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2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28화(42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56화
156. 데이나의 부탁
[부탁?]부탁이란 말에 최성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득이 없는 일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눈치챘기 때문.
[어떤 부탁입니까?]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물으니 데이나가 우물쭈물하다가 말한다.
[저를 구해주세요. 민도준 씨.] [구해달라니. 무슨 소리죠?] [저는 지금 명계에 있는 데르키우스의 옥사에 갇혀 있어요.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처지죠.]‘갇혀 있다고? 관리자가?’
최성민이 놀란 감정을 갈무리한 채 담담하게 물었다.
[그럼 지금 명계에서 대화를 걸고 있는 겁니까? 저를 내려다보면서?] [그렇긴 한데 민도준 씨가 보이진 않아요. 사전에 심어놓은 라인이 열린 걸 눈치채고 민도준 씨의 엘시스와 접촉했을 뿐이죠.] [한마디로 통신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소리군요.] [그런 셈이죠.] [사전에 심어놓았다는 건 동화율이 100%가 되면 알림이 가도록 설정해놨다는 뜻이고요?] [이해가 빠르시네요.]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관리자나 되는 당신이 왜 그런 곳에 갇혀 있는 거죠?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한동안 뜸을 들인 끝에, 데이나가 말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어요. 잘못이라면 데르키우스, 그 녀석을 믿은 게 잘못이겠죠.] [데르키우스 님은 신이잖습니까?] [신? 그 녀석이 그렇게 말하던가요? 하……!]어지간히 쌓인 감정이 많았는지 데이나는 한동안 한숨만 푹푹 쉬었다.
[물론 인간들이 보기엔 신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데르키우스도 저와 같은 초월자예요. 엘시스를 이용하는, 한낱 이용자에 불과한 거죠!]처음 알게 된 진실에 이번엔 최성민이 입을 다물었다.
‘신인 줄 알았던 데르키우스가 단순한 초월자였다니…….’
초월자라면 지금의 최성민과 동급의 존재라는 뜻이 아닌가?
[신님…… 아니, 데르키우스 그 양반이 말하기로 자신이 유일신이라고 하던데요?] [신은 무슨!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요. 저희에게 있어서 신은 엘시스를 창조하고 가신 위대하신 엘 님뿐이에요. 그딴 악마 같은 놈이 아니라!] [그럼 인간과 지구를 창조했다는 말도 거짓말입니까?] [물론 거짓말이죠. 창조의 권능이 있다는 녀석이 세상에 개입을 못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게요?]최성민이 고개를 주억였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제 업적을 가로챈 것도 모자라 창조주이자 유일신인 엘 님의 업적까지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네요!] [너무 흥분하신 것 같네요. 진정하시죠.] [하……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데르키우스가 업적을 가로챘다는 건 무슨 소리입니까?] [후우, 말하자면 긴데…….] [천천히 말해보세요.]최성민은 정보를 더 들을 요량으로 데이나를 진정시켰다.
[데르키우스는 저와 같은 초월자이자 엘시스 개발에 참여한 기술자예요. 사실 참여했다기엔 실력이 많이 모자라죠. 저와 엘 님이 작업에 대부분 참여했고 데르키우스는 보조 정도만 했을 뿐이니까요.]‘엘시스의 개발자 중에서 말단이었단 소리군.’
[먼저 엘시스에 대해 자세히 말하자면 신이 아니더라도 초월적인 힘들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에요. 엘 님이 자신의 수명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몇몇 능력들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그러니까 초월자도 신처럼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엘시스라는 거군요.] [정확해요. 인간들에겐 컴퓨터라는 편리한 계산기가 있지요? 그거랑 비슷한 산물이라고 보면 돼요. 그보다 훨씬 고차원적이긴 하지만.]정말로 엘시스의 관리자가 맞는지 목소리에선 자부심이 느껴졌다.
[엘 님은 초월자인 저희에게 피조물의 관리를 맡길 셈이었어요. 자신이 소멸해도 세계가 잘 굴러갈 수 있게. 엘시스를 만든 동기도 그 때문이죠.] [그럼 둘이서 인간과 괴수를 관리한 겁니까? 엘시스란 초월적인 시스템을 이용해서?] [맞아요. 실력이 부족한 데르키우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줘야 하는 게 귀찮긴 했지만 우리는 의욕적으로 관리를 이어갔어요. 하지만…….]데이나가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얼마 못 가더군요. 서로 이런저런 사소한 일로 의견이 충돌하다 보니 의욕이 떨어지더라고요.]최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업자와 사업하면 안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
사업해 본 적은 없지만 그런 말이라면 익히 들어봤다.
‘데이나도 그걸 알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최성민이 다시 데이나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정말 하루하루 싸우지 않는 날이 없었어요. 서로 신경이 곤두서 있고 자기 뜻대로만 하려고 고집을 부렸죠. 그렇지만 설마 데르키우스가 저를 배신할 줄은…….] [배신이요? 옥사에 가둔 것 말입니까?] [네……. 데르키우스는 저를 그곳에 가둔 뒤 자기 멋대로 피조물을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방해꾼이 모두 사라진 셈이죠.]데이나가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얼마나 신났을까요? 자기 마음대로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치 신이라도 된 기분이겠죠. 이럴 줄 알았으면 엘시스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지 말았을 것을…….] [그나저나 업적을 빼앗겼다는 건 무슨 소리입니까?]분통해하던 데이나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최성민은 빨리 본론을 듣고 싶었다.
[혹시 데르키우스에게 들은 적이 있나요? 던전을 통해 인간과 괴수의 차원을 연결한 이유를?] [네. 듣기론 에너지 고갈로 멸망 예정인 인간과 식량난에 허덕이는 괴수의 차원을 연결해서 두 종족을 살리겠다는 취지였죠.] [잘 아시네요. 그럼 각성자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도 아시겠네요.] [네. 인간이 괴수보다 약해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도입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각성자 시스템을 만든 게 저거든요.] [아……?]데이나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엘시스를 이용해 개발했죠. 인간들이 컴퓨터로 하는 게임을 많이 참고했어요.] [듣기론 각성자 시스템은 데르키우스 본인이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헛소리예요!]데이나가 발작하듯 소릴 질렀다.
[그 배신자 놈이 자기가 진짜 신이라도 된 듯 거짓말이란 거짓말은 다 퍼트리고 있었네요. 할 줄 아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놈이!] [업적을 가로챘다는 게 각성자 시스템을 말한 거였군요.] [그래요. 그 녀석이 또 무슨 거짓말을 하던가요?] [으음…… 자신이 죽음의 신이고 인간과 괴수는 자기가 탄생시킨 종족으로 평등하게 사랑한다고…….] [와……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데이나의 감정은 진짜였다.
통찰력이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분석해 진실임을 알려줬다.
[말했듯이 녀석은 신도 뭐도 아니에요. 능력 없는 초월자가 엘시스를 이용해 신의 흉내를 내는 것뿐. 인간과 괴수는 당연히 엘 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이고 녀석은 그걸 이용해 디바인 포스를 벌고 있을 뿐이죠.] [디바인 포스요?]최성민은 이미 통찰력으로 디바인 포스에 대해 깨우치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엘시스를 이용할 때 드는 에너지예요. 아무리 초월자라도 엘시스의 권능을 무한히 이용할 순 없거든요.] [능력을 쓰려면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네.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마나 같은 거죠.] [그럼 이 디바인 포스도 자연 회복이 되는 겁니까?] [아니요. 그 점은 마나와는 달라요. 디바인 포스는 오직 영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어요.] [영혼이라면?]최성민의 질문에 데이나는 도리어 반문했다.
[명계에 망각의 샘이 있는 건 아시나요?] [네.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 의외로 아름답더군요.] [망각의 샘에 대해 얼마나 아시죠?] [기억이 지워지고 소멸하는 곳이라 알고 있습니다. 영혼이라면 누구나 들어가야 하고요.]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 [망각의 샘은 디바인 포스를 추출하기 위한 작업장에 지나지 않아요. 영혼들이 소멸하는 건 그 때문이죠.]‘디바인 포스를 얻기 위한 작업장이었다고?’
전혀 몰랐던 사실에 최성민의 입이 벌어졌다.
[데르키우스가 저를 가둔 데엔 명계를 차지하려는 이유도 있겠죠. 영혼들을 전부 소멸시키고 디바인 포스를 독식하기 위해서.] [그럼 설마 인간과 괴수의 종말을 막으려는 이유도…….] [짐작하셨나요? 그래요. 데르키우스가 피조물들을 존속시키려는 이유는 결코 사랑해서가 아니에요. 디바인 포스를 끊임없이 얻기 위함이죠.]이건 통찰력으로도 몰랐던 사실이다.
‘영혼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더니 순 거짓말이었군.’
두 종족이 멸망하고 피조물들이 남지 않게 되면, 초월자는 더 이상 디바인 포스를 얻을 수가 없다.
‘데르키우스가 원하던 건 오직 디바인 포스였어. 탄생과 죽음을 반복해 영혼들을 명계로 불러 모아 끊임없이 자신의 배를 채울 작정이었던 거야.’
데르키우스의 말만 믿고 있었던 최성민으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무슨 입만 열면 거짓말이네요.] [그렇다니까요? 아주 XX 같은 놈이에요!]흥분한 데이나와 달리 최성민은 조용했다.
문득 든 회의감 때문이다.
‘알고 보니 신도 아니고, 배신자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초월자 나부랭이를 믿고 암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니…….’
이 정도로 디바인 포스에 욕심이 많다면 명계에 올라가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영혼들은 그에게 있어서 디바인 포스를 추출하기 위한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예린아…… 수호야, 서연아…… 제발 무사하길…….’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최성민이 걱정을 뒤로하고 물었다.
[감옥에 갇히게 된 배경은 잘 들었습니다. 데르키우스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또한. 그런데 데이나 님은 운신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저를 초월자로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어느 날 데르키우스가 찾아왔거든요. 자신이 무턱대고 만든 정신 지배 특성 때문에 원본 세계의 인류가 멸망해 버렸다고. 아, 견본 세계와 원본 세계에 대해선 알고 계시나요?] [예. 압니다. 견본 세계는 최성민의 차원, 원본 세계는 민도준으로 살던 차원이 아닙니까?] [맞아요. 데르키우스는 신버전이랍시고 자기 마음대로 원본 세계에 특성들을 추가해 적용했죠. 견본 세계에 테스트해 보지도 않고 말이에요. 그 결과 정신 지배라는 사기적인 특성이 인류의 멸망을 초래했고요.] [그 때문에 데르키우스가 저를 고용했었죠. 회귀해서 아담을 막아달라고.] [그래요. 그때 데르키우스가 저에게도 사정을 알려줘서 알고 있어요. 민도준이라는 인간을 회귀시켜서 멸망을 막고 싶은데 정신 지배를 뛰어넘는 특성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근데 자신이 가진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고 도와달라는 거였어요.] [그럼 헌터 사냥꾼 특성을 만든 분이…….] [네. 제가 헌터 사냥꾼 특성을 설계하고 만들었어요. 특성과 아이템을 흡수하려면 각성자 시스템의 전반적인 메커니즘을 알아둬야 해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거든요. 게다가 영혼에 각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서 데르키우스로선 저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죠. 사실상 협박이었지만.] [그때 헌터 사냥꾼 특성을 만들면서 뭔가 작업을 해둔 거였군요. 데르키우스 몰래.] [아까부터 느꼈지만 눈치가 정말 빠르시네요.]실은 통찰력으로 파악하던 거였지만 최성민은 말을 아꼈다.
어째 데이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까.
‘괜히 정보를 알려줘서 손해 볼 필욘 없지.’
감탄하던 데이나가 계속해서 말했다.
[민도준 씨 말대로 헌터 사냥꾼 특성을 만들면서 데르키우스 몰래 히든 능력 하나를 더 넣었어요.] [어떤 능력이죠?] [헌터들을 죽이면 그들의 영혼에서 일정량의 디바인 포스를 채취할 수 있게끔 했죠.] [그게 동화율의 정체였군요.] [맞아요. 물론 소량이고 영혼에 바로 흡수하도록 만든 터라 데르키우스가 눈치챌 일은 없어요.] [영혼에 흡수시켰다라…… 그래서 그런 거였군요. 이곳에 빙의해서 첫 살인을 했을 때 동화율이 0%가 아니었던 것은.]최성민은 기억한다.
시작부터 12.8%의 동화율을 가져서 의아해했던 것을.
[네. 영혼이 그대로이니 원본 세계에서 쌓았던 동화율이 그대로 옮겨져 왔을 거예요.] [하지만 원본 세계에선 동화율이 표시되지 않았는데요?] [그랬을 거예요. 애당초 구버전에서만 표시되도록 설정해놨거든요. 혹시라도 민도준, 당신이 실패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요.] [실패라면…… 동화율을 채우는 일 말입니까?] [네. 괜히 동화율을 표시해 놨다가 100%를 다 못 채우면? 당신은 분명 데르키우스에게 동화율이 뭐냐고 물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제 탈출 계획도 무산됐겠죠.]최성민도 인정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동화율을 표시했다면 확실히 실패로 돌아갔을 거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한낱 인간인 제가 어떻게 초월자가 될 수 있었던 거죠? 디바인 포스 좀 흡수하면 아무나 될 수 있나요?] [아니요. 다른 사람은 절대로 초월자가 될 수 없어요. 오직 헌터 사냥꾼 특성을 각인한 민도준 씨만이 가능한 거예요. 제가 그렇게 특성에 설계했으니까요. 동화율은 그저 초월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구성 조건인 셈이죠.] [초월자가 초월자를 만들 수 있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죠?] [말했잖아요. 엘시스의 개발에 참여했다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최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시스의 초월적인 기술을 빌린다면 불가능도 아니리라.
[이제 어느 정도 사정은 알겠습니다. 한 가지만 빼고요.] [뭐죠?] [헌터 사냥꾼 특성을 통해 동화율을 100%로 만들어서 저를 초월자로 만든 것까진 이해했습니다. 근데 그 이유는요?] [제가 갇혀 있는 옥사는 오직 초월자만이 열 수 있어요. 인간인 민도준 씨를 초월자로 만들어야 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죠.]데이나가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민도준 씨. 저 좀 옥사에서 꺼내주세요. 같이 힘을 합쳐 데르키우스를 몰아냅시다.] [……] [민도준 씨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거예요. 어때요? 구해주실 거죠?]최성민은 고민하는 듯 침묵만 지켰다.
그의 도움이 절실한 데이나로선 안달 날 수밖에 없는 상황.
[네? 대답 좀…….] [제 대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