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2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25화(42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53화
153. 도주 계획
“검은 가면님이 최성민 헌터의 지인이었다니…….”
“그럼 이분들이 최성민 헌터의 가족…….”
뒤늦게 사실관계를 알게 된 류종익과 강민찬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검은 가면님. 최성민 헌터가 저희 팀에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그럼 최성민 헌터와 친분이 있으면서도 여태 모른 척하신 겁니까?”
“모른 척한 게 아니라 굳이 말할 필요를 못 느꼈던 거죠.”
태연하게 거짓말하던 최성민이 가족들을 돌아봤다.
“최성민 헌터의 가족분들.”
“네?”
“잠시만 자리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이분들이랑 따로 할 말이 있어서.”
“아, 그럴게요.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
모녀가 잠시 떨어지자, 최성민이 남은 사람들을 보며 머리를 숙였다.
“다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인의 가족이 무사할 수 있었어요.”
최성민은 자신의 부탁을 충실히 이행해 준 혁명 단원과 한새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역시 믿고 맡기길 잘했어.’
하마터면 가족들이 엄한 놈에게 납치당할 뻔했다.
‘그래봤자 그림자 이동으로 날아가서 금방 구출했겠지만.’
그래도 납치당하는 경험을 겪게 하는 것보단 이렇게 예방하는 게 더 나을 거다.
최성민의 감사 인사에 류종익이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검은 가면님. 고마운 건 저희죠. 일선에서 힘써주고 계신 사람이 누군데요.”
말하면서도 류종익의 시선이 한새봄에게 향했다.
혁명 단원이 아니니 눈치 보고 있는 것이리라.
“한새봄.”
“네!”
최성민이 부르자 반색했지만, 그것도 잠시.
“넌 이제 가도 좋다. 도와줘서 고마웠다.”
일찍 보내려는 것이 서운했는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한새봄이었다.
“검은 가면님. 전에도 말했지만, 저를 조수로 써주시면…….”
“나도 전에 말했었지. 발목 잡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라고.”
“저 강해졌어요! 조금만 더하면 벌써 C급…….”
“그거론 부족해. 그러니 더 성장하고 와라. 그때 다시 얘기하지. 지금은 이분들이랑 할 말이 있으니까.”
“아…… 알겠어요. 다음에 또 일 생기면 연락해주세요. 꼭이요.”
“그러지. 일이 생긴다면.”
한새봄이 아쉬운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로 자리를 떠났다.
“단장님.”
“예, 검은 가면님.”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세상을 개혁할 준비는 되셨습니까?”
그 진지한 물음에 류종익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예.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우성재와 곽민철을 제외한 나머지를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나머지라면……?”
“멜리사와 프랭크 말입니다. 둘은 제가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습니다.”
이미 처리가 끝났지만, 류종익과 단원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우성재는 제힘으로는 무리일 것 같고, 곽민철은 약속대로 단장님께 맡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은 가면님!”
“그러니 제가 일을 마무리 짓고 올 때까지 단장님도 단원들을 모아서 협회를 칠 준비를 하세요. 제가 신호하면 바로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최성민의 가족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주셨으면 합니다. 저택은 위치가 노출돼서 위험하니까요.”
“그 부분은 걱정 마십시오. 책임지고 가족들을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조만간 다시 연락하도록 하죠.”
그 말만 남긴 채 최성민이 은신으로 사라졌다.
이제 정말로 끝낼 때가 왔다.
* * *
-조금만 기다려. 곧 만나게 될 테니까.
최성민과의 통화를 마치고, 우성재가 여지없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딱- 딱-
불안감이 가득한 얼굴로.
‘날 만나러 온다고……?’
통찰력으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일종의 선전포고다. 날 죽이러 가겠다는…….’
죽이러 갈 테니 딱 기다려.
우성재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런 뉘앙스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최성민이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니.
‘범죄자들은 물론 내 부하까지 죽였어. 결코 좋은 의미로 오겠다는 건 아니겠지.’
문제는 최성민을 만나면 아무리 우성재라도 막지 못한다는 거다.
‘절대로 못 막지, 못 막아. 전투력 5천만을 무슨 수로…….’
이번에 500명에 가까운 특성까지 먹어서 그야말로 초특급 괴물이 되어 있을 터.
‘맞상대는 무조건 피해야 해. 이길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그래 봐야 눈곱 정도…….’
눈곱만한 가능성에 기댈 수는 없기에 우성재는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했다.
‘조왕춘, 그 거지 같은 놈이 성공하길 바라는 수밖에.’
녀석을 시켜 최성민의 가족이 있는 곳을 알아냈고 납치를 지시했다.
‘최성민 헌터가 범죄자들을 학살하느라 정신없는 틈에 지시했으니 분명 성공했을 거야.’
변수 없이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말이다.
딱- 딱-
우성재가 손톱을 뜯으며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표정은 어두워지고 더 큰 불안에 휩싸였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연락이 안 오는 거야?’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납치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연락 한 통 없다.
‘납치에 성공하면 연락하기로 했는데 아무 연락도 없다는 것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다.
‘젠장. 무슨 변수라도 생긴 건지…….’
통찰력으로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아직 실패했다고 단정하기엔 일렀다.
‘제발, 제발, 제발…….’
이번 일이 실패하면 더는 방법이 없다.
최성민을 피해 평생을 떠돌이처럼 도망 다니는 수밖에는.
‘분명 최성민 헌터에게도 추적 특성이 있었어.’
그렇다는 것은 지상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 언젠가는 잡힌다는 뜻.
전용기를 타고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평생을 좁은 비행기에서 사느니 최성민 헌터를 협박하는 것이 낫겠어.’
그렇기에 우성재로선 조왕춘의 연락이 오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납치에 사활이 걸려 있는 셈이다.
드으은- 드으은-
“와, 왔다!”
진동하는 핸드폰의 발신인을 본 우성재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조왕춘이라는 이름 석 자가 이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조왕춘 씨! 조왕춘 씨 맞습니까?”
-예? 예, 접니다. 우성재 님.
“목소리를 들어보니 맞군요!”
우성재의 목소리는 기쁨에 젖어 있었다.
“이렇게 연락했다는 건 납치에 성공하신 거겠지요? 성공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간절한 목소리로 조왕춘의 대답을 기다렸다.
-걱정 마십시오, 우성재 님. 최성민의 모녀를 납치하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좋……!”
그토록 원하던 대답에 기쁨의 함성을 지르려던 우성재가 혀라도 씹은 듯 입을 다물었다.
-우성재 님?
“…….”
-왜 대답이 없으신지?
“누, 누구십니까?”
-예? 갑자기 무슨…….
“설마 최성민 헌터이십니까?”
정답을 말했는지 통화 너머에서 작게나마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 나 최성민이다.
“…….”
목소리가 변했다.
조왕춘에서 최성민으로.
-난 줄 어떻게 알았지? 목소리가 똑같았을 텐데?
“조왕춘은 납치 대상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무조건 타깃이라고만 부르죠.”
-고작 그걸로 알아내다니. 대단하군.
“저도 몰랐습니다. 통찰력 특성이 캐치해 내지 않았다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뻔했습니다.”
최성민을 향한 우성재의 말투는 공손했다.
마음 같아선 죽이고 싶은 상대였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작전은 실패했다. 조왕춘이 죽었어.’
특히나 가족을 납치하려다가 걸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그런 마당에 같잖은 도발로 신경을 거슬리게 할 생각은 없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보다야 최대한 머리를 숙이는 게 낫지.’
혹시 모르지 않는가?
최성민이 자비를 베풀지.
-왜 말이 없어? 또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지?
“아, 아닙…….”
-행여나 자비를 바라진 마. 가족을 건드린 녀석을 살려둘 마음은 없으니까.
“…….”
-차라리 본색을 드러내고 당당히 받아들여. 그게 마음이 더 편할 거야.
우성재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상대가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벌벌 떨리고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평생 가져보지 못했던, 공포심이라는 감정 때문이었다.
-작전은 나름대로 좋았어. 범죄자들로 시선을 끈 사이 가족들을 납치한다라……. 확실히 순식간에 귀환하는 능력이 있어도 납치를 막긴 어려웠을 거야. 어디까지나 작전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말이지.
“예상…… 하셨습니까?”
-물론. 그러니 이스트랜드로 귀환해서 조왕춘이란 놈을 죽이고 이렇게 전화하는 거지.
“……목소리를 바꿔서 말입니까?”
-목소리뿐만 아니라 얼굴도 바꿀 수 있지.
“대체 어떻게…….”
-궁금하면 만나서 보여줄까?
“아, 아닙니다. 괜찮…….”
-사양할 것 없어. 어차피 우리 가족을 건든 대가는 치러야 하잖아?
“…….”
-곧 만나자고.
더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전화가 끊겼다.
그러자 우성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있을 틈이 없다. 당장이라도 전용기를 타고 이 나라를 떠야 해. 어디에 있든 최성민 헌터가 찾으러 올 거야. 이곳 중립국까지.’
현재 우성재가 있는 곳은 자신의 영토인 중립국.
이스트랜드와 웨스트랜드 사이에 있는 섬으로, 절대자로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대영웅이 죽은 지금은 그 의미가 무색하다.
게다가 최성민이 있는 이상 절대자라는 타이틀도 반납해야 하고.
‘젠장…… 절대자인 내가 모양 빠지게 도망 다니는 꼴이라니.’
회의감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뭐, 살려면 어쩔 수 없지…….’
목숨보다 중한 것은 없었기에 자존심이고 뭐고 떨쳐버렸다.
‘그래도 중립국에 있어서 다행이야. 최성민 헌터가 오려면 시간 좀 걸릴 테니.’
중립국은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만큼 배 아니면 비행기로만 드나들 수 있다.
‘당장 드나드는 배편이랑 항공편을 모두 중단시키고 접근을 차단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순 있겠지.’
그동안 우성재는 전용기를 타고 유유히 중립국을 떠나면 그만.
‘지상에 착륙하지도 않고 하늘에서만 돌아다니면 제아무리 최성민 헌터라도 날 잡을 순 없지.’
물론 연료 때문에라도 이따금 지상에 착륙해야겠지만 그 잠깐 사이에 잡힐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계획은 완벽해. 앞으로 비행기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목숨만 부지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못하리.
다른 대영웅 꼴 나기 전에 우성재가 얼른 움직였다.
최성민에게 절대로 잡히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하지만.
“무슨 다짐을 그렇게 하나?”
우성재의 발걸음은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다짐이 무색하게도 눈앞에 만나선 안 될 사람이 나타났다.
“최, 최성민 헌터님…….”
다름 아닌 검은 사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