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8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82화(38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10화
110. 시체의 꽃
한 남자가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이쯤이었던 거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가며 찾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인신매매단.
전에 한두 번 이용했을 뿐이라 위치가 가물가물하다.
“왜 연락이 안 돼서 고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거야? 쯧.”
남자의 표정에 불만이 어렸지만 그것도 잠시.
기억 속의 별장이 나타나자 화색이 되었다.
성매매가 이뤄졌던 그 별장이었다.
“제대로 찾아왔네. 흐흐.”
아직 물건도 보지 못했는데 벌써 흥분이 돌기 시작했다.
그만큼 별장에서 보냈던 밤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연락이 안 된다고 직접 찾아오게 만들었으니 말 다 했다.
“돈이라면 충분히 가져왔으니 괜찮을 거야.”
원래 예약제라 이렇게 찾아오면 안 된다.
‘하지만 버틸 수가 있어야지.’
예약하지 않았어도 돈을 두 배로 찔러주면 원하는 대로 성매매를 할 수 있을 거다.
“흐흐, 오늘은 어떤 애들이 들어와 있을까나?”
별장 안으로 들어선 남자가 복도를 거닐었다.
상담실 같은 곳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여기저기 둘러봤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전에 왔을 때는 복도를 지나면서 이따금 신음이 들렸었다.
‘사람도 안 보이고.’
누구라도 마주친다면 길을 물을 텐데 보이는 사람이라곤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자가 얼굴을 찡그렸다.
코끝을 찌르는 냄새.
‘무슨 냄새지?’
비릿한 냄새였다.
냄새가 느껴지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헉!”
못 볼 꼴을 보고야 말았다.
시체의 바다.
피로 얼룩진 처참한 광경에 남자가 즉시 뒷걸음질을 쳤다.
‘다, 다, 죽었어…….’
대충 봐도 열 구 정도의 시신들.
남자는 자세히 볼 새도 없이 별장을 빠져나왔다.
당장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헉, 헉…….”
한참을 뛰어 산길을 내려오고 나서야 남자가 숨을 골랐다.
‘여, 연락이 안 된 이유가 있었어…….’
그때였다.
전화가 왔는지 남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 예. 긴급 소집이요? 아, 알겠습니다.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네, 네.”
통화를 끝낸 남자가 뒤돌아보더니 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앞으로 이용하긴 글렀구나.”
사람이 죽었다.
시체를 본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익숙한 것도 아니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누가 죽였는진 몰라도 얼른 가야겠어.’
행여나 자신과 엮이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진다.
‘난 이곳에 온 적이 없는 거야.’
재빨리 산등성이를 내려갔다.
오싹한 기분에 입고 있던 점퍼의 지퍼를 끌어 올렸다.
카키색 점퍼였다.
* * *
새벽 내내 인신매매단 다섯 팀을 괴멸시킨 최성민이 숙소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한 일은 집사를 통해 부하들을 불러 모으는 일이었다.
“현재 사냥 나간 팀이 몇 명이지?”
“여덟 팀이니까…… 40명 정도 될 겁니다.”
“오늘은 사냥 금지라고 말하고 저녁 6시까지 마당에 집합시키도록. 숙소에 남아 있는 부하들까지 전부.”
“저, 전부 말입니까?”
“두 번 말하게 할 거냐?”
최성민의 싸늘한 시선에 집사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부,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집사가 방을 나서자 최성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꺼번에 모조리 죽여주지.’
시간이 흘러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웅성웅성-
숙소의 마당 앞이 시장통처럼 북적거렸다.
100명에 가까운 부하들이 모두 모인 탓이다.
“대영웅님이 무슨 일로 소집한 거지? 뭐 들은 거 없어?”
“글쎄? 나도 못 들었는데?”
웅성거리던 소음은 대영웅이 등장하는 순간 완전히 멎었다.
“다들 빠짐없이 모였겠지?”
“아, 그게 한 명 빼곤 다 모였습니다.”
“한 명 누구?”
“최성민 헌터입니다.”
“걔는 됐고, 나머진 다 온 거냐?”
“물론입니다. 대영웅님. 직속 부하 99명에 작업단 부하 18명, 총 117명 집합한 상태입니다.”
집사의 말에 최성민이 흡족하게 끄덕였다.
원래 직속 부하는 이보다 더 많았지만 최근 이걸륜 패거리를 죽인 탓에 인원이 줄었다.
최성민이 좌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너희를 모이라고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모처럼의 휴가를 주기 위해서다.”
“휴가?”
“오오오오!”
고작 휴가란 말 한마디에 헌터들이 환호를 지르며 흥분했다.
그간 곽민철이 부하들을 얼마나 노가다 시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조용. 아직 말 안 끝났다.”
그 말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지만 상기된 얼굴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동안 사냥하느라 고생한 걸 알고 있다. 하여 오늘 다 같이 별장으로 이동하고자 한다. 너희들의 피로를 풀어줄 겸 별장에 특별히 준비해 놓은 게 있으니까 말이야.”
“별장에…… 준비해 둔 거라면?”
별장에서 매춘이 벌어진다는 걸 모르는 헌터는 없었다.
별장으로 지원을 나가는 날엔 물건을 데리고 재미를 보곤 했으니까.
그런 탓에 헌터들은 하나같이 여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흐흐, 대영웅님 최고!”
“그럼 지금 즉시 이동하겠다. 다들 준비한 버스에 타도록.”
“와아아!”
최성민은 헌터들을 태우기 위해 일찍이 버스 세 대를 마련해왔다.
지옥으로 가는 버스였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저 모처럼의 휴가에 들뜬 기분으로 탑승할 뿐이다.
“출발하자.”
최성민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어둠이 내려앉은 산속.
버스 세 대가 차례로 멈춰 섰다.
이윽고 백여 명의 사람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하차했다.
“여기서부턴 걸어간다.”
대영웅을 선두로 헌터들이 산길을 올랐다.
헌터들은 소풍이라도 온 듯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들뜨기는 마재성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얼마만의 휴가냐, 진짜.’
하루 대부분을 사냥만 하며 보냈다.
쉬는 날도 없었다.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대영웅은 휴식조차 허락지 않았다.
‘그나마 휴식이라면 인신매매단에 지원 나올 때 쉴 수 있었지.’
직속 부하들은 12일마다 한 번씩 인신매매단에 지원하러 간다.
하는 일은 거기서 일하는 C급 작업자 헌터들을 감독하는 일.
근데 감독이라 해봤자 별거 없었다.
‘그냥 쉬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지.’
명목상 상급자가 필요해서 지원 왔을 뿐, 하는 거라곤 시간을 때우며 노는 것뿐이다.
‘물건들 골라서 놀 때 진짜 황홀했는데.’
마재성도 남자였기에 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로테이션이 돌아오는 날이면 별장에 가서 여자를 취할 생각부터 했다.
죄책감?
그런 게 있었으면 여태껏 곽민철의 부하로 남지도 않았을 거다.
‘대영웅님이 준비한 게 뭘까? 아마 여자들이겠지?’
벌거벗은 여자 백여 명이 늘어져 있는 상상을 하며 별장 앞에 이르렀다.
“들어가기 전에 잠깐 주목.”
곽민철의 말에 헌터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마재성도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대영웅을 바라봤다.
“선물이 있으니 가까이 와봐라. 나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라.”
‘선물?’
그 말에 헌터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마재성도 무슨 선물인지 궁금했지만 다른 헌터들에 밀리고 밀려 맨 뒤에 서 있어야 했다.
‘아이 씨, 나도 보고 싶은데.’
선물이라는 게 뭘까?
하필이면 키가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
궁금하던 차에, 대영웅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 선물은 바로 이거다.”
촤촤촤촤촤촥-!
뭔가가 뿌려지는 소리, 박히는 소리, 억 하는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곽민철의 중심에서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지만 맨 뒤로 밀려나 있는 마재성이 알 길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으, 으아악!”
“아악!”
“억!”
곽민철의 중심에서 시작된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흩어지는 헌터들, 단말마의 비명들.
맨 뒤에 있던 마재성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헌터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촤촤촤촤촤촥-!
총탄처럼 쏘아진 단검이 헌터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발원지인 중심에는 곽민철, 아니. 검은 가면을 쓴 누군가가 있었다.
“내 선물은 죽음이다.”
촤촤촤촤촤촥-!
“으아악!”
“커헉!”
쉴 새 없이 뿌려지는 단검은 정확히 헌터들의 머리에 적중했다.
일격필살.
운 좋게 머리를 피해 몸에 맞더라도 다음에 날아오는 단검에 곧장 머리통이 쪼개졌다.
“이, 이건 꿈이야…….”
현실감 없는 광경에 마재성이 도망칠 생각도 못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밀려오는 단검의 파도는 어느새 자신의 눈앞까지 도달해 있었으니까.
푹- 털썩-
“후우.”
스킬을 난사하던 최성민이 주변을 둘러봤다.
마재성을 끝으로,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17명 죽이는데 10초도 안 걸렸나?’
스킬 쿨타임이 계속 초기화되다 보니 칼날 뿌리기를 연사할 수 있었다.
그 탓에 시체들의 간격이 가까웠다.
도망칠 새도 없었다는 뜻이다.
“…….”
최성민의 차가운 시선이 주변을 돌아봤다.
백여 구의 시체가 원형으로 널브러져 있는 게 얼핏 보면 예술 작품 같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구역질이 밀려오는 광경이었지만 말이다.
‘마땅히 죽어야 할 놈들이라 그런지 구역질도 나오지 않는다.’
시니컬한 감상을 내뱉은 최성민이 시스템을 살펴봤다.
[헌터 김형배를 죽였습니다.] [헌터 박현홍을 죽였습니다.] [헌터 이영구를 죽였습니다.]……………
………
[동화율 19.9%]……………
………
[동화율 31.5%]117개의 특성이 들어오고 동화율이 30%를 넘어섰다.
‘그 올리기 힘들던 동화율이 단숨에 10% 이상 올랐어.’
일일이 살피기도 힘들 만큼의 아이템들과 특성들이 들어왔다.
이득은 그뿐만이 아니다.
[악마의 계약에 따라 스탯 3%를 흡수하였습니다.] [근력이 2,070 증가합니다.] [순발력이 1,380 증가합니다.] [체력이 921 증가합니다.] [마력이 231 증가합니다.]한순간에 상당량의 스탯이 올랐다.
‘헌터 백여 명의 가치가 이렇게 클 줄이야.’
A급부터 C급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던 탓에 이 정도로 그친 거다.
‘만약 내가 죽인 놈들이 전부 S급이었다면?’
족히 세 배는 더 나왔을지 모른다.
‘곽민철이 이 장면을 봤다면 길길이 날뛰었겠군.’
원래는 곽민철이 먹어야 할 스탯이었으니 말이다.
‘쓰레기들은 이것으로 정리됐고…….’
인신매매단은 물론 직속 부하들까지 모조리 처분했다.
남은 사람은 최성민이자 곽민철뿐.
‘전에 알던 곽민철은 없다. 이제부터 내가 곽민철이다.’
송치현 때처럼 한 달만 군림할 역할이 아니었다.
곽민철이 이대로 감옥에 갇혀 있는 한, 평생을 이스트랜드의 지배자로 살아갈 수 있다.
‘앞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거야.’
곽민철의 역할뿐만이 아니다.
최성민의 인지도도 전과는 차원이 다를 거다.
무려 전투력 1,000만의 괴물이 나타난 셈이니.
‘일단 숙소에 가서 샤워부터 해야겠어.’
오늘 하루 학살을 너무 많이 했다.
더러운 피 냄새는 지우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싶었다.
‘씻고 나면? 집으로 가야지.’
앞으로의 파장을 생각하면 가족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시체의 꽃을 남겨둔 채로 하산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도은정의 전화군.’
알만하다.
그녀가 왜 전화했을지.
피식 웃은 최성민이 전화를 무시하며 산에서 내려갔다.
* * *
“희준이 왔냐?”
“안녕하세요, 강민찬 대장님.”
예의 바른 박희준의 인사에 강민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동생 상태는 어때?”
“괜찮아요. 정신적 충격이 좀 있지만 치료받고 있으니 나아질 거예요.”
괜찮다곤 했지만, 박희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인신매매단에 잡혀가서 모진 고생을 한 동생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후우, 그런 개새끼들은 천벌을 받아야 할 텐데.”
“천벌은 이미 받았잖아요.”
“검은 가면 덕분에 말이냐?”
검은 가면이 인신매매단을 괴멸하고 박희준의 동생을 구해줬다는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때문에 조직에서 검은 가면의 평판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그를 찾아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일같이 나올 정도였으니.
“그나저나 갑자기 웬 긴급 소집이에요? 작전 논의까지는 아직 일주일 남은 거 아니었어요?”
“작전 때문에 부른 건 아니고 급히 의논할 일이 생겨서 말이지.”
“무슨 일인데요?”
“일단 작전실로 들어와. 다 모이면 알려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