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0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09화(40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37화
137. 학살자
프랭크를 죽였다.
여태처럼 단칼에 죽인 게 아니라 고통스럽고 잔혹하게.
‘그놈 손에 죽어간 사람들은 훨씬 더 고통스러웠겠지.’
그 사실을 알기에 좀 더 잔인하게 죽인 면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가족을 해하려 했다는 점이다.
‘진즉에 안전 가옥으로 옮기지 않았으면 나 때문에 가족들이 납치당할뻔했어.’
납치뿐이랴?
성폭행은 물론이고 이런저런 고문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그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단검에 좀 더 감정이 실렸었다.
‘진짜 가족이 아닌데도 분노하는 걸 보면 그새 정이 들긴 들었나 봐.’
문득 든 생각에 최성민이 피식거렸다.
‘어쨌거나 귀환본능을 이곳으로 등록하길 잘했어.’
귀환본능 덕분에 프랭크의 침입을 곧바로 막을 수 있었다.
‘어차피 영혼 추적이 걸려 있어서 도망가도 죽은 목숨이었겠지만.’
시체가 된 프랭크를 뒤로하고 최성민이 획득한 특성을 살펴봤다.
[특성 – 학살자]-등급 : S
-설명 : 대상을 죽이면 킬 포인트가 쌓인다. 킬 포인트는 대상의 수준에 따라 책정된다.
속으로 ‘킬 포인트 사용’이라고 말하면 킬 포인트 1,000점당 원하는 스탯 1로 치환할 수 있다.
‘킬 포인트 확인’이라는 명령어로 보유한 킬 포인트를 볼 수 있다.
‘대상을 죽이면 포인트가 쌓인다라.’
학살자는 좋은 특성이었다.
괴수들을 죽이는 게 일상인 헌터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일반 괴수들을 잡아봤자 쌓이는 포인트는 쥐꼬리만 하지.’
일반 괴수 한 마리를 죽여서 얻는 포인트는 5에서 10 사이.
그것도 그나마 동급의 괴수를 상대했을 때고, 약한 괴수를 상대로는 쥐뿔도 주어지지 않는다.
‘못해도 200마리는 잡아야 1 스탯이 오르는군…….’
나쁘지 않다.
오히려 엄청 좋다.
룬 나오는 확률과 비슷하다는 걸 생각하면 남들보다 두 배의 속도로 스탯이 오른다는 의미였으니.
‘그래서 놈에게서 흡수한 스탯이 생각보다 많았던 거군.’
프랭크를 죽이고 흡수한 스탯의 총합은 600 정도.
한 명을 죽인 것치곤 꽤 많은 양이었다.
‘학살자 특성 덕분에 순수 스탯이 남들보다 높았던 모양이야.’
하지만 최성민은 알고 있었다.
학살자 특성은 괴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사람을 죽여도 킬 포인트가 오른다니…….’
그것도 괴수를 잡을 때처럼 수준에 따라 다르게 오른다.
강한 상대를 죽였을 땐 많이 오르고, 약한 상대를 죽였을 땐 비교적 적게 올랐다.
‘그래도 일반 괴수를 잡는 것보다 10배는 많이 오르지.’
아마 프랭크도 처음엔 몰랐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우연히 알게 됐을 터.
‘완전히 미친 특성이야. 이러니 살인을 밥 먹듯이 저지를 수밖에 없지.’
스탯을 빼앗는 곽민철의 특성처럼 살인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특성이었다.
‘내 특성도 마찬가지라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헌터들을 죽여야 하는 최성민으로선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
‘이걸로 스탯을 좀 더 올릴 수 있겠어.’
씨익 미소 지은 최성민이 시범 삼아 명령어를 말했다.
‘킬 포인트 확인.’
어차피 이제 막 특성을 얻어서 포인트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했건만.
‘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최성민은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잔여 킬 포인트 : 2,130,772]‘포인트가…… 있네?’
그것도 어마어마한 액수의 포인트가.
‘이제 막 특성을 얻었는데 포인트가 있는 걸 보면…….’
그동안 죽였던 괴수와 사람들의 기록까지 포인트로 전환된 모양이다.
‘잘됐네.’
최성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생각지도 못한 공돈이 들어온 기분이었다.
‘킬 포인트 사용.’
[포인트 1,000점당 원하는 스탯 1을 올릴 수 있습니다. 몇 점의 포인트를 사용하시겠습니까?]최성민이 주저 없이 말했다.
‘213만 포인트.’
[총 2,130개의 스탯을 올릴 수 있습니다. 어떤 스탯을 올리시겠습니까?]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순발력.’
순발력을 올리니 근력과 체력도 같이 올랐다.
암살자 특성 덕분이었다.
체력이 오르자 넘치는 힘 특성으로 추가 근력이 붙었고, 근력은 강인한 힘 특성으로 2배로 불어났다.
그렇게 뻥튀기에 뻥튀기된 근력을 불균형한 힘으로 순발력에 몰아주니…….
‘순발력이 9만을 넘었다.’
어느덧 스탯 하나가 10만을 바라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성민이 프랭크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쓰레기 놈이 특성만큼은 도움이 되는군.’
도움 되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벤토리에 대영웅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아이템이 들어와 있었다.
‘이 녀석, 생명의 비약도 갖고 있었네.’
이로써 보유한 비약은 3개.
써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니 갖고 있어서 나쁠 건 없다.
‘그러고 보니 최근 대영웅 중에 기억을 안 본 녀석은 이놈뿐이네?’
마음먹었으면 충분히 제압해서 기억을 볼 수 있었지만, 최성민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학살자인 프랭크의 과거야 뻔했으니까.
‘봐봤자 더러운 기억뿐이겠지.’
괜히 기분만 더 잡칠 수도 있었기에 일부러 기억을 보지 않고 죽여버렸다.
‘지금이라도 살려서 기억을 보려고 해도…….’
시체가 너무 훼손되어서 불가능하다.
이런 쓰레기에게 생명의 비약을 쓰기엔 아까웠고 말이다.
‘어차피 더 이상의 정보는 필요 없어. 계획대로 실행하면 돼.’
이제 남은 대영웅은 고작해야 둘.
녀석들을 암살할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다.
최성민이 핏물로 흥건한 거실을 둘러봤다.
‘우선 여기부터 정리해야겠군.’
뒤처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협회장의 이름으로 명령하면 부하 직원이 깔끔하게 치워줄 테니까.
꿀렁꿀렁-
핸드폰을 든 최성민의 얼굴이 꿀렁이며 변형됐다.
* * *
호화스러운 전용기 안.
딱- 딱-
우성재가 창밖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손톱을 깨물었다.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버릇이었다.
‘내가 과연 잘한 걸까? 행여나 최성민 헌터가 나한테 책임을 묻지는 않겠지?’
그가 불안해하는 건 다름 아닌 프랭크의 납치를 도왔기 때문이다.
‘비록 최성민 헌터의 지시였다고 해도 프랭크가 집을 습격하도록 만든 건 사실이야.’
전화로 프랭크를 부추겨서 집안에 들어가게끔 했다.
정말로 집에 가족들이 있었다면 납치에 일조한 게 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설마 그걸 핑계로 나한테 화살을 돌리는 건 아니겠지? 최성민 헌터도 괜찮다고 했잖아?’
하지만 정말로 최성민의 가족들이 납치당하기라도 한다면?
프랭크에게 몹쓸 짓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아마도 난…… 최성민 헌터의 손에 죽을 거야.’
최성민 헌터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분풀이 대상을 찾기 위해 어디로든 눈을 돌릴 테니.
‘그 대상이 바로 나일 테고…….’
불안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괜찮다곤 했지만, 행여나 이번 일로 책잡힐까 봐.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돼. 어떻게 해서든 최성민 헌터의 가족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우성재가 전용기를 타고 이스트랜드로 날아가는 이유였다.
‘늦었다 해도 상관없어. 찾아보려는 시도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최성민 헌터에게 점수 좀 따지.’
최성민은 쓰레기들을 싫어한다고 했다.
우성재도 쓰레기라서 싫다는 얘기.
어째서 그렇게 보는진 몰라도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최성민 헌터에게 명분을 만들어줘선 안 돼.’
이렇게 돕는 시늉이라도 한다면 적어도 자신을 탓하진 않을 터.
그런 계산으로 우성재는 마음에도 없는 최성민의 가족 걱정을 하고 있었다.
‘최성민 헌터도 지금쯤 비행기를 타고 이스트랜드로 가고 있겠지?’
모르긴 몰라도 공항 비행기보단 전용기를 타고 일찍 출발한 자신이 먼저 도착할 것이다.
‘일단 최성민 헌터의 집부터 찾아간다.’
정보력이라면 우성재도 자신 있는바.
프랭크도 알아낸 집 주소를 우성재가 모를 리 없다.
“도착했습니다. 대영웅님.”
승무원의 말에 우성재가 창밖을 바라봤다.
12시간에 걸쳐 이스트랜드에 도착했다.
전용기에서 내린 그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VVIP용 리무진을 타고 최성민 헌터의 집으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 전화를…….’
우성재는 프랭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전용기에 타기 전에도 걸었었지만 받지 않았다.
‘젠장, 여전히 안 받네…….’
자신의 전화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받던 프랭크가 전화를 씹는다.
‘왜지? 내가 최성민 헌터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건 모를 텐데?’
도움을 주면 줬지, 배신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터.
어째서 받지 않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이미 최성민 헌터의 가족을 납치하고 이동 중이라 안 받는 건가?’
프랭크가 집에 침입한 지 12시간이 흘렀다.
가족을 구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봐야한다.
‘그래도 집에는 가봐야지. 아직 잠복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가족들이 여행이라도 가서 안 들어온 거라면 프랭크는 아직 최성민의 집에 숨어있을 거다.
그럼 녀석을 제압해서 최성민 헌터에게 공물처럼 바치고 점수를 딸 수 있다.
‘그게 제일 베스트인데 가능성이 낮단 말이지…….’
아마 프랭크는 가족들을 납치했을 거다.
최악의 경우 이미 죽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프랭크는 물론 나도 죽어.’
최성민이 자비로웠다면 죽이지 않겠지만 우성재는 알고 있다.
그의 머리에 자비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는 수밖에…….’
30분 만에 최성민의 집에 도착한 우성재가 차에서 내렸다.
‘프랭크는 아마 배관을 타고 침입했겠지.’
그렇다고 자신마저 도둑처럼 들어갈 순 없었다.
일단은 초인종을 눌러보기로 했다.
안에 있는 프랭크가 문을 열어줄 수도 있었기에.
띠리리-
최성민의 집 앞까지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두세 번 더 눌러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이미 늦었나?’
하지만 가족들이 납치되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건 통찰력이 아니라 개인적인 직감이었다.
‘어쩔 수 없군. 창문으로 조용히 침입하는 수밖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우성재가 프랭크처럼 외벽의 배관을 탔다.
창문이 열려있어 침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뭐지? 아무도 없나?’
집안은 조용했다.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봐도 인기척은 들리지 않는다.
그때 우성재의 시선이 거실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빈 거실이었지만 우성재는 알았다.
‘주, 죽었다. 이곳에서 누군가 죽었어.’
어떠한 흔적도 냄새도 나지 않을 만큼 깨끗하게 뒤처리됐지만 우성재는 알 수 있었다.
통찰력이라는 사기적인 특성이 있었으니까.
누가 죽었는지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프랭크가…… 이곳에서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누가 죽였는지는 특성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최성민 헌터가 프랭크를 죽인 거야.’
그때였다.
“대단한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우성재가 기겁했다.
그의 시선엔 다름 아닌 최성민이 있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흔적을 지웠는데 프랭크가 죽은 걸 알아내다니. 역시 사기적인 특성이야.”
“최, 최성민 님……!”
우성재는 최성민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 의아했다.
‘분명 전용기를 탄 내가 더 빨랐을 텐데? 아니, 그보다 내 말은 어떻게 들은 거지? 프랭크가 죽었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는데?’
의문은 최성민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특성 중에 생각 읽기가 있어?’
생각 읽기가 어떤 특성인지는 잘 안다.
같은 대영웅인 송치현의 특성이었으니까.
‘이도류, 악마의 계약, 수호자의 권능, 성기사, 학살자까지…….’
전에는 눈여겨보지 못했던 특성들이 확실하게 보였다.
‘전부 대영웅들 특성이잖아?’
그제야 깨달았다.
최성민의 특성이 많은 이유를.
‘저게 뭐야? 헌터 사냥꾼? 죽인 헌터의 특성을 빼앗는다고? 게다가 EX급 특성……?’
그 말은 최성민이 그동안 300여 명에 가까운 헌터들을 죽였다는 뜻이었다.
거기에는 다른 대영웅들까지 포함되어 있고.
‘송치현과 코고를 죽인 사람이 바로 최성민 헌터였다니…….’
그 순간 우성재는 깨달았다.
대영웅 여섯 명이 죽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대영웅들을…… 사냥하고 있어?’
우성재의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자신도 틀림없는 대영웅이었으니까.
“드디어 알았구나? 내 목적이 무엇인지.”
정신을 차린 우성재의 시야엔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최성민이 있었다.
“자, 이제 어떡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