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2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26화(42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54화
154. 우성재
우성재의 눈에 비친 것은 최성민이 아니었다.
‘주, 죽는다.’
자신의 목숨을 거두러 온 저승사자, 그 자체였다.
“일을 벌여놓고 그렇게 도망가려고 하면 안 되지.”
츠으으읏-
최성민의 양손에 단검이 들렸다.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씨익 웃으며 최성민이 걸어왔다.
후드 안에 비친 안광이 그 어느 때보다도 살벌했다.
“최, 최성민 헌터님…….”
“뭐. 얘기 좀 하자고? 아니면 또 목숨 구걸?”
최성민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걸렸다.
“바랄 걸 바라야지. 이런 짓을 벌이고도 살아남기를 바랐나?”
단호한 그 모습에 우성재는 구걸하려던 생각을 버렸다.
‘이번엔 진짜로 죽는다.’
통찰력도 이미 말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살 가망성은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눈곱처럼 낮은 확률이지만 거기에 걸어보는 수밖에 없어.’
우성재의 생각을 읽었는지 최성민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어디 한번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쳐보라고.”
악당처럼 미소 짓는 그를 보며 우성재가 헌터 장비를 착용했다.
번쩍거리는 황금 투구와 황금 갑옷, 기다란 청룡언월도까지.
모두 마력의 핵으로 강화한 EX급 전설 장비들로, 그 위압감은 같은 S급 헌터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남부럽지 않은 아이템들을 두르고 있는 우성재였지만 그는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상대는 전투력 5천만의 최성민 헌터다. 방심은 금물이야. 게다가 입고 있는 장비도 나와 같은 EX급…….’
순간 우성재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뭐, 뭐야? 전투력 5천만인 줄 알았는데…….’
통찰력으로 본 최성민의 잠재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1억 5천……?’
가히 3배나 늘어난 전투력에 우성재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5천만이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 무슨…….’
“오, 내 잠재 전투력이 1억 5천만이나 된다고?”
생각을 읽은 최성민이 즐거운 듯 말했다.
“이번에 범죄자 헌터들을 죽여서 그런가? 아니면 그전에 펜타곤에서 S급 헌터들 백여 명이랑 피터 필즈 등을 죽여서?”
“…….”
“대답해 봐. 넌 통찰력으로 알 수 있잖아.”
“……펜타곤 이후로 급성장하신 듯합니다. 마력의 핵으로 EX급 장비도 만드셨을 테니…….”
우성재의 눈이 최성민의 장비에 향했다.
“암살자의 그림자 후드와 그림자 갑옷이라……. 못 보던 장비들이군요.”
“갑옷은 네가 준 마력의 핵으로 만든 거고, 후드는 펜타곤에서 얻은 걸로 만들었지.”
“옵션들이 하나같이 사기적이네요…….”
장비들을 본 우성재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최성민이 어떻게 중립국까지 순식간에 올 수 있었는지.
‘저 갑옷에 순간이동 능력이 있었어.’
게다가 후드는 또 어떠한가?
그림자 조종이라는 딱 봐도 사기적인 이름의 옵션까지 갖고 있다.
‘내가 틀렸어.’
우성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길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어.’
최성민에게 덤비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뭐야? 좀 전의 그 기세는 어디 갔어? 내 장비랑 전투력 보더니 기죽은 거야?”
“…….”
우성재는 입도 제대로 땔 수 없었다.
긴장했기 때문.
등허리는 이미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투력이 15배나 높은 상대를 마주하고 있다.
높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물러설 데라곤 없다. 그림자 이동이라는 기술이 있는 한 도망도 못 쳐.’
우성재가 최성민을 향해 청룡언월도를 겨눴다.
그의 눈빛에 다시금 전의가 피어올랐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폭주, 광인의 힘, 멸살의 시선.’
우성재가 자신의 몸에 아낌없이 버프를 둘렀다.
스탯이 증폭되며 온몸에서 살기가 흘러넘쳤다.
가능한 최고의 힘을 발휘해 초장부터 끝낼 심산이었다.
“으아아아압!”
기세 좋게 달려간 우성재가 선공을 잡았다.
‘폭렬참(爆裂斬)!’
후우우웅-!
매서운 칼바람이 최성민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뜻.
퍼어어엉-!
허공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푹 꺼진 지면과 흩어진 잔해가 폭발의 위력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줬다.
뼈도 못 추릴 만한 회심의 일격.
코앞에서 터지는 걸 봤기에 우성재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아무리 둘러봐도 최성민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우성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려던 그때.
“겨우 이 정도에 기대하면 어떡해?”
“……!”
등 뒤에서 최성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핏-!
“큭!”
따끔한 통증에 우성재가 반사적으로 청룡언월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역시나 걸리는 건 없었다.
난데없는 메시지만 떠오를 뿐.
[죽음에 이르는 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1분에 1%씩 체력이 하락합니다.] [몸을 움직일수록 효과가 가속됩니다.] [체력이 1%가 될 때까지 자연 해독되지 않습니다.]‘이게 뭐야? 극독?’
우성재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좀 전에 당한 공격으로 팔뚝이 살짝 베였는데 독이 발라져 있던 모양이다.
“원래는 강한 상대에게 쓰려고 아껴놨던 독이거든?”
어느새 뒤쪽에서 나타난 최성민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근데 나도 놀랄 정도로 급성장해버려서 쓸 기회가 없더라고.”
“…….”
“그러니 너한테 쓰는 걸 영광으로 알아. 무려 S급 독이니까.”
“……절 가지고 놀 셈입니까?”
단번에 죽일 수 있는 전투력을 지녔으면서도 독을 사용한다는 건 가지고 놀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었다.
“착각하지 마. 봐주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거니까. EX급 아이템을 세 개나 갖고 있는데 섣불리 공격할 수 있겠어? 행여나 반사 옵션이 있을 수도 있잖아?”
일리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우성재의 황금 갑옷엔 90%의 대미지를 반사하는 옵션이 있다.
옵션을 모르는 최성민으로선 체력을 1%로 깎은 뒤 공격하는 게 좀 더 안전할 거다.
“그러니 딸피가 될 때까지 열심히 좀 움직여 보라고.”
“…….”
최성민의 조롱에 우성재는 하마터면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그만큼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후우…… 움직이지만 않으면 돼. 움직이지만.’
우성재는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의 의도를 뻔히 아는 마당에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목석처럼 가만히 있자 최성민이 피식 실소를 지었다.
“그래, 반사 옵션을 믿고 있겠다 이거지?”
“…….”
“근데 혹시 그거 죽음의 일격을 받았을 때만 반사되는 거 아니냐?”
“…….”
뜨끔했지만 우성재는 내색하지 않고 침묵만 지켰다.
“나도 그런 옵션 있어봐서 알거든. 죽음의 일격을 받았을 때 대미지를 90% 반사해 주는 옵션이었는데…… 이게 단점이 명확하더라고.”
최성민의 손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출수 됐다.
핏- 핏- 핏-
순식간에 우성재의 뺨과 팔에 세 개의 상처가 생겼다.
통찰력으로 파악했으면서도 대응할 수 없는 속도.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요컨대 죽음의 일격만 아니면 반사하지 않는다는 얘기잖아? 때문에 옵션의 맹점을 파악한 상대에겐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어진다는 거지. 이렇게.”
핏- 핏- 핏-
다시 한번 단검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크윽!”
급기야 살점이 떨어져 나가자 우성재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섰다.
“이렇게 죽일 정도의 대미지만 주지 않으면 반사는 먹히지 않거든. 얼마든지 고통은 줄 수 있다는 거지. 고문하는 것처럼.”
“…….”
“반사 옵션이 있으니 섣불리 공격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 어떡해?”
피잇- 피잇- 핏-!
“이렇게 마음껏 고문할 수 있는데.”
“으윽…….”
크게 다치거나 베인 곳은 없었지만, 잔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우성재라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후웅- 후웅-!
청룡언월도를 열심히 휘둘러봐도, 가지고 있는 스킬을 총동원해 봐도, 최성민을 맞힐 수는 없었다.
허공에 삽질하는 기분.
작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머릿속을 비우고 공격해 봐도 간발의 차이로 피해낸다.
어떻게 그렇게 피할 수 있는지는 스탯을 보고서 납득이 갔다.
‘순발력이 30만이라니…… 도저히 답이 없는 상대다.’
피할 건 전부 피하면서도 단검으로 수십 개의 상처를 남긴다.
온몸이 피로 물드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도 우성재의 발은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움직이지 않나 보자고.”
최성민의 악마 같은 목소리와 함께 공격의 횟수가 배로 늘어났다.
핏핏핏핏핏핏-
이대로라면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과다출혈로 죽을지 모른다.
우성재가 하는 수없이 걸음을 뗐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존본능이 도망을 선택했다.
“어딜 가려고.”
그림자 이동으로 따라붙자 우성재가 이때다 싶어 크게 언월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예상하였는지 여지없이 헛방으로 그쳤고.
“그렇게 크게 움직이면 독이 가속화된다고.”
귓가에 들리는 조롱과 함께 우성재의 귓불이 떨어져 나갔다.
“큭!”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움직일 때마다 메시지가 떠오른다.
[극독 효과로 54초에 1%씩 체력이 하락합니다.] [극독 효과로 33초에 1%씩 체력이 하락합니다.] [극독 효과로 21초에 1%씩 체력이 하락합니다.]……………
………
[극독 효과로 1초에 1%씩 체력이 하락합니다.]“허억, 허억, 헉…….”
우성재가 마라톤을 뛴 사람처럼 숨을 헐떡였다.
단검을 피하느라고 너무 많이 움직인 탓에 체력이 감소했다.
물론 극독 때문이었다.
‘하아, 하아. 이젠 청룡언월도를 드는 것조차 버거워.’
때마침 극독이 해제됐다는 반가운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극독이 해독되었습니다.] [체력이 1%가 되었습니다.]체력이 1%가 됐다는 소리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드디어 1%가 됐군. 6분 30초 만이네?”
헉헉거리는 우성재와 달리 최성민은 지친 기색이 하나 없었다.
“도,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뭐야? 벼랑 끝에 몰리니까 구걸로 태세 전환하는 거야? 이제 안 그러기로 하지 않았어?”
털썩-
우성재의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머리를 조아리며 자존심도 내려놨다.
사는 방법은 정말로 목숨 구걸밖에 없었다.
“내가 전에 말한 적 있을 거야. 쓰레기들을 싫어한다고.”
“저는 쓰레기가 아니…….”
“쓰레기 맞아. 겉으론 고상한 척 존댓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갖은 음해 공작을 펼쳐대고 대영웅들을 조종하는 갑 중의 갑이지.”
“음해 공작이라니요. 저는 결코 그런 짓을 한 기억이…….”
“10년 전에 튀어나온 네임드 보스 카르뮤가스. 그거 네가 한 짓이잖아.”
우성재의 눈썹이 꿈틀댔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평상시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자식이 시치미 떼기는. 사전에 카르뮤가스가 있는 던전을 파악하고 일부러 방치해서 녀석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게 했잖아. 세상을 구하고 대영웅이라는 명성을 만들기 위해서.”
꽤 자세히 알고 있자 우성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 어떻게……?”
“내가 위에 빽이 좀 있거든.”
씨익 웃던 최성민이 그림자 후드 대신 검은 가면을 착용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은 우성재였지만.
푹-
알아도 이미 늦어버렸다.
[헌터 우성재를 죽였습니다.] [특성 ‘통찰력’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49개를 빼앗았습니다.] [마정석 85개를 빼앗았습니다.] [수집품 9개를 빼앗았습니다.] [소지품 4개를 빼앗았습니다.] [동화율 100.0%] [죽인 대상의 모습을 복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