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7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78화(37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06화
106. 시찰
사업이라는 말에 최성민이 놀란 표정을 연기했다.
“저한테…… 사업을 맡기시겠다고요?”
“그래. 원래는 이걸륜이 맡았던 사업인데 그 머저리가 죽어버렸으니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야겠지. 그게 너고.”
“아…….”
갑작스러운 제안이 얼떨떨하다는 듯 최성민이 입을 벌렸다.
“저에게 그런 큰 직책을 맡겨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
다른 일도 아니고 불법적인 일이다.
곽민철로선 자신의 뒤통수를 치지 않는 믿음직한 부하가 필요했다.
전투력이 높다고 무턱대고 앉힐 수 없는 자리였다.
‘하지만 어쩌겠어. 당장 내 코가 석 자인데.’
자신은 협회장 일을 하느라 관리할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운영을 중단시킬 수도 없다.
주변에 마땅히 대체할 사람도 없다.
‘다른 대안이 없다. 최성민에게라도 맡기는 수밖에.’
이걸륜이 죽은 탓에 고민할 새가 없었다.
‘적어도 이걸륜 같은 등신보단 일을 잘하겠지.’
그런 믿음으로 결정한 사안이다.
다행히 최성민의 표정을 보니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사업인지 알고도 여전히 하겠다고 할지…….’
만약 불법적인 일은 싫다고 거절한다면?
곽민철의 눈빛에서 찰나지만 살기가 맴돌았다.
‘아깝지만 이 자리에서 죽이는 수밖에.’
아무리 전투력이 높아도 자신의 사업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부하는 필요 없다.
언젠가 발목이 잡힐지도 모르고.
‘그럴 바엔 싹을 잘라버리는 게 낫지.’
곽민철이 그런 생각을 하는 차에 올 것이 왔다.
“무슨 사업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듣기론 꽤 큰 사업 같은데…….”
“크흠, 돌려 말할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가 하는 사업은 인신매매다.”
기어코 말한 곽민철이 최성민의 표정을 살폈다.
“이, 인신매매……?”
예상대로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최성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응? 알겠다니?”
“맡겨주신다면 한번 해보겠습니다.”
예상과 달리 거부감 없는 표정에 곽민철이 오히려 당황했다.
“인신매매가 뭔진 알고 있지?”
“사람을 납치해서 이곳저곳에 팔아넘기는 일 아닙니까?”
“자, 잘 알고 있군. 할 수 있겠냐?”
“절 믿고 맡겨주신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최성민의 표정은 진지했다.
눈빛에선 열정마저 엿보인다.
‘거절하면 죽이려고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상관의 명령이라면 불법이고 자시고 상관없나 보다.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군.’
곽민철은 자신의 범죄에 거부감없이 동참하는 최성민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후후, 그럼 오늘부터 사업의 운영과 관리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도록 하지. 직접 현장에 가서 시찰도 해보고 말이야.”
“네! 열심히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열정적이라서 좋군. 큭큭.”
만족스레 웃었지만 곽민철은 보지 못했다.
최성민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던 것을.
* * *
“인신매매는 하나의 사업이야. 인간이라는 물건을 사고팔아서 이윤을 남기지.”
운전대를 잡은 곽민철이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물건을 조달하는 법은 당연하게도 납치야. 납치 대상은 딱히 정해진 게 없어. 새벽에 혼자 다니는 사람이면 무작위로 데려오지. 가끔 물건이 급할 때면 고객의 가족을 건들기도 하지만.”
“고객의 가족을요? 그러다 고객이 알기라도 하면…….”
“걱정할 것 없어. 우리는 우연이었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고객이라고 별수 있겠어? 증거도 없는데 그런가 보다 해야지. 애당초 고객도 떳떳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할 생각도 못 한다고. 큭큭.”
새벽 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산속에서 멈춰 섰다.
“다 왔다. 불법적인 일이라 이렇게 외진 산속에 거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 알아두고.”
곽민철이 차에서 내리자 최성민도 따라 내렸다.
둘은 산길을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별장이 나왔다.
“와아…….”
최성민이 처음 봤다는 듯 입을 벌렸다.
“이런 곳에 별장이 있네요?”
“놀랄 것 없어. 이런 별장만 전국에 수십 개가 있으니까. 사업을 위해 곳곳에 지어놓은 거지. 어떤 곳에는 나만 알고 있는 안전 가옥도 있고.”
“아…….”
“별장이 많으니 한 달마다 거점을 옮기곤 하지. 혹시 모를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야. 이런 일은 보안이 생명이거든.”
둘이 별장으로 들어서는 동안 곽민철의 설명이 이어졌다.
“인신매매 사업은 네 생각보다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관리인, 작업자, 운반역, 헌터 등 저마다 역할이 나뉘어 있지.”
“확실히 이런 일을 하려면 체계적이고 치밀해야겠네요.”
“그렇지. 아까 말했듯이 보안에 철저해야 꼬리를 밟힐 일도 없거든. 그런데 최근에 이걸륜 그 새끼가 제대로 관리를 못 하는 바람에…… 쯧.”
“무슨 일 있었나요?”
“내가 관리하는 인신매매단이 총 여덟 팀이 있거든? 근데 이틀 밤사이에 세 팀이 괴멸했어. 어떤 할 짓 없는 새끼인지 몰라도 작업자와 헌터들을 모조리 죽이고 물건들을 풀어줬지.”
“허, 그런 일이…….”
“내 짐작으론 어떤 조직에서 나선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노릇이지. X발, 이래서 보안이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거야. 이걸륜 X신새끼가 확인 전화 한 번만 날렸어도 이렇게까지 피해 보진 않았을 텐데.”
“저는 절대로 나태해지지 않겠습니다. 항상 보안과 경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믿음직스럽다는 듯 쳐다보던 곽민철이 최성민을 지하로 이끌었다.
“별장에 오면 항상 지하실부터 들러. 물건들이 잘 있나 확인하는 거지.”
곽민철과 최성민이 지하실 문을 열었다.
졸고 있던 간수가 깜짝 놀라더니 곽민철의 얼굴을 보고 벌떡 일어선다.
“대, 대, 대, 대영웅님 아니십니까?”
연락도 없이 불시에 시찰을 돌고 있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새끼가 빠져가지고. 물건 감시하라고 놔뒀더니 잠이나 퍼질러 자고 있네?”
“죄, 죄, 죄, 죄송합니다.”
“아예 영원히 잠들게 해줘?”
그 말에 간수가 기겁하며 이마를 바닥에 붙였다.
“자, 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쯧, 벌레 같은 새끼.”
흥미를 잃은 곽민철이 고개를 돌렸다.
일반인인 간수를 죽여봤자 아무런 스탯도 오르지 않는다.
‘헌터였다면 죽였겠지.’
최성민이 그런 생각을 하는 차에, 곽민철은 철창에 갇힌 물건들을 세고 있었다.
“야, 간수.”
“예에!”
“내가 알기로 여기 20명이 있어야 하는데 왜 2명이 비지?”
“그, 그건…….”
“됐고 관리인이나 불러와. 1분 안에 안 오면 뒤진다고 전하고.”
간수가 전화를 넣자 잠시 후 헐레벌떡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관리인이다.
“대, 대영웅님 오셨습니까? 연락이라도 주시지 않고…….”
“내가 시찰 나올 때마다 너 같은 노예한테 일일이 전화해야겠냐?”
“아, 아니요. 그러실 필요는 없죠. 헤헤…….”
“처웃지 말고 물건 2명 어디로 갔는지나 불어.”
“아…… 그, 그게 헌터들이 재미 좀 보러 데려간 모양입니다.”
“당장 오라고 해. 물건이랑 같이.”
관리인이 헌터들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때렸다.
‘아이 씨! 왜 안 받는 거야?’
아무리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방해받기 싫어서 일부러 안 받는 모양이었다.
‘한시가 급한데 이 병신들이!’
전화는 안 받지, 옆에선 곽민철이 시퍼렇게 뜬 눈으로 노려보고 있지, 관리인으로선 죽을 맛이었다.
“왜? 안 받아?”
“소, 송구하게도 그렇습니다.”
“그럼 찾으러 가야지.”
“아, 네. 조,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데려오겠습니다.”
관리인이 사라지고 정확히 5분이 돼서야.
두 명의 헌터가 여자들을 데리고 지하실로 들어왔다.
“대, 대영웅님을 뵙습니다.”
“…….”
인사를 했지만 받질 않는다.
싸늘한 분위기.
그사이에 간수가 데려온 여성들을 철창에 도로 넣었다.
곽민철이 입을 뗀 건 그때였다.
“너희들. 등급이 뭐지?”
“C, C급입니다.”
“버러지 새끼들.”
그것이 헌터들이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퍽! 퍽!
곽민철의 주먹에 헌터들의 안면이 뭉개졌다.
즉사였다.
“흐이익!”
설마 죽일 줄은 몰랐는지 간수와 관리인이 비명을 질렀다.
놀라지 않은 사람은 최성민뿐이었다.
“개새끼들이……. 누구 마음대로 물건을 더럽히고 지랄이야? 뒤질라고.”
한숨과 함께 화를 삭이던 곽민철이 최성민을 돌아봤다.
“시찰 다니다 보면 함부로 물건 다루는 새끼 있을 거야. 그런 새끼는 힘으로 제압해서 교육해. 그렇다고 나처럼 죽이진 말고.”
“명심하겠습니다.”
주먹에 묻은 핏물을 털어낸 곽민철이 관리인을 쳐다봤다.
“헌터들 관리하는 새끼는 어딨어?”
“아, 아마 방에서 쉬고 있을 겁니다.”
“당장 불러와.”
잠시 후 B급 헌터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 대영웅님을 뵙습…… 헉!”
시체가 된 헌터들을 보던 그가 바짝 긴장했다.
“야, 헌터들 관리 똑바로 못하냐? 이 새끼들이 허락도 없이 물건 가지고 놀고 있잖아.”
“죄, 죄송합니다.”
“내가 이러라고 직속 부하로 뽑은 줄 알아? 널 여기에 보낸 이유가 뭔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헌터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진땀을 뺏다.
하지만 최성민은 곽민철이 그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죽이기엔 아깝지. 더 키웠다가 잡아먹는 게 이득이니.’
한참을 갈굼당하고 나서야 헌터는 곽민철로부터 풀려날 수 있었다.
“가자. 별장 구경도 해야지.”
곽민철이 지상으로 올라가자 최성민이 뒤따랐다.
별장을 돌아다니며 이 바닥의 생리와 조직을 관리하는 법 등을 배웠다.
“이곳 헌터들은 C급 이하의 쓰레기들이야. 인신매매 전용으로 대충 구한 벌레들이지. 그런 놈들을 관리하라고 보낸 게 아까 봤던 내 직속 부하고.”
“직속 부하들은 던전과 숙소를 오가며 사냥만 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보통은 그렇지만 헌터들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서 며칠마다 로테이션 돌면서 지원 나가고 있어.”
“그럼 직속 부하들도 사업에 대해 전부 아는 겁니까?”
“그런 셈이지.”
직속 부하들이 한패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빙의 전에 곽민철에 대해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다. 인신매매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상, 너희는 모두 내 손에 죽는다.’
물론 곽민철의 특성을 얻을 때까진 죽이는 걸 미뤄둬야 하지만.
‘놈들이 계속해서 인신매매하도록 두고 볼 순 없어.’
범행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이제 어느 정도 알겠지?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예. 대영웅님께서 쉽고 세세하게 가르쳐주신 덕분에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알려줄 건 알려줬으니 나 없어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겠지?”
“예. 그런데 이런 말 드려도 괜찮을지…….”
“뭔데? 이제 와서 하기 싫다는 건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 이대로는 위험해 보여서요.”
“위험하다?”
“최근에 세 팀이나 괴멸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이틀 만에요.”
“그렇지.”
“이런 와중에 사업을 강행하는 건 아무래도 위험해 보입니다. 범인도 아직 잡힌 게 아니지 않습니까?”
“으음, 그건 그렇지.”
“제 소견으로는 당분간 운영을 중단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지금은 사업보다는 범인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활동은 놈들에게 추적의 빌미를 제공할 뿐입니다. 이러다 언제 또 습격을 당할지 모릅니다.”
“으음…….”
곽민철이 진지한 얼굴로 고민했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야.
생각을 읽어보니 자신의 의견이 먹히고 있다.
“차라리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몸을 숨겼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활동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네가 보기엔 얼마나 잠적하는 게 좋아 보이나?”
“최소 보름, 다음 달이 되기 전까지는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다음 달까지라.”
한 달도 아니고 보름 정도라면 손실을 감수할만했다.
“네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의견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영웅님.”
곽민철은 최성민의 주장이 합당하다고 보고 끝내 수락했다.
최성민의 뜻대로 활동을 막은 것이다.
‘좋아. 적어도 전투력 갱신 때까진 시간을 벌었군.’
갱신 날이 되면?
곽민철과 인신매매단, 그리고 100명의 직속 부하들까지.
모조리 지상에서 사라지리라.
‘그때가 네놈들의 제삿날이다.’
놈들에겐 제삿날이지만 최성민에게는 잔칫날이었다.
100개가 넘는 특성이 최성민을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