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0화(4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40화
40. 공돈
“언제 나오시려나……?”
박동윤은 차 안에서 던전의 입구만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민도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딱 3시간 됐는데…….”
시조새 던전의 제한 시간이 6시간임을 생각하면 아직 나올 때가 아니었다.
오히려 한참 남은 셈.
하지만 박동윤은 민도준이 슬슬 나올 거라 믿고 있었다.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모든 던전을 혼자서,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공략했으니까.
그렇기에 민도준이 내기를 한다 했을 때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해야 할 건 저 호랑 말코 같은 자식들이지.’
박동윤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스포츠카에 기대어 담배를 피워대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내기에서 이기기라도 한 듯 한껏 흥이 올라있었다.
“야, 5억 받으면 뭐할 거냐?”
“차나 새로 뽑아야지.”
“너 지금 타고 다니는 것도 뽑은 지 3개월밖에 안 됐잖아?”
“알잖아. 나 금방 질리는 거.”
“큭큭, 하여간 이 새끼 예전이나 지금이나 차 갈아치우는 건 여전해.”
네 사람은 모두 같은 길드 소속으로 알고 지낸 지 3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말은 3년 동안 쭉 호흡을 맞춰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연히 친할 수밖에 없는 사이.
그렇기에 거리낌 없이 욕설도 주고받았다.
“X바,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거야?”
“야, 아직 3시간 더 남았어.”
“지겹다, 지겨워.”
“그래도 6시간에 5억이면 괜찮은 장사 아니냐?”
“완전 씹상타취지!”
“그래도 기다리기 지루한데 그냥 갈까? 어차피 예약 이체 걸려 있으니 시간 지나면 돈 들어올 거 아냐.”
“그냥 가면 안 되지. 그 자식이 살아 나와서 예약 취소시키면 어떡해? 적어도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보고 가야지.”
“아, 그러네.”
“죽거나 페널티 받고 나오거나 둘 중 하나일 듯.”
그들은 내기에서 질 거라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던전 입구에서 민도준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뭐야? 저거?”
“어떻게 나온 거야?”
“버, 벌써 6시간이 지났나?”
“멍청아, 3시간밖에 안 지났잖아!”
“그런데 어떻게 벌써?”
혼돈의 도가니에 빠진 듯 그들은 걸어 나오는 민도준을 당황스러운 얼굴로 쳐다만 봤다.
민도준을 반긴 사람은 오직 박동윤뿐이었다.
“헌터님! 괜찮으십니까?”
“보다시피요.”
“전 헌터님이 일찍 나오실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래요?”
어쩐지 박동윤이 자신보다 더 들떠 있는 것 같았다.
민도준이 스윽 헌터들을 쳐다봤다.
귀신이라도 본 듯 얼어 있는 표정들이 어쩐지 멍청해 보였다.
‘병신들.’
조소를 머금은 민도준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더 일찍 나올 수 있었는데 설렁설렁하느라.”
“대, 대체 어떻게 나온 겁니까?”
“어떻게 나오다니요? 던전에서 나오는 법이 하나밖에 더 있습니까?”
당연히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보고도 쉬이 믿을 수 없었다.
“약속한 건 잊지 않으셨죠?”
“…….”
“일단 예약한 것부터 취소시키겠습니다.”
민도준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모습을 헌터들이 허탈한 눈으로 바라봤다.
5억의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제 계좌번호입니다. 각자 2억씩. 지금 바로 송금 바랍니다.”
“…….”
“제가 내기에서 이겼잖아요?”
안다.
하지만 헌터들은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2억이란 돈이 아까우니까.
그래서일까.
“……이, 이건 사기야!”
현실을 부정하는 헌터도 있었다.
“사기요?”
“그래, 사기! 당신은 우리들한테 레벨을 속였어! 500레벨이라는 건 거짓말이지?”
“마, 맞아! 당신 이미 B급 헌터인 거 아냐? 한 1,000레벨쯤 되는 거 아니냐고!”
동조하는 헌터들까지 생기자 민도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설사 제가 거짓말을 했더라도 돈에 눈이 멀어 덜컥 수락을 한 건 그쪽 아닙니까?”
“뭐, 뭐라고?”
“아니면 지금이라도 조회해 보시죠. 제 이름은 민도준입니다.”
헌터들이 부리나케 랭킹창을 들여다봤다.
“어? 지, 진짜네?”
“5, 503레벨이야.”
“다른 사람 이름 댄 거 아냐?”
믿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민도준이 헌터등록증까지 보여줬다.
“…….”
더 이상 뭐라고 트집 잡을 거리도, 도망칠 구석도 없는 상황.
그래도 할 말은 남은 모양인지 헌터들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은 내기에서 이길 줄 알고 있었지? 그래서 우리한테 제안한 거지? 돈 뜯어내려고!”
“맞아! 500레벨이 혼자 공략한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그래! 우린 억울하게 당한 거야. 함정에 빠진 거라고!”
이제는 억지에 가까운 절규에 민도준이 긴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이, 이 내기는 무효…….”
“제가 늦게 나오거나 죽었어도 무효라고 했을까요? 내기를 받아들인 게 누구죠?”
“…….”
“억지 쓰지 말고 돈이나 내놓으시죠.”
그들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주장에 억지가 있음을.
그래서인지 포기하고 하나둘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왜 아무것도 안 하시죠?”
“난 못 믿겠는데요. 정말로 혼자 공략한 거 맞아요?”
“보고도 못 믿으세요?”
“아무리 봐도 강해 보이지 않아서.”
의도가 빤히 보이자 픽하고 실소가 나왔다.
“끝까지 구질구질하네요.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손 줘보세요. 마검사도 전사의 일종이잖아요? 얼마나 센지 악력 좀 보게.”
대결을 제안한 남성은 겉보기에도 우락부락하니 힘 좀 쓸 것처럼 보였다.
반면 민도준은 남자아이돌처럼 슬림한 체형.
물론 헌터를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이 없었지만 남성이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아이템을 제외한 순수 근력만 400이다.’
누구보다 힘에 자신이 있으니 나선 것.
그리고.
‘이렇게라도 쪽을 주지 않으면 분해서 미칠 것 같단 말이지.’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나선 것이기도 했다.
다소 억지 부리는 것이기도 했고.
때문에 민도준이 이에 응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저 난처해하거나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그런데.
“좋습니다. 아이템 없이 하면 됩니까?”
“어…….”
예상 외로 수락하는 모습에 남성이 얼떨떨해하면서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자신감이야?’
그로선 당연히 민도준이 물러나리라 생각했다.
아무리 근력이 높아도 500레벨이 800레벨의 스탯을 따라올 순 없을 테니까.
‘무슨 자신감인진 몰라도 넌 죽었다.’
턱-
두 사람이 손을 맞잡자마자.
꽈아악!
남성이 있는 힘껏 손아귀에 힘을 줬다.
완전히 부러뜨려 버릴 셈으로.
‘뭐, 뭐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맞대응하는 민도준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벽돌이라도 맞잡은 기분.
그야 당연했다.
[헌터 사냥꾼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악력도 대미지로 인식한 시스템이 그의 힘을 2배로 증폭시켜줬으니까.
순수 근력이 300도 안 되는 민도준이 남성에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였다.
‘제대로 해보자 이거지?’
있는 대로 힘을 주는 남성을 보며 민도준이 손아귀에 천천히 힘을 가했다.
뚜득-
“악!”
“돈 줄 겁니까?”
뿌드득-
“아악! 주, 줄게! 이것 좀 놔!”
남성이 다급히 말했지만.
“근데 왜 반말이죠?”
뿌드드득-
“으, 으아아악!”
그대로 남성의 손뼈를 박살 내 버렸다.
“으아아! 으아악!”
“앗, 죄송합니다. 힘을 주체할 수 없어서 그만…….”
누가 봐도 연기였지만 헌터들은 민도준을 나무랄 수 없었다.
‘대, 대식이를 힘으로 제압하다니…….’
‘우리 중에 가장 근력이 높은 녀석을…….’
힘의 차이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엄살은 그만 부리시고요. 남은 한 손으로도 송금 가능하시죠?”
“끄흐읏…….”
“혹시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직접 도와드릴게요.”
“아,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남은 손마저 부러뜨릴까 황급히 고개를 저은 남성이 재빨리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원래 2억인데 10만 원은 제하고 넣어주세요. 치료비로 쓰시라고.”
“…….”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그쵸?”
“……네.”
“합의한 겁니다.”
잠시 후 민도준은 네 사람으로부터 빠짐없이 돈이 들어왔음을 확인했다.
공으로 8억을 번 셈이었다.
흡족한 미소를 지은 민도준이 더는 볼일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가시죠, 담당자님.”
“아, 예에!”
민도준이 박동윤의 차를 타고 떠나자, 헌터들이 뒤늦게 고통스러워하는 팀원을 살폈다.
“대식아! 괜찮아?”
“너, 너는 이게 괜찮아 보이냐? 끄흐흑!”
“빨리 병원으로 가자! 내 차에 타!”
“민도준이라고 했지?”
“엉?”
“아니야, 가자.”
방대식은 잠시 동안 민도준이 사라진 방향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 * *
공돈을 벌고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민도준은 꾸준히 시조새 던전을 돌았다.
끼아아악!
서걱!
[경험치 +5,400]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후우.”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업적창을 열었다.
[업적 – B급 괴수의 지배자!]-조건 : B급 괴수 10,000마리 사냥하기
-보상 : B급 괴수 사냥 시 10% 추가 대미지
‘벌써 만 마리나 잡은 건가?’
시조새만 주구장창 잡은 지 한 달.
그 결과 B급 괴수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얻었다.
‘10%면 꽤 유용한 수치지.’
물론 웬만한 B급 헌터들은 전부 달성하는 업적이었기에 특전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B급이 되려면 보름은 더 사냥해야겠군.’
만 마리나 잡았지만 민도준의 레벨은 아직 666밖에 안 됐다.
그만큼 올리기 힘든 레벨이었지만 남들의 눈엔 기이할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보통의 헌터 같으면 500에서 666까지 8달은 넘게 걸리기 때문.
‘빨리 올린 편이지. 아우의 레벨도 다 따라잡았고.’
소환수의 레벨은 665.
이제는 전투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레벨이 높다.
‘만 마리나 잡았는데 내구력도 많이 안 달았고.’
민도준이 고대의 갑옷의 내구력을 살폈다.
-내구력 : 6,987/7,500
500 정도밖에 안 깎였다.
그만큼 시조새의 공격을 허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뜻.
이대로라면 목표했던 1,000레벨까지는 무난하게 사용 가능할 것이다.
‘이것도 한 번 사용해 봐야 할 텐데…….’
민도준이 인벤토리에서 무기 하나를 꺼냈다.
타란튤라 킹을 잡고 나온 저주받은 단검이다.
‘렙제가 666이라서 그동안 못 쓰고 있었지.’
하지만 이제는 사용할 수 있다.
‘근데 사냥용은 아니야.’
공격력은 1~666으로 랜덤.
동급 무기의 공격력이 최소 600 이상임을 생각하면 메리트가 떨어진다.
더구나 내구력도 666/666이라 오래 쓰지도 못한다.
‘하지만 랜덤으로 저주를 건다는 점이 궁금하단 말이지.’
저주받은 단검으로 적을 공격하면 랜덤한 저주를 건다.
어떤 저주인지는 민도준도 모른다.
이름만 들어봤지 써 본 적도 없으니까.
‘무슨 신체 관련 저주라고 들은 것 같은데…….’
어쨌거나 손에 들어온 이상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복수할 때 한 번 사용해 봐야겠어.’
그렇게 다음으로 기약하고 일과를 일찍 마무리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다.
“헌터님, 오늘은 일찍 사냥을 접으셨네요. 무슨 약속이라도 있으세요?”
“오늘이 부모님 기일이라서요.”
“아…….”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당황하던 박동윤이 이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20대 초반이신데…….’
벌써부터 부모님을 잃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헌터님. 힘내세요! 화이팅!”
“전 괜찮습니다. 이미 5년이나 지났는걸요.”
회귀 전으로 따지면 돌아가신 지 15년이 지난 거지만.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괴수에게 잡아먹히는 부모님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담당자님. 죄송한데 납골당까지만 태워다 주실 수 있나요?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물론입니다.”
납골당에 도착한 민도준은 박동윤과 헤어졌다.
근처에서 꽃을 사 들고 납골함에 안치된 부모님을 마주했다.
‘괴수들은 제가 씨를 박멸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민도준은 저녁이 돼서야 나왔다.
택시정류장까지 가기 위해 어두운 골목을 지나는데.
저벅저벅-
웬 사내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세히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한 달 전, 내기에서 진 헌터들이 분명했다.
스릉-
흉흉한 눈빛으로 검까지 꺼내는 그들의 모습에 민도준은 어렵지 않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전의 일로 복수하려는 거군.’
씨익-
민도준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웃어 보였다.
‘언제 써 보나 했는데 마침 잘됐어.’
저주받은 단검을 사용해 볼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