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1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14화(41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42화
142.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
“거, 검은 가면님!”
류종익이 놀라 소리치자 돈 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사람이 검은 가면?’
듣던 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눈빛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보아하니 제 얘기를 하고 계시더군요.”
최성민이 팔짱을 풀고서 천천히 다가갔다.
정확히 돈 홀을 쳐다보면서.
“제 목적이 의심스러운 겁니까?”
“솔직히 그렇습니다.”
돈 홀은 긴장했지만, 겁을 먹진 않았다.
상대가 무기도 들지 않았을뿐더러 대영웅을 죽였다는 보장도 없었다.
‘크리스토퍼를 압도적으로 이겼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류 단장의 주장일 뿐이야.’
믿고 따랐던 상관에게 배신당해서일까?
이제는 직접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다.
“검은 가면. 듣기로 당신의 목적은 대영웅들을 죽이고 썩어빠진 사회를 뜯어고치는 거라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최성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돈 홀이 이어 말했다.
“우리와 목적이 같아서 도와줬다는 건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얼굴을 가린 채로 도와줘봤자 의심만 들 뿐입니다.”
“그래서 하고픈 말씀이?”
“얼굴을 공개하십시오.”
돈 홀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당신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습니까? 얼굴도 모르지, 연락처도 모르지, 이름도 안 알려주니 랭킹에 검색할 수도 없지. 전투력도 크리스토퍼를 이길 정도라는 것만 알지 정확히는 모르지 않습니까?”
“…….”
“동료가 되고자 한다면 서로 숨기는 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믿고 의지해야 하는 처지에서 혼자만 얼굴을 가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지금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최성민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저는 그저 대영웅을 죽여주겠다고 했지, 당신들의 동료가 되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
“오히려 당신들은 저한테 감사해야 할 겁니다. 개혁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장애물들을 대신 처리해 주는 셈이니까요.”
“물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 말의 요지는 당신을 믿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신용을 보여야 한다는…….”
“신용이라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만?”
“크리스토퍼를 죽인 일 말입니까?”
최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걸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제게 숨은 속셈이 있든 말든 대영웅이 죽어서 그쪽이 이득을 본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
갑자기 치고 들어온 팩트 폭격에 돈 홀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저를 믿고 말고는 자유입니다. 당신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요. 저는 그저 원래 목표이기도 한 대영웅을 죽여줄 테니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방해하지 말라는 소리죠.”
“…….”
“그로 인해 혁명과 희망의 날개가 얻는 이득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어떠한 금품 요구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저에게 가면을 벗으라거나 신원을 공개하라는 쓸데없는 요구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말하자면 떡고물을 나눠줄 테니 얌전히 받아먹고 서로 간에 터치하지 말자는 뜻.
그렇게까지 말했지만 돈 홀은 그래도 검은 가면에 대해 궁금한 눈치였다.
“당신의 뜻은 알겠습니다. 정체를 숨기고 싶으니 가면을 쓰고 있는 거겠지요. 그래도 궁금한 걸 어떡하란 말입니까? 대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뭐죠?”
“흐음.”
최성민은 고민했다.
이유야 분명하지만,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이 답답이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최성민이 가면 밖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저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만 해두죠.”
“지켜야 할 사람이라…….”
생각에 잠기던 돈 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는 아닌지 말뜻을 이해한 모양이다.
“한 가지만 더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말해보시죠.”
“정말로 크리스토퍼를 갖고 놀았습니까?”
목격자도 있었기에 최성민은 부정하지 않았다.
“예. 어려운 상대는 아니더군요.”
“시험해 봐도 될까요?”
비록 S급은 아니지만 돈 홀 역시 그에 준하는 전투력 90만의 A급 헌터.
몸 쓰는 일이라면 자신 있었다.
“저와 잠깐만 대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한번 호되게 당한지라 직접 봐야지만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최성민이 쉽게 수락했다.
“알겠습니다. 먼저 들어오시죠.”
“무기는? 들지 않을 겁니까?”
“다치실까 봐요. 부단장님은 들어도 좋습니다.”
그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 돈 홀의 자존심에 살짝 금이 갔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인데…….’
S급을 목전에 둔 데다 특성도 A급인 돈 홀로선 어디 가서 무시당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도 무기를 들지 않은 걸 후회하게 해주지.’
자신의 실력에 당황해서 무기를 소환하는 꼴을 꼭 봐야겠다고 여긴 돈 홀이 주무기인 도끼를 꺼내 들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검은 가면이 고개를 까딱이자마자 돈 홀이 달려들었다.
아니, 그러려고 한발을 앞으로 내딛던 순간이었다.
“……!”
열 걸음 앞에 있던 검은 가면이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에 있었다.
놀란 돈 홀이 다급히 도끼를 횡으로 그었지만.
쾅-!
강한 힘에 부딪힌 도끼가 포탄처럼 벽에 처박혀버렸다.
“크윽…….”
“어때요? 이 정도면 증명이 되었습니까?”
돈 홀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거렸다.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대답할 상태가 아니었다.
‘잘못하면 손목이 꺾일 뻔했어.’
얼마나 강한 힘으로 쳤는지 무기를 잡은 손이 아직도 저릿했다.
‘만약 무기가 아니라 내 목을 쳤었다면…….’
눈 깜짝할 새에 명계의 신과 대면하고 있었을 것이다.
‘엄청나군……. 하물며 무기도 쥐지 않았는데 이 정도로 실력 차이가 나다니…….’
돈 홀은 후회했다.
괜히 실력 좀 보겠다고 나섰다가 모양새만 구겼다.
자신을 얕본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던 자신감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크리스토퍼를 죽였다는 말은 사실이었나 보군요.”
“당연하죠. 설마 류종익 단장님이 없는 이야길 지어냈을까요.”
“그렇다면 전투력이 300만은 넘는다는 건데…… 대체 몇이란 말입니까?”
“아까 한 가지만 물어보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크흠…….”
뒷머리를 만지며 머쓱해하던 돈 홀이 입을 다물었다.
태도로 보아 알려줄 것 같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정말로 대영웅들을 제거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저는 한 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니 염려 마시길.”
“설마 우성재까지도 제거해 주실 수 있나요?”
그 물음에 최성민이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우성재까진 힘들지요. 아무리 그래도 전투력 1,000만을 잡기는 무리라서.”
“그렇습니까?”
혹시 모를 의심을 피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돈 홀은 실망하지 않았다.
대신 류종익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류 단장님.”
“예.”
“단장님의 단원 중에 전투력 1,000만인 자가 있다지요? 최성민 헌터 말입니다.”
웨스트랜드 같은 먼 대륙에서도 최성민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거의 없었다.
랭킹 시스템이 대륙을 통틀어 집계되었기에 헌터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물론 있지요.”
“최성민 헌터라면 우성재와 맞붙어서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만 최성민 헌터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지…….”
류종익이 말끝을 흐렸다.
마음 같아선 최성민의 힘을 빌리고 싶었지만 입단한 지 얼마 안 된 그에게 부탁하기엔 조심스러웠다.
“그 문제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은 다른 대영웅들부터 처치하는 게 우선이지요.”
“그건 그렇지요.”
그때 최성민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가 피터 필즈까지는 확실하게 죽여드릴 수 있습니다. 이곳에 찾아온 것도 조만간 녀석을 암살할 계획이라는 걸 말해주기 위해서고요.”
“피터 필즈를 암살한다고요?”
“정말입니까?”
누구보다 반색한 사람은 돈 홀이었다.
웨스트랜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영웅이 피터였으니까.
“예. 아마 웨스트랜드에 있다 보면 며칠 내로 좋은 소식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좋겠군요!”
“그렇게 될 겁니다.”
최성민은 자신만만했다.
지금의 그에게 피터 따위는 발톱의 때만도 못한 수준이었으니까.
* * *
“아이 씨, 갑자기 왜 귀가 가렵지?”
귀를 후비던 피터는 어제 했던 우성재와의 통화를 상기했다.
‘검은 가면이 펜타곤을 칠 거라고? 그런 첩보는 대체 어디서 알아낸 거지?’
정보의 출처가 궁금했지만, 물어봐야 말해주지 않을 터.
우성재의 말을 의심하기보다는 그 검은 가면이라는 녀석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게 현명할 것이다.
‘안 그래도 검은 가면에 대해 알아봤지. 이스트랜드에서 활동하는 새끼더구만?’
얻을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순 없었다.
그저 이스트랜드의 헌터 양성소를 테러했고 반란군을 돕는 데다 크리스토퍼를 죽인 암살자라는 정보뿐.
‘어쨌거나 만만한 놈은 아니야. 크리스토퍼가 진짜로 녀석의 손에 죽었다면.’
크리스토퍼를 생각하니 피터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어쩐지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더라니……. 벌레 같은 반란군 새끼들과 엮였다가 개죽음만 당했네. 불쌍한 크리스토퍼.’
이 비통한 소식을 하루빨리 전달하기 위해 멜리사와 프랭크에게 연락해 봤지만…….
‘개 같은 연놈들이 꼭 위급한 상황에는 전화를 안 받는단 말이야.’
받을 리가 없었다.
한 명은 산송장이 됐고 한 명은 짐승 밥이 됐으니까.
그러한 사실을 피터는 몰랐다.
크리스토퍼뿐만 아니라 다른 대영웅들까지도 당했다는 것을.
멀쩡한 대영웅은 자신과 우성재, 단 둘뿐이라는 것을.
‘일단은 우성재 님 명령대로 부하들을 펜타곤에 집결시켜놨지만 정말로 검은 가면이 나타날지…….’
어쩌면 잘못된 첩보일 수도 있고 헛짓거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비해서 나쁠 건 없기에 피터는 부하들에게 단단히 경계해두라고 일렀다.
‘총 102명의 S급 헌터가 펜타곤을 지키고 있다. 아무리 크리스토퍼를 죽인 검은 가면이라도 이만한 병력을 전부 상대하진 못해.’
마력의 핵이 보관된 최하층에는 특별히 전투력 150만 이상의 헌터들을 배치해놨다.
게다가 전투력 400만인 자신까지 버티고 있으니 마력의 핵을 가져가는 건 불가능하리라.
“어디 한번 와보라고. 반죽으로 만들어서 개밥을 줘버릴 테니까.”
피터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린 그때.
벌컥-!
문이 열리며 부하 한 명이 다급한 얼굴로 뛰쳐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이야?”
“와, 왔습니다!”
“뭐가?”
“대영웅님이 말씀하셨던 검은 가면 말입니다!”
“뭐?”
피터의 눈이 커졌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올 줄은 몰랐다.
“정말 왔어? 그 새끼 지금 어디 있는데?”
“아직 들어오진 않았고 서쪽 편으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뭐?”
피터의 두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대놓고 걸어오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