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0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07화(40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35화
135. 자유로운 영혼
푸욱-
“커허억……!”
단검에 폐를 찔린 사내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어때? 고통스러워? 고통스럽지? 대답해 봐. 아, 폐에 구멍이 나서 말 못 하나?”
“허흐윽, 흐윽…….”
끔찍한 고통에 눈물까지 흘리는 사내를 보며, 프랭크가 미소 지었다.
“그러게 왜 남의 일에 신경을 쓰고 지랄이야. 응? 네가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돼?”
프랭크가 꽂혀 있는 단검을 비틀었다.
“커허헉……!”
이윽고 사내가 고통을 이기지 못한 채 혼절했다.
“쯧쯧, 등신 같은 새끼. 일반인이라 그런지 이것도 못 버티네.”
단검을 뽑은 프랭크가 빠르게 손을 놀렸다.
푹- 푹- 푹-
심장을 찔러 확실하게 죽였다.
강간 현장을 목격하고 도와주려던 사내는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괜히 오지랖 부리다가 골로 가지. 안 그래?”
프랭크가 웃으며 한쪽 구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상의가 찢긴 채로 벌벌 떨고 있던 여성이 흠칫거렸다.
“한창 즐기고 있었는데 쓸데없는 놈이 끼어들어서 방해나 하고 말이야. 그치?”
“아아…….”
“이리 와. 하던 거 마저 끝내야지.”
씨익 웃은 프랭크가 여성에게 다가갔다.
30분 후.
골목길에선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됐지만, 어디에서도 범인은 찾을 수 없었다.
* * *
프랭크 라슨.
사람들은 그를 전투력 360만의 대영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보일 뿐.
그 추악한 실체를 아는 사람은 같은 대영웅들 말고는 없다.
“쳇, 이 짓거리도 이젠 재미가 없네.”
프랭크는 자신을 자유로운 영혼이라 생각했다.
어딘가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러다 보니 법도 많이 어겼고 사람도 많이 죽였다.
그래도 걸리지 않았다.
자신은 S급 암살자였으니까.
더구나 법 위에 서 있는 대영웅이었으니까.
‘뭐 재미있는 일 없나?’
평생을 충동적으로, 마음 가는 데로 살아오다 보니 무슨 짓을 해도 재미가 없었다.
솔직한 말로 질렸다.
‘좀 더 자극적인 게 필요해.’
두 명의 일반인을 살인하고 은신으로 골목길을 빠져나왔지만, 프랭크의 표정은 무료했다.
‘뭔가 색다른 게 없을까?’
자극을 찾기 위해 살인, 강간, 고문, 마약 등 다양한 걸 시도해 봤다.
하지만 금세 질렸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걸 생각해 보자.’
고심하던 프랭크가 무심결에 랭킹창을 띄웠다.
1위 – 우성재 (만 39세) – 전투력 10,020,521 (S급)
2위 – 최성민 (만 20세) – 전투력 10,001,201 (S급)
3위 – 피터 필즈 (만 50세) – 전투력 4,099,210 (S급)
4위 – 프랭크 라슨 (만 40세) – 전투력 3,647,281 (S급)
랭킹창을 띄우니 상위 랭킹이 바로 보였다.
‘X발, 내가 랭킹 4위로 밀려나다니.’
10년이 넘도록 랭킹 3위를 고수하고 있었건만.
‘최성민 헌터?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이야?’
난데없이 나타난 이스트랜드인 때문에 4위로 밀려나 버렸다.
‘3위랑 4위는 느낌이 많이 다르잖아, X발.’
프랭크의 불만은 자연스레 최성민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노란 원숭이는 뭘 처먹었길래 저렇게 강한 거야?’
전투력이 우성재와 고작 2만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잘못하면 우성재가 따라잡힐지도 모른다.
‘아니, 성장세로 보면 무조건 따라잡혀.’
8 영웅 사이에서도 신이라 불리는 우성재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신인 헌터에게 따라잡힌다?
상상으로도 해본 적이 없는 대사건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우성재 님 기분이 X 같겠는걸?’
자신 같아도 그럴 거다.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듣보잡 헌터가 나타나서 자리를 위협한다면……?
‘나 같으면 죽이고 싶을 거 같아.’
우성재의 입장에선 최성민이라는 헌터를 죽이고 싶을 거다.
‘아니면 같은 편으로 합류시키는 방안도 있긴 한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최성민을 우성재가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만약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우성재 대신 최성민이라는 원숭이를 떠받들어야 하는 거야?’
나이도 한참 어린데다 얼굴도 모르는 헌터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니…….
아무리 강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프랭크라도 그것만큼은 싫었다.
‘차라리 우성재 님의 편에 서서 녀석을 몰아내는 게…….’
하지만 전투력 1,000만을 어떻게?
‘약점이 있을 거야, 약점이.’
순간 프랭크의 머리에 번쩍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투력이 높다지만 그 녀석도 사람이다. 분명 가족이 있을 거야.’
최성민의 가족들을 납치해서 자신만 아는 곳에 가둔 뒤 협박한다면?
‘우성재 님을 도와줄 수 있어.’
우성재에게 힘을 실어줄뿐더러 따분한 일상도 날려버릴 수 있다.
‘전투력 1,000만이 가족들 때문에 내 앞에서 쩔쩔맨다면?’
프랭크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생각만 해도 재미있겠는데?’
드디어 자극될만한 일거리를 찾았다.
* * *
“여기가 이스트랜드인가?”
비행기를 타고 대륙을 건너온 프랭크가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어우, 쉣.”
처음 와본 대륙이었지만 공기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 바글바글했다.
“노란 원숭이 새끼들. 죄다 죽여버리고 싶네.”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자신은 이곳에 놀러 온 게 아니었으니까.
탁-
프랭크가 공항 택시를 잡아탔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중부 도시로 가자.”
“예? 옙…….”
반말을 들었지만 택시 기사는 불평 없이 차를 몰았다.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걸 보니 상인인 자신보다 신분이 높을 것 같았다.
물론 프랭크를 건들지 않은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만약 기분을 상하게 했으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으니까.
“도착까지 몇 시간 걸리지?”
“30분이면 도착합니다.”
프랭크는 어디로 가야 최성민의 가족을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최성민의 집이 중부 도시 쪽에 있다지?’
최성민의 집 주소를 알아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도 나름 대영웅의 신분이었기에 화이트하우스 직원에게 명령하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프랭크가 알아낸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여동생, 이렇게 둘이서 지내고 있다지? 흐흐흐.’
프랭크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윗입술을 핥았다.
여성들을 괴롭히는 건 프랭크가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을 납치해서 벌일 짓을 생각하니 벌써 두근거리고 흥분되는걸? 큭큭.’
속으로 킬킬거리며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을 때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손님. 택시비는 만 원입니다.”
만 원짜리가 없던 프랭크는 오만 원권 한 장을 꺼냈다.
“팁이다. 나머지는 너 가져라.”
“헉, 감사합니다, 손님! 정말 복 받으실 겁니다!”
피식거리며 차에서 내린 프랭크가 거리를 걸었다.
“촌 동네 같은 곳이군.”
이런 곳에서 어떻게 그런 괴물이 탄생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윽고 프랭크는 걸음을 멈췄다.
‘여긴가? 최성민의 집이.’
프랭크의 눈에 10층짜리 아파트가 보였다.
‘정말 이런 후진 곳에서 산다고?’
전세도 2억이나 되는, 나름 돈 좀 있어야 살 수 있는 곳이었지만 프랭크에겐 여태껏 봤던 집 중에 가장 후졌다.
‘일단은 집 앞에서 감시부터 해야겠어. 안에 최성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프랭크도 무턱대고 습격할 만큼 생각이 없진 않았다.
혹시라도 최성민을 마주하는 날에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으니까.
‘녀석이 없을 때를 노려야 해.’
최성민이 집에 없는 순간이 가족들을 납치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프랭크는 최성민의 집 앞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최성민과 가족들의 얼굴 정도는 외워놨기에 알아보는 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감시를 시작한 지 6시간.
아파트 공동현관에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지만, 최성민 일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루하네. 그렇지만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야.’
지루한 시간을 프랭크는 참고 버텨냈다.
전투력 1,000만의 약점을 잡으려면 이 정도 기다림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원래 노련한 사냥꾼일수록 신중한 법이지.’
잠도 안 자고 새벽이 되도록 끈기 있게 잠복을 이어가던 그때.
프랭크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누구지?’
액정을 보니 발신인에 우성재의 이름이 떠 있다.
‘우성재 님이 무슨 일로?’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프랭크는 결국 받지 않았다.
우성재가 전화 건 이유가 짐작됐기 때문이다.
‘보나 마나 또 귀찮은 일을 시킬 작정이겠지.’
대책 회의 때문에 소집하려고 연락한 거였다면 피터 필즈가 걸었을 터.
우성재가 전화할 때는 따로 시킬 일이 있을 때뿐이었다.
‘저번처럼 또 누군가를 암살하라고 시키려는 거겠지.’
우성재는 프랭크에게 이따금 암살 임무를 시켰다.
직업이 암살자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많다는 이유였다.
‘하여간에 내가 놀고먹는 꼴은 죽어도 못 보지.’
국정에 관여하기 싫으면 암살이라도 해서 밥값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물론 그런 말이 아니더라도 우성재의 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우성재의 명령으로 많은 정·재계 인사들을 죽였지.’
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모른다.
그저 죽이라고 하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였을 뿐.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그렇기에 프랭크는 고의로 전화를 무시했다.
한참을 울리던 진동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금 울린다.
우성재의 전화다.
이번에도 무시했고 진동이 멈췄다.
그러나 또다시 울리고 또 울린다.
‘대체 몇 번을 거는 거야? 이 정도로 무시했으면 일이 있어서 못 받나보다 하고 넘어갈 것이지…….’
받을 때까지 걸 작정인지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진동했다.
잠복에 방해될 정도.
‘그냥 전원을 꺼버릴까? 아니야. 이제 와서 끄면 분명 알아차릴 거야.’
프랭크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마냥 무시할 순 없었기에.
‘아마 왜 이렇게 전화 안 받았냐고 지랄하겠지.’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각오하며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댔지만, 들려온 말은 반가운 듯한 목소리였다.
-프랭크? 접니다. 우성재.
“아, 우성재 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화장실에 가느라 이제야 전화를…….”
-지금 어디 있습니까? 급히 만났으면 하는데…….
어쩐지 다급한 음성.
프랭크가 의아한 표정을 띠었다.
“그건 왜요?”
-이유는 묻지 마시고, 어디냐고요.
“저 지금 이스트랜드에 있습니다만?”
-이스트랜드요? 거긴 왜 갔습니까?
“으음…… 그게…….”
순간 프랭크는 거짓말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우성재를 위한 일이었으니 언젠가는 말해야 한다.
“서프라이즈할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말해야겠네요. 지금 최성민 헌터의 집 앞에 와 있습니다.”
-예? 지금 최성민 헌터라고 했습니까?
놀라는 목소리가 의아했지만, 그것도 잠시.
-대체 거긴 왜 갔습니까?
일단은 우성재의 물음에 대답해야 했다.
“최성민 헌터의 가족을 납치하려고요.”
-예? 가족은 왜요?
“인질을 잡아야 협상하기 수월할 테니까요. 잘하면 최성민 헌터가 가족 대신 죽어줄지도 모르고요.”
-뭐, 뭐요?
통화 속 우성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뭐지? 무슨 일 있나? 반응이 왜 이래?’
프랭크로선 의아할 따름.
-지, 지금 최성민 헌터의 가족을 납치하겠다고 했습니까?
“그런데요?”
-미쳤습니까?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왜 그렇게 화내시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칭찬을 들을 줄 알았는데요.”
-칭찬이요?
“이게 다 우성재 님을 위한 일 아닙니까? 솔직한 말로 최성민 헌터가 사라지면 우성재님도 좋잖아요?”
-……그래서, 가족들은 납치했습니까?
“아직이요. 근데 그건 왜 물으시는지…….”
-하아…… 아닙니다. 됐습니다.
통화가 끊겼다.
“뭐야? 대체?”
프랭크의 머릿속에 의문만 남긴 채.
‘최성민이라고 말하니까 놀라던데…… 무슨 일이 있나?’
우성재가 그렇게 놀라는 건 난생 처음 봤다.
‘어쨌거나 납치하지 말란 얘기는 안 했으니까.’
프랭크는 계속해서 집을 감시했다.
최성민의 가족들을 납치하면 녀석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지 모른다.
‘흐흐, 생각만 해도 재밌겠네.’
그러한 생각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다시금 전화가 왔다.
또 우성재의 전화였다.
“우성재 님? 또 무슨 일로……?”
-아직 집 앞입니까?
“그렇습니다만?”
-지금 들어가서 가족들을 납치하세요.
“예?”
프랭크는 어리둥절했다.
‘미친 거 아니냐고 소리칠 땐 언제고 갑자기 들어가서 납치하라고?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의문을 넘어 불만이 생긴 프랭크가 퉁명스레 말했다.
“아까는 미친 거 아니냐고 소리치지 않으셨나요?”
-아깐 최성민 헌터가 옆에 있어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에?”
프랭크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최성민 헌터가 옆에 있었다니!’
-피터 필즈의 초대로 최성민 헌터는 현재 웨스트랜드에 와있는 상황입니다. 조금 전에 화이트하우스를 떠났고요.
“그, 그랬군요. 그래서 그런 말을…….”
-그러니 당장 집안에 들어가 가족들을 납치하세요. 최성민 헌터가 없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그 말에 프랭크의 두 눈이 빛났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