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0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02화(40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30화
130. 크리스토퍼 깁슨
‘첩자를 알려주면 살려준다고?’
어떻게든 살고 싶었던 크리스토퍼로선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셈.
하지만 동아줄을 곧바로 붙잡진 않았다.
“저, 정말 살려줄 거냐? 첩자가 누군지만 알려주면?”
“그렇다니까. 난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다.”
그렇게 말하던 최성민은 가면 속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보단 크리스토퍼가 직접 첩자를 밝히는 게 확실하겠지.’
첩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말해봐야 류종익은 믿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크리스토퍼가 인증해야 남일우가 첩자라는 걸 밝히고 공개 처형할 수 있다.
그것이 크리스토퍼를 당장에 죽이지 않은 이유였다.
‘게다가 놈의 기억도 엿봐야 하고.’
일단은 첩자의 정체부터 밝히도록 둬야 한다.
“이 자리에서 약속해라. 첩자를 알려주면 죽이지 않겠다고.”
“거참, 알았다니까. 약속하지.”
확답을 듣고 나서야 안심됐는지 크리스토퍼가 입을 열었다.
“내가 혁명에 심어놓은 첩자는…… 남일우라는 놈이다.”
그 말에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류종익이었다.
“나, 남일우라고?”
혁명의 이인자인 남일우가 배신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
류종익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거짓말하지 마! 남일우 단원이 그럴 리가……!”
“여기 녀석과 대화한 문자 내역도 있다. 봐라.”
크리스토퍼가 핸드폰을 꺼내 보여줬다.
[남일우 : 크리스토퍼 님. 기어코 박희준의 성매매 사실이 들통나버렸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대화하는 동영상까지 있더라고요. 누구와 대화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남일우 : 크리스토퍼 님. 내일 새벽 3시에 남부에 있는 헌터 양성소를 기습할 예정이랍니다. 양성소에다가 은근슬쩍 정보를 흘릴까요?] [남일우 : 크리스토퍼 님. 예상대로 류종익 단장이 선봉에 설 것 같습니다. 암살자들을 전방에 배치하시면 쉽게 죽일 수 있을 겁니다. 행여나 암살자들이 저를 공격하진 않겠지요?] [남일우 : 크리스토퍼 님. 작전이 끝나면 약속대로 저를 부하로 써주시는 거 맞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이, 이게 대체…….”
문자를 본 류종익은 충격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남일우가 보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문자들이었다.
“나, 남일우 단원을 어떻게 끌어들인 거지?”
“내가 대영웅이라는 걸 밝히고 부하로 써주겠다고 구슬리니까 바로 넘어오더군. 의외로 야망이 있는 놈 같더라고.”
“…….”
류종익이 말없이 이를 꽉 물었다.
문자를 보기 전이었다면 믿지 않았겠지만.
‘남일우, 그 개 같은 놈이……!’
뚜렷한 증거를 봐버렸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혁명 단장님.”
검은 가면의 부름에 류종익이 고개를 돌렸다.
“남일우라는 사람 불러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류종익은 곧장 강민찬에게 연락해 남일우를 데려오라고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전실 문이 열렸다.
“부르셨습니까?”
강민찬과 남일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들어오다가 깜짝 놀랐다.
검은 가면을 본 것이다.
“거, 검은 가면이 왜 여길?”
하지만 그보다 놀란 것은 난장판이 된 현장이었다.
한쪽엔 정체 모를 시체 한 구가 있었고 한쪽엔 크리스토퍼가 팔이 잘린 채로 서 있었다.
“단장님!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멜빈 님이 왜 다친 거지요?”
남일우는 크리스토퍼를 보고 멜빈이라고 불렀다.
그 모습에 류종익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정체를 알면서도 뻔뻔하게 멜빈이라고 부르다니…….”
“단장님.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강민찬 대장님. 우리 조직에 첩자가 있다고 했지요.”
강민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류종익이 손가락을 들어 첩자를 가리켰다.
“저 새끼입니다. 저놈이 우리 조직의 정보를 빼내던 첩자였습니다.”
“예? 남일우 단원님이요?”
강민찬이 남일우를 쳐다봤다.
남일우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닥치자 사고가 정지한 것이다.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저, 저는 첩자가 아니…….”
“발뺌은 집어치워라. 이 배신자 새끼야.”
항상 존댓말로 상대방을 존중해 주던 류종익의 입에서 험악한 말이 튀어나왔다.
믿었던 만큼 배신의 충격도 컸다.
“네가 크리스토퍼와 나눴던 문자 내역을 봤다. 조직의 이인자라서 너만큼은 믿었는데 이렇게 배신하다니……!”
“…….”
남일우가 상황 파악을 위해 크리스토퍼를 돌아봤다.
“내가 다 말했어. 네가 보낸 문자도 보여주고.”
그렇게 말하며 크리스토퍼가 어쩔 수 없었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나라도 살고 봐야지.”
‘이 X발, 양키 새끼. 날 팔아넘긴 거구나……!’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보려 했지만, 남일우는 붉어지는 얼굴색까진 감추지 못했다.
‘첩자인 게 탄로 났는데 이제 어떡하지? 기습이라도 해서 탈출해야 하나?’
그러길 잠시, 남일우가 이내 생각을 지웠다.
류종익은 물론이고 크리스토퍼에 검은 가면까지.
전부 S급에 달하는 고수들이 눈앞에 있다.
A급에 불과한 자신의 기습이 통할 리 만무하다.
‘안 되겠어. 기회를 봐서 도망치는 수밖에.’
그때였다.
때마침 가까이에 있던 검은 가면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이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다고 여긴 남일우가 질주 스킬을 쓴 뒤 냅다 줄행랑을 쳤다.
‘질주 스킬을 배워놔서 다행이야. 잘하면 도망칠 수 있을…….’
기우뚱.
순간 남일우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퍽-!
바닥에 쓰러진 남일우의 머리에서 피가 낭자했다.
검은 가면의 단검 투척이 그의 머리를 꿰뚫은 것이다.
“무, 무슨 짓입니까!”
류종익이 놀라서 외치자 검은 가면이 고개를 돌렸다.
“단장님 대신 도망치는 배신자를 처형했습니다. 혹시 단장님이 죽이지 못해서 아쉬우신 겁니까?”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일 것까지는……!”
“놈은 정보를 팔아 조직을 사지로 몰아넣은 배신자입니다. 그런 놈을 살려둬봤자 또다시 배신할 뿐, 득 되는 건 없을 겁니다.”
“…….”
뭔가 반박하고 싶었지만 일리 있는 말이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솔직한 마음으론 류종익도 남일우를 죽이고 싶었다.
다만 살인이라는 거부감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
그때 크리스토퍼가 겁먹은 얼굴로 검은 가면을 바라봤다.
“나, 나는 살려줄 거지? 약속 지킨다고 했잖아. 그렇지?”
최성민의 냉철하면서도 단호한 실행력에 겁먹은 모양.
“아, 그래. 약속은 지켜야지. 그전에…….”
최성민의 주먹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출수 됐다.
뻐억-!
후두부를 맞은 크리스토퍼가 눈알을 뒤집으며 정신을 잃었다.
‘죽이기 전에 기억 좀 봐야지.’
최성민이 크리스토퍼의 머리에 손을 댔다.
긴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고작 10초가 필요할 뿐이다.
‘뭐 하시는 거지?’
크리스토퍼의 머리에 손을 얹는 검은 가면을 보며 류종익이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0초가 지나서 손을 뗀 최성민이 류종익을 돌아봤다.
“단장님. 쿠데타에 성공해서 대영웅을 만나면 어쩌려고 하셨습니까?”
“까마득한 목표라 거기까진 생각해 본 적이…….”
“그럼 제가 이 녀석을 처형하는 데 이의는 없으시겠죠?”
“……죽이실 겁니까?”
최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까 약속하신 거는…….”
“쓰레기랑 한 약속을 굳이 지킬 필요는 없지요.”
그 말에 류종익이 침음을 삼키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십시오.”
“죽여도 되겠습니까?”
“저에게 결정권은 없습니다. 가면 님이 잡으신 거니 뜻대로 하십시오.”
“옳으신 결정이십니다.”
최성민이 가면 속에서 미소 지었다.
반대했어도 어떻게 해서든 죽일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푹-
순식간이었다.
최성민의 단검이 기절한 크리스토퍼의 목을 찔렀다.
번쩍하며 전설의 투구가 발동되긴 했다.
죽음의 일격을 90% 감소시키는 옵션이.
하지만 칼날은 쉽게 크리스토퍼의 목젖을 뚫고 들어갔다.
나머지 10%의 대미지만으로도 목숨을 빼앗기엔 충분했다.
[헌터 크리스토퍼 깁슨을 죽였습니다.] [특성 ‘성기사’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11개를 빼앗았습니다.] [마정석 5개를 빼앗았습니다.] [소모품 1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41.9%] [죽인 대상의 모습을 복제했습니다.]최성민은 크리스토퍼를 죽이자마자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생명의 비약이 들어왔군.’
기억을 봐서 비약이 들어올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걸로 비약 두 개를 확보했어.’
최성민은 크리스토퍼에게 비약을 쓸 생각이 없었다.
‘녀석을 곽민철이나 멜리사처럼 산송장으로 만들 필요는 없어.’
다른 대영웅과 달리 크리스토퍼의 죽음은 밝혀져도 상관없다.
‘아마도 혁명이나 희망의 날개 측에서 죽인 걸로 생각하겠지.’
크리스토퍼가 반란군에 잠입해 있다는 건 대영웅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아마도 정체가 들키거나 일이 틀어져서 처형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전투력 300만을 어떻게 죽였는지가 의문으로 남겠지만.’
어쨌든 다른 용의자가 있는 이상 죽음을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특성 – 성기사]-등급 : S
-설명 : 받는 대미지가 50% 감소하며 무기에 신성력을 부여하면 무기 공격력이 20% 증가한다. 추가로 언데드, 유령, 악마형을 상대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한다.
기본적으로 대미지를 절반이나 감소시켜줘서 나쁘지 않은 특성이다.
특히 언데드, 유령, 악마형 괴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힘을 자랑한다.
‘뭐, 지금의 나에겐 수많은 특성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 불만은 없다.
‘불만이라면 스탯이 쥐꼬리만큼 들어왔다는 거?’
악마의 계약으로 스탯 3%를 흡수했지만 그래 봐야 합산 스탯이 300도 되지 않았다.
‘전투력 300만을 죽였는데도 이것밖에 안 들어오다니.’
아무래도 순수 스탯의 3%인 데다 한 명 몫인지라 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저번처럼 많은 헌터들을 죽여야 하나?’
되도록 많은 수의, 등급이 높은 헌터들을 죽여야 만족스러운 양을 얻을 수 있으리라.
‘걱정할 거 없어. 계획이야 세워져 있으니.’
최성민의 다음 계획은 펜타곤 습격.
계획대로 된다면 피터 필즈의 부하들을 정리하고 마력의 핵까지 얻을 수 있다.
‘우선은 여길 마무리 지어야…….’
그때 류종익이 최성민에게 다가오더니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검은 가면 님. 덕분에 대영웅과 첩자를 색출할 수 있었습니다. 가면 님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적의 손아귀에 놀아났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을 읽어보니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진심을 담은 인사였다.
“실례가 안 된다면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시죠.”
“녀석이 멜빈이 아닌 크리스토퍼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최성민의 입에서 미리 준비했던 답변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8 영웅들을 조사하고 있었거든요. 보자마자 크리스토퍼라는 걸 알았죠.”
“아…… 크리스토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던 것도 그럼…….”
“예. 녀석이 희망의 날개 단장이라는 것도 조사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불순한 목적으로 혁명과 접촉했다는 사실도요.”
“아…….”
“실은 혁명에 대해서는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크리스토퍼를 미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됐죠.”
전부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류종익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 본 것처럼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찍은 동영상을 보게 하려면 어쩔 수 없었거든요.”
“그랬군요…….”
류종익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야 아귀가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8 영웅들은 어째서 조사하시는 건지?”
그 물음에 최성민이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도 여러분과 목적이 같거든요.”
“그 말씀은……?”
“대영웅들을 제거하고 썩어빠진 사회를 바꾸고자 합니다.”
놀란 류종익을 향해 최성민이 선언했다.
“대영웅들은 걱정 말고 저한테 맡기시죠. 제가 전부 죽여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류종익이 반색했다.
그로선 검은 가면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아군을 얻은 셈.
물론 그 정체가 최성민인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예. 단장님은 나머지 일에 신경 쓰시죠. 우선은 웨스트랜드 반란군을 만나서 제대로 연합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크리스토퍼가 없는 나머지는 믿을 수 있는 자들이니까요.”
“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류종익이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가면을 보는 그의 눈빛에는 신뢰가 가득했다.
자신의 목숨은 물론 조직을 위기에서 구해준 은인이다.
그런 은인이 자진해서 도와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만…… 혹시 저희 조직에 들어오실 생각은 없으신지…….”
“아니요. 저는 따로 활동하겠습니다. 어딘가에 소속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서요. 그리고 저와 되도록 엮이지 않는 편이 단장님 입장에서도 좋을 겁니다.”
“아…… 아쉽네요.”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뵙겠습니다.”
“저기, 연락처라도……!”
류종익이 손을 뻗었지만, 최성민은 은신을 쓰며 사라졌다.
“…….”
가만히 귀를 기울여봤지만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혼자서 대영웅들을 암살하며 사회와 맞서고 있었다니…….
류종익의 눈빛에 존경심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