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2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21화(42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49화
149.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헛!”
조왕춘은 문고리를 잡은 손을 놓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있던 자리에 검날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높은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베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는 것.
“큭!”
팔뚝에서 약간의 피가 튀었고 그 때문에 유지하고 있던 은신이 풀려버렸다.
“침입자다!”
“당장 무기를 해제해라!”
손으로 상처를 감싼 조왕춘의 고개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양옆에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남자 둘이 검을 든 채로 경계하고 있었다.
“X발…… 이 새끼들은 뭐야? 내 은신을 간파했다고?”
그렇다는 건 S급에 전투력 110만인 자신보다 위라는 소리.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놈들이 타이밍 좋게 나타났다는 거다.
마치 납치하러 올 것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젠장, S급 헌터 둘이 지키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계산에 없던 상황.
조왕춘이 긴장한 채로 단검을 들었다.
쪽수나 실력에서 밀리는 만큼 섣불리 공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왕춘은 몰랐다.
기습한 상대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하고 있었음을.
‘검은 가면님 말대로야. 정말로 누군가 나타났잖아?’
조왕춘과 대치하고 있는 사내, 류종익은 몇 시간 전 검은 가면이 찾아와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갑자기 찾아와 이런 말 하긴 죄송하지만, 부탁 좀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급한 일이라서요.
-어휴, 말씀만 하십시오. 무슨 일이길래 그러십니까?
-제가 아는 지인의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데 지켜줄 사람이 없어서요. 몇 명 믿을만한 단원들과 함께 가족들을 지켜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검은 가면님! 제가 전에도 부탁이 있으면 들어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야 어렵지 않죠.
-아마 상대는 추적 능력을 가진 S급의 헌터일 겁니다.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는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아무렴요. 검은 가면 님이 해주시는 일에 비하면 이 정도는 마땅히 도와드려야죠.
-감사합니다. 함께 움직일 단원은 제가 지목하는 사람으로 부탁드립니다. 가장 믿을만한 사람으로 꾸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검은 가면을 돕기로 한 사람이 옆에 있는 강민찬과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는 도은정이다.
‘그리고 은정 씨와 같이 있는 여자가 한 명 더 있는데…… 이름이 한새봄이라고 했나?’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검은 가면의 언질이 있었으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일 거다.
‘그나저나 큰일이야. 상대가 S급 헌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은신이 보이지 않는다니…….’
긴장한 탓인지 류종익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저택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마주친 상대는 자신보다 전투력이 높았다.
은신을 간파했다?
상대는 그렇게 오해하고 있었지만, 전투력 102만인 류종익이 은신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지켜보던 방문이 열리는 걸 보고 강민찬과 함께 눈치껏 공격했을 뿐이다.
류종익이 옆에 있던 강민찬과 눈빛을 교환했다.
‘신호하면 같이 공격합시다. 가족들이 안전히 도망칠 수 있게.’
‘알겠습니다. 단장님.’
사인을 주고받은 뒤 류종익이 먼저 움직였다.
동시에 강민찬도 따라서 검을 휘둘렀다.
챙챙챙챙-
대치가 끊어지며 2대 1 싸움이 벌어졌다.
전투력 102만의 류종익과 30만의 강민찬, 그리고 110만의 조왕춘.
셋이 스킬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뭐야? 얘네들 S급 맞아?’
의외로 할만하다고 느껴지자 조왕춘은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게 됐다.
‘한 명은 S급 같지만 나보다 강하지 않아.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다른 한 명은 움직임이 느린 게 A급으로 추정됐다.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씨익 웃은 조왕춘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캉캉캉캉-!
자신의 공세가 매서웠기 때문일까?
몇 번 단검을 막던 녀석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좋아. 이 기세를 몰아서 둘 다 죽여 버…….’
그때, 벌컥 하고 방문이 열리더니 두 여성이 뛰어나왔다.
‘안에 동료가 더 있었어?’
무장한 것을 보니 헌터로 추정됐다.
“이쪽으로 오세요!”
“얼른!”
여성 헌터들이 손짓하자 방 밖으로 모녀가 뛰어나왔다.
타깃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렇겐 안 되지.’
조왕춘이 그림자밟기를 쓰려던 그때.
캉캉-!
“어딜 보는 거냐! 네 상대는 나다!”
좀 전까지만 해도 물러서기만 하던 헌터들이 매섭게 몰아붙였다.
“이, 이것들이 저리 안 비켜?”
앞에서 얼쩡거리며 시야를 가려버리니 그림자밟기를 쓸 수 없었다.
거리도 많이 벌어져서 사거리에 닿지도 않았다.
‘이제 보니 이 새끼들이 거리 벌리려고 일부러 물러난 척을?’
그 틈에 납치해야 할 타깃들은 모두 도망가버렸고.
“이 개새끼들이!”
조왕춘은 완전히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너희는 오늘 죽은 목숨인 줄 알아라.”
셋 사이에 칼날이 이리저리 교차했다.
치열한 공방의 승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 * *
“헉, 헉…….”
정신없이 뛰던 정희선이 힘들었는지 걸음을 세웠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달리던 한새봄이 그녀를 부축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해요.”
“하지만 숨이…….”
거친 숨소리에 한새봄이 주저 없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한테 업히세요.”
“아이고, 그쪽도 힘들 텐데 무슨 염치로…….”
“걱정 마세요. 헌터라 보기와 달리 안 힘들어요.”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 얼른 업히세요.”
“그, 그럼 실례할게요.”
정희선이 한새봄에게 업히자 옆에 있던 도은정도 최아연에게 등을 내줬다.
“업혀요. 속도 맞춰야 하니까.”
“아, 알겠어요.”
그렇게 두 사람을 업은 채로 한새봄과 도은정이 숲길을 달렸다.
나란히 달리던 도은정이 힐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새봄이라고 했지?’
오늘 처음 본 헌터로 검은 가면의 소개로 함께 가족들을 지키게 됐다.
‘랭킹창에 검색해 보니 등급도 D급이야.’
도은정과 같은 등급이었다.
게다가 전투력도 둘 다 2만5천으로 얼추 비슷했다.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리라.
누가 더 강한지 따지려는 것이 아니었다.
‘검은 가면 님과는 무슨 사이지?’
다름 아니라 검은 가면과의 관계가 신경 쓰였다.
‘……엄청 신경 쓰인다고.’
차마 물어보진 못하고 말없이 달리던 도은정이 어느 순간 입을 열었다.
“저기, 이 정도면 안전한 거 같은데요? 충분히 멀어졌어요.”
도은정의 의견에 한새봄이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네요. 이제 그만 멈추는 게 좋겠네요. 업혀 있는 분들도 힘들어하시니.”
한새봄이 뜀박질을 멈추고 정희선을 내려줬다.
도은정도 최아연을 내려줬다.
업혀 있는 것도 나름 힘들었는지 최아연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후우, 저기 언니들. 우리 얼마나 멀리 온 거죠?”
“그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택이 보이지는 않으니 안심하셔도 될 거예요.”
도은정이 걱정 말라는 듯 말했지만.
“아니요. 아직 안심하기엔 일러요.”
한새봄이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는 S급의 추적 능력자예요. 아무리 복잡한 길로 숨었다 한들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어요.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것 말곤 방법이 없어요.”
“그, 그럼 또 도망쳐야 하는 거예요?”
“예. 지금은 잠깐 휴식하는 것뿐이에요.”
그 말에 최아연이 한숨을 쉬며 아연실색했다.
반면 정희선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저기, 헌터님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여사님.”
“오전에 설명을 듣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아서요. S급 헌터가 왜 저희를 납치하려는 거죠? 저희는 가진 돈도 없는데?”
“정확한 건 저희도 몰라요. 그저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탁을 받고 왔을 뿐이에요.”
“누가요? 그 오전에 말씀하셨던 검은 가면이라는 분이요?”
“네.”
“이상하네요. 저희는 그분이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지인의 가족이라고 하더라고요.”
도은정의 말에 뭔가가 떠올랐는지 최아연이 ‘아’ 소리를 냈다.
“엄마, 그 검은 가면이라는 사람이 말한 지인이 우리 오빠 아니야?”
“오빠가 누군데요?”
“어…… 이름 대면 아시려나? 최성민이요.”
최성민이라는 말에, 도은정이 놀란 토끼 눈이 됐다.
“성민이 가족분들이셨어요?”
“우리 아들을 아세요?”
“알다마다요. 저희 조직…… 아, 아니, 같이 사냥하고 있는 식구인데요.”
“어머, 그러셨구나.”
아들과 아는 사이라고 하니 정희선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마치 도은정이 며느릿감으로 적합한지 탐색하는 눈빛이었다.
“최성민 헌터라면…… 랭킹 2위의 그 최성민?”
한새봄의 중얼거림에 도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혹시 최성민 헌터랑 아는 사이세요?”
“아니요. 그냥 이름만 알고 있는 거죠. 전투력 천만으로 유명하잖아요.”
“우리 아들이 그렇게 유명해요?”
정희선은 아들이 유명해졌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에게 들은 소리였을 뿐.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은 적이 없었기에 궁금했다.
“그럼요. 유명하죠. 전투력 천만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최성민 헌터는 나이도 젊은데 그 정도니…… 다들 궁금해할걸요? 어떻게 사냥했길래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지.”
한새봄의 말에 동의하는지 도은정도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최성민 헌터의 가족이 눈앞에 있을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검은 가면 님의 지인이 최성민 헌터라니…….”
보통은 유명한 헌터의 가족과 연을 만든 것에 기뻐하겠지만.
‘검은 가면 님 인맥이 이 정도였다니……. 역시 대단한 분이셔.’
한새봄은 그보다 검은 가면에 대해 알아가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저기, 한새봄 씨라고 했죠?”
그때 도은정이 지금이 물어볼 타이밍이라는 듯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뭐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예? 뭐를……?”
“검은 가면 님과는 무슨 관계세요?”
검은 가면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한새봄의 눈빛이 달라졌다.
“실례가 안 된다면 말해주실 수…….”
“그게 왜 궁금하신 건데요?”
한새봄이 딱딱하게 대꾸했다.
검은 가면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렇게 보실 것 없어요.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묻는 게 아니니까. 단지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서…….”
“그럼 그쪽부터 말해보시는 게 어때요? 검은 가면 님과 무슨 관계인지.”
갑자기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두 여성의 눈빛에 별안간 스파크가 튀었다.
때아닌 기 싸움에 지켜보던 모녀만 눈치를 볼 따름이었다.
“알았어요. 저 먼저 말하죠.”
먼저 굽힌 쪽은 질문한 도은정이었다.
“검은 가면 님은 저희와 협력 관계에 있어요. 사실상 저희가 도움을 받는 처지죠. 개인적으로는 제 목숨을 구해주기도 하셨고.”
목숨을 구해줬다는 말에 한새봄은 내심 놀란 눈치였다.
“자, 이제 그쪽은요? 둘이 어떻게 아시는 거죠?”
“알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저 역시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라는 것 말고는…….”
“아…….”
같은 이유라는 걸 알아서일까?
그제야 두 여성의 눈빛에 경계심이 풀렸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배신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믿어도 되는 사람이었네.’
‘아무렴, 검은 가면 님이 사람 보는 안목도 없으려고.’
그런 생각으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한새봄이 ‘아차’하고 놀랐다.
“그건 그렇고 이러고 있을 틈이 없어요. 충분히 휴식했으니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죠.”
“아, 이제 숨 좀 돌리나 했는데…….”
“어쩔 수 없잖니, 아연아. 쫓아올 수도 있다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다시금 달려야 하는 모녀가 안쓰러웠는지 도은정이 의견을 냈다.
“지금도 꽤 멀리 온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쉬었다 가죠?”
“그럴 틈이 없다니까요? 상대는 추적 능력자예요. 꾸물거리다간 따라잡힐 거예요.”
“저택에서 제 동료들이 막고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그쪽 동료들이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시나요?”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도은정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막상 생각해 보니 류종익과 강민찬이 이길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쪽은 둘인 데다 S급까지 있으니…….”
“S급인 건 저쪽도 마찬가지죠. 쪽수가 밀린다 해도 상대는 이런 일을 밥 먹듯이 해온 전문가고요. 동료라는 분들은 사람을 죽여본 경험이 많나요?”
뜬금없이 살인 경험을 묻자 도은정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요. 많을 리가…….”
“아마 그 추적자 놈은 사람을 죽여본 경험이 많을 거예요. 납치도 서슴없이 할 정도면 말 다 했죠.”
“…….”
한새봄의 주장에 일리는 있었다.
쪽수가 많아서 믿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다.
“아, 아니야……. 설마 단장님이…….”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 들어봤죠?”
“…….”
“어쩌면 당신 동료들이 위험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저희는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도망쳐야 해요.”
도은정은 상상할 수 없었다.
류종익과 강민찬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가요. 가만히 있어서 좋을 건 없어요.”
한새봄이 앞장서자 모녀들도 뒤를 따랐다.
도은정이 걱정스러움에 지나온 길을 돌아봤다.
‘단장님, 대장님……. 부디 무사하시길…….’
근심을 접어둔 채로 그녀가 대열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