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8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83화(38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11화
111. 긴급회의
강민찬과 박희준이 작전실로 들어섰다.
임시로 마련한 그곳엔 열 명의 헌터들이 있었다.
혁명의 간부들, 말하자면 반란군 내에서 가장 등급이 높고 신용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강민찬과 박희준도 신용으로는 일 등급에 속했다.
“오셨습니까? 앉으시지요.”
가운데 앉은 사내, 류종익이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름 아닌 혁명의 단장이었다.
“원래는 일주일 뒤에 작전 회의하기로 했었지만, 급히 의논할 일이 있어 여러분을 불렀습니다.”
“무슨 일 있나요?”
박희준의 물음에 류종익이 씩 웃음 지었다.
“희준 씨는 아직 랭킹을 안 보신 모양이군요?”
“랭킹이요?”
“오늘 자정에 랭킹이 갱신되지 않았습니까? 보셨다면 이유를 짐작하셨을 법도 한데.”
“아…… 제가 정신이 없어서 아직 확인을…….”
“그럴 만도 하지요. 동생분께서 그런 일을 당하셨으니 어느 오빠가 제정신일 수 있을까요. 이해합니다.”
인자하게 웃는 류종익과 달리 박희준이 당황하며 뒤늦게 랭킹창을 띄웠다.
B급 언저리에 걸쳐져 있는 자신의 랭킹부터 확인한 뒤 다른 이름을 검색해봤다.
그러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소, 송치현이…… 검색되지 않는다고?”
“송치현뿐만이 아닙니다. 카츠라모토 코고 역시 랭킹에 이름이 없습니다.”
혁명의 주적인 대영웅이 둘이나 죽어버렸다.
빅뉴스도 이런 빅뉴스가 없었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대영웅들이 갑자기 왜?”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떵떵거리며 잘 살던 녀석들이 자살할 리는 없으니 저희로선 그저 타살이라고 짐작하는 수밖에요.”
“타……살? 누군가 대영웅을 암살했다 이 말입니까?”
“아니면 서로 싸우다가 죽었을 수도 있지.”
간부이자 A급 헌터인 남일우가 불쑥 의견을 냈다.
그러자 다른 간부들도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곽민철이 혼자서 독재하려고 다른 두 영웅을 죽였을 수도 있어.”
“제 생각은 다릅니다. 협회의 실세는 곽민철 아닙니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한데 굳이?”
“유일하게 A급인 송치현을 눈엣가시처럼 여기지 않았을까?”
“그래서 제거했다? 그럼 코고는 왜 죽은 거지?”
화두 하나에 장내가 이런저런 의견으로 들끓었다.
류종익이 잠시 손을 들어 가열된 분위기를 중화시켰다.
“이러나저러나 저희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의미 없는 토론은 그만하시죠. 대영웅의 사망 원인이나 밝히자고 이 자리에 모인 게 아니지 않습니까?”
“예? 대영웅 때문에 모인 거 아니었어요?”
박희준이 놀라서 묻자 류종익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랭킹을 제대로 보지 않으셨군요. 희준 씨. 다시 한번 보시죠.”
박희준이 랭킹창을 띄워 살펴봤지만 특이한 점은 없었다.
“어떤 걸 보라는 건지…….”
“상위 랭킹을 봐보세요.”
허공을 드래그해서 상위 랭킹 쪽으로 이동하자 박희준이 그제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거 뭐야? 전투력 1,000만이 한 명 더 늘었어?”
현재 부동의 랭킹 1위는 중립국의 우성재.
1,002만으로 전투력이 여덟 자릿수를 넘어간 사상 초유의 대영웅.
헌터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자 상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부로 한 사람이 더 추가됐다.
“2위가 전투력 1,000만이라니……. 이름은 최성민?”
“그동안은 그 밑에 있던 피터 필즈가 전투력 400만으로 랭킹 2위였었죠. 하지만 오늘부로 달라졌습니다. 최성민이라는 헌터가 1,000만으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죠.”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차근차근 올라온 것도 아니다.
저번 달만 해도 400만이 2위였는데 갑자기 1,000만이 2위를 차지했다.
그 말은 한 달 만에 최소 600만의 전투력을 올렸다고 봐야 했다.
“인간이 어떻게 한 달 만에 600만을…….”
“600만, 그 이상일 겁니다. 저번 달 상위권을 훑어봤었는데 최성민이란 이름을 가진 자는 없었습니다.”
박희준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영웅이 죽었다는 것보다 더한 이슈였다.
류종익이 나직하게 말했다.
“저는 이 최성민이라는 헌터를 조직에 들이고 싶습니다. 전투력 1,000만이 아군이 된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테니까요. 오늘 여러분을 소집한 건 이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최성민 헌터를 영입할 수 있을지 의논하기 위해서지요.”
확실히 조직에 들어온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8 영웅을 처단하고 사회를 개혁하자는 목표도 마냥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름만 알 뿐인 헌터를 어떻게?
“단장님. 아무리 그래도 누군지도 모르는 헌터를 어떻게…….”
“그 점은 염려 마세요. 최성민 헌터를 아는 분이 있다고 하니까.”
“예?”
류종익의 시선이 행동대장인 강민찬에게로 향했다.
“강민찬 대장님. 분명 은정 씨가 최성민 헌터와 연락하는 사이라고 하셨지요?”
“예. 조금 전에 통화해보고 온다고 했으니까 아마 곧 있으면 올…….”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작전실의 문이 열렸다.
도은정이었다.
“어, 왔구나. 이리 앉아라.”
강민찬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류종익이 물었다.
“그래요. 어떻게 됐습니까? 은정 씨. 최성민 헌터가 전화를 받던가요?”
도은정이 풀 죽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몇 번이나 전화해봤는데 받질 않네요…….”
“두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죠?”
“예전에 같은 팀이었어요. 그때도 비약적인 성장으로 두각을 드러냈었는데 설마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은…….”
“듣기로는 은정 씨가 전부터 최성민 헌터를 조직에 들이고 싶어 했다던데 사실인가요?”
“예. 강민찬 대장님이랑 같이 비밀 면접도 봤었죠.”
“그런데 왜 들이지 않은 거죠?”
“대장님이 반대하셨어요.”
“크흠…….”
류종익의 시선에 강민찬이 당황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당시에는 최성민 헌터가 이 정도로 클 줄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송치현의 직속 부하로 있는 헌터라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영입할 걸 그랬네요.”
“대장님 판단은 그랬군요. 은정 씨가 최성민 헌터를 추천하려는 이유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류종익이 쳐다보자 도은정이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볼 때 최성민 헌터는 정의로운 사람이에요. 보스가 나타난 위기의 순간, 자신의 목숨만 챙기기보다는 동료도 챙길 줄 아는…… 정의감도 있고 의리도 있는 남자죠. 거기다 실력까지 겸비했으니 저희 조직에 걸맞은 인재라고 생각했어요.”
“그 말은 최성민 헌터를 아군으로 봐도 좋다는 말인가요?”
전투력 1,000만이 아군이 된다면 더없이 든든하지만 적이라면?
그것만큼 최악의 경우가 없다.
곽민철보다 다섯 배나 강한 헌터를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도은정이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군이에요. 최성민 헌터는 적이 아닙니다. 비록 협회에서 일하고 있지만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협회의 벌레들과는 명백히 다릅니다. 그의 인성은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확신에 찬 도은정의 목소리에 류종익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좋습니다. 이걸로 인성도 실력도 합격이라는 결론이 나왔으니 다들 불만은 없는 거죠?”
간부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영입은 이걸로 확정됐고…… 문제는 최성민 헌터를 어떻게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느냐이겠네요. 이에 대해 각자 의견 좀 들어볼까요?”
회의가 시작됐다.
서로의 의견이 탁구공처럼 오갔다.
단장인 류종익은 가만히 듣다가 분위기가 과열될 때마다 끼어들어서 상황을 통제했다.
이따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렇게 장장 30분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최성민 헌터를 직접 만나는 수밖에 없겠네요.”
“일단 제가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래요. 당장은 은정 씨가 힘 좀 써주셔야겠습니다. 최성민 헌터가 조직에 들어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네. 연락이 안 되면 집에 찾아가서라도 설득해 볼게요.”
도은정의 눈빛이 굳은 의지로 반짝였다.
* * *
곽민철의 숙소에서 샤워를 마친 최성민은 침대에 누워 특성들을 살피고 있었다.
“휘유. 드디어 다 봤나?”
백여 개가 넘는 특성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확실히 곽민철이 엄선한 부하들이라 그런지 특성들이 하나같이 좋아.’
분류하자면 117개의 특성 중 D급 10개, C급 8개, B급 49개, A급 40개, S급 10개가 들어왔다.
C급 이하 특성은 직속 부하가 아닌 작업장의 C급 헌터들에게서 나온 것들이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걸로 또 몇 배는 강해졌을 거야.’
특성의 효과가 퍼센트로 적용되다 보니 몇 개만 있어도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것이 가능했다.
‘우성재 따위는 이제 X도 아니다.’
비록 전투력 2만 차이로 랭킹 1위는 따낼 수 없었지만, 최성민은 확신했다.
자신의 잠재 전투력은 이미 우성재를 뛰어넘었다고.
‘전투력은 이만하면 됐어.’
이제 그 어떤 적도 최성민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자부했다.
‘대미지가 오르는 특성들은 이제 의미가 없어.’
지금은 대미지보다는 유틸성이 뛰어난 특성들이 더 가치 있었다.
‘바로 이런 특성들 말이지.’
[특성 – 영혼 추적]-등급 : S
-설명 : 대상이 머문 자리의 냄새를 추적한다. 영혼이 머문 자리의 냄새를 기억하는 것이므로 어디로 가든 찾아낼 수 있다. 추적 중인 대상에 대한 대미지가 50% 상승한다.
[특성 – 귀환본능]-등급 : S
-설명 : 특정 장소를 등록해 순식간에 귀환할 수 있다. 등록할 수 있는 장소는 한군데뿐이며 원하면 바꿀 수 있다. 귀환 시 24시간의 쿨타임을 가진다.
여러 특성을 얻었지만 최성민은 그중에서도 이 두 개가 마음에 들었다.
‘대영웅을 추적할 수단이 부족했는데 영혼 추적 특성이 있으니 그럴 걱정은 없겠군.’
아무리 정보를 가지고 빙의한 최성민이라도 대영웅들 모두의 위치를 알고 있진 않다.
‘특히 프랭크, 그 싸이코 새끼는 코고처럼 방랑벽이 있어서 찾기가 힘드니…….’
다만 영혼 추적 특성이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놈이 머물렀던 장소의 냄새를 맡기만 해도 추적이 가능할 테니.
‘귀환본능 특성도 좋아. 이거면 한순간에 순간 이동할 수 있어.’
전에는 유령 늑대를 타고 초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마땅한 이동 수단이 없는 최성민에겐 단비와도 같은 특성.
‘특성도 다 살펴봤으니 이제 집으로 가야겠군.’
곽민철의 승용차를 빌려 탄 최성민이 집으로 차를 몰았다.
전투력이 1,000만으로 올랐으니 세간의 주목을 받을 터.
‘어쩌면 내 가족들을 협박하는 놈이 있을 수도 있어.’
그런 걸 생각하면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발목이 잡히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해.’
최성민이 액셀을 밟으며 더욱 속도를 올렸다.
* * *
“어? 오빠?”
아침 일찍 집으로 가니 막 잠에서 깬 최아연이 눈을 비비며 쳐다본다.
“어떻게 된 거야? 당분간 집에 안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는데 상황이 바뀌었어. 어머니는?”
“성민이 왔니?”
부엌에서 고개를 내미는 어머니의 모습에 안심한 최성민이 돌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할 말 있으니 모여보세요.”
“무슨 일인데 그래?”
모녀가 식탁 앞으로 모이자 최성민이 심각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이사 가야겠어요.”
“이사?”
“갑자기?”
놀라는 두 사람에게 최성민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때문에 두 분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위험해질 수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니?”
“제가 오늘부로 유명인이 됐거든요.”
“유명인?”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드릴게요. 지금은 집을 옮겨야 해요. 두 사람은 절 믿고 움직여주시면 돼요.”
“하지만 이 시간에 갑자기 이사라니…… 당황스럽구나. 집도 알아보고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은데…….”
“그럴 필요 없어요. 이사라고 말은 했지만, 딱히 가져가실 건 없거든요. 거기에 필요한 건 다 있으니 그냥 귀중품만 챙겨서 가시면 돼요. 지낼 곳은 이미 마련해 놨으니까요.”
“그러니? 어디로 가는데?”
최성민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가보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