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1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20화(42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48화
148. 함정
우성재의 연락이 오기 전.
최성민은 잠깐 짬을 내서 드래곤의 둥지에 들어갔다.
다름이 아니라 새로 얻은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괴수를 상대로 10분 정도의 시간을 들인 끝에.
‘그림자 조종이 뭔지 이제 알겠어.’
능력의 사용법을 완전히 파악했다.
‘말 그대로 대상의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야.’
모름지기 그림자는 실체가 없고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법.
‘하지만 그림자 조종을 쓰면 달라지지.’
그림자 조종을 사용하겠다는 사념이 개입되는 순간.
대상의 그림자는 실체를 가지고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따로 움직이게 된다.
최성민이 조종하는 대로.
‘일종의 그림자에만 통하는 염력이라고 볼 수 있지.’
소환수처럼 부리는 개념은 아니었다.
그림자에 의지 따윈 없었으니.
‘그림자는 오직 내 의지로만 움직인다.’
그림자를 전투에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대상의 그림자를 이용해 발을 묶을 수도 있고 시야를 가리거나 목을 조를 수도 있다.
최성민의 간섭이 들어가자마자 그림자에 실체가 생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물며 대상을 내 쪽으로 끌고 올 수도 있지.’
그림자를 움직일 순 있어도 대상과 떼어놓을 순 없었다.
그렇기에 그림자를 특정 지점으로 이동시키면 대상까지 딸려오기 마련이었다.
‘즉, 그림자만 보인다면 내 앞에서 도망은 꿈도 못 꾼다는 얘기지.’
물론 이 같은 사기 능력에도 약점이 없진 않았다.
그림자가 없는 곳에선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었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는 발휘할 수가 없어.’
하지만 그림자가 없다면 만들면 그만.
최성민의 특성 중에는 자체적으로 빛을 발광하는 ‘광채’라는 특성이 있었다.
최근에 헌터 양성소에서 F급 헌터들을 죽여서 얻은 특성 중 하나였다.
‘아무 능력도 없고 그냥 빛만 발광하는 F급 특성이라 쓸모없는 줄 알았건만…….’
의외로 쓰임새가 있었다.
‘이걸로 그림자가 안 생길 일은 없겠어.’
유일한 단점이 커버되니 그야말로 사기적인 능력이 되어버렸다.
‘그림자 이동에 이어 그림자 조종까지. 지금의 나한테 꼭 필요한 기능들이야.’
만족하고 있는 그때.
최성민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우성재의 이름을 보니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다리고 있었다고.’
최성민이 전화를 받자 우성재의 목소리가 들린다.
-최성민 헌터님. 접니다, 우성재.
“그래. 무슨 일로 전화했지?”
-분부하신 대로 범죄자 헌터들이 준비되었습니다.
“몇 명이나 모았지?”
-웨스트랜드, 이스트랜드, 중립국 등. 모두 통틀어 474명입니다.
“꽤 모았군.”
기대 이상의 숫자에 최성민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범죄자 헌터들을 죽이면 100%를 채우는 것도 금방이겠어.’
동화율 100%를 언제 채우나 까마득했었는데 우성재를 이용한 덕분에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고했다. 내가 말한 대로 녀석들을 한곳에 모아놨겠지?”
-그럼요. 웨스트랜드에 있는 체육관에 모아뒀는데 아주 바글바글합니다. 어떻게,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이놈 봐라?’
굳이 머나먼 웨스트랜드에 집결시킨 것만 봐도 의도가 짐작됐다.
함정이다.
‘날 유인한 뒤 가족들을 납치할 계획인가?’
뻔뻔하게 함정으로 유인하는 걸 보니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가야지. 그러려고 모으라고 한 건데.”
상황 파악을 끝낸 최성민이 씩 미소 지었다.
“어디로 가면 되지?”
* * *
최성민은 우성재가 말한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인터넷부터 켰다.
그리고 웨스트랜드의 범죄자 헌터의 얼굴을 찾아봤다.
누구든 상관없었다.
아무나 한 명만 알아두면 된다.
그림자 이동으로 단번에 날아가기 위해서였다.
‘대상의 얼굴만 알면 처음 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든 이동할 수 있어.’
우성재는 최성민이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을 날아올 거로 생각하겠지만…….
‘12시간이 뭐야. 1초면 충분한데.’
장비를 직접 보지 않은 이상 그림자 이동이라는 사기 스킬이 생겼을 줄은 모를 거다.
그림자 조작이라는 사기 스킬 역시 마찬가지고.
‘제프리 더머. 이 녀석에게 이동하면 되겠군.’
인터넷 검색으로 범죄자 헌터의 얼굴을 찾은 최성민이 미소 지었다.
‘우성재가 정말로 범죄자 헌터들을 한데 모아뒀다면 이 녀석에게 이동했을 때 체육관으로 갈 수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최성민이 은신을 쓴 뒤 능력을 사용했다.
‘그림자 이동.’
눈꺼풀을 움직이자마자 장소가 바뀌었다.
가장 먼저 많은 사람이 보였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를 어지럽혔다.
‘제대로 도착했군.’
체육관으로 보이는 드넓은 공간에는 수백이 넘는 사람들이 침낭을 펴고 누워 있었다.
누가 보면 대피소에서 취식하는 피난민처럼 보일 정도.
하지만 이들은 모두 범죄자이다.
손에 찬 수갑과 죄수복, 서로에게 연결된 쇠사슬 등이 범죄자임을 증명했다.
최성민이 분별하는 눈으로 범죄자들을 쭉 둘러봤다.
‘F급 헌터가 대부분이군.’
범죄자 헌터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소년교도소에 있다가 만 20세가 돼서 운 좋게 각성하거나, 이미 각성했지만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거나.
보통 등급이 높으면 범죄를 저질러도 들키지 않는 법.
그래서인지 범죄자 헌터 대부분이 F급이었다.
E급이나 D급은 간혹 보일 따름이었다.
‘등급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 중요한 건 특성의 등급이니.’
F급이라 해서 F급 특성만 있진 않을 터.
최성민은 기대가 됐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특성들이 들어올지.
그리고 동화율이 100%에 달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400명이 넘는 역대급의 잔칫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우성재가 좋은 의도로 이곳에 부른 건 아닐 테니.’
머리로는 냉정을 되찾고 체육관 내부를 탐색했다.
범죄자 헌터들 말고 다른 숨겨둔 병력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우성재의 꿍꿍이가 뭔지 짐작은 가. 그에 대한 대책도 생각해 뒀고.’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기에 최성민은 충분히 체육관 안팎을 둘러봤다.
그 결과.
‘여기엔 474명의 범죄자 헌터들과 교도관 8명 말곤 없어.’
아니, 한 명이 더 있긴 했다.
[전병철]-만 34세의 S급 헌터. 현재 전투력은 1,180,189이다.
최성민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유일한 S급 헌터였다.
‘보나 마나 우성재의 부하겠지.’
우성재의 부하가 2층의 관중석에서 체육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숨어서.
-아, 지겨워. 아무것도 못 하고 대기나 타고 있어야 한다니……. 우성재님은 언제쯤 연락하실지 원…….
생각을 읽어보니 우성재의 부하임이 명백해졌다.
‘우성재는 안 보이고 부하만 보인다라……. 역시 예상대로 같잖은 수를 쓰는군.’
속으로 비웃어준 최성민이 은신을 풀었다.
우성재의 부하 앞에서.
“헉! 너, 넌……!”
보아하니 자신을 아는 모양.
“우성재한테 연락해. 최성민이 나타났다고.”
잠시 어리바리하던 전병철은 이내 정신을 차린 뒤 핸드폰을 들었다.
“우, 우성재 님…….”
-무슨 일입니까? 벌써 최성민 헌터가 오진 않았을 테고…… 폭동이라도 일어났습니까?
“그, 그보다 더 심각한 일입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최, 최성민 헌터가 나타났습…….”
전병철은 도중에 말을 끊어야 했다.
최성민이 핸드폰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우성재. 나다, 최성민.”
-최, 최성민 헌터님?
목소리만 들어도 당황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이스트랜드에 있어야 할 최성민이 1시간도 안 돼서 웨스트랜드에 나타났으니.
“왜? 12시간은 지나야 도착할 줄 알았나 보지?”
-아, 아닙니다.
‘아마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모르긴 몰라도 우성재는 여러 가정을 떠올리고 있으리라.
웨스트랜드를 새로운 귀환 장소로 지정해서 이동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웨스트랜드에 있던 것인지.
‘그도 아니면 마음대로 순간 이동하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할 테지만 답은 나오지 않을 거다.
단서가 적어서 통찰력으로도 알 수 없을 테니까.
“네가 말한 대로 체육관에 왔는데 정말로 바글바글하네? 벌레들이 득실대는 것만 같아.”
-그, 그렇습니까?
“내가 지시한 대로 범죄자들만 모아둔 거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전부 어쩔 셈인지…….
“알면서 뭘 물어봐? 전부 죽여야지.”
-아…… 정말입니까?
‘이 새끼 알면서 물어보는 거 봐라?’
순진한 척하는 우성재가 눈꼴시었지만 피차 계획을 숨기고 있는 처지인지라 최성민도 내색하지 않았다.
“못 믿겠으면 부하 통해서 상황 전해 듣던지.”
-아, 그럼 일이 끝나면 약속대로 살려주실 건지…….
“살려주다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성민 헌터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정말로 감사하는 것 같지만 최성민은 안다.
녀석이 지금 연기하고 있음을.
‘이 자리에 직접 나타나지 않고 부하를 세워둔 것도 속내를 읽히지 않기 위함이겠지.’
막상 나왔다가 자신의 손에 죽을까 봐 겁먹은 것도 있을 테고 말이다.
‘일단 두고 보자고.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해 대비는 해놨다.
가족들은 걱정할 것 없다.
“받아.”
“네, 넷!”
전화를 끊은 최성민이 전병철에게 핸드폰을 던졌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체육관에 모여 있는 범죄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학살의 시간이다.
* * *
조왕춘은 추적 능력이 있는 S급 헌터다.
비록 전투력은 턱걸이인 110만에 불과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추적하는 일만큼은 자신 있었다.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지?’
조왕춘의 시선은 으리으리한 저택을 향해 있었다.
듣기론 누군가의 가족이 사는 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관심은 없다.
‘누구의 가족인지는 상관없어. 납치하고 돈만 받으면 그만이니까.’
무엇보다 랭킹 1위인 우성재의 지시다.
돈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이행하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다.
만일 타깃이 랭킹 2위인 최성민의 가족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달라지는 일은 없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슬슬 집중력이 흐트러지던 그때.
우우웅-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우성재 : 지금입니다. 들어가서 납치하세요.]‘오케이. 일반인 두 명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실실 웃은 조왕춘이 은신을 쓴 채로 저택에 침입했다.
추적 능력이 타깃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줬다.
‘마침 잘됐군. 둘 다 같은 방에 들어가 있는 모양이야.’
타깃에 대한 정보는 이미 받아서 알고 있다.
정희선. 49세. 전업주부. 마땅히 하는 일은 없음.
최아연. 17세. 학생이고 지금은 휴학 중.
이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그의 특성, ‘위치추적’은 그런 특성이다.
단,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여기다. 이 방만 들어가면 모녀가 나온다.’
한 방문 앞에 도달한 조왕춘이 단검을 고쳐잡았다.
둘 다 데려가면 3배를 준다 했으니 웬만하면 죽여선 안 되겠지만…….
‘너무 심하게 반항하면 가차 없이 죽여버려야지.’
한 명만 데려와도 평생 먹고살 돈을 준다고 했으니 굳이 쓸데없는 데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납치는 뭐니 뭐니 해도 신속함이 생명이었으니.
‘들어간다.’
조왕춘이 문고리를 잡았다.
긴장한 얼굴로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