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9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393화(39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21화
121. 멜리사 라모스
최성민이 멜리사의 기억을 보는 이유는 단순했다.
‘혹시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을지 몰라.’
곽민철의 기억을 엿보고 나서 깨달았다.
대영웅들은 함부로 죽여선 안 된다.
녀석들의 기억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죽이더라도 정보를 얻고 나서 죽여야지.’
고문하는 것보단 기억을 보는 게 정보를 얻기엔 훨씬 더 빨랐다.
‘오, 최근에 우성재랑 대화했었나?’
벌써 쓸 만한 기억이 보인다.
멜리사가 우성재에게 전화로 보고하고 있었다.
‘우성재가 곽민철을 의심하고 있군.’
우성재는 멜리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곽민철을 좀 더 조사해 보라고.
아무래도 송치현과 코고의 죽음에 관계가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하긴 둘이서 싸우다 죽었다는 말을 쉽게 믿을 양반이 아니지.’
우성재의 성향상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길 터.
아니나 다를까, 기억 속에서도 우성재가 직접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일주일 후에 곽민철을 보러 오겠단 말이지?’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일주일 후에는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우성재와 마주칠 때가 아니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 일단은 약한 놈들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보스는 마지막 피날레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
당장은 크리스토퍼를 죽이는 일에 신경 쓰는 게 좋아 보인다.
‘우성재는 되도록 피하자. 놈의 특성을 생각하면 눈조차 마주쳐선 안 돼.’
멜리사의 기억을 더 뒤적거려봤다.
노예들을 고문하며 즐기는 장면도 보인다.
‘하여간 어지간히 미친년이야.’
원한은 없지만 이런 장면을 보면 괜히 죽이고 싶어진다.
‘죽여선 안 되지. 이년도 마찬가지로 산송장으로 만들어야 하니.’
아직 생명의 비약이 하나 남아 있다.
멜리사를 죽였다가 부활시키면 특성도 얻고 사망 사실도 숨길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굳이 죽일 필요는 없어. 기억만 지우면 산송장으로 만드는 건 충분하니.’
멜리사를 죽여서 얻는 이득은 오직 특성뿐이다.
근데 그게 최성민에게 도움이 되는 특성도 아니었다.
‘오직 타인에게만 버프를 걸어주는 특성이니까.’
꼭 필요한 특성도 아니라서 죽이기 애매했다.
‘그렇다고 하나 남은 비약을 쓰긴 아까우니…….’
특성과 비약을 맞바꾸는 일이었기에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멜리사에게 비약이 있다면 이러한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최성민은 멜리사의 기억을 열심히 뒤져봤다.
생명의 비약을 갖고 있다면 부담 없이 죽일 수 있다.
‘찾았다. 기억.’
한참을 노력한 결과, 원하던 기억을 찾아냈다.
‘역시 멜리사도 비약을 갖고 있었어.’
최성민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좋아했다.
이러면 멜리사를 죽였다가 부활시켜도 여전히 생명의 비약 하나가 남는다.
비약을 손해 보지 않고 멜리사의 특성을 얻을 수 있다.
쓸 만한 기억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건……?’
멜리사가 다른 대영웅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보스를 잡아서 나온 마력의 핵의 소유권을 두고서 의견 충돌이 있었다.
장장 2시간 동안 떠든 끝에 마력의 핵은 누구의 인벤토리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각자의 지분만 나눈 채, 웨스트랜드의 심장부인 펜타곤에 보관하기로 했다.
‘펜타곤 깊숙한 곳에 마력의 핵이 있다.’
그리고 그 마력의 핵을 지키기 위해 S급 헌터 수십 명이 무장하고 있다.
‘보나 마나 피터 필즈의 부하들이겠지.’
군사력을 중시하는 피터 필즈에게 S급 부하들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던 사실.
‘잘됐어. 언젠가 펜타곤을 칠 계획이었는데 이 기회에 깡그리 정리해야겠어.’
펜타곤을 치면서 피터 필즈와 그의 부하들을 모두 정리하고 덤으로 마력의 핵까지.
최성민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멜리사의 기억 중에서 가장 유익한 정보였다.
‘이제 볼 건 없군.’
머리에서 손을 뗀 최성민이 감았던 눈을 떴다.
기억을 본 여파로 멜리사가 멍한 상태로 있었다.
푹-
즉시 단검을 가슴팍에 찔렀다.
[헌터 멜리사 라모스를 죽였습니다.] [특성 ‘수호자의 권능’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18개를 빼앗았습니다.] [마정석 22개를 빼앗았습니다.] [소모품 1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32.0%] [죽인 대상의 모습을 복제했습니다.]털썩-
멜리사가 힘없이 쓰러졌지만, 최성민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인벤토리에 있었다.
‘역시 있네. 생명의 비약.’
기억에서 본대로 비약을 갖고 있었다.
다른 아이템은 별거 없었다.
마법사인 탓에 전부 마력 붙은 장비만 갖고 있었다.
그나마 쓸 만한 거라곤 특성뿐이었다.
[특성 – 수호자의 권능]-등급 : S
-설명 : 자신을 제외한 대상에게 받는 피해를 99% 감소시키는 방어용 버프를 건다.
최대 4명에게 동시에 걸 수 있으며 지속시간은 5분이다.
1시간의 쿨타임을 가진다.
‘역시 S급답게 사기적인 버프야.’
99%의 대미지를 감소시켜준다면 사실상 무적이 된다고 봐야 한다.
‘5분이나 지속되는 무적 버프를 1시간마다 쓸 수 있다니.’
쿨타임 1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하루만 해도 24번, 3일 공략하는 던전에서는 72번이나 사용할 수 있었으니.
‘10분 무적에 24시간 쿨타임인 요인 암살이랑 비교해 봐도 얼마나 좋은지 알겠군.’
다만 약점이라면 디버프에 대한 면역은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사기라는 점에 변함은 없지만.’
만약 대영웅들을 동시에 상대할 때 멜리사가 버프를 걸었다면?
아무리 최성민이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평범하게 성장했을 경우지만.’
지금처럼 전투력이 1,000만을 초과한 경우라면 대영웅이 떼로 덤벼도 무서울 건 없다.
‘그럼 이제 멜리사를 명계에서 다시 데려와 볼까?’
생명의 비약을 꺼낸 최성민이 멜리사의 시체에 사용했다.
“허억!”
바닥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던 멜리사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하아, 하아……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난 분명…….”
“저승에서 돌아온 기분이 어때?”
최성민의 물음에 멜리사가 고개를 돌렸지만.
턱-!
대답할 여유도 없이 머리를 붙잡았다.
“뭐, 뭐 하는 거야!”
“가만히 있어. 10초만 있으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이, 이거 안 놔?”
멜리사가 저항했지만, 특성도 아이템도 없는 마당에 위협적일 리가 없었다.
“기억 삭제, 끝.”
작업을 마친 뒤 손을 놓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발버둥 치던 멜리사가 얌전하다.
기억 삭제 여파로 멍한 상태였다.
이윽고 1분이 지나자.
“에?”
옆에 있는 곽민철처럼 언어를 잃어버렸다.
* * *
한동안 사냥할 시간을 벌은 최성민은 던전에 들어갔다.
드래곤의 둥지.
현존하는 S급 던전 중에서 최고 난이도에 속하는 곳이었지만.
‘별거 아니군.’
전투력이 1,000만을 넘는 최성민에겐 뿔토끼 던전만큼이나 쉬운 곳이었다.
‘나름 기대했었는데 이곳조차 한 방이라니…….’
최고 난이도인 만큼 던전에서 출현하는 용들은 단연코 잡몹들 중에서도 최강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최성민의 단검 앞에선 무의미했다.
‘가장 약한 스킬인 단검 투척으로도 한 방에 죽어버리다니.’
덕분에 사흘 동안 질리도록 많은 괴수를 사냥하고 나왔다.
‘전투력이 벌써 2,500만을 돌파했어.’
1,200만이었던 전투력이 사흘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강한 표본을 상대로 많은 데이터를 쌓은 탓이리라.
‘아직도 전투력이 오르는 걸 보면 잠재된 전투력은 더 남아 있어.’
2,500만도 충분히 높았지만, 아직 정상에 이른 건 아닌 모양이다.
‘앞으로 드래곤의 둥지만 서너 번 더 공략한다면 최대한으로 갱신할 수 있겠지.’
그러기 전에 오늘 하루는 쉬어야겠다.
아무리 체력이 높아도 사흘 밤낮으로 사냥하는 건 정신적으로도 고된 일이다.
“나오셨습니까? 협회장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여기…….”
때맞춰 마중 나온 던전 관리인이 물에 젖은 수건을 내밀었다.
“고맙군.”
말라붙은 괴수의 체액과 땀 등을 닦고 나자 관리인의 아부가 이어졌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혼자서 드래곤의 둥지를 공략하신 분은 협회장님이 처음입니다!”
아무리 전투력 180만의 곽민철이라도 혼자서 공략하기엔 무리인 던전이다.
하여 괜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실력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공략하긴 누가? 그냥 안에서 시간 좀 보내고 왔을 뿐이지.”
“하하, 그렇습니까?”
사흘만 생존해도 공략으로 인정이 되기에 이렇게만 말하면 문제는 없다.
“내가 말한 대로 기록은 하지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던전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걸로 조치해 놨습니다.”
“사흘 동안 찾아온 사람은?”
“없습니다. 던전을 찾으신 분은 협회장님이 유일하십니다.”
“알았다. 이만 가보마.”
“살펴 가십시오!”
던전을 몰래 이용하겠다고 관리인의 기억을 지울 필요는 없다.
이렇게 말 몇 마디면 던전 관리인을 구워삶을 수 있는데 뭐하러?
‘협회장이라는 자리가 좋긴 좋아.’
한 대륙의 수장이었으니 못할 것이 없다.
눈치를 볼 사람도 없고 말이다.
‘적어도 이스트랜드 내에서는 말이지.’
전 세계로 넓히면 눈치 볼 사람은 늘어난다.
그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우성재, 피터 필즈, 프랭크 라슨, 크리스토퍼 깁슨. 이렇게 넷 남았군.’
암살 대상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중 크리스토퍼가 가장 먼저 죽을 것이다.
‘내일모레가 작전 회의 날인가?’
혁명의 작전 회의 날, 크리스토퍼를 만나면 영혼 추적을 걸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죽일 수 있다.
고작해야 이틀 남았다.
‘놈을 죽이는 날이 기대되는군.’
스포츠카를 타고 최성민이 달린 곳은 협회가 아니었다.
곽민철의 저택이다.
최성민은 이곳에서 시종도 집사도 없이 제집처럼 생활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하실에 누구도 봐선 안 되는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다.
삐빅- 철컹-!
감옥의 문을 열자, 누워 있던 멜리사가 고개를 든다.
“이거라도 먹어라.”
최성민이 미리 사 온 빵과 우유를 바닥에 놓자 그녀가 재빨리 가져간다.
그러더니 포장을 뜯고 허겁지겁 먹었다.
문이 열려 있었지만 탈출할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먹고 싸는 본능밖에 안 남았으니 당연한가?’
철컥-
문을 잠근 최성민은 옆방에 있는 곽민철에게도 똑같이 빵과 우유를 던져줬다.
이렇게라도 목숨을 부지시켜야 다른 대영웅들을 속이고 상황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우우웅- 우우웅-
지하실에서 올라와 방으로 돌아가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멜리사의 핸드폰이다.
‘우성재의 전화야.’
즉시 도플갱어의 가면을 쓰고 멜리사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기억에서 본대로 멜리사의 말투를 흉내 낸다면 들킬 일은 없으리라.
“네, 우성재 님.”
최성민의 목에서 가느다란 미성이 흘러나왔다.
통화 너머의 우성재가 알아챌 방법은 없었다.
-적응은 잘하고 계십니까? 멜리사?
“그럼요. 이게 다 우성재 님이 신경 써주신 덕분입니다.”
우성재가 한 거라곤 쥐뿔도 없지만 이렇게라도 띄워주는 게 다른 대영웅들의 관행이었다.
-협회장 자리는 인계받았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런데 뭘 망설이고 있는 거죠? 사흘이 된 지금까지도 공식 석상에 아직 발표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스트랜드의 새로운 협회장임을 전국에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발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죠?
“아직 조사 단계일 뿐이지만 곽민철이 협회를 독차지하기 위해 다른 대영웅들을 죽인 것 같습니다.”
-곽민철이?
“확실한 증거를 얻기 전까진 섣부른 발표는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굳이 협회장을 차지해서 곽민철을 자극할 필요도 없고요.”
-흐음…… 증거를 잡을 때까지 웅크리고 있겠다는 겁니까? 생각보다 판단력이 좋으시군요.
“과찬……입니다.”
-알겠습니다. 곽민철건은 멜리사에게 맡기도록 하죠. 제가 갈 때까지 증거를 찾아보도록 하세요.
“언제 오십니까?”
-나흘 뒤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최대한 증거를 찾아보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뒤 모습을 풀었다.
‘나흘 뒤에 온다고?’
증거를 마련해 놓겠다고 말은 해놨지만, 최성민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때 던전이라도 돌고 있어야겠군.’
우성재는 멜리사의 모습으로도 마주쳐선 안 된다.
녀석의 특성 ‘통찰력’은 도플갱어의 변신마저도 간파해 버리니까.
‘우성재의 숨통을 끊는 건 팔다리를 모두 끊어버리고 나서다.’
놈과의 만남은 차후로 미뤄두고 크리스토퍼를 어떻게 죽일지 생각하고 있는 그때.
또다시 진동이 왔다.
문자였는데 최성민의 핸드폰으로 온 것이었다.
[작전 회의 일정이 오늘로 변동되었습니다. 간부들은 2시까지 작전실로 모여주시기를 바랍니다.]이틀 뒤였던 작전 회의 날짜가 오늘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