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9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91화(39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19화
119. 멜리사의 악취미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우성재 님. 보고드릴 게 있어서요.”
-이스트랜드에 도착하셨나 보군요.
“네네.”
-그래요. 대영웅들이 어쩌다 죽었답니까?
멜리사는 곽민철에게 들었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했다.
-평소에 사이가 안 좋은 둘이서 싸우다가 양패구상했다라…… 좋은 핑곗거리군요.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썩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생긴 것도 별로고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선 안 되죠. 본질을 봐야 합니다. 다른 수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네.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별다른 문제는 찾지 못했어요.”
-흠…….
통화 너머에서 침묵하자 멜리사 또한 덩달아 숨을 죽였다.
-어쩔 수 없군요. 언제 한번 들러야겠습니다.
“네? 여기로 오신다고요?”
-네. 아무래도 직접 곽민철과 대화해 봐야겠습니다.
“…….”
대영웅들에게 있어 우성재는 신이지만 그만큼 부담스러운 존재다.
직접 찾아온다고 하니 멜리사는 두근거림보단 두려움이 앞섰다.
“언제쯤 오실 생각이신지…….”
-일주일은 걸릴 겁니다. 당장은 일이 있어 힘들거든요.
“아.”
-그동안 당신은 이스트랜드의 협회장으로 일하면서 곽민철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계속해서 조사해 보세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저한테 즉각 보고하시고요.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멜리사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스트랜드에 왔더니 귀찮은 일거리가 생겼다.
협회장이 됐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짜증 나네. 안 되겠어. 스트레스 좀 풀어야지.”
멜리사가 전화로 곽민철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가긴 가더라도 내가 지낼 방은 마련해 주고 가야지.”
“아, 죄송합니다.”
“어디 나 같은 VIP가 지낼 럭셔리한 방 없어?”
최성민은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
‘적당한 곳으로 유인해야겠군.’
시체 치우기 편한 곳으로 말이다.
“협회에는 없고…… 외곽으로 좀 더 나가면 제가 사는 저택이 있습니다. 그곳이라면 지낼 만하실 겁니다.”
“그래? 그럼 안내해 봐.”
최성민은 멜리사를 리무진에 태우려 했으나 그녀가 거절했다.
“난 뒤따라갈 테니까 앞장이나 서.”
“알겠습니다.”
멜리사는 호위들과 함께 자신이 타고 온 차에 올라탔다.
‘자신의 안전에 철저하군.’
무슨 일이 있어도 호위들과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아직 날 믿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아직 최성민의 꿍꿍이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음 놓고 있을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좋다. 저택에 들어온 순간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으니.’
15분 정도를 달려 곽민철의 저택에 도착했다.
뒤이어 멜리사가 탄 차가 따라 들어왔다.
“어휴, 기껏 안내한 곳이 이런 촌구석이야?”
멜리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투덜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최성민은 오히려 안심했다.
‘호랑이굴인 줄도 모르고 있으니 작업하긴 쉽겠어.’
낯선 환경이었음에도 멜리사는 다소 경계를 풀고 있었다.
배리어라 불리는 절대 무적의 호위가 넷이나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빨리 안내 안 하고 뭐 해?”
“아, 죄송합니다.”
잠시 멍 때리던 최성민이 앞장서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좀 봐줄 만하네.”
시골 같은 환경과 달리 저택 내부는 깔끔한 편이었다.
호위들과 함께 최성민을 뒤따르던 멜리사는 문득 의아한 점을 느꼈다.
“시종들이 안 보이네? 다들 어디 간 거야?”
“시종은 없습니다.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는 터라…….”
그 말을 들은 멜리사가 눈을 흘겼다.
‘이 큰 저택에서 생활하는데 시종도 두지 않는다고? 협회장이나 되는 양반이?’
밥이며 빨래며 청소며, 귀찮은 것들이 잔뜩일 텐데 시종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했다.
“곽민철. 너 뭐 숨기는 거 있어?”
“예?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있냐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 최성민이 걸음을 멈췄다.
“여기입니다. 저택에서 가장 큰 방인데 지내기에 불편함은 없으실 겁니다.”
“그래, 뭐. 나쁘진 않네. 우리 호위들이 지낼 방도 있겠지?”
“물론입니다. 양쪽에 방이 있으니 나누어 쓰시면 됩니다. 그럼…….”
“아, 잠깐.”
멜리사의 말에 최성민이 몸을 돌렸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말이야.”
“말씀만 하십시오.”
“사람 좀 구해줄 수 있어? 노예면 더 좋고.”
“예?”
멜리사가 요구하는 바가 뭔지 알았지만, 일부러 모른 체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 내가 좀 유별난 취미가 있는데 말이야. 아, 씨…… 이걸 말하기는 그런데…….”
중얼거리던 멜리사가 성질을 냈다.
“됐으니까 넌 사람이나 구해와. 죽어도 상관없을 놈으로.”
“아…… 알겠습니다. 금방 보내겠습니다.”
탁-
방문이 닫히자 최성민이 복도를 걸었다.
‘정말 악취미군.’
생각을 읽기도 했지만, 최성민은 멜리사의 취미가 뭔지 진즉에 알고 있었다.
‘사람을 고문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니…….’
다름 아니라 멜리사의 취미는 고문.
빙의 전에 지켜볼 때도 멜리사는 하루에 한 명꼴로 노예들을 고문했다.
‘모르긴 몰라도 웨스트랜드에서 고문당해 죽은 노예만 수백일 거야.’
그렇다고 꼭 웨스트랜드 사람만 죽은 것은 아니다.
곽민철이 인신매매로 일반인들을 수출한 탓에 이스트랜드 사람도 그 대상이었다.
‘저 쓰레기 같은 년을 어떻게 처리할까?’
원래 계획은 저택에 유인해 호위고 뭐고 전부 멱을 따버리는 거였지만.
‘그랬다간 집 안이 더러워질 테니 장소를 옮겨볼까?’
노예도 요구했으니 방향을 틀기로 했다.
꿀렁꿀렁-
최성민의 몸이 변형을 일으켰다.
‘내 얼굴은 알 수도 있으니.’
오광택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똑똑-
다른 사람이 돼서 방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부,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
호위가 잠시 쳐다보더니 길을 터준다.
“너야? 곽민철이 보낸 사람이?”
멜리사의 물음에 최성민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오광택이라 합니다.”
“이름 따윈 궁금하지 않고, 너 뭐야? 헌터는 아니지?”
“그, 그렇습니다.”
멜리사는 혹시 몰라 오광택의 이름을 랭킹에 검색해 봤다.
“뜨는 건 없네. 신분은?”
“노, 노예입니다.”
“면상이나 행동이나 딱 그렇게 보이네. 근데 보낼 거면 좀 젊은 놈으로 보내주지, 뭐 이런 노숙자 같은 놈을…….”
연신 구시렁대는 걸 보니 오광택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성민은 굽실거리며 열연을 펼쳤다.
“위대하신 웨스트랜드 대영웅님의 수발을 들으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네가 해야 할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일단 옷 좀 벗어봐.”
“예? 오, 옷이요?”
“어. 그렇다고 속옷까지 벗진 말고. 눈 버리기 싫으니까.”
‘이 자리에서 고문할 생각이군.’
하지만 최성민은 순순히 당할 생각이 없었다.
“뭐, 뭘 하실 생각이신지…….”
“벗으라면 벗을 것이지 무슨 노예 새끼가 따지고 있지?”
멜리사가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모았지만, 최성민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이, 이상한 요구는 들어줄 수 없습니다.”
“뭐? 하하!”
어이없었는지 멜리사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스트랜드 노예는 원래 이런가? 노예 새끼가 말대꾸하네? 곽민철 이 새끼는 교육을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멜리사가 웃는 사이, 최성민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다행히 문 앞에 호위는 없었다.
“이상한 일을 시킬 거라면 이,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 이게 미쳤…….”
그 말만 남기고 냅다 줄행랑을 쳤다.
“…….”
황당한 상황에 멜리사는 쫓을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머리가 차가워지고 이성이 돌아왔다.
“하…… 노예 새끼가 감히 허락도 없이 방을 나가?”
멜리사가 호위 한 명에게 눈짓을 줬다.
“빌리. 저 새끼 내 앞에 끌고 와.”
“1분 안에 코앞으로 대령하겠습니다.”
빌리라 불린 호위가 방을 박차고 나섰다.
헌터 장비는 진즉에 착용한 상황.
근력부터가 남다른 그에게 일반인을 추적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타타탁-!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빠른 속도로 저택을 누비던 그가 이내 눈을 빛냈다.
‘저깄다.’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노예의 모습이 보인다.
불과 20초도 안 돼서 찾아냈다.
1분 안에 노예를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무기까진 쓸 필요 없겠지.’
다른 건 몰라도 들고 있던 창은 인벤토리로 집어넣었다.
일반인을 상대로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노예를 제압하기란 맨손으로도 충분하니.
벌컥-!
방문을 열었다.
“응?”
빌리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이 자식이 어디 갔지?’
내부가 한눈에 보이는 좁은 방이었음에도 노예는 찾을 수 없었다.
흡사 귀신처럼 사라진 상황.
은신을 썼을 거라는 상상은 하지도 않았다.
설마 헌터가 신분을 속였다고 해도 전투력 150만인 자신의 눈마저 속일 순 없지 않은가?
‘그놈이 헌터라고 해도 나보다 전투력이 높을 순 없을 텐데…….’
“없긴 왜 없어?”
“……!”
갑작스러운 대답에 놀란 빌리가 뒤를 돌아본 그때.
푹-!
목젖으로 칼날이 들어왔다.
“여기 있는데.”
쿵-!
[헌터 빌리 서머스를 죽였습니다.] [특성 ‘단련된 신체’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31.6%] [죽인 대상의 모습을 복제했습니다.]최성민의 단검에 빌리가 맥없이 쓰러졌다.
잠시 후.
달칵-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최성민이 아니었다.
거구의 남자였다.
* * *
침대에 걸터앉은 멜리사가 팔짱을 끼고서 기다렸다.
“실망이네, 실망이야.”
중얼거리던 그녀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빌리가 헐레벌떡 방 안으로 들어왔다.
“1분 넘었어, 빌리. 정확히 4분 30초나 걸렸다고.”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늦었으면 결과물이라도 가져와야지? 노예는 어딨어?”
“그, 그게…….”
빌리가 난처한 기색으로 뒷머리를 긁었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뭐?”
멜리사가 노려보자 빌리가 덩치에 맞지 않게 쩔쩔맸다.
“S급 헌터가 그깟 일반인 노예 하나를 못 잡았다고?”
“죄, 죄송합니…….”
“야. 장난해?”
분위기가 살벌했다.
멜리사는 호위들에게 캔 커피를 챙겨줄 정도로 다정했지만 어디까지나 말을 잘 들었을 경우였다.
지금처럼 시킨 일을 제대로 못 할 경우엔 독사처럼 물어뜯었다.
“변명할 기회 줄게. 그럴싸한 대답이 없으면 이 자리에서 팔 한 짝 날아갈 생각 하고.”
“저, 저택을 이 잡듯이 뒤져봤습니다만 어찌 된 일인지 노예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변명은 그걸로 끝?”
“다, 다만 한군데 의심 가는 곳이 있었습니다. 지하실입니다.”
“지하실?”
“잠깐 내려가서 봤는데 딱 봐도 수상한 방이 수십 개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일일이 찾아보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노예가 거기로 숨어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흐음…….”
멜리사가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저택 지하실에 수십 개의 방이 있다?
‘곽민철이 뭐 하려고 그런 방을 만들어둔 거지? 그것도 지하실에?’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곽민철 이 새끼. 역시 나한테 숨기는 게 있었어.’
잘하면 곽민철의 약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건더기를 발견한 멜리사가 눈을 빛냈다.
“어딘지 안내해.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