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0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06화(40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34화
134. 목숨 구걸
최대한 공손하게 부탁한 우성재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이를 보던 피터가 내심 놀란 표정을 지었다.
‘랭킹 1위인 우성재 님이 고개를 숙였어?’
둘의 전투력 차이가 얼마 안 난다지만 그래도 지위, 명성, 나이 등에서 우성재가 윗급인 것이 사실.
굳이 최성민 헌터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성재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죽는다……. 까딱하면 여기서 내가 죽어.’
그의 특성, 통찰력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최성민이 자신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제발…… 노여움을 푸시길…….’
어째서 죽이려는지는 모른다.
다만 자신을 향해 살기를 비추고 있음을 통찰력으로 알 수 있을 뿐.
우성재가 절박한 표정으로 최성민을 바라봤다.
“부탁드립니다. 잠시 얘기라도 들어보시죠…….”
그런 우성재의 간절함이 닿은 걸까?
최성민이 살기를 거뒀다.
“알겠습니다. 저야 남는 게 시간이니.”
“감사합니다.”
한숨 돌린 우성재가 피터를 바라봤다.
“잠시 최성민 헌터님과 단둘이 얘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아, 그러십시오. 편하게 말씀 나누고 오십시오. 저는 여기서 비서와 함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예. 헌터님 가시지요.”
우성재가 최성민을 빈 회의실로 이끌었다.
아무도 없고 조용한 것이 대화하기 좋았다.
“우성재.”
최성민이 돌연 말을 놓았다.
분위기가 좀 전과는 판이했다.
어느새 우성재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봤지?”
“예? 무엇을…….”
“봤잖아. 내 특성.”
우성재의 두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내, 내 특성에 대해 알고 있었어.’
설마 최성민이 통찰력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 그걸……?”
“내가 그것까지 말해야 하나?”
싸늘한 말투.
전투력에서 한참 밀리는 우성재로선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난 다 알아. 네가 내 스탯과 특성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내 전투력을 볼 수 있다는 것도.”
“…….”
“말 나온 김에 묻자. 내 전투력은 몇이었지?”
“2, 2,500만입니다.”
“그거 말고. 잠재된 전투력 말이야.”
“혀, 현재 4,000만은 넘으시는 수준이십니다. 이 정도 성장세면 앞으로 5,000만도 가능하시고요…….”
“그렇군.”
최성민도 전투력이 얼마나 오를지는 몰랐기에 물은 것이었다.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했지?”
“예? 아…… 그게…….”
“살려줄까?”
그 말에 우성재가 다시 한번 놀랐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니…….’
우성재는 최성민에게 목숨을 구걸할 셈이었다.
한 번만 살려달라고.
죽음의 위기를 느꼈기에 이렇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만든 거였다.
그런데 그것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니.
‘난 이분의 손바닥 위에 있었어.’
정점에 오른 줄 알았던 자신이 최성민 앞에선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내가 곧 죽일 거라는 걸 통찰력으로 깨달았지? 그래서 목숨 구걸하려고 여기까지 데려온 거잖아. 맞지?”
“저, 정확하십니다.”
“혹시 이유도 알고 있나? 내가 널 왜 죽이려는지.”
“그건 저도 잘…….”
최성민이 가만히 우성재의 생각을 읽어봤다.
“통찰력이 있어도 거기까진 모르는 모양이군. 직감처럼 느낌만 알 수 있는 건가.”
“시, 실례가 안 된다면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내가 널 왜 죽이려 하는지?”
“예…….”
우성재가 용기 내서 말했지만, 최성민의 반응은 여전히 딱딱했다.
“그냥 쓰레기들을 싫어한다고 생각해라.”
말인즉, 최성민의 눈에 우성재는 쓰레기라는 소리.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우성재는 싫은 티 하나 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300개에 가까운 특성을 가진 데다 잠재 전투력이 4천만이 넘는 괴물 앞에서는 누구라도 위축될 수밖에.
“……제가 살 방법은 없겠습니까?”
“살고 싶나?”
‘그걸 말이라고…….’
속의 말을 삼키며 우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상대는 신과 같은 존재.
그런 존재 앞에서 자존심은 사치에 불과했다.
“네가 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말씀만 하십시오. 시키는 일은 뭐든 하겠습니다.”
“프랭크 라슨에게 전화해서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
“지금 말입니까?”
“그래. 그럼 적어도 지금은 죽이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성재가 몇 번이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최성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
“벌써 감사할 거 없어. 프랭크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곧장 죽일 거니까.”
“아…… 거, 걱정 마십시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 전화라면 받을 겁니다.”
“지금 해봐.”
우성재는 시키는 대로 핸드폰을 들어 프랭크에게 연락을 넣었다.
‘제발 받아라. 프랭크! 네가 받지 않으면 난 죽은 목숨이야.’
방랑벽이 있는 프랭크였지만 비상시에 연락할 수 있도록 핸드폰은 가지고 다녔다.
최근에 한 웨스트랜드 대책 회의에서도 우성재의 부름에 참석한 것이었고.
그렇기에 우성재는 믿고 있었다.
프랭크가 전화를 받을 거라고.
“…….”
하지만 녀석은 결국 받지 않았다.
“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몇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우성재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이, 이상하네요. 녀석이 안 받을 리가 없는데…….”
“5분의 기회를 주지.”
“가, 감사합니다.”
우성재가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하는 동안, 최성민은 여유롭게 기다렸다.
‘쩔쩔매는 꼴이 우습기 그지없군.’
세계 최고 권력자인 그가 자신 앞에서 꼬리를 말 줄이야.
‘계획을 변경해야겠어.’
솔직히 우성재를 본 순간, 피터와 함께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하나 싶었다.
자신의 특성을 본 우성재가 어떻게 나올지 몰랐으므로.
‘하지만 이렇게 저자세로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살심은 잠시 접어두고 당분간 우성재를 이용하기로 했다.
말이 통하니 당장에 죽일 필요를 못 느꼈다.
‘통찰력이 있어서 그런지 살아남는 법을 알아. 눈치도 빠르고.’
우성재가 말한 대로 자신의 잠재 전투력이 4,000만이라면,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전투력 1,000만도 내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니.’
물론 우성재는 똑똑하고 영악한 녀석이다.
이대로 살려 보냈다가는 머지않아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되도록 후환을 남기지 않는 게 좋겠지만…….’
최성민은 자신 있었다.
우성재라는 물고기를 풀어줘도 또다시 잡을 자신이.
‘일단 암살자의 표식을 걸어두면 못 찾을 일은 없겠지.’
최성민은 우성재에게 표식을 걸었다.
다른 대상에게 걸지 않는 한 표식은 지워지지 않을 터.
우성재의 위치를 영원히 파악할 수 있다.
그때 핸드폰만 보고 있던 우성재의 생각이 전해져왔다.
-거, 걸렸다! 살았어!
프랭크와 통화가 연결된 모양.
“프랭크? 접니다. 우성재. 지금 어디 있습니까? 급히 만났으면 하는데…….”
통화하던 우성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치고 그가 다가왔다.
“프랭크와 통화가 됐나 보네.”
“그, 그렇습니다.”
“어디 있대?”
“그, 그게 말입니다…….”
우물쭈물하던 우성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통화 내용을 빠짐없이 전달한 우성재가 최성민의 눈치를 살폈다.
행여나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성민은 통화 내용을 듣고도 분노한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최성민은 프랭크와의 거리가 어째서 멀게 느껴졌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프랭크를 죽이러 가야겠어.’
순간 최성민을 보던 우성재가 움찔거렸다.
눈빛에서 살의를 읽은 모양이다.
우성재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 혹시 프랭크를 죽이실 작정이십니까?”
“역시 통찰력 특성은 대단하군. 내가 뭘 할지 정확히 맞히는 걸 보면.”
가만히 우성재를 바라보던 최성민이 물었다.
“설마 막을 생각인가?”
그 말에 우성재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감히 최성민 헌터님의 앞길을 막겠습니까? 가당치도 않습니다!”
“왜? 같은 대영웅인데 지켜주지 않고.”
“프랭크는 원래부터 겉돌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 녀석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그럼 피터는? 내가 지금 당장 녀석을 죽인다고 하면 막지 않을 건가?”
우성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최성민 헌터님을 도우면 도왔지, 방해하지는 않을 겁니다.”
최성민이 씨익 웃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좋아. 마음에 들었어. 당분간 목숨은 살려주지.”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성재가 연신 허리를 굽혔다.
피터나 다른 대영웅이 봤다면 기가 막혔을 거다.
“이제 약속대로 널 보내줄 건데…… 알지? 오늘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는 거.”
“여부가 있겠습니까.”
“난 지금 피터한테 가서 급한 일이 생겨서 집에 가봐야 한다고 말할 거야. 행여나 피터가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면 알아서 잘 둘러대도록 하고.”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날 도와준다고 했지?”
“물론입니다.”
“내가 가고 나면 프랭크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말해.”
최성민이 전할 말을 말하자 우성재가 깜짝 놀랐다.
“저, 정말 그렇게 말해도 되겠습니까?”
“어. 상관없으니까 내가 하란 대로 해.”
“알겠습니다.”
“만약 잘못 대처해서 이상한 헛소리가 내 귀에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엔…….”
최성민의 전신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우성재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 그럴 일은 맹세코 없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래. 믿으마.”
최성민이 우성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난 갈 테니까 처신 잘하라고.”
최성민이 등을 돌려 회의실을 먼저 나갔다.
그러길 무섭게.
털썩-
긴장이 풀린 우성재가 의자에 주저앉았다.
“후우…… 하마터면 죽을 뻔했잖아?”
우성재가 이마의 땀을 훔쳤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최강의 네임드 보스인 카르뮤가스를 상대할 때도 이렇게까지 긴장하진 않았다.
‘그땐 공략법이 훤히 보여서 자신만만했지.’
그러나 지금 마주한 최성민이라는 헌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한 것처럼 어떠한 공략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살면서 이런 어마무시한 헌터를 마주칠 줄이야…….’
최성민과 대화하는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마치 안전 장비도 없이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
겉보기엔 20대 초반의 신입 헌터에 불과했지만 우성재는 알았다.
전 세계의 헌터들이 합심해도 이길 수 없는 세계관 최강자라는 것을.
‘그분은 절대로 건들면 안 돼. 심기를 상하게 해서도 안 돼.’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최성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멍청한 프랭크 자식. 하필이면 그분의 가족을 건들 생각을 하다니…….’
통화 내용을 떠올린 우성재가 자리에 없는 프랭크를 향해 쯧쯧 혀를 찼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 멍청한 생각을 했는지…….’
통찰력 특성이 있어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좀 전에 최성민이 전하라는 말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녀석은 죽은 목숨이야.’
우성재가 봤을 때 프랭크가 살아 돌아올 확률은 없었다.
‘미리 명복을 빌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