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1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13화(41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41화
141. 부단장과의 만남
우성재는 곽민철의 저택을 나오자마자 핸드폰을 들었다.
최성민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접니다. 피터.”
-안녕하십니까, 우성재님! 요즘 부쩍 전화가 잦습니다. 하하!
찔리는 게 있어서인지 애써 웃음 짓는 피터였지만.
“제 전화가 반갑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하, 그, 그럴 리가요!
딱딱하게 받아치는 우성재였다.
최성민에게 목숨이 저당 잡힌 그로선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오늘 곽민철이랑 했다던 통화 말입니다.”
-아, 검은 가면을 조심하라는 헛소리 말입니까? 그거라면 별로 신경 안 쓰셔도…….
“신경 써야 할 겁니다.”
-예?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해서 곽민철과 직접 대화해 봤는데……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더군요.”
-곽민철과 얘길 나누셨다고요?
“예.”
물론 거짓말이었다.
곽민철과 대화는커녕 옹알이밖에 듣지 못했다.
“웨스트랜드에선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이스트랜드에서 검은 가면은 꽤 유명인사더군요.”
-검은 가면이 대체 누구길래…….
“일종의 테러범입니다. 아니, 암살자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크리스토퍼 깁슨을 죽인 놈이 바로 검은 가면이니까.”
-크, 크리스토퍼가…… 죽었습니까?
처음 듣는 소식에 피터가 놀랐지만 우성재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검은 가면에 의해 죽은 줄은 몰랐으니까.
최성민에게 듣기 전까진.
“검은 가면이라는 녀석의 실력이 만만치 않더군요. 크리스토퍼를 죽일 정도니, 최소한 전투력이 300만은 넘는다고 봐야 합니다.”
-그, 그런 놈이 이스트랜드에…….
“녀석이 이스트랜드 사람인지 웨스트랜드 사람인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뭐, 정체는 중요하지 않지요. 중요한 건 녀석이 명백한 우리의 적이라는 것입니다.”
-척추를 뽑아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새끼! 감히 대영웅을 죽이다니……!
“피터도 조심하세요. 제가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녀석이 펜타곤을 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펜타곤을……?
“예. 듣기론 마력의 핵을 노린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새끼가! 마력의 핵이 있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아마 크리스토퍼를 죽이기 전에 협박해서 알아냈겠지요.”
-하…… 우성재 님 말대로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네요.
“언제 습격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모르니 지금 즉시 S급 부하들을 총동원해서 펜타곤을 지키도록 하세요. 절대로 마력의 핵을 빼앗겨선 안 됩니다.”
-걱정 마십시오. 녀석이 펜타곤에 들어온다면 그날로 죽은 목숨입니다. 절대로 살아나가지 못할 겁니다.
“방심하지 마시고 지금부터 단단히 준비해놓으십시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우성재가 긴 한숨을 쉬었다.
‘자신만만하네. 검은 가면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우성재는 알고 있었다.
검은 가면의 정체를.
‘아마도 최성민 헌터겠지.’
증거는 없지만 거의 확신했다.
‘크리스토퍼를 죽인 사람은 최성민 헌터야. 정말로 검은 가면이 죽였다면 둘이 동일 인물이라는 거겠지.’
최성민에게 성기사 특성이 있었으니 크리스토퍼를 죽인 건 확실했다.
‘게다가 내가 펜타곤에서 마력의 핵을 가져다준다고 했을 때 알아서 가져가겠다며 거절했었지.’
이제 보니 검은 가면의 이름으로 펜타곤을 습격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모든 정황이 최성민 헌터를 검은 가면이라고 가리키고 있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황 증거일 뿐.
100% 확신하기엔 아직 일렀다.
통찰력 특성도 의심은 되지만 확실하다고 말하지 않았고.
‘인벤토리만 볼 수 있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거늘…….’
딱 한 번만.
최성민이 자신 앞에서 인벤토리를 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알 수 있겠지만 어떻게 된 게 한 번을 보여주지 않았다.
‘됐어. 검은 가면이 최성민 헌터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숨.
최성민의 손바닥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다.
‘젠장…… 안 본 지 얼마나 됐다고 그사이에 잠재 전투력이 더 올라버리다니…….’
이번에 최성민을 마주했을 때 우성재는 알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4천만이던 최성민의 전투력이 어느새 5천만을 넘어가고 있음을.
‘아마 내가 준 마력의 핵으로 전설 아이템을 강화한 덕분이겠지…….’
적을 도와준 꼴이 됐지만 4천만이든 5천만이든 이길 수 없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
‘누구라도 좋아. 제발 최성민 헌터 좀 죽여줬으면…….’
아마도 최성민은 검은 가면을 쓰고서 펜타곤을 습격할 거다.
그때 피터와 부하들이 제대로 대처만 해준다면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실패한다면……?’
피터와 100여 명의 부하들이 죽는 것은 물론, 마력의 핵까지 빼앗기게 된다.
최성민이 바라는 대로 말이다.
‘일부러 펜타곤을 대비하게끔 경고한 것도 피터와 부하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그런 거겠지.’
그만큼 자신 있다는 소리.
‘잘만 대처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우성재가 고민했다.
펜타곤에서 열릴 싸움에 자신도 가세할지.
피터와 같이 합심해서 검은 가면으로 짐작되는 최성민을 죽일지.
‘죽이고 싶지만…… 정말 죽이고 싶지만…….’
통찰력이 말해줬다.
펜타곤은 위험하다고.
가봤자 목숨만 앞당기게 될 거라고.
‘그래. 그런 괴물과 맞붙는 건 최악의 선택이야. 차라리 도망갈 궁리를 찾아야 해.’
우성재가 손톱을 깨물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빨리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간 손톱이 남아나지 않을 거다.
* * *
류종익은 차가운 인상과 달리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쉽게 화내지 않으며 사람을 용서하고 감싸 안을 수 있는 아량을 가졌다.
다만, 그런 지나친 포용력 때문에 범죄자들도 개화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배신당하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박희준, 남일우에 이어서 크리스토퍼까지 배신하다니…… 모두 내 잘못이야.’
사람을 쉽게 믿고 받아들인 탓에 호구처럼 당하고 말았다.
류종익이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내 안일함 때문에 조직이 위험에 처할 뻔했어.’
검은 가면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혁명이라는 조직은 세상에서 사라졌을지 모른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동지들이 덧없이 죽을 뻔하다니…….’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로 류종익은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나 때문에 모두를 잃을 뻔했어. 내 딸 은비처럼…….’
딸의 죽음이 생각났기 때문일까.
류종익의 눈빛이 복수심으로 이글거렸다.
‘곽민철……. 그 새끼만큼은 내 손으로……!’
복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직원들을 모으고 그럭저럭 테러할만한 힘을 길렀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삐걱거리다니…….
‘그동안 내가 너무 병신 같았어. 세력을 불리는데 눈이 멀어서 범죄자들을 고쳐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다.
검은 머리 짐승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범죄자들을 이용한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었음을.
‘이런 일일수록 보안에 신경 쓰고 내부를 강화해야 해.’
지금은 병력을 증원하기보다 조직원끼리의 결속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류종익이 다시 한번 다짐했다.
협회를 깨부수고 썩어빠진 사회를 개혁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라고.
‘검은 가면 님을 보게 되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어.’
조직을 구해준 데다 깨달음을 준 사내다.
비록 정체는 모르지만, 아군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것도 대영웅을 가지고 놀 정도로 엄청난 실력의 아군이었다.
정보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그런 분이 아군으로 함께하다니. 정말 일생일대의 행운이 아닐 수가 없어.’
처음에 헌터 양성소에서 검은 가면을 봤을 땐 솔직히 못마땅했다.
자신이 아군으로 교화시키려던 범죄자 헌터들을 학살해 버렸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판단이었다.
‘만약 조직원으로 받아들였는데 박희준 같은 놈들이 있었다면……?’
조직이 와해되는 건 시간문제였을 거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검은 가면 님이 전부 죽인 덕분에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검은 가면의 판단은 모두 옳았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앞날을 꿰뚫어 볼 정도의 혜안을 가진 노련한 천재임에는 분명했다.
그렇기에 류종익은 전에 했던 검은 가면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웨스트랜드 반란군을 만나서 다시 한번 동맹을 체결하라는 조언을.
그때였다.
벌컥-
회의실 문이 열리며 단원 한 명이 들어왔다.
“단장님! 오셨습니다. 희망의 날개 부단장님 말입니다.”
류종익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적절할 때 나타났다.
잠시 후 회의실 안으로 갈색 머리의 외국인이 들어왔다.
다가간 류종익이 먼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혁명을 이끌고 있는 단장 류종익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희망의 날개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돈 홀입니다.”
돈 홀은 인상이 좋은 사내였다.
적어도 배신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사람을 얼굴로 판단해선 안 되겠지만 첫인상은 그랬다.
무엇보다 류종익은 믿고 있었다.
‘검은 가면 님이 크리스토퍼를 제외한 나머지 단원들은 믿어도 좋다고 했으니 괜찮을 거야.’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검은 가면이 보증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먼 길이었을 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단장님.”
“아닙니다. 이스트랜드는 단장…… 아니, 이제는 단장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야겠군요. 배신자 크리스토퍼를 따라서 언제 한 번 들를 예정이었습니다. 결국 저 혼자 오게 됐지만요.”
“단장이 배신자였다니…… 단원들의 충격이 크겠습니다.”
“말도 마십시오. 다들 충격이 컸는지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해머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니까요?”
“하하, 이해합니다.”
류종익이 웃음 지으며 말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웃을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섬뜩합니다. 저는 물론이고 단원들까지 위험할 뻔했으니까요.”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 멜빈…… 아니, 크리스토퍼 배신자 놈이 동맹하자고 해놓고 첩자도 심어놓고 류 단장님마저 죽이려고 했다면서요?”
“예……. 불과 사흘 전의 일이라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뒤통수가 서늘합니다.”
“후우…… 죽은 배신자 놈은 말이 없으니 제가 대신하여 사과드리겠습니다.”
돈 홀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이자 류종익이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단장님이 잘못하신 게 뭐가 있다고…….”
“잘못이야 했지요. 가장 가까이에서 봤음에도 단장이 배신자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잖습니까?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저희 쪽 단장이었던 놈이 저지른 일이니, 사과하는 게 옳지요.”
머리를 숙인 돈 홀을 보며 류종익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동시에 안심도 됐다.
‘나쁜 사람 같진 않아.’
역시 검은 가면을 믿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크리스토퍼, 그 배신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통화로 대략적으로는 들었습니다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요.”
“아, 그러죠.”
류종익은 사건의 목격자로서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고개를 끄덕이며 사건의 정황을 모두 들은 돈 홀이 돌연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류 단장님.”
“예.”
“그 검은 가면이라는 자, 믿을 만합니까?”
돈 홀의 물음에 류종익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못 믿겠습니다.”
“예?”
“솔직히 그렇잖습니까. 갑자기 나타나 대영웅과 첩자들을 죽여준 뒤 자취를 감췄다. 다른 대영웅들을 죽여주겠다는 말을 남기고서……. 누가 들으면 소설 쓰냐고 말하겠습니다.”
“소설이라니…… 저는 보고 들은 대로 얘기한…….”
“단장님이 거짓을 꾸며냈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믿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무슨 백마 탄 기사도 아니고 검은 가면을 쓴 자선사업가라니……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꿍꿍이라니요. 그저 목적이 같을 뿐이라 서로 상부상조하는…….”
“상부상조라……. 우리야 대영웅을 죽여주면 땡큐지만 검은 가면은요? 그 사람이 우리와 함께해서 얻을만한 이득이 뭐가 있겠습니까?”
“…….”
류종익은 말문이 막힌 나머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검은 가면 정도의 무력이라면 굳이 자신들과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원래 목적대로 대영웅을 처치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 검은 가면이라는 자가 연락처는 남겼습니까?”
“아니요. 그저 다음에 보자는 말 말고는…….”
“그 사람과 얘기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요.”
돈 홀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때였다.
“저와 얘기하고 싶으시다고요?”
난데없이 들린 목소리에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렸다.
언제 나타났는지 검은 가면이 팔짱을 낀 채로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