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3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31화(43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59화
159. 비장한 발걸음
“아…….”
“반응을 보니 단장님도 의심하고 계셨군요.”
류종익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대영웅을 죽일 수 있는 헌터는 많지 않으니까요.”
그 또한 최성민이 검은 가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같은 암살자 타입이기도 하고.
“크리스토퍼를 압도한 걸 보면 검은 가면의 전투력은 최소 300만 이상. 이스트랜드인 중에 전투력이 300만이 넘는 사람은 최성민 헌터뿐이죠.”
“하지만 검은 가면이 꼭 이스트랜드인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발음으로 보면 이스트랜드인이 유력하죠.”
두 사람이 침묵을 지켰다.
이견은 없었다.
최성민이 검은 가면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게 공통된 생각.
“정체야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렇긴 한데 너무도 유력하다 보니 오히려 모르는 척하기가 어색하더라고요.”
류종익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최성민을 보면 표정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검은 가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만약 최성민 헌터가 정말로 검은 가면이라면…… 소집에는 불참할 가능성이 크겠네요.”
“그렇겠죠. 검은 가면을 쓰고 나타나야 할 테니…….”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네요.”
“그러게요. 서로 지인 관계라면 한 번쯤 아는 척을 할 법도 한데요. 둘이 동일 인물이 아닌 이상에야…….”
의심을 이어가다 보니 점점 최성민이 검은 가면이라는 가설에 힘이 실렸다.
그때였다.
검은 가면이 홀연히 나타난 것은.
“다들 여기 계셨습니까?”
“아, 검은 가면 님 오셨군요.”
두 사람이 간단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속으론 최성민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모른 척했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 이중생활을 하는 거겠지.’
존중의 의미로 캐묻지 않기로 했다.
“검은 가면 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잘 마무리 짓고 오신 건지…….”
“멜리사와 프랭크 말이군요.”
검은 가면이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의 의미였다.
“둘은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손으로 직접 처리하고 오는 길이니.”
“아, 정말입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류종익과 강민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예. 이제는 협회를 치는 일만 남았습니다.”
정말로 쿠데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단장님. 단원들은 모두 모였습니까?”
“소집 명령은 내려놨습니다. 아마 1시간 이내로 모두 모일 겁니다.”
류종익의 말대로 소집 시간이 다가오니 단원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단장님.”
“오셨군요. 다들 여기서 대기해 주세요.”
도착한 단원들은 검은 가면을 힐끔거리며 벅찬 마음을 달래기 바빴다.
‘우상과도 같은 존재와 함께 싸우게 된다니.’
‘영광이라고 말이라도 걸어볼까?’
하지만 워낙 강한 데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져서일까?
막상 말을 거는 단원은 없었다.
그 와중에 류종익과 강민찬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역시 최성민 헌터는 나타나지 않는군.’
‘예상대로 검은 가면이 최성민 헌터야.’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찰나.
“안녕하십니까, 단장님. 대장님.”
두 사람은 인사하러 온 단원을 보고서 벙찐 표정을 지어야 했다.
다름 아닌 최성민 헌터가 눈앞에 있었기에.
‘어, 어떻게 된 거지?’
‘최성민 헌터와 검은 가면이 한자리에 있잖아?’
류종익과 강민찬이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최성민 헌터가 검은 가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분신술이라도 있는 게 아닌 이상에야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일 리가 없었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사실에 얼떨떨해하는 사이, 최성민이 검은 가면을 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검은 가면 님.”
“안녕하십니까.”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검은 가면이 인사를 받아줬다.
류종익과 강민찬이 보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서로들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공적인 자리라서 서로 아는 척하지 않는 모양이야.’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최성민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려 있던 것을.
‘잘했다, 우성재. 아니, 검은 가면.’
사실 검은 가면을 쓰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우성재였다.
최성민이 생명의 비약으로 살린 뒤 가면을 씌워 데려온 것이다.
자신이 검은 가면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정신 지배를 해놔서 그런지 시키는 대로 잘하는군.’
최성민은 전생에서 얻었던 정신 지배 특성으로 우성재를 수하로 만들었다.
우성재의 카르마는 8,000.
카르마가 100 이상이면 정신 지배를 할 수 있었기에 조건은 충분했다.
‘스스로 가면을 벗지 않는 이상 우성재의 정체가 들킬 염려는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가면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렸기에 들킬 일은 없었다.
전투력 천만인 우성재가 가면을 뺏길 일은 없을 테니.
‘진짜 도플갱어의 가면이 아니라는 게 좀 아쉽네.’
사실 우성재가 쓰고 있는 가면은 모조품이었다.
헌터 장비도 뭣도 아닌, 아무런 기능도 없는 가면일 뿐이다.
‘원래는 도플갱어의 가면을 주고 싶었지만, 귀속이라 주지 못했어.’
모조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래도 위화감은 없는지 다들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군.’
착용한 장비도 목소리도 검은 가면과 같았기에 구별은 불가능했다.
물론 잘 들어보면 목소리 톤이 다르긴 하다.
그래도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라고 시켰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애당초 검은 가면은 이미지를 위해 만든 상징적인 존재.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든 상관은 없지.’
류종익과 강민찬은 뒤통수를 맞은 듯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아하니 검은 가면이 자신일 거라고 어지간히 확신하고 있던 모양이다.
‘계획대로 검은 가면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났어.’
우성재를 살리느라 하나 남은 생명의 비약을 쓰긴 했지만 아깝지 않았다.
검은 가면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내가 검은 가면이라는 게 밝혀지면 가족들이 오히려 위험해질 거야. 검은 가면은 영웅이지만 누군가에겐 증오의 대상이니.’
인원이 모두 모이는 즉시 최성민은 사람들을 이끌고 협회를 칠 거다.
‘아마 오늘 이후로 세상은 바뀌겠지.’
쿠데타가 성공리에 끝나면 세상은 알게 될 것이다.
대영웅들을 죽이고 세상을 개혁한 이면에는 검은 가면이라는 영웅이 있었다는 것을.
‘그 영웅의 정체가 나라는 게 밝혀진다면 오히려 가족들이 피해를 볼 거야.’
먹이사슬의 위에 있는 누군가는 쿠데타가 반갑지 않을 터.
혹시라도 살아남은 잔당들이 보복하기 위해 가족을 노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벌레를 박멸한다고 아무리 살충제를 뿌려도 어딘가에선 알을 까고 있을지 모를 일이니.’
정체를 숨겨야 하는 건 그 이유뿐이다.
가족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검은 가면 님.”
고개를 돌려보니 류종익이 우성재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지시하신 대로 인원들이 준비됐습니다.”
“그렇습니까? 모두 몇 명이죠?”
“혁명 60명과 희망의 날개 20명, 총 80여 명입니다.”
가면을 쓴 우성재가 태연하게 말한다.
“그럼 갑시다. 혁명을 일으키러.”
* * *
척척척-
비장한 발걸음이 협회로 향한다.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80여 명의 반란군이 대정원을 가로질렀다.
거사를 앞둬서인지 하나같이 긴장 어린 표정.
하지만 진중한 분위기와 달리 햇살은 따사로웠다.
척-
선두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가던 검은 가면이 걸음을 멈췄다.
협회에 들어가기 직전, 할 말이 있는 듯 반란군을 돌아본다.
“아까도 말했지만, 저희의 목적은 협회를 제압하고 정권을 차지하는 일입니다. 무분별한 살인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되도록 상처 없이 상대를 제압하세요.”
사람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검은 가면이 몸을 돌렸다.
“그럼 들어갑시다.”
검은 가면을 선두로 사람들이 협회 안으로 물밀듯 들어갔다.
최성민도 무리에 편승해서 안으로 진입했다.
‘우성재 자식. 이참에 연기자로 나가도 되겠어?’
검은 가면의 정체를 알고 있는 최성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성재는 지시한 것보다 더 잘해주고 있었다.
‘정신 지배가 유용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정신 지배당한 상대는 주인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튀는 행동을 하지 말아라, 가면을 벗지 말아라, 지시가 있기 전까진 상대를 죽이지 말고 제압만 해라 등등.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기만 하면 법처럼 기억하고 따른다.
때문에 우성재가 실수할 일은 절대로 없었다.
“다, 당신들 뭐야! 커헉!”
“뭐하는 놈들…… 컥!”
협회 로비를 지키던 보안 요원들이 빠르게 제압당했다.
“죄송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다칩니다. 그러니 다들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류종익이 사과하면서 도망치는 직원들을 붙잡았다.
협회의 직원은 모두가 헌터.
괴수를 죽이며 성장해 온 싸움꾼들이니만큼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은 없었다.
“죽어! X팔!”
“어허, 그렇게 휘두르면 위험하죠.”
휘두르는 도끼날을 간단하게 피한 류종익이 직원의 뒷덜미를 쳤다.
퍽-!
줄 끊어진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기절한다.
“반항하면 무력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얌전히 손을 들어 항복 의사를 밝히면 다치진 않습니다!”
류종익의 말에 흔들렸는지 무기를 들고 맞서려던 직원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딱 봐도 반란군의 숫자가 더 많았기에 투항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하지만 류종익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물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는 조용히 손을 들고 나서는 사람도 있었다.
“투, 투항하겠습니다. 때리지 마세요.”
“안 때리니까 안심하세요. 일이 끝날 때까지만 여기서 저희 동료와 함께 대기하시면 됩니다.”
자비롭게 웃으며 맞이하는 류종익의 모습에 안심해서일까?
항복하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저도 항복하겠습니다.”
“저, 저도요.”
굳이 저항했다가 처맞고 기절하느니 일찍이 항복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란군을 믿지 못하는 직원들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최성민을 포함한 반란군은 그런 직원들을 쫓기에 바빴고.
“어디 가십니까? 얌전히 붙잡히…….”
“X발 놈의 테러리스트 새끼들! 꺼져!”
위험천만하게 휘두르는 상대의 검을 슬쩍 피해낸 최성민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항하겠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림자밟기로 순식간에 뒤를 점한 최성민이 손날로 목덜미를 때렸다.
“꺽!”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더니 기절한다.
어마무시한 힘이었다.
‘아…… 힘 조절하기 어렵네.’
정말 약하게 쳤다고 생각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심지어 상대는 얼마 보이지도 않는 A급 헌터였다.
탁탁탁-
또 다른 직원이 도망가는 것이 보이자 질주를 사용해 따라잡았다.
“헉!”
놀란 직원이 들고 있던 단검을 위협적으로 찌른다.
물론 눈먼 공격에 맞아줄 최성민이 아니다.
“위험하게. 그러다 다쳐도 모릅니다?”
“뭐래, X이발, 꺽!”
복부를 살짝 쳤더니 바로 머리를 처박고 고꾸라진다.
쓰러진 채로 미동도 하지 않는 걸 보니 기절한 모양이다.
최성민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약한 척하기 X나 힘드네.’
전투력이 33억인 입장에서 힘 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