람은 처음 봐서요.”
“그럼 안 되나요?”
“이도류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거든요. 별다른 이점도 없고.”
“초보자들이 겉멋으로 사용하다가 갈아타는 게 이도류예요.”
“A급이나 되시는 분이 그것도 모르시나? 큭큭.”
이제는 아예 대놓고 웃기 시작했다.
어차피 전투력 30만 따위는 기습이 아니어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X밥 상대로 굳이 기습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던전에 들어온 이상 도망갈 곳도 없고 말이다.
지금처럼 실컷 비웃어주다가 슬슬 검을 들이밀며 본색을 드러낼 생각이었다.
그럼 지레 겁을 집어먹고 가진 걸 다 털어놓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동료의 머리통이 허공으로 튀어 오르기 전까진.
퉁-
“어?”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상황 판단도 되지 않았다.
“뭐야. 반응도 못 하다니…… 실망인데?”
장필성의 정신을 깨운 건 다름 아닌 상대의 목소리였다.
“야. 둘 다 무기 들어봐.”
최성민이 단검을 교차하며 말했다.
“내 테스트 상대 좀 되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