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2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23화(42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51화
151. 궁금한 건 참을 수가 없다.
캉캉캉캉캉-!
칼날이 이리저리 교차한다.
기다란 장검과 단검의 부딪침.
당연히 리치가 짧은 단검이 불리하겠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 제길…….’
류종익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3분도 지나지 않은 짧은 공방 사이에 등골이 서늘한 경험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
몇 수 나눠보지 않아도 상대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근력은 내가 우세하지만, 암살자라 그런지 순발력은 따라갈 수가 없어.’
2대 1인데도 밀리지 않는 걸 보면 말 다 했다.
상대는 자신과 강민찬의 검격을 모두 피하면서 이리저리 단검을 찔러오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목숨을 위협하는 살초.
어디를 노려야 쉽게 죽일 수 있는지 아는, 노련한 살인자가 분명했다.
푹-
“크윽!”
어깻죽지에 단검이 박히자 류종익이 신음을 흘렸다.
쑤욱-
단검이 빠지는 순간 팔의 힘이 쭉 빠졌지만, 다행히 검을 든 팔은 아니었다.
[반격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3초 이내에 사용해주십시오.]그때 마침 메시지가 떠오르며 자신의 특성 ‘반격’이 활성화됐다.
‘지금이다, 반격!’
상대의 공격에 피해를 입으면 반격할 수 있는 특성으로 단점이 명확한 특성이었지만…….
이때 반격하는 공격은 100%의 명중률이라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즉,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타이밍.
‘이 공격으로 끝낸다!’
아니나 다를까.
여태 그랬던 것처럼 높은 순발력으로 회피하려 한 조왕춘이 당황했다.
피했다고 생각한 검이 자석이라도 달린 듯 자신을 향해 기이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샤악-!
“큭!”
순발력 때문에 닿지 않았던 검이 조왕춘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조왕춘은 죽지 않았다.
‘젠장…… 너무 얕았어.’
류종익의 손속에 살심이 부족한 탓이었다.
마음만 굳게 먹었으면 죽였을 거다.
“크흐, X발 새끼. 넌 이제 죽었다.”
열 받은 조왕춘이 무자비하게 단검을 찔러댔다.
푹- 푹-
“커헉!”
팔뚝과 옆구리에 단검이 들어갔다 나왔다.
안 그래도 상처를 입은 류종익으로선 공격을 모두 피하기란 역부족이었다.
“단장님!”
보조하고 있던 강민찬이 눈을 부릅뜨며 스킬을 사용했다.
‘소드 슬래쉬!’
그러나 두 명의 공격도 가볍게 피했던 조왕춘을 맞출 수 있을 리 만무.
스킬은 아쉽게 허공을 그었고 조왕춘에게 반격할 기회를 제공했다.
푹-!
“컥!”
조왕춘이 투척한 단검이 강민찬의 하복부에 박혔다.
순간 힘이 빠지며 자리에 주저앉은 사이, 조왕춘의 서늘한 음성이 귓가에 들렸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너부터 죽여주마.”
말이 끝나자마자 단검이 강민찬의 몸을 세 번 찌르고 나왔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푹푹푹-
“커헉……!”
“다, 단장님!”
어느새 나타난 류종익이 강민찬을 밀치고 대신 칼을 맞았다.
“이 새끼 뭐야?”
푹- 푹-
“커헉!”
“대신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푹- 푹-
조왕춘은 거리낌 없이 단검을 찔렀다.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져 가던 류종익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도, 도망…… 치세요. 강 대…… 장…… 님.”
조왕춘은 류종익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굳이 끝내지 않아도 알아서 죽을 걸 알기 때문이다.
당장 급한 건 도망칠 준비를 하는 저 A급 헌터였다.
아니, 도망치려는 줄 알았다.
“뭐야?”
강민찬이 등을 돌리기는커녕 정면에서 충혈된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너 도망 안 가냐? 설마 나랑 붙어보려고?”
“감히 단장님을……. 죽인다.”
그 독기어린 말에도 조왕춘은 실소만 지었다.
그로선 어이가 없을 따름.
“죽고 싶으면 죽여줄게.”
“으아아!”
강민찬이 기합 소리와 함께 호기롭게 맞섰지만.
푹푹-
“커컥……!”
류종익을 상대할 때와 달리 승부는 금세 결판이 났다.
조왕춘에게 A급 헌터를 사냥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강민찬을 죽인 조왕춘이 등을 돌려 류종익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숨이 붙어있던 그는 어느새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다.
“후우, 이제야 끝났네.”
2대 1을 이겼지만 조왕춘의 얼굴에 기쁨이라곤 없었다.
정작 중요한 타깃은 놓쳐버렸으니까.
“X발…… 이놈들 때문에 시간만 잡아먹었잖아.”
하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멀리 가진 못했을 거야. 지금이라도 추적하면 금세 따라잡겠지.’
위치추적 특성을 활성화하니 타깃의 위치가 느껴졌다.
거리를 가늠해보니 5분만 달려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흐흐, X발 년들 다 죽었…….”
즉시 추격을 개시하려던 조왕춘이 걸음을 멈췄다.
눈앞에 웬 검은 가면을 쓴 사내가 서 있었다.
차림새로 보아 헌터임이 분명했다.
“넌 뭐야? 이 새끼들 동료냐?”
“네가 죽였나?”
조왕춘의 눈썹이 꿈틀댔다.
‘저 새끼가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먼저 질문한 사람은 자신인데 도리어 질문을 던진다.
“다시 한번 묻는다. 네가 죽였냐?”
“누구?”
조왕춘이 좀 전에 죽인 두 사람을 힐끗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 버러지 새끼들?”
“…….”
“그래, 내가 죽였다. 왜? 복수라도 하게? 안 됐지만 너랑 놀아줄 시간 따윈 없거든?”
“납치하러 가야 하니까?”
목적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왕춘의 눈빛이 대번에 변했다.
“이 새끼들이 하나같이 내가 올 줄은 어떻게 알고…….”
“우성재가 시켰나?”
“너 이 새끼, 정체가 뭐야?”
“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푹-
“여기 집주인.”
조왕춘의 미간에 단검이 박혔다.
피할 새도 없었다.
언제 공격했는지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저 눈을 뒤집으며 바닥에 머리를 처박을 뿐.
쿵-
[헌터 조왕춘을 죽였습니다.] [특성 ‘위치추적’을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99.9%] [죽인 대상의 모습을 복제했습니다.]조왕춘을 죽인 최성민이 가면 속에서 싸늘한 눈초리로 내려다봤다.
‘감히 우리 가족을 노려?’
녀석이 추적자라는 건 생각을 읽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우성재의 명령으로 움직였다는 것 또한.
‘우성재 그 새끼, 예상대로 가족을 납치하려 했었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자신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길 잘했어.’
최성민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혁명과 한새봄을 찾아가 부탁했었다.
가족들이 납치당할지 모르니 지켜달라고.
물론 검은 가면의 이름으로 한 부탁이었고 지인의 가족이라 둘러댔다.
‘검은 가면이 최성민이라는 걸 밝힐 순 없으니.’
모두 믿을만한 사람들이라 걱정은 없었다.
S급 헌터인 류종익과 A급인 강민찬이라면 충분히 추적자를 막아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내 생각이 짧았군.’
전투 특성이 아니다 보니 S급 추적자 정도는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 둘은 추적자의 상대가 안 됐어.’
대인전에 있어서 사람을 죽여봤냐 안 죽여 봤느냐의 차이는 크다.
한 치의 망설임과 자비가 목숨으로 직결되는 게 실전이었으니.
‘대련만 죽어라 해봤자 살인자의 칼날보다 매서울 리가 없지.’
시체가 된 류종익과 강민찬을 보며 최성민이 미안해했다.
그들도 위험하다는 걸 알고서 도와줬다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가족을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이다.
천 번에 가까운 살인을 저지른 최성민이라 할지라도 애석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역시 피와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최성민은 애도하듯 류종익과 강민찬의 시체에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조금만 더 일찍 올 걸 그랬나 봐요. 그랬으면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을 일도 없었을 텐데…….”
체육관에서 범죄자 헌터 474명과 우성재의 부하 1명을 죽이고 바로 류종익의 그림자로 이동하긴 했다.
아니, 이동하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림자 이동이 먹히지 않았다.
이유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류종익이 죽었다.’
죽은 자의 그림자로는 이동할 수 없었으니까.
‘강민찬도 죽었어.’
때문에 두 사람의 죽음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귀환본능으로 오기 전부터.
‘귀환본능이 없었다면 곤란할 뻔했어.’
이곳 안전 가옥으로 장소를 지정해둔 덕분에 그림자 이동 없이도 즉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 봐야 한발 늦었지만.
“죄송합니다. 이런 일을 겪게 해서.”
시체 앞에서 거듭 사과한 최성민이 인벤토리에서 액체가 담긴 플라스크를 꺼냈다.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기적의 아이템, 생명의 비약이었다.
‘가족들을 목숨 바쳐 지켜줬는데 모른 척할 순 없지.’
어차피 최성민이 가진 비약은 3개.
류종익과 강민찬을 살려도 1개가 남는다.
‘우선 강민찬부터.’
최성민이 강민찬의 입가로 비약을 가져갔다.
그러자 용액이 저절로 흘러 들어가더니 반응이 왔다.
무겁기만 하던 강민찬의 눈꺼풀이 떠질 듯 말듯 들썩거렸다.
코에선 숨이 나오듯 벌렁거리더니 급기야.
“으으…….”
살아났음을 증명하듯 입 밖으로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최성민은 강민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이게 위안이 될진 모르겠지만 기억을 지워드리겠습니다. 죽기 전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10초 후, 최성민은 강민찬의 기억을 뒤적여 고통스럽게 죽었던 장면을 삭제했다.
류종익도 살려야 하니 개연성을 위해 그가 당하는 장면 역시 삭제했다.
‘조왕춘과의 전투 과정을 통째로 삭제하면 편하겠지만…….’
왠지 그들의 희생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 같아 적당히만 남겨뒀다.
‘이걸로 자신이 죽었다 살아났다는 사실은 영영 모르겠지.’
그저 조왕춘과 싸우다가 정신을 잃은 걸로만 기억하고 있을 거다.
삭제를 마치고 나니 강민찬이 멍한 상태가 되었다.
1분간은 저러고 있을 거다.
‘이 틈에 류종익 단장 역시 살려둬야지.’
최성민은 주저 없이 류종익에게 생명의 비약을 사용했다.
다쳤던 부분들이 말끔히 회복되며 류종익의 숨이 돌아왔다.
‘시체가 크게 훼손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심하게 훼손되면 비약도 통하지 않았기에 불행 중 다행이었다.
턱-
최성민이 류종익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댔다.
그 역시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삭제하고 부활했다는 걸 모르게 해야 한다.
비약의 존재가 알려져서 좋을 건 없으니.
‘강민찬과 기억을 맞춰야 하기도 하고.’
최성민이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예정대로 류종익의 기억을 지우고 마무리하려다가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고 보니 류종익은 곽민철에게 원한이 있었지.’
딸이 곽민철 때문에 죽었다는 것만 알지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러면 안 되지만 최성민이 좀 더 과거의 기억을 엿봤다.
궁금한 건 참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