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1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12화(41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40화
140. 곽민철의 저택
통화를 마친 우성재는 한동안 얼떨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곽민철과 피터가 통화를 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곽민철은 죽었지 않은가?
‘분명 최성민 헌터를 봤을 때 곽민철의 특성이 있었는데…….’
곽민철뿐만이 아니다.
자신과 피터를 제외한 다른 대영웅들 특성까지 있었다.
그랬기에 최성민이 대영웅들을 사냥하고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곽민철과 멜리사가 죽었다면 현재 이스트랜드를 관리하는 대영웅은 없어.’
지배자가 없다면 자신이 직접 이스트랜드의 범죄자 헌터들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우성재가 아직 이스트랜드에 남아 있는 이유였다.
‘그런 줄 알았는데 곽민철과 통화를 해? 게다가 검은 가면을 조심하라는 말은 또 뭐고?’
우성재는 검은 가면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
곽민철과의 연락이 끊긴 터라 최근 들어 어떤 활약을 했는지 보고 받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곽민철이 진짜로 살아있기라도 한 거야? 어떻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최성민이 곽민철을 죽였지만 다른 대영웅이 발견하고 비약으로 살렸을 가능성.
또 하나는 곽민철의 특성과 똑같은 특성을 최성민이 얻었을 가능성.
‘이 두 가지가 아니라면 곽민철이 살아있는 게 말이 안 돼.’
그러나 우성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통찰력 특성이 그것도 간파하지 못했을 리가 없어. 그럼 대체 뭐지?’
딱- 딱-
우성재가 습관처럼 손톱을 깨물었다.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답은 하나야.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우성재가 운전 기사에게 명했다.
“차 돌리세요. 협회로 갑시다.”
“예. 대영웅님.”
‘전화로 확인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더 확실할 거야.’
그렇게 30분 후.
협회에 도착한 우성재였지만 곽민철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근무시간인데 협회장실에도 없고 어디 간 거야?’
곽민철의 행적이라면 비서실에서 꿰고 있을 터.
우성재가 불시에 비서실을 찾았다.
“헉, 우, 우, 우성재 님?”
“곽민철 대영웅을 보러 왔는데 보이지 않는군요. 어디 있습니까?”
“대, 대영웅님은 추, 출근 안 한 지 며칠 되셨습니다.”
‘출근을 안 했다?’
우성재는 즉시 발길을 돌렸다.
출근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저택에 있을 테니.
리무진에 탄 우성재가 곽민철의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예, 대영웅님.”
리무진 기사를 저택 앞에 대기시켜놓은 뒤 우성재만 걸음을 옮겼다.
삐익-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무도 없나?’
없다고 해서 들어가지 않을 건 아니다.
휙-
가볍게 담장을 넘어 마당을 가로질렀다.
철컥- 철컥-
현관문이 잠겨 있었지만, 통찰력을 가진 그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비밀번호는 이건가?’
삑삑삑삑- 삐리릭-
통찰력은 비밀번호마저도 간파했으니까.
우성재가 제집처럼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히 내부를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없는 모양.
곽민철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하실 입구를 눈앞에 둔 순간.
우성재의 통찰력 특성이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이 밑에 뭔가 있다. 아주 중요한 것이.’
우성재가 긴장하며 지하실로 내려갔다.
피 냄새가 느껴지는 것이 통찰력 특성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죽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수십 개의 방을 보며 우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실에 감옥을 만들어놨군.’
용도는 쉽게 짐작이 간다.
‘자신의 부하들을 죽여서 스탯을 흡수하려는 거겠지.’
곽민철에게 부하들을 죽이는 취미가 있다는 것은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다.
‘알면서도 묵인했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우성재는 같은 이스트랜드 출신 대영웅에게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전투력이 낮아서 만만하기도 했고 말이다.
감옥을 둘러보던 우성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서인지 대부분의 방문이 부서져 있었다.
‘뭐지? 갇혀 있던 부하들이 탈출하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우성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탈출한 흔적이 아님을 통찰력으로 알았기에.
‘누군가 방들을 뒤지기 위해 강제로 문을 딴 거야.’
그것도 최소 S급이 넘는 헌터 네 명이 말이다.
‘S급 헌터 네 명이면…… 멜리사의 부하들이?’
통찰력이 높으니 이런저런 경우의 수가 떠오른다.
통찰력은 그중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한다.
하지만 이렇다 할 단서가 없다면 추측은 불가하다.
‘무엇을 찾기 위해 방들을 뒤진 걸까?’
의문이 들던 그때.
우성재가 닫혀 있는 방 앞에서 멈춰 섰다.
‘이 안에…… 누군가 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인물이.
꽈드드득-
종이를 구기는 것처럼 문을 잡고 뜯어버렸다.
특수합금 철판이었지만 전투력 1,000만인 우성재에겐 종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넌…….”
강제로 연 감옥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갇혀 있었다.
“곽민철……?”
곽민철이 어째서 자신의 저택 지하실에 스스로 갇혀 있던 걸까?
“누가 당신을 가둔 겁니까? 설마 멜리사가 그런 겁니까?”
이런 일을 벌일 만한 사람은 멜리사뿐이다.
그녀와 곽민철이 서로 부닥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으니.
그러나 곽민철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몇 마디 말을 하긴 했다.
“뱌뱌.”
“…….”
당황스럽게도 옹알이였지만.
“뱌부. 뱌부.”
“…….”
계속된 옹알이에 장난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통찰력 특성 덕분에 빠른 판단이 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곽민철의 특성이…… 없잖아?’
한 번 헌터가 된 이상 특성이 사라질 일은 없다.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는 건 역시 최성민 헌터에게 빼앗긴 건가?’
우성재의 통찰력이 모든 정황을 꿰뚫어 봤다.
‘곽민철은 죽었다 살아난 거였어. 생명의 비약으로 인해.’
아마 비약은 헌터 사냥꾼이라는 특성으로 곽민철의 인벤토리에서 갈취했을 터.
‘곽민철이 옹알이를 하는 것도 기억 삭제라는 특성 때문이겠지.’
우성재는 최성민의 수많은 S급 특성 중에 기억 삭제가 있음을 기억해냈다.
‘기억을 모조리 지운 게 아닌 이상 인간이 저렇게 퇴화할 순 없겠지.’
예상대로 곽민철은 살아있었다.
자신의 저택 지하실에 감금당한 채로.
하지만 의문이 모두 해결된 건 아니었다.
‘이 상태로 피터와 통화했다고? 어떻게?’
아무리 봐도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줄곧 옹알이만 하고 있었으니.
그때였다.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와도 되는 건가?”
“헉!”
난데없이 들린 목소리에 우성재가 화들짝 놀랐다.
뒤를 돌아보니 최성민이 뭘 그리 놀라냐는 눈초리로 서 있었다.
“몇 시간 전엔 우리 집에 침입하더니 이번엔 곽민철의 집이냐?”
“최, 최성민 님이 여긴 어떻게…….”
“뭘 물어봐. 이미 다 파악했으면서.”
최성민의 말마따나, 우성재는 통찰력으로 어떤 상황인지 대부분 간파한 상태였다.
“곽민철의 기억을 지운 뒤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서 지내시는군요…….”
“잘 아네.”
“설마 멜리사도…….”
최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이 만들어서 옆방에 넣어놨지.”
“…….”
우성재의 시선이 곽민철에게 향했다.
옹알이하는 모습을 보니 아찔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도 저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걱정 마. 내가 시킨 일만 잘 수행하면 넌 건들지 않을 테니까.”
“……정말이십니까?”
“새끼가. 나 못 믿냐?”
“아, 아닙니다. 믿습니다.”
최성민 앞에서 우성재는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곽민철과 멜리사가 이곳에 갇혀 있었다니……. 설마 다른 영웅들도 이곳에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최성민이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야. 지금 나 들으라고 생각한 거냐?”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니야. 내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거 뻔히 아는 새끼가.”
최성민이 으르렁대자 우성재가 즉시 머리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별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단지 궁금해서…….”
“궁금하면 혼자서 생각하지 말고 그냥 물어봐. 대답 정도는 해줄 테니까.”
“아…… 감사합니다. 혹시 다른 대영웅들도…….”
“다른 놈들은 없어. 곽민철과 멜리사만 가둬놨지.”
“그렇군요…….”
“원래는 죽였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생명의 비약으로 목숨만 붙여놓은 건데 괜한 짓거리였네. 네가 이렇게 알아버렸으니.”
“죄,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계획을 망쳐버려서…….”
“괜찮아. 새로운 계획도 나쁘진 않거든.”
씨익 웃는 최성민의 눈빛에 우성재가 슬쩍 눈길을 돌렸다.
솔직히 그로선 이렇게 마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자신을 죽이려는 상대가 달가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대놓고 생각까지 읽어버리니 온몸이 발가벗겨진 기분.
우성재는 이러한 속마음을 숨길 겸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혹시 검은 가면이라고 아십니까?”
“그건 왜 묻지?”
“피터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요. 곽민철과 대화했는데 난데없이 검은 가면을 조심하라고 했답니다.”
“그걸 아무 상관도 없는 나한테 말하는 이유는?”
최성민이 말속에 숨긴 의도를 짚어내자 우성재가 당황했다.
통찰력 특성도 없을 텐데 보통 눈치가 아니었다.
“그, 그게 최성민 헌터님께서 관련되신 일 같아서…….”
“내가?”
“예. 뭔가 짚이는 건 없으신지…….”
“이 새끼가 나한테서 정보를 뜯어내려고 하네?”
최성민이 다시 눈을 부라리자 우성재가 입을 다물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통찰력이라는 사기 특성도 있는 놈이 이런 것도 못 알아내?”
“그게…… 조금이라도 단서가 없으면 통찰할 수도 없는지라…….”
“그래서 내가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느낌만 있다?”
“예…….”
통찰력도 만능은 아니다.
연관된 단서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몰라도 아예 없는 경우엔 이렇듯 느낌만 있을 뿐이다.
최성민은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 앞에선 인벤토리를 여는 것도 조심해야겠어.’
인벤토리를 열지 않는 평소에는 통찰력으로 아이템을 꿰뚫어 볼 수 없다.
하지만 인벤토리를 여는 순간, 우성재의 통찰력이 가진 아이템들을 모두 확인한다.
‘녀석 앞에서 인벤토리를 열었다면 내가 검은 가면이라는 것도 들통났겠지.’
인벤토리에 떡하니 도플갱어의 가면이 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통찰력은 가면의 기능까지도 간파할 거다.
‘내가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겠지.’
물론 우성재 앞에서 변신은 소용없다.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서 속이려고 해도 우성재는 본모습을 꿰뚫어 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변신 능력까지 있다는 걸 알려줄 생각은 없지만.’
숨길 수 있는 건 되도록 숨기는 게 좋다.
‘무서운 특성이야. 장비를 입지 않기를 잘했어.’
행여나 그림자 갑옷을 입고 있었다면 옵션 능력인 그림자 이동까지도 간파당했을 거다.
‘내가 검은 가면일 거라는 심증은 있겠지만 확증까진 아니야. 되도록 숨기는 게 좋아.’
최성민이 냉랭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물어보면? 내가 말해줄 거로 생각하나?”
“아, 아니요.”
“쓸데없는 궁금증은 접어두고 내가 시킨 일이나 잘해.”
“안 그래도 곽민철의 도움을 받으려고 왔습니다만…… 그럴 상태가 아니니 저 혼자 범죄자들을 모아야겠군요.”
“웨스트랜드 쪽은? 피터에게 시켰나?”
“예. 왜 그런 지시를 내리는지 궁금하긴 했습니다만 군말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좋아. 근데 피터가 곽민철의 전화를 받고 어떻게 반응했지? 검은 가면을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서 말이야.”
“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투였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한 최성민이 우성재를 바라봤다.
“너에게 한가지 지시를 더 내리지.”
“하명하십시오.”
“피터에게 전화해서 말해라. 검은 가면이 펜타곤을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검은 가면이…… 말입니까?”
“그래. 습격에 대비해서 S급 부하들을 펜타곤에 총동원하라고 지시해.”
최성민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검은 가면이 마력의 핵을 노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