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7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74화(37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02화
102. 테스트
곽민철은 속으로 조소를 금치 못했다.
‘뭐? 전투력이 80만? 이 새끼가 나랑 장난하나.’
곽민철은 최성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믿을 만한 말을 해야 믿을 거 아닌가?
‘전투력 25만짜리가 보름도 안 돼서 80만이 됐다고? 나보고 이걸 믿으라는 건가?’
2만에서 25만으로 올린 것도 믿기 힘들 지경인데 80만이라니?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났지만, 최성민의 표정은 진지했다.
마치 진짜라는 듯이.
‘이 참신한 개소리를 믿어야 해? 말아야 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정도 성장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S급 특성이라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법. 무기가 좋아봤자 A급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름 만에 25만에서 80만까지 올리는 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당하게 테스트해 보라는 걸 보면 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어느 누가 감히 자신 앞에서 거짓을 말할 수 있겠는가?
‘믿기지 않으면 녀석 말대로 테스트해 보면 그만이야.’
어떤 식으로 테스트해볼까?
고민하던 곽민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래, 그게 좋겠군.’
* * *
A급 헌터 이걸륜은 오늘 하루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름 아니라 곽민철에게 전화로 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젠장, 나라고 그런 일이 있을 줄 알았겠냐고.’
이틀 밤사이에 인신매매단이 무려 세 팀이나 괴멸하고 말았다.
인신매매단의 운영을 맡은 이걸륜으로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작업자 31명에 헌터 21명이 죽었어. 물건도 70명이나 풀려나고…….’
돈으로 따지면 막심한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 물건 데리고 놀지만 않았어도…….’
당시 향락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배송이 늦어지는 이유만 확인했어도 이런 일이 생기진 않았으리라.
‘누구 짓인진 몰라도 조직 단위로 움직인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빠르게 괴멸당할 수가 없다.
‘젠장, 이래서는 양백두 선배님을 뵐 면목이 없잖아.’
양백두에게 사업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그로선 참으로 부끄러운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운영을 맡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사달이 일어나다니…….’
곽민철이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앉힌다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어. 어떻게 잡은 자리인데……!’
반드시 좋은 모습으로 만회해서 곽민철의 화를 풀어야 한다.
어떻게 만회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때, 전화가 왔다.
다름 아닌 곽민철이었다.
“네, 대영웅님!”
-현재 숙소에 있는 A급 헌터 전원을 데리고 즉시 마당으로 집합해라. 곧 도착하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걸륜이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웬 소집 명령이지?’
왜 소집하라 했는지는 모르지만 까라면 까는 수밖에.
이걸륜이 현재 숙소에서 쉬고 있는 팀원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잠시 후, 팀원들이 우르르 이걸륜 앞으로 모여들었다.
“부르셨습니까?”
“가자. 대영웅님이 부르신다.”
팀원들은 이유도 모른 채 긴장한 얼굴로 걸었다.
마당으로 나와 일렬로 늘어선 채 곽민철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무진 한 대가 숙소 앞으로 들어섰다.
곽민철이 내리자마자 이걸륜이 허리를 숙이며 선창한다.
“오셨습니까, 대영웅님!”
“오셨습니까, 대영웅님!”
나머지 헌터들도 똑같이 외치며 폴더처럼 숙였다.
흡사 조폭 두목을 맞이하는 광경이었다.
“어, 그래.”
곽민철이 가볍게 손을 흔들자 헌터들이 일제히 상체를 들었다.
이걸륜이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명하신 대로 숙소에 있는 A급 헌터 전원을 집합시켰습니다!”
“몇 명이지?”
“A1팀과 A2팀으로 총 10명입니다.”
“그럼 너 포함 11명인 거네?”
“그렇습니다!”
헌터들을 둘러보던 곽민철이 별안간 옆 사람을 소개했다.
“이쪽은 오늘 들어온 신입이다.”
최성민이 눈치 빠르게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A급 헌터 최성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걸륜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뭐지? 이런 X밥이나 소개하려고 우릴 부른 건가?’
신입이 들어오면 응당 곽민철이 소개하곤 했지만 이렇게 헌터들을 쭉 세워놓고 소개한 적은 처음이었다.
의아한 눈으로 곽민철과 최성민을 번갈아 보는 그때, 곽민철이 의문을 풀어줬다.
“너흴 부른 건 다름이 아니다. 이 녀석 테스트 좀 시켜보라고.”
“테스트라면……?”
“실력 테스트 말이야. 너 포함해서 열한 명이 차례대로 이 녀석과 맞붙는 거지.”
“네?”
이걸륜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러니까 일대일로 대련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어. 어떻게 보면 11대 1로 붙는 셈이지.”
‘11대 1?’
얼빠진 표정을 짓던 이걸륜이 다시 한번 최성민을 쳐다봤다.
‘저 신입이 그렇게 강하나?’
가끔 실력을 본다고 대련을 시킨 적은 있지만 11대 1을 지시한 적은 처음이었다.
‘물론 차례대로 일대일 대련이니 한꺼번에 덤비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열한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 신입의 입장에선 가혹한 처사라 할 수 있었다.
“저기…… 대영웅님? 정말로 붙어도 되는 겁니까? 밸런스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만……?”
현재 불려온 헌터 팀은 A급 중에서도 최상급.
열 명 전원이 40만에서 50만 사이다.
이걸륜의 전투력은 55만으로 직속 부하 중에서 가장 높았고.
눈앞의 신입이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도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아무리 일대일이라도 열한 명이나 되는데 이길 수 있을 턱이 없지.’
오히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의 기를 꺾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
하지만 곽민철은 전혀 걱정할 거 없다는 얼굴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이 녀석의 전투력을 생각하면 밸런스는 맞으니까.”
“전투력이 몇이길래…….”
“자칭 말하기를 80만이란다.”
“8, 80만……!?”
경악할 만한 숫자에 헌터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80만이면 우리 중에서도 압도적인 수준이잖아?’
직속 부하들은 물론 현직 대영웅인 송치현조차도 능가하는 수치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헌터들의 얼굴에 피식거리며 실소가 피어났다.
이걸륜도 따라서 웃음을 지었다.
랭킹에 이름을 검색해 봤기 때문이었다.
‘랭킹에는 25만이라고 쓰여있는 놈이 80만? 어처구니가 없구만.’
보름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올렸다기엔 터무니없는 성장세였다.
‘확인 못 하니까 구라친 거네.’
전례가 없는 성장세였으니만큼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대영웅님이 말하길 자칭이라고 했어.’
그 말은 곽민철도 녀석의 전투력을 의심하고 있다는 뜻.
‘그래서 우리를 이용해 테스트해 보려는 거야.’
이걸륜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드디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 새끼를 제대로 족쳐서 허언이라는 걸 밝힌다면 대영웅님도 만족해하시겠지.’
곽민철에게 점수를 딸 기회였다.
그리 생각하는 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80만 정도면 저희 열한 명을 상대하기엔 충분하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걸륜과 헌터들의 얼굴엔 명백한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X신 새끼가. 뭐? 80만?’
‘까고 있네! X발.’
‘신입 새끼가 어디서 감히.’
‘이참에 뒈지게 패주마.’
다들 대련이 빨리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그럼 이 자리에서 바로 대련하도록 하지. 단,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 장비와 스킬 사용은 일절 금하겠다.”
모든 아이템을 벗고 오직 순수한 육체의 힘만을 이용해서 대련하자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이걸륜을 비롯한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너도 괜찮지?”
곽민철의 물음에 최성민 역시 끄덕거렸다.
“괜찮습니다. 다만, 조건을 변경하고 싶습니다. 밸런스가 안 맞아서요.”
그 말에 곽민철이 피식거렸다.
“하긴 혼자서 열한 명을 상대하기는 힘들겠지.”
“그게 아니라 너무 쉬워서 그럽니다.”
“뭐? 쉬워?”
“네. 일대일은 너무 쉽습니다. 차라리 열한 명을 동시에 상대하겠습니다.”
패기 어린 말에 헌터들이 일제히 놀랐다.
곽민철도 놀란 눈으로 재차 물었다.
“열한 명을 한꺼번에 상대하겠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자신감 과잉이네, 저거.”
누군가 그리 중얼거렸다.
말하지 않았지만 다들 같은 생각이었다.
아무리 전투력이 80만이라 하더라도 4~50만 열한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무리다.
최소 S급은 넘어야 비벼볼 만하다.
헌터들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전투력 80만 정도면 동시에 상대해도 이길 줄 아나 봐?’
‘건방진 새끼. 다구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몸소 깨닫게 해주지.’
다들 그렇게 이를 갈고 있었지만, 최성민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말씀하신 대로 저는 어떤 아이템이나 스킬도 쓰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와 붙는 열한 명은 전부 쓸 수 있게 허용해 주십시오.”
“뭐라?”
곽민철이 또 한 번 놀라더니 되물었다.
“지금 너 혼자 페널티를 안고 가겠다는 말이냐?”
“예. 다른 분들은 얼마든지 무기와 스킬을 써도 좋습니다. 그래도 쉽게 이길 거 같거든요.”
그 말을 들은 순간 헌터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웃음 대신 자리 잡은 것은 다름 아닌 분노였다.
‘저 새끼가 돌았나?’
‘감히 우리를 무시해?’
‘아주 뒈지고 싶어 환장했구나?’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비무장으로 상대하겠다니.
어이없는 조건에 헌터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곽민철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에 스킬까지 쓰는데 동시에 상대하겠다? 잘못하다간 죽을 수도 있어.”
“괜찮습니다. 피 한 방울 안 날 자신 있습니다.”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여기 있는 애들은 내 직속 부하 중에서도 최상위로 손꼽히는 놈들이야. 전투력은 전부 50만에 근접한다고. 못 들은 걸로 해줄 테니 지금이라도 철회해라.”
“제 실력을 테스트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 말렸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
할 만큼 했다고 여긴 곽민철이 두 손을 놨다.
“그래. 정 원한다면 네 말대로 조건을 변경하도록 하지. 다들 들었지? 너희는 장비를 착용해도 좋다.”
기다렸다는 듯 헌터들이 갑옷을 착용했다.
손에는 각종 무기가 들려 있었다.
“대련을 준비해라.”
열한 명의 헌터들이 최성민을 중심으로 빙 둘러쌌다.
최성민은 약속대로 갑옷 한 장 걸치지 않았다.
손에는 무기도 없었다.
오직 순수한 육체 능력으로 헌터들을 상대할 셈이었다.
‘멍청한 새끼. 그러게 왜 쓸데없는 화를 자초하는지 원.’
곽민철은 왠지 최성민이 불쌍해 보였다.
이걸륜도 마찬가지였는지 대련에 앞서 말했다.
“너무 겁먹지 마라. 죽이진 않으마.”
“겁 안 먹었는데요? 그리고 봐줄 생각 없이 최선을 다하셔야 할 겁니다. 제가 보기보다 강하거든요.”
이걸륜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건방진 새끼. 나중에 원망이나 하지 마라.”
헌터들이 흉흉한 눈빛으로 무기를 겨눴다.
죽이진 않더라도 팔다리 하나는 가져갈 셈이었다.
빈틈없이 둘러싸니 빠져나갈 틈이 안 보인다.
곽민철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안 봐도 훤했다.
‘1초도 버티지 못하고 팔다리가 잘리고 말겠지.’
부하들의 눈빛으로 보아 봐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게 왜 쓸데없이 자존심을 긁어 가지고. 쯧.’
죽는 꼴은 보기 싫다고 했으니 부하들이 죽이진 않으리라.
‘그래도 아깝네. 기껏 발견한 부하가 저런 허세 가득한 녀석이라니.’
최성민의 패배를 예상하며 곽민철이 소리쳤다.
“대련 시작!”
대련이라 말하기에도 뭐 했다.
무장한 열한 명이 비무장한 한 명을 상대로 질 리가 없었다.
아무리 전투력이 80만이라 해도 장비 없이는 스탯의 한계가 명확할 터.
일방적인 싸움이 될 것은 자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곽민철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퍼퍼퍼퍼퍼퍽-!
비명과 함께 헌터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곽민철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 어떻게?”
예상대로 일방적으로 싸움이 끝났다.
서 있는 사람은 예상과 달랐지만.
“테스트는 이걸로 충분하겠죠?”
신음하는 헌터들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오직 최성민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