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0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04화(40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32화
132. 영혼 추적
최성민이 피터의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최성민이라 합니다.”
그리 말하며 손을 놓으려 했지만, 피터는 놔주지 않았다.
꽈아악-
오히려 손아귀에 힘을 주며 악력을 행사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내 힘을 테스트하고 싶어 하는군.’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녀석의 의중이 뭔지는 금세 파악이 됐다.
‘그렇다면 나도 어느 정도 호응해 줘야지.’
최성민 역시 손아귀에 힘을 줬다.
현재 그의 근력 스탯은 2만 7천.
아이템을 끼지 않아도 이 정도다.
불균형한 힘으로 순발력에 몰아줘서 그렇지 평소에는 근력이 말도 안 되게 높다.
‘마음 같아선 손뼈를 아작 내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되겠지.’
적당히 호응하기로 한 최성민이 서서히 힘을 끌어올렸다.
꽈아아악-
최성민이 힘을 주기 시작하자 피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순수 근력만 5천이 넘는 내 힘을 버텨내다니……!’
피터가 속으로 감탄했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갈수록 피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최성민이 가하는 힘이 점점 증가하더니 결국엔.
“크윽…….”
입 밖으로 신음이 나오게 만들었으니까.
‘나를 힘으로 능가한다고?’
피터는 조금 전에 했던 생각을 정정했다.
‘버텨내는 수준이 아니다. 내 힘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어……!’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피터가 황급히 손을 뺐다.
금방이라도 자신의 손뼈가 부서질 것만 같았기에.
“응? 벌써 끝인가요? 이제 막 재미있어지려던 참이었는데.”
최성민의 능청에 피터가 빠르게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헌터님. 혹시 몰라서 실력을 확인할 겸 테스트해봤습니다. 다짜고짜 무례를 저지른 점 사과드립니다.”
피터가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틀림없어. 상대는 내가 우러러볼 수도 없는 강자다.’
우성재 급이라는 판단이 서자 고개가 저절로 숙어졌다.
말투도 좀 더 공손하게 바뀌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다행히 최성민의 기분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럴 수 있지요. 시스템에 적힌 숫자보다는 이렇게 직접 확인해 보는 게 보다 확실할 테니까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어떻던가요?”
“과연 전투력 1,000만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하!”
겉으론 엄지를 들며 추켜세워주고 있었지만, 피터의 속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어쩌지? 예상은 했지만,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이런 괴물을 부하로 삼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고양이가 호랑이를 발밑에 두려는 꼴.
힘의 격차를 실감하자 자신감이 떨어졌다.
‘괜찮아. 이걸로 기죽을 거 없어. 웨스트랜드에 머무르는 동안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한 후 잘 구슬려서 계약을 맺으면 돼. 부하가 될 수 없다면 동료라도 되는 수밖에.’
피터가 최성민을 보며 미소 지었다.
어떻게든 영입하겠다는 의지가 얼굴에 드러났다.
“아직 식사 안 하셨죠? 가시죠. 헌터님을 위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피터가 최성민과 함께 저택으로 들어갔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진수성찬이 늘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비서에게 연락을 받고 타이밍에 맞춰서 음식을 준비한 모양이다.
“이쪽에 앉으시죠.”
최성민을 상석에 앉힌 피터는 줄곧 저자세로 나왔다.
어떻게든 호감을 사려고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는다.
“이거 한번 먹어보시죠. 헌터님이 오신다 하여 준비한 특별식인데 저도 오늘 처음 먹어보는…….”
피터를 마주한 최성민의 소감은 짤막했다.
‘말이 많군.’
식사하는 중에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는데 하나같이 최성민의 호감을 사기 위한 말들이었다.
‘어지간히도 절실한가 보군.’
그럴 만도 한 게 피터는 지난 10년간 이인자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군사력에 욕심을 내는 것도 나중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함이었다.
‘딱히 우성재가 괴롭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존심 상할 일이 없진 않았겠지.’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피터와 달리 우성재의 나이는 30 후반.
10살 이상 어린 우성재의 명령을 듣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피터는 우성재의 등에 칼을 꽂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이인자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은 것일 뿐.
‘그래서 저렇게 필사적인 거겠지. 나만 영입하면 더 이상 우성재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되니까.’
식사가 끝나자 후식으로 따뜻한 차가 나왔다.
차에 독을 타지 않았다는 건 피터의 생각을 읽어서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불멸의 신체라는 특성으로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지만.’
전투력이 2,500만을 넘어가는 최성민에게 위협이 될 거라곤 없었다.
“식사는 어땠습니까? 맛있게 드셨습니까?”
“예. 간만에 좋은 점심이었습니다.”
“하하,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화통하게 웃은 피터가 이윽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걸로 만족하시면 섭섭하죠. 위층에 헌터님을 위해 준비해 둔 게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피터가 직접 앞장서자 비서가 뒤따랐다.
최성민도 그들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건……?’
위층에 올라가자마자 최성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복도에 속옷만 입은 여자들이 줄지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 수가 얼추 50명이 넘었다.
“짜잔! 어떻습니까? 헌터님. 눈이 부시지 않습니까?”
“그것보다 눈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하하, 의외로 쑥스러움이 많으신 것 같군요. 혹시 여자 경험이 없으십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질문이 상당히 불쾌하군요.”
“앗! 죄송합니다. 나이가 어리셔서 물어본 거였는데 제가 실언을 했군요.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 한번은 빠른 피터였다.
“쑥스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헌터님을 위해 준비한 노예들입니다. 무슨 짓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은 채웠으니 다른 욕구도 채우셔야지요.”
“…….”
“자, 그럼 한번 쭉 보면서 골라보시죠. 노예 중에서도 최상급들만 세워놨으니 고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아, 참고로 몇 명을 고르든 상관없습니다. 흐흐.”
음흉하게 웃는 피터를 쳐다보니 그의 의중이 머릿속으로 전해졌다.
-아무리 숙맥이라지만 최성민 헌터도 남자야. 혈기 왕성한 20대인 만큼 싫다는 소리는 못 하겠지.
세상에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
필시 노예들을 서너 명 고를 거라고 믿던 피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최성민이 복도를 거닐기는커녕 뒤돌아서 불쾌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피터 님. 실망이군요.”
“예? 호, 혹시 여자들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잘 찾아보면 원하는 취향이 있을 텐데…….”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설마 남……?”
“저를 노예나 갖고 노는 저급한 인간으로 생각하셔서 실망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아…….”
피터는 뒤늦게 깨달았다.
‘숙맥이 아니라 고지식한 거였어?’
최성민이 의외로 보수적인 성격이라는 것을.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헌터님을 대접하고자…….”
“식사까지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기분이 좀 그렇네요.”
그리 말하며 노예들을 등지고 있으니 피터로선 환장할 노릇이었다.
‘혹시 몰라 이스트랜드 노예까지 공수해 왔건만 헛수고였잖아?’
나중에 자신이라도 욕구를 풀어야겠다고 여기며 최성민을 다시 아래층으로 데려갔다.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이거, 이거, 제가 너무 앞서갔나 봅니다. 헌터님이 싫다 하시면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고 오해하진 마십시오. 저는 절대 헌터님을 저급하다고 생각한 적이…….”
피터는 최성민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나름 성심껏 노력했다.
“기분 나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하십시오. 사과의 의미로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화이트하우스를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만.”
“화이트하우스요? 거긴 왜……?”
최성민이 준비한 대답을 내놓았다.
“평소에 가보고 싶던 곳이라서요. 그곳에서 웨스트랜드 대영웅들이 회의를 한다지요?”
“하하, 그렇습니다. 안건이 있을 때마다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만…… 아마 지금은 가셔도 다른 대영웅은 보지 못할 겁니다. 다들 나름대로 바빠서요.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만…….”
“예, 괜찮습니다.”
“아, 그럼 지금이라도 출발할까요?”
“예. 빨리 가서 보고 싶군요.”
그렇게 구경이라는 핑계로 최성민은 순조롭게 화이트하우스를 방문할 수 있었다.
‘화이트하우스에 가면 녀석의 흔적이 있을 거야.’
다름 아닌 프랭크의 흔적이.
* * *
웨스트랜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화이트하우스.
그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지만, 대영웅이 보증하는 인물이라면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다.
“여긴가요?”
“예. 이곳이 웨스트랜드의 자랑인 화이트하우스입니다. 보십시오. 정원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1시간에 걸쳐 도착한 화이트하우스의 정원을 피터와 최성민이 걷고 있었다.
‘이스트랜드의 협회보다 족히 두 배 이상은 넓군.’
감탄하는 연기로 적당히 맞장구쳐준 최성민이 피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제 집무실입니다. 다른 대영웅들의 집무실도 있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예. 그전에 회의실 먼저 구경해 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따라오시죠.”
사실 다른 대영웅의 집무실은 볼 필요가 없었다.
멜리사나 크리스토퍼의 집무실은 있어도 정작 필요한 프랭크의 집무실은 없기 때문.
‘그놈의 방랑벽 때문에 녀석의 집무실은 애당초 만들지 않았다지.’
그렇기에 프랭크의 흔적은 회의실로 가야지만 찾을 수 있었다.
“여기가 회의실입니다.”
“오…… 여기군요.”
회의실을 둘러보던 최성민의 시야 한쪽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해당 장소에서 짙은 영혼의 냄새를 찾았습니다.] [다음 대상 중 하나의 영혼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멜리사 라모스
└프랭크 라슨
└크리스토퍼 깁슨
└피터 필즈
‘프랭크의 냄새를 찾았다.’
의외로 우성재의 흔적은 없었지만, 애당초 목적은 프랭크였다.
‘프랭크 라슨 선택.’
[프랭크 라슨의 영혼을 추적합니다.] [취소하기 전까지 본능적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추적 중인 대상에게 가하는 대미지가 50% 상승합니다.]메시지의 말처럼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프랭크가 어디에 어느 방향에 있는지.
‘꽤 먼 곳에 있잖아?’
느껴지기론 대륙을 뛰어넘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뭐 이렇게 멀리 있지?’
어쨌거나 이걸로 목적은 달성했다.
그토록 찾기 힘들던 프랭크를 영원히 추적할 수 있게 됐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다.’
당분간은 피터와 적당히 어울려주면서 웨스트랜드에 머물 계획이다.
‘저택에 머물면서 이따금 펜타곤을 습격해야 해. 피터가 경계할 수 있게.’
새벽에 몰래 펜타곤을 습격한다면 피터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S급 부하들을 배치할 터.
그때 펜타곤에 집결한 S급 부하들을 한꺼번에 소탕하고 마력의 핵을 탈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덤으로 우성재도 피하고 말이지.’
이틀 있으면 우성재가 곽민철을 보러 이스트랜드에 나타날 거다.
웨스트랜드에 좀 더 머문다면 녀석을 피할 수 있다.
‘아직은 마주칠 수 없지.’
하지만 변수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최성민은 기어코 마주하고 말았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우성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